역사를 접하고, 자연을 느끼는
모녀만의 오붓한 여행 ‘창덕궁’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창덕궁은 자연과 잘 조화된 궁궐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조선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졌다. 궁궐을 구성하는 건물과 나무, 돌까지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창덕궁.
엄마 박시은 씨가 생애 처음으로 딸과 함께 하는 사극 현장 속으로 떠났다.

글. 박시나 | 사진. 조원종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은 자연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궁궐로 꼽힌다.

모녀만의 즐거운 추억 만들기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의 방문이 제한된 창덕궁이었다. 이 때문에 5인 가족이 함께하기로 했던 가족여행은 엄마와 딸, 둘만의 여행으로 변경되었다. 생애 처음 오빠들과 떨어져 엄마를 독차지할 생각에 은근 신이 난 소윤이. 아침 일찍 인천 송도를 출발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힘들 법도 하건만 소윤이는 연신 엄마와 눈맞춤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초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학년이 되었어요. 교과 과정도 어려워지는데 코로나19로 체험학습을 할 수 없어 걱정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오빠들이 고학년이다 보니 오빠들 눈높이에 맞춘 여행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소윤이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극에서 접했던 궁의 모습을 보면서 소윤이는 엄마에게 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모두가 유쾌하게 사극의 한 장면인 창덕궁 돈화문을 가로질러 금천교를 건넜다. 차 안에서도 창덕궁 관련 책을 보던 소윤이는 궁궐 전각과 마주하자 다시금 책을 펼친다. “엄마, 여기가 궐내각사인 거지? 궐내각사는 관청이라고 한다는데 관청은 어떤 곳이야?” 이론과 현장을 직접 살펴 가며 눈을 반짝이는 소윤이 앞에서 엄마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관청은 왕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기 위해 세운 곳이고, 원래는 궁 바깥에 있는데 안에 관청을 세운 곳은 궐내각사라고 불렀대.”

자연 속 과학을 담은 창덕궁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은 자연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궁궐로 꼽힌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서 후원에 이르기까지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과학적 원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무지개 기둥 다리로 이루어진 창덕궁의 금천교는 태종 11년인 1411년 3월 조성된 건축물로 현재 남아있는 궁궐 안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아치형의 구조로 견고함에 있어서는 어느 다리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인정전으로 향하는 길, 어도는 정문에서 시작해 두 번이나 꺾여 인정전에 닿게 된다. 자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궁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소윤이는 왕만 걷는다는 어도를 걸으며 엄마에게 질문을 건넨다. “엄마, 어도는 왕만 다닐 수 있는 거야? 옆에 길은 누가 다녀?” 시은 씨가 웃으며 소윤이 질문에 답변한다. “응, 어도는 왕만 다니고 오른쪽은 문관, 왼쪽은 무관이 다녔어.”
궁궐의 깊이 있는 색감과 아름다운 전각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기 바쁜 소윤이는 얼마 전 방영했던 사극에서의 궁궐 모습과 비교하며 감상하느라 눈과 손이 바쁘다. 인정전은 외국의 사신 접견 등 행사를 치르던 곳이며, 조선의 여러 왕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거행했다. 외부에서 2층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통층 건물로 이뤄졌으며, 화려하고 높은 천장을 볼 수 있다. 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정전 앞마당에도 과학 원리가 숨어있다.
인정전 바닥은 화강토에 박석을 덮어놓은 구조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해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박석은 화강암을 넓적하게 잘라 만들었는데, 화강암에는 유리의 주성분인 석영과 빛을 내는 백운모가 들어있어 흐린 날에도 앞마당이 환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바닥이 불편하다고 하는 소윤이에게 시은 씨는 “울퉁불퉁한 박석 아래 있는 화강토는 알갱이가 커서 물을 흡수하고 내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빗물이 쉽게 빠져.”라고 인정전의 배수체계를 설명했다.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던 대조전에 이르자 소윤이의 눈빛이 더욱 반짝인다. 핸드폰 카메라에 궁의 모습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에 담긴 대조전의 기품있는 공간이 맘에 들었는지 소윤이는 주변의 부속건물들까지 꼼꼼히 살핀다. 왕비의 생활공간이던 대조전은 주변을 수많은 부속건물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흥복헌은 1910년 경술국치가 결정됐던 비극의 현장이다.

궁궐에 오니 조상들의 생활 모습 한눈에
책을 읽는 서재 겸 사랑채로 조성되었고, 국상을 당한 왕후들이 소복을 입고 은거하는 공간이었다고도 전해진다. 딸의 손을 꼭 잡은 시은 씨는 “사극에서나 보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며 느끼니 정말 새롭게 다가오고, 곳곳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또 한 번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돈화문 정문의 회화나무도 아직은 꽃봉오리를 피우지 않아 궁궐 마당의 산수유도 조금 더 기다려야 환한 모습을 보여 줄 모양이다. 일정상 낙선재 뒤편에 비밀스런 정원인 후원에 입장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소윤이는 “다음 여행에서는 오빠들과 함께 산수유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라며 오빠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내비쳤다. 소윤이의 예쁜 소망이 따뜻한 봄날과 함께 빨리 이뤄지길 바라본다.


사극에서나 보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며
느끼니 정말 새롭게 다가오고,
곳곳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또 한 번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됐다.

역사를 접하고, 자연을 느끼는
모녀만의 오붓한 여행 ‘창덕궁’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창덕궁은 자연과 잘 조화된 궁궐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조선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졌다. 궁궐을 구성하는 건물과 나무, 돌까지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창덕궁.
엄마 박시은 씨가 생애 처음으로 딸과 함께 하는 사극 현장 속으로 떠났다.

글. 박시나 | 사진. 조원종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은 자연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궁궐로 꼽힌다.

모녀만의 즐거운 추억 만들기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의 방문이 제한된 창덕궁이었다. 이 때문에 5인 가족이 함께하기로 했던 가족여행은 엄마와 딸, 둘만의 여행으로 변경되었다. 생애 처음 오빠들과 떨어져 엄마를 독차지할 생각에 은근 신이 난 소윤이. 아침 일찍 인천 송도를 출발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힘들 법도 하건만 소윤이는 연신 엄마와 눈맞춤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초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학년이 되었어요. 교과 과정도 어려워지는데 코로나19로 체험학습을 할 수 없어 걱정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오빠들이 고학년이다 보니 오빠들 눈높이에 맞춘 여행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소윤이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극에서 접했던 궁의 모습을 보면서 소윤이는 엄마에게 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모두가 유쾌하게 사극의 한 장면인 창덕궁 돈화문을 가로질러 금천교를 건넜다. 차 안에서도 창덕궁 관련 책을 보던 소윤이는 궁궐 전각과 마주하자 다시금 책을 펼친다. “엄마, 여기가 궐내각사인 거지? 궐내각사는 관청이라고 한다는데 관청은 어떤 곳이야?” 이론과 현장을 직접 살펴 가며 눈을 반짝이는 소윤이 앞에서 엄마는 이런저런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관청은 왕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기 위해 세운 곳이고, 원래는 궁 바깥에 있는데 안에 관청을 세운 곳은 궐내각사라고 불렀대.”

자연 속 과학을 담은 창덕궁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은 자연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궁궐로 꼽힌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서 후원에 이르기까지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과학적 원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무지개 기둥 다리로 이루어진 창덕궁의 금천교는 태종 11년인 1411년 3월 조성된 건축물로 현재 남아있는 궁궐 안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아치형의 구조로 견고함에 있어서는 어느 다리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인정전으로 향하는 길, 어도는 정문에서 시작해 두 번이나 꺾여 인정전에 닿게 된다. 자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궁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소윤이는 왕만 걷는다는 어도를 걸으며 엄마에게 질문을 건넨다. “엄마, 어도는 왕만 다닐 수 있는 거야? 옆에 길은 누가 다녀?” 시은 씨가 웃으며 소윤이 질문에 답변한다. “응, 어도는 왕만 다니고 오른쪽은 문관, 왼쪽은 무관이 다녔어.”
궁궐의 깊이 있는 색감과 아름다운 전각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기 바쁜 소윤이는 얼마 전 방영했던 사극에서의 궁궐 모습과 비교하며 감상하느라 눈과 손이 바쁘다. 인정전은 외국의 사신 접견 등 행사를 치르던 곳이며, 조선의 여러 왕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거행했다. 외부에서 2층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통층 건물로 이뤄졌으며, 화려하고 높은 천장을 볼 수 있다. 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정전 앞마당에도 과학 원리가 숨어있다.
인정전 바닥은 화강토에 박석을 덮어놓은 구조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해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박석은 화강암을 넓적하게 잘라 만들었는데, 화강암에는 유리의 주성분인 석영과 빛을 내는 백운모가 들어있어 흐린 날에도 앞마당이 환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바닥이 불편하다고 하는 소윤이에게 시은 씨는 “울퉁불퉁한 박석 아래 있는 화강토는 알갱이가 커서 물을 흡수하고 내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빗물이 쉽게 빠져.”라고 인정전의 배수체계를 설명했다.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던 대조전에 이르자 소윤이의 눈빛이 더욱 반짝인다. 핸드폰 카메라에 궁의 모습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에 담긴 대조전의 기품있는 공간이 맘에 들었는지 소윤이는 주변의 부속건물들까지 꼼꼼히 살핀다. 왕비의 생활공간이던 대조전은 주변을 수많은 부속건물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흥복헌은 1910년 경술국치가 결정됐던 비극의 현장이다.

궁궐에 오니 조상들의 생활 모습 한눈에
책을 읽는 서재 겸 사랑채로 조성되었고, 국상을 당한 왕후들이 소복을 입고 은거하는 공간이었다고도 전해진다. 딸의 손을 꼭 잡은 시은 씨는 “사극에서나 보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며 느끼니 정말 새롭게 다가오고, 곳곳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또 한 번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돈화문 정문의 회화나무도 아직은 꽃봉오리를 피우지 않아 궁궐 마당의 산수유도 조금 더 기다려야 환한 모습을 보여 줄 모양이다. 일정상 낙선재 뒤편에 비밀스런 정원인 후원에 입장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소윤이는 “다음 여행에서는 오빠들과 함께 산수유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라며 오빠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내비쳤다. 소윤이의 예쁜 소망이 따뜻한 봄날과 함께 빨리 이뤄지길 바라본다.


사극에서나 보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공간을 실제로 체험하며
느끼니 정말 새롭게 다가오고,
곳곳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니 또 한 번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