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을 위한
사회정서학습(SEL)의
교육방향

• 글·최서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올해 교육부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으로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사회정서발달을 통한 마음건강이다. 학생들의 사회정서발달에 대한 중요성은 이전부터 강조되어 왔으나, 최근 사회적 변화의 영향으로 학교 현장에서 실제적인 적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 성장교육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

사회정서학습(Social-Emotional Learning: SEL)

사회정서역량의 이론적 지향인 사회정서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이하 SEL)은 1990년대 초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인 ‘학업 및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협회(CASEL: 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Emotional Learning)’에서 제시한 발달심리학적 관점이다. SEL은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공감하며,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정서적 지식, 태도, 기술을 습득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을 뜻한다(CASEL, 2022).

SEL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잘 살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SEL은 다섯 가지 영역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영역은 사회정서발달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태도,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영역은 ‘자기인식’이다. 학생들이 자기 삶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했을 때 더 잘할 수 있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 나에 대한 다각적인 탐색에서부터 자기 인식이 시작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나’의 생각과 마음이 행동과 연결되어, 자기를 잘 이해할수록 사회적응을 위한 준비된 자세를 갖출 수 있다. 또한 자기인식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자기관리’ 영역으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역량이다. 가령 내가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고 해서 나의 감정을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내 기분이 너무 좋아 신이 난다고 하여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의 기분만 표현하는 것도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알고,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표현하는 역량을 통해 자기의 마음을 관리하게 되며, 이는 성숙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인식’으로 타인에게 초점을 두는 영역이다. 사회적 인식은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행동이다. 또한 내가 소속된 사회에서 적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인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역량은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자원이 된다. 사회적 인식이 높을수록 또래와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상황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네 번째 영역은 ‘관계기술’이다. 사회적 인식 단계에서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문제상황이 일어났을 때 최선의 전략으로 해결하는 방안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가족, 학교, 지역사회 등 여러 장면에서 다양한 관계를 경험한다. 좋은 관계만 유지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라 친구들끼리 벌어지는 크고 작은 다툼이 학교폭력 사건으로 번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win-win 하는 슬기로운 최선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을 배우는 것이다.

다섯 번째 영역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가장 중요한 사회이며,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책임감’ 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수업 참여하기, 친사회적 언어 사용하기, 예의 있게 행동하기, 협동하기, 배려하기, 모둠 활동하기 등이 학교에서 보여야 할 책임감 있는 행동들이다. 이러한 행동들이 기반이 되어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지 않고, 하기 싫은 것도 참고 인내하며 참여하는 행동도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내린 것이다. 자율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 자기결정성이 향상되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사회정서역량(Social-Emotional Competency)과 마음건강

사회정서역량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이 역량은 저절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선 학교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학교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익히게 하고, 인성 발달을 도와주며, 앞으로의 삶을 위한 진로를 찾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이다. 이렇듯 학생들의 삶에서 학교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며, 학교 안에서 즐겁게 생활할수록 건강한 발달을 보인다는 것은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정서역량과 마음건강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공부하는 생활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4년 전 우리 학생들은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에 가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또래 친구들과 만날 수 없었고,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없었다. 한편에서는, 학습 결손과 교육 격차를 겪은 많은 학생들이 기초 학습을 다지지 못한 채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지금까지도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불안정감과 우울감을 증가시켰고,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이어져 또래 간 갈등이 커지고 자존감이 낮아져 결국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반면에 학교 적응을 잘하는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고, 학습에 대한 동기가 형성되어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된다. 혹여 학습 결손으로 인해 낮은 성취 수준을 보이더라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을 발휘하여 격차를 차근차근 메꾸어 나갈 수도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은 심리정서적 안정과 학업성취, 대인관계 등 마음건강에 도움을 주는 일석삼조의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생활의 안정감과 즐거움은 마음건강에 중요한 긍정적 영향 요인이다.

마음건강을 돕는 사회정서학습 성장교육

SEL은 인간의 전 생애적 발달 과정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다. 영아기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인식이 발달하고, 점차 성장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며 자기관리를 하게 된다. 큰 사회로 나아가게 되면 사회적 인식 역량을 발휘하여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갈등과 문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역할 책임감을 갖고 상황에 맞게 내 의사를 결정하면서 자율성과 자기결정성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SEL은 개인의 발달과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여러 접근 방식의 적용이 가능하다. CASEL에서는 부모교육, 교사교육, 학생교육 등의 대상별 접근과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의 환경적 접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도 사회문화와 교육적 방향을 기반으로 하여 SEL을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미 각 지자체의 교육관과 특수성을 담은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의 사회정서학습을 위해 교육부 내에 ‘사회정서성장지원과’가 신설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사회정서성장지원과에서는 ‘자기인식’, ‘자기관리’, ‘관계인식’, ‘관계관리’, ‘공동체 가치의 인식 및 관리’, ‘정신건강의 이해와 관리’ 총 6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SEL의 5가지 영역을 우리 교육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여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마음건강을 놓치지 않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표이다.

SEL을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다. SEL의 도입 초기에는 ‘도덕’ 교과에 활용하였지만, 점차 사회, 국어 및 교과 융합으로 확장하여 적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인성교육 프로그램, 사회성증진과 대인관계를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되고 있다. SEL이 지향하는 것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협력적 접근이다. 우리 교육도 가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 등 공동체 교육의 방향을 위한 접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사회정서학습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성향과 발달 특성을 반영하여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간다면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교육칼럼 https://21erick.org/columns/
교육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eblog
CASEL 홈페이지. https://casel.org/

최서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교수

상담 및 생활지도를 전공하였고, 상담사 전문직 정체성, 사회정서학습, 느린학습자 등을 연구하면서 전문상담교사 양성교육과 수퍼비전을 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아동·청소년 사회정서향상 집단프로그램 상담사로 활동하였고, 현재는 느린학습자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사회정서학습 기반의 진로상담과 대인관계기술을 자문하고 있다. 또한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양육상담과 부모교육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