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시대,
우리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 글·서은지 토지초등학교 교사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마을로부터, 마을과 함께, 마을을 배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는 작은 학교 교육 공동체에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은 친구를 잃고, 교사는 직장을 잃으며, 학부모는 이웃을 잃는다.

학령인구 감소로 면 단위, 작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전남 구례의 한 해 신생아 수는 100명 밑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구례에 있는 10개의 초등학교에 100명이 안 되는 아이들이 나눠 가며 입학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 학교에 10명씩 입학하고 있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중심지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약 60명의 학생들이 읍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40명 남짓의 학생들이 8개의 면 단위 학교에 나누어 다니고 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지역 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선생님들이 학교를 홍보하러 다닌다. 교장, 교감이 학교 홍보 리플릿을 들고 다니면서 읍에 있는 어린이를 작은 학교로 데리고 오려고 하지만 중심지의 큰 학교들도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다. 중심지의 학교들도 1학년 학급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급 감소는 대한민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전남은 인접 두 개 학년의 학생 수가 4명 이하가 되면 복식학급으로 운영된다. 그렇게 될 경우, 학교에 교감이 사라지며 보건, 영양 교사 또한 없어진다. 학교에 주어지는 행정업무의 양은 그대로인데 나눠 가질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하지만 어떻게든 학교를 유지하는 게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작은 학교의 교육공동체는 공감하고 있으며 교육지원청과 함께 대책을 생각해 내고 실천하는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책 : 농산어촌 유학

학생 수 확보와 더 나아가 해당 가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음을 기대하며 우리 지역은 초점을 농산어촌 유학에 맞추었다. 농산어촌 유학으로 구례의 면 초등학교들은 적정 학생 수를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다. 현재 근무 중인 토지초등학교는 2023학년도 2학기부터 농산어촌 유학생을 받고 있다. 2024학년도 전교생 36명 중 서울·경기 지역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11명이다. 다행히도 구례가 바라는 최종 목표인 장기 유학, 나아가 지역에 정착하고자 하는 가족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미래가 보이는 농산어촌 유학을 위해 필요한 것 중 첫 번째는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망 구축이다. 최근 유학생을 받는 학교의 구성원들은 반 공인중개사이다. 일단 유학생활 동안 머물 수 있는 집이 있어야 유학을 올 수 있으니 말이다.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듯이 오히려 시골에서 월세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 빈집은 많으나 막상 세를 내주는 곳은 없다. 직접 발로 뛰는 게 답이었다. 얼굴을 트고 대화를 나누는 날이 많아지니 마음을 열고 유학생을 받아주는 집이 생겼다. 한 집, 두 집이 생기니 이제는 마을 주민분이 학교에 공실 상황을 알려주실 정도로 학교와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두 번째는 함께 융화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작은 학교 감성으로 살아온 학생, 가족들과 유학생 가족의 문화를 맞춰가며 학급 및 학교를 운영하는 일에는 교원은 물론, 학생, 학부모 모두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교사와 학부모 간, 지역 학부모와 유학 학부모간의 소통은 끝이 없다. 학교는 학년별 학부모모임을, 학부모회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그리고 교육공동체 3주체가 모두 활동할 수 있는 마을학교와 체육대회를 통해 만남의 장을 만든다. 당연히, 활동 전과 후의 친밀도,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다르다.
세 번째는 원래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가족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농산어촌 유학을 위해 희생하고 받쳐주는 존재가 아님을 학교와 교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농산어촌 유학은 최고의 대책일까? 요즘엔 작은 학교 선생님들이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학교를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소명까지 생겨버린 것,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 것은 맞다.
현재 지역 내 면 단위 교사는 학생 수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유학생과 지역 학생 간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극복해야 하고, 학급 수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업무량 증가까지 감당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이를 위한 지원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생 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청, 도교육청 주도의 학교 간 협력 활동들은 활동대로 추가되고 있는데 교사 정원 감축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각 : 중심학교

7년 전부터 교류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나누는 주제다. 사라지는 학교를 막기 어렵다면 학년별 중심학교는 어떨까? 초등학교의 경우 인접 학교 둘을 짝으로 묶어 한쪽은 유치원 및 저학년 중심학교, 다른 쪽은 고학년 중심학교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유치원과 1, 2학년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과정과 학교 공간, 3~6학년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과정과 공간으로 학교를 나눠서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해 본다.
활동을 함께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모둠활동이 필요한 수업의 경우, 작은 학교에서는 인접 학년을 묶어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학년이라도 실력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예체능요일을 정해 어떤 날은 A 학교에 모여서 체육 수업을 학년별로, 어떤 날은 B 학교에 모여서 음악 수업을 학년별로 실행하는 것이다. 같은 나이의 친구와 모여 하는 모둠활동을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학교 학생을 만나면서 더 넓은 시야의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6년 혹은 9년 내내 한 학급으로 지내며 고착될 수 있는 학급 내 관계에 전학생, 유학생을 넘는 학교 간 교류는 분명 임팩트가 다를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놓을 수 없는 작은 학교

작은 학교, 혁신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가족들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걱정을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많은 아이들 속에서 잘 지낼까? 학습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 한 지역의 아이들을 10년째, 마을학교를 통해 청소년의 모습까지 만나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고 그런 자신을 인정받으며 학교생활을 보낸 아이는 그 힘으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자발적 청소년 단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출신학교를 보면 작은 학교의 비율이 학생 수 대비 높다. 이 모습이 오히려 농산어촌 유학을 온 가족이 장기 유학 또는 정착에 대해 생각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나는 교사생활이 재밌는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개인 성향 덕분에 매해 새로운 아이들과 마주한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며 행운이다. 항상 다시 공부해야 하고, 다시 아이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도 즐겁다. 학교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왜 어떤 점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고민하는 것도 좋다.
이런 마음으로 교사로서 지낼 수 있는 이유는 작은 학교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이라, 동료와 함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학교를 넘어,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가 동료가 되어 이 문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함께 고민할 때이다.

참고 사이트 : 구례교육지원청

서은지
토지초등학교 교사

2015년 광주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0년 째 구례의 작은 학교이자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평일에는 토지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주말에는 ‘자라는 공동체’ 청소년 마을 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