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교육매체 관점에서 테크놀로지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연구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학습자의 학습을 지원하거나, 교사의 수업과 관련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최근의 AI·디지털 도구의 활용은 학교 교육 장면에서 교사의 능력을 보완 또는 증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교사가 개별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입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되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며, 또한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다. 마찬가지로 AI·디지털 도구가 학교에 도입되고 활용되는 데에도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먼저, 교사의 긍정적 인식이 AI·디지털 도구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도입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교사의 테크놀로지 수용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모형들(예: 관심중심수용모형(Concern-based Adoption Model: CBAM), Hall et al., 1979, 테크놀로지수용모형(Technology Acceptance Model: TAM), Davis, 1989, 통합기술수용이론(Unified Theory of Acceptance and Use of Technology: UTAUT), Venkatesh et al., 2003)에 따르면, 교사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교사의 관심과 효능감, 용이성과 효과성에 대한 긍정적 태도, 경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사의 역량이 AI·디지털 도구의 활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선행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하듯,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학교 도입에 따라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지속적으로 탐색되어 왔다. 첨단 테크놀로지 기반의 미래교육에 초점을 두고 교사 역량을 탐색한연구들에서는 교사의 AI·디지털에 대한 지식, 기능, 태도 수준이 교사가 AI·디지털을 교육에 활용하는 방향과 양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교육부 AIEDAP 사업을 통해 발표된 ‘교사의 AI·디지털 역량 체계(서정희 외, 2023)’에서는 교사가 수업의 설계에서 실행에 걸친 A(분석)-D(설계)-D(개발)-I(실행)-E(평가)의 단계마다 AI·디지털을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주요 교사역량으로 설정하였다. 이들 역량이 실현되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교사는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 내용, 학습자, 학습 환경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개별 학습자의 학습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하며, 학습자의 특성과 학습 수준에 대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습을 촉진할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전 과정에서 AI·디지털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디지털 전환에 맞춘 수업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AI·디지털에 대한 교사의 전반적인 인식을 진단해 보고, 교사의 수업 설계와 실행의 과정에서 AI·디지털의 활용 수준 및 실제 활용 간 격차를 살펴봄으로써 교사의 역량 제고가 필요한 지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설문 조사 결과

• 설문 대상 및 절차
AI·디지털을 수업에서 실제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교사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자, AIEDAP 사업에서 양성한 마스터및 리더 교원 226명(초등-112명, 중학교-55명, 고등-59명)에게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였다(2023.9.25.~10.12.). 본고에서는 설문 결과 중 교사 인식과 지원 요구에 관한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 AI·디지털 수용을 위한 교사의 인식
AI·디지털 수용을 위한 교사의 인식과 관련하여 AI·디지털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AI·디지털 활용이 수업 운영과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AI·디지털을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교사 집단의 인식과 요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 집단 전체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설문 대상 집단의 특성과 연결 지어 다음에서 다루는 지원 요구를 해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 AI·디지털 기반 교수활동에 대한 지원 요구
수업 설계에서 실행까지의 A(분석)-D(설계)-D(개발)-I(실행)-E(평가) 단계별 AI·디지털 기반 교수활동의 실행도와 중요도 차이를 분석하고, Borich의 공식을 이용하여 지원 요구의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을 도출하였다. 전반적으로 AI·디지털을 수업 설계 및 개발을 위해 현재 활용하는 실행 수준(실행도)보다는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수준(중요도)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행도와 중요도의 격차를 통해 지원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원의 우선순위가 높은 교수활동을 순서대로 5순위까지 살펴보면, 모두 학습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업 설계·실행에 대한 지원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이다.

논의

AI·디지털 수용을 위한 교사의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교사들은 AI·디지털의 유용성과 용이성, AI·디지털에 대한 교사 역량 측면에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본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비교적 많은 AI·디지털 교원연수의 경험을 가지고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일정 수준 이상의 AI·디지털 역량과 인식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교사의 테크놀로지 수용을 설명하는 여러 모형들에서는 교사의 인식이 수용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최근의 선행연구에서도 AI 도구에 대하여 높은 유용성과 낮은 위험성 인식을 가진 집단일수록 수용 의도가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신세인 외, 2022). 이에 모든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 AI·디지털 활용의 긍정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이로써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설문 참여 교사 집단의 특징은 ADDIE 단계별 AI·디지털 기반 교수활동에 대한 지원 요구에서, 개발 단계를 제외한 분석, 설계, 실행, 평가 단계에 대한 지원 요구가 높게 나타난 결과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AI·디지털 역량을 갖추었기 때문에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 자료 및 활동의 개발 단계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교사의 AI·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교사 간 AI·디지털 역량 차이를 고려한 교원연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강민수 외, 2023), 본 설문 조사의 결과는 다양한 역량 수준을 가진 교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원의 우선순위가 높은 교수활동을 살펴보면, 순서대로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습자 특성 분석(1순위), 학습자맞춤형 평가 및 실시간 피드백(2순위), 학습자 특성 및 성취기준 등을 고려한 수업 목표 설정(3순위),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보충 학습 기회 제공(4순위), AI·디지털 기반 학습자 관리(5순위)로 나타난 결과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습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학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차별화된 학습 내용과 방법과 평가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대한 지원 요구가 높다 하겠다. 선행연구들에서도 교사들이 학생 수준에 따른 수업 진행과 피드백, 학습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높이 인식하고 있으며(이철현, 2022), 이에 개별화 학습 설계 역량에 대한 지원 요구가 높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정제영 외, 2021).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AI·디지털 도구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 인식 개선을 위한 연수가 필요하며, 특히 교사 간 AI· 디지털 역량의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