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글.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I. 들어가며1)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우리 교육계가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가장 핵심 문제인 온라인 학습 약자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코로나 시대 적응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제정) 방향, 교육계가 지향해야 할 뉴노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II. 우리 교육계의 대응 방향

1. ‘온라인 교육 대실험’ 결과 분석 활용
코로나 19 이전에는 대면교육의 문제점은 부각되고 원격 온라인 교육은 그 가능성이 과대포장 되었었다. 그러나 갑자기 실시된 온라인 교육 대실험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향후 우리 교육이 유사한 상황에 잘 대응해가기 위해서는 이 실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사전 설계 없이 매일매일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이 실험의 상세한 진행 경과, 매일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결정 주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결정을 실행한 결과 나타난 산출과 부작용, 되돌아보아 아쉬운 점과 시사점 등을 국가연구기관 어디에선가는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는 이 과정 중에 쌓이고 있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바람직한 미래 대응 시스템 구축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온라인 학습 약자 대책
가. 온라인 학습 약자
이번 실험을 통해 크게 부각된 것이 온라인 학습 약자 문제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학습 약자는 재택 온라인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과 기기 그리고 공간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온라인 학습을 지원할 학습 도우미(부모)도 갖고 있지 못한 취약계층 자녀들이다. 그런데 이들만이 아니라 혼자서 학습이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특수교육 대상자 및 특수교육 경계선 학생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학습 동기와 집중력 및 자기 관리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모두 온라인 학습 약자로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강요된 온라인 대실험 결과 학업 수준에서 중위권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김영수·강려원, 2020.09.18.; 이덕영, 2020.10.10; 이유진, 2020.07.08; 전승엽·김정후, 2020.08.22.)가 이어지는 이유는 이러한 원격 온라인 학습 약자들이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나. 온라인 학습의 특성
비대면 온라인 학습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탈피를 비롯한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특성, 학습의 특성, 에듀 테크 기술 수준,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대한 투자 수준에 비춰볼 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효과를 믿으며 추진해왔던 사람들도 그 한계를 느껴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이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교사와 함께 하는 대면학습이 병행되어야 함을 인정하는 혼합학습(blended learning)을 주창하고 있다. 사실상 학생들이 하루 종일 조그마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혼자서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혹자는 학교가 이제껏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지 못한 탓이라며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온라인 학습 역량과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면 조금은 더 낫겠지만 성인인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즉 자기 통제와 집중의 한계를 가진 인간의 특성에 비춰볼 때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오락 프로그램도 집중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본래 재미있기 힘든 학습 프로그램은 오히려 저예산, 저인력으로 제작되고 있어서 학생들을 붙잡기가 더욱 어렵다.


1) 이 글은 박남기(2020a), 박남기(2020b), 박남기·임수진(2015)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

3. 온라인 학습 문제점 완화 방안 모색
가. 지역사회의 역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학습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관심과 온라인 교육 지원 역량이라는 심리적·가정적 격차이다. 원격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각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원격 온라인 교육 강화는 교육적·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오프라인 교육에서보다도 더 섬세하게 학습 약자를 배려하고 투자해야 한다.
원격 교육 상황에서 학교가 이들을 모두 챙길 수는 없다. 국가, 교육청, 학교, 학부모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함께 나서서 미래 시민인 이들의 학습과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교가 어려운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학습 및 생활지도 방문 도우미 제도를 적극 실시해야 한다. 온라인 학습 약자들의 학습 도우미를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아침과 오후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고, 이에 따른 개인 사업자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주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소규모 온라인 학습방을 다수 설치하고, 여기에도 접근이 어려운 온라인 학습 약자에게는 교육 상품권을 주어 인근 학원교사의 도움이라도 받도록 할 필요도 있다. 바이러스 퇴치에 정부와 온 사회가 나서듯이 원격 교육의 지속으로 인해 발생할 학습 효율성 저하와 방치 아동 문제 해결에도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나. 학교와 교사의 대응
각 학교는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등교할 수 없을 때의 시나리오,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할 경우의 시나리오, 온라인 학습 약자를 위한 시나리오 등 상황과 대상별 시나리오를 만들어둘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토대로 교육청,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국가 등의 공공 부문과 지역사회와 학부모 등이 어떠한 역할을 어떻게 해줄 때 학교가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리·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의 실험을 토대로 재난 상황에서 학교가 챙겨야 할 핵심 사항으로 드러난 것은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의 학습 효율성만이 아니라 전인교육 방향 마련, 학생과의 지속적인 소통 방법 마련 및 온라인 소통 역량 강화, 온라인 학습 약자의 학습 지원책 마련,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급식시스템 마련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학교 부적응 및 이탈 학생 증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선생님과 학부모의 방치로 인해 온라인 등교 기간 동안 늦잠을 자고, 학습을 소홀히 하는 습관을 갖게 된 학생들은 등교 개학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학교 부적응 학생,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직원의 스트레스 및 건강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학생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학부모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학부모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온라인 재택 학습 기간에는 학생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그러하지만 이 시기에는 특히 부모들이 교사의 지원 하에 자녀교육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교사가 부모 교육자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견되면 그 학생이 방치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모가 취약계층이어서, 혹은 무관심해서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과 함께 그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III. 코로나 시대 적응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방향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의 교육을 단순히 일부를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을 빠른 시일에 이뤄내기는 힘들다. 당장 필요한 것은 원격수업이 지속되는 코로나 19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법에 의거해 실시하도록 되어 있어서 교육부가 교육을 뉴노멀에 맞게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관련법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도 바뀌기 어렵다. 대면교육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있는 법을 가지고 원격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기회 삼아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법 제정과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예시는 표와 같다.

<표 1>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교 수업 관련 상황 예시

이는 국가 재난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수업 시수나 수업 시간을 결정하는 주체·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대신 고시인 국가교육과정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가령 지금처럼 상당 기간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인솔하지 않은 학교 밖에서의 체험도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법률에는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유사 관련 조항으로는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3항에 의거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수업 운영방법 등) 제5항 ‘교외 체험학습’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전체 학생 대상 원격수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부모가 희망하는 특별한 경우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재난 상황에서 혹은 학교가 처한 특별한 상황에 의해 모든 학생 혹은 해당 학생을 위한 학교 밖 활동 인정에 대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관련 조항은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이유로 학교장이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가령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학교장이 학교의 수업 일수를 조절하고자 했을 때,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3항과 동법 시행령 제45조에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적으로 줄일 수 없었고, 교육부의 공문(*사실상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수업 일수 감축이 가능했던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번의 사례를 재분석해 재량권 행사에 따른 책임과 권한 소재 명확화 등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나아가 학교장의 자율적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기관 및 행정기관의 여타 관련 규정 및 관행(혹은 문화) 등을 살펴 현실에 맞게 제도와 관련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 시대 혹은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교 경영, 수업 설계, 평가 방법 등을 포함해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내용, 절차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IV. 교육계가 만들어야 할 뉴노멀: 스말로그 교육
(smart+analogue, smalogue)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학교 교육도 온라인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어야 할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은 그것이 아니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인간의 특성, 교육의 특성, 그리고 에듀 테크의 현주소 등에 맞춘 교육 뉴노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뉴노멀은 ‘스말로그(smart+analogue)교육’이다. 스말로그 교육은 스마트 교육과 전통의 아날로그식 교육을 조합한 용어이다. 혼합학습이나 하이브리드 수업과 달리 스말로그 교육은 학교와 인간 교사가 주도하는 전통의 대면교육을 중심으로 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첨단 에듀 테크 활용을 최대화하는 대면 초점형 교육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면과 비대면교육이 화학적으로 결합되겠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교육 주체는 인간 교사임을 강조하는 개념이 스말로그 교육이다.
향후에는 초·중등학교가 오프라인 학교와 매일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말로그 학교가 되도록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오전에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학습 활동을 비롯한 교육 활동을 하되, 교사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다양한 첨단 에듀 테크를 활용하며 공부하게 될 것이다. 오후에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 혹은 지역사회의 여러 센터에 가서 경험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스말로그 교육이 지향하는 바이다. 이러한 변화가 성공한다면 학생들은 기존 학교와 선생님이 지도하는 아날로그 교육의 강점은 누리면서도 첨단 에듀 테크와 지역사회 다양한 센터 활용 교육까지 함께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만드는 것, 그것이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다.

참고 문헌

  • 박남기(2020a).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교육 주체별 대응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이슈페이퍼 3호.

  • 박남기(2020b).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임승규·박남기 외 5인, 포스트 코로나(297-352). 서울: 한빛비즈.

  • 박남기, 임수진(2015). 스마트 학급 경영의 개념과 방향 탐색. 한국교원교육연구, 32(1), 371-394.

  • 김영수, 강려원(2020.09.18.). [뉴스큐] 보육도 학력도 ‘코로나 양극화’…저학년일수록 심각 우려.
    YTN. https://www.ytn.co.kr/_ln/0103_20200918164 1337584

  • 이덕영(2020.10.10.). ‘그냥 듣기만’ 원격수업에 사라진 중간…학력 양극화.
    MBC.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 5936949_32524.html

  • 이유진(2020.07.08). 원격수업 속 ‘교육 양극화’…중위권 성적 추락.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52702.html

  • 전승엽, 김정후(2020.08.22.). [이슈 컷] ‘일등과 꼴찌만 있다’…코로나로 심화하는 교육 양극화.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821058600797?input=1195m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행정정책학을 공부했으며 「포스트 코로나(2020)」, 「실력의 배신(2018)」, 「최고의 교수법(2017)」 등 교육 분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글.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I. 들어가며1)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은 우리 교육계가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가장 핵심 문제인 온라인 학습 약자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코로나 시대 적응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제정) 방향, 교육계가 지향해야 할 뉴노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II. 우리 교육계의 대응 방향

1. ‘온라인 교육 대실험’ 결과 분석 활용
코로나 19 이전에는 대면교육의 문제점은 부각되고 원격 온라인 교육은 그 가능성이 과대포장 되었었다. 그러나 갑자기 실시된 온라인 교육 대실험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향후 우리 교육이 유사한 상황에 잘 대응해가기 위해서는 이 실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사전 설계 없이 매일매일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이 실험의 상세한 진행 경과, 매일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결정 주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결정을 실행한 결과 나타난 산출과 부작용, 되돌아보아 아쉬운 점과 시사점 등을 국가연구기관 어디에선가는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는 이 과정 중에 쌓이고 있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바람직한 미래 대응 시스템 구축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온라인 학습 약자 대책
가. 온라인 학습 약자
이번 실험을 통해 크게 부각된 것이 온라인 학습 약자 문제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학습 약자는 재택 온라인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과 기기 그리고 공간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온라인 학습을 지원할 학습 도우미(부모)도 갖고 있지 못한 취약계층 자녀들이다. 그런데 이들만이 아니라 혼자서 학습이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특수교육 대상자 및 특수교육 경계선 학생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학습 동기와 집중력 및 자기 관리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모두 온라인 학습 약자로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강요된 온라인 대실험 결과 학업 수준에서 중위권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김영수·강려원, 2020.09.18.; 이덕영, 2020.10.10; 이유진, 2020.07.08; 전승엽·김정후, 2020.08.22.)가 이어지는 이유는 이러한 원격 온라인 학습 약자들이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나. 온라인 학습의 특성
비대면 온라인 학습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탈피를 비롯한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특성, 학습의 특성, 에듀 테크 기술 수준,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대한 투자 수준에 비춰볼 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효과를 믿으며 추진해왔던 사람들도 그 한계를 느껴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이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교사와 함께 하는 대면학습이 병행되어야 함을 인정하는 혼합학습(blended learning)을 주창하고 있다. 사실상 학생들이 하루 종일 조그마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혼자서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혹자는 학교가 이제껏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지 못한 탓이라며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면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온라인 학습 역량과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길러주면 조금은 더 낫겠지만 성인인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즉 자기 통제와 집중의 한계를 가진 인간의 특성에 비춰볼 때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오락 프로그램도 집중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본래 재미있기 힘든 학습 프로그램은 오히려 저예산, 저인력으로 제작되고 있어서 학생들을 붙잡기가 더욱 어렵다.


1) 이 글은 박남기(2020a), 박남기(2020b), 박남기·임수진(2015)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

3. 온라인 학습 문제점 완화 방안 모색
가. 지역사회의 역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학습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관심과 온라인 교육 지원 역량이라는 심리적·가정적 격차이다. 원격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각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원격 온라인 교육 강화는 교육적·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오프라인 교육에서보다도 더 섬세하게 학습 약자를 배려하고 투자해야 한다.
원격 교육 상황에서 학교가 이들을 모두 챙길 수는 없다. 국가, 교육청, 학교, 학부모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함께 나서서 미래 시민인 이들의 학습과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교가 어려운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학습 및 생활지도 방문 도우미 제도를 적극 실시해야 한다. 온라인 학습 약자들의 학습 도우미를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아침과 오후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고, 이에 따른 개인 사업자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주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소규모 온라인 학습방을 다수 설치하고, 여기에도 접근이 어려운 온라인 학습 약자에게는 교육 상품권을 주어 인근 학원교사의 도움이라도 받도록 할 필요도 있다. 바이러스 퇴치에 정부와 온 사회가 나서듯이 원격 교육의 지속으로 인해 발생할 학습 효율성 저하와 방치 아동 문제 해결에도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나. 학교와 교사의 대응
각 학교는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등교할 수 없을 때의 시나리오,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할 경우의 시나리오, 온라인 학습 약자를 위한 시나리오 등 상황과 대상별 시나리오를 만들어둘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토대로 교육청,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국가 등의 공공 부문과 지역사회와 학부모 등이 어떠한 역할을 어떻게 해줄 때 학교가 재난 상황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리·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의 실험을 토대로 재난 상황에서 학교가 챙겨야 할 핵심 사항으로 드러난 것은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의 학습 효율성만이 아니라 전인교육 방향 마련, 학생과의 지속적인 소통 방법 마련 및 온라인 소통 역량 강화, 온라인 학습 약자의 학습 지원책 마련,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급식시스템 마련 등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학교 부적응 및 이탈 학생 증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선생님과 학부모의 방치로 인해 온라인 등교 기간 동안 늦잠을 자고, 학습을 소홀히 하는 습관을 갖게 된 학생들은 등교 개학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학교 부적응 학생,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직원의 스트레스 및 건강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학생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이 학부모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학부모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온라인 재택 학습 기간에는 학생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그러하지만 이 시기에는 특히 부모들이 교사의 지원 하에 자녀교육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교사가 부모 교육자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견되면 그 학생이 방치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모가 취약계층이어서, 혹은 무관심해서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과 함께 그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III. 코로나 시대 적응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방향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의 교육을 단순히 일부를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을 빠른 시일에 이뤄내기는 힘들다. 당장 필요한 것은 원격수업이 지속되는 코로나 19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법에 의거해 실시하도록 되어 있어서 교육부가 교육을 뉴노멀에 맞게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관련법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도 바뀌기 어렵다. 대면교육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있는 법을 가지고 원격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기회 삼아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법 제정과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예시는 표와 같다.

<표 1>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학교 수업 관련 상황 예시

이는 국가 재난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수업 시수나 수업 시간을 결정하는 주체·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대신 고시인 국가교육과정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가령 지금처럼 상당 기간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사가 인솔하지 않은 학교 밖에서의 체험도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법률에는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유사 관련 조항으로는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3항에 의거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수업 운영방법 등) 제5항 ‘교외 체험학습’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전체 학생 대상 원격수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부모가 희망하는 특별한 경우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재난 상황에서 혹은 학교가 처한 특별한 상황에 의해 모든 학생 혹은 해당 학생을 위한 학교 밖 활동 인정에 대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관련 조항은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이유로 학교장이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가령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학교장이 학교의 수업 일수를 조절하고자 했을 때,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3항과 동법 시행령 제45조에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적으로 줄일 수 없었고, 교육부의 공문(*사실상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수업 일수 감축이 가능했던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번의 사례를 재분석해 재량권 행사에 따른 책임과 권한 소재 명확화 등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나아가 학교장의 자율적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기관 및 행정기관의 여타 관련 규정 및 관행(혹은 문화) 등을 살펴 현실에 맞게 제도와 관련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 시대 혹은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교 경영, 수업 설계, 평가 방법 등을 포함해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내용, 절차가 명확해야 할 것이다.

IV. 교육계가 만들어야 할 뉴노멀: 스말로그 교육
(smart+analogue, smalogue)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학교 교육도 온라인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어야 할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은 그것이 아니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인간의 특성, 교육의 특성, 그리고 에듀 테크의 현주소 등에 맞춘 교육 뉴노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뉴노멀은 ‘스말로그(smart+analogue)교육’이다. 스말로그 교육은 스마트 교육과 전통의 아날로그식 교육을 조합한 용어이다. 혼합학습이나 하이브리드 수업과 달리 스말로그 교육은 학교와 인간 교사가 주도하는 전통의 대면교육을 중심으로 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첨단 에듀 테크 활용을 최대화하는 대면 초점형 교육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면과 비대면교육이 화학적으로 결합되겠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교육 주체는 인간 교사임을 강조하는 개념이 스말로그 교육이다.
향후에는 초·중등학교가 오프라인 학교와 매일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말로그 학교가 되도록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오전에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다양한 학습 활동을 비롯한 교육 활동을 하되, 교사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다양한 첨단 에듀 테크를 활용하며 공부하게 될 것이다. 오후에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 혹은 지역사회의 여러 센터에 가서 경험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스말로그 교육이 지향하는 바이다. 이러한 변화가 성공한다면 학생들은 기존 학교와 선생님이 지도하는 아날로그 교육의 강점은 누리면서도 첨단 에듀 테크와 지역사회 다양한 센터 활용 교육까지 함께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만드는 것, 그것이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다.

참고 문헌

  • 박남기(2020a).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교육 주체별 대응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이슈페이퍼 3호.

  • 박남기(2020b).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임승규·박남기 외 5인, 포스트 코로나(297-352). 서울: 한빛비즈.

  • 박남기, 임수진(2015). 스마트 학급 경영의 개념과 방향 탐색. 한국교원교육연구, 32(1), 371-394.

  • 김영수, 강려원(2020.09.18.). [뉴스큐] 보육도 학력도 ‘코로나 양극화’…저학년일수록 심각 우려. YTN. https://www.ytn.co.kr/_ln/0103_20200918164 1337584

  • 이덕영(2020.10.10.). ‘그냥 듣기만’ 원격수업에 사라진 중간…학력 양극화. MBC.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 5936949_32524.html

  • 이유진(2020.07.08). 원격수업 속 ‘교육 양극화’…중위권 성적 추락.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52702.html

  • 전승엽, 김정후(2020.08.22.). [이슈 컷] ‘일등과 꼴찌만 있다’…코로나로 심화하는 교육 양극화.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821058600797?input=1195m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행정정책학을 공부했으며 「포스트 코로나(2020)」, 「실력의 배신(2018)」, 「최고의 교수법(2017)」 등 교육 분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