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에서 배우는
공교육 혁신의 시사점1)

글.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올해로 6년째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가운데 자신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의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기존 교과 중심의 지식교육을 벗어나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한다. 또한 세상의 여러 모습과 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글을 읽고 토론하며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스스로 찾고 실천해보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수업과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다 깊이 성찰하고, 세상이나 어른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배움을 경험해 문제 해결력과 기획력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보다 자신감 있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갖는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재정을 투여하고 학력 인정 등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은 10여 년 이상 공교육 밖에서 대안교육을 실천해왔던 도시형 대안학교들과 협력하고 있다.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 3곳(공간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이 교육과정 운영기관으로 참여하고 있고, 공교육 교사 가운데 교육 혁신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함께 참여해 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대안교육이 오랫동안 검증해왔던 교육의 원리와 내용들 가운데 1년간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뼈대로 삼아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대안교육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긴 하지만, 실제로 공교육 내에서 대안교육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안학교들 가운데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도 있고 이러한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안교육의 시작이나 주된 흐름은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즉, 공교육의 틀 내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대학 입시나 관료제 등의 벽에 막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공교육 제도 밖에서 교육의 본질에 맞게 교육을 재구성하는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대안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붙들고 실천해왔던 교육적 성과들을 공교육의 변화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공교육 혁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대안교육이 가진 장점 가운데 공교육에 적용하면 유용할 부분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도 제안해 본다.


1) 이 글은 교육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www.21erick.org)’ 홈페이지 칼럼란에 2017년 5월 11일에 실었던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대안교육의 특징1 : 생활교육
공교육 현장에서 30년을 근무한 경력교사로서 대안교육과 6년 정도 협업하면서 느끼는 대안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생활교육’이다. 물론 여기서 ‘생활교육’이라는 것은 지각을 체크하고, 머리 길이나 염색, 화장, 교복을 제대로 입었는지를 단속하고 확인하는 차원의 생활지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고,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아픔의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그와 관련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안내해주며 아이들의 배움의 맥락을 짚어주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공교육 내에서도 생활교육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교과교육이 중심이 되고, 생활교육은 덜 강조된다. 때문에 각 교과별로 연계성이 높은 지식의 체계가 제공되고, 교사에게는 그 내용을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의미에서의 교과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체계화된 지식을 아무리 잘 전달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그 내용을 다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교사가 전달해주는 내용을 얼마나 소화하고 이해하는가는 개인차가 상당하다. 심지어 학교에 출석하고 수업에 참여할 뿐 전혀 배우지 않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내용, 좋은 내용을 배우지만 그 내용들이 교과서적인 지식으로만 남을 뿐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은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잊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많이 배우지만 이것이 전인적인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대안교육에서는 교과에 투여되는 시간이나 교과에서 다루는 지식의 양이 공교육에 비해 적다. 대신 일주일 동안 자신들이 배우는 내용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관련이 있으며, 그 가운데서 각자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자신의 배움을 전개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교사들과 아이들 상호 간에 이야기를 나누며 내면화하고 반성하며 배움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안교육 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주일에 2시간 내지 6시간 정도 이러한 시간을 갖는다. 또 개별 교과 수업도 교사가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적은 양일지라도 아이들 스스로 그 내용을 탐구하고 그것이 각자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현재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표현과 실천을 해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당연히 다루는 절대 지식의 양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각자의 삶에 내면화되는 부분은 적지 않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나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은 더 많이 길러진다.

대안교육의 특징2 :
개별 학생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대안교육이 갖는 또 다른 강점은 개별 학생의 배움 상황에 맞춰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교육은 잘 갖춰진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거나 그 가운데서 제대로 된 배움을 맛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교사가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수준별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그 학년에 요구되는 교육과정의 내용에 맞춰 이뤄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그 학년에서 요구되는 내용을 다 가르치지 않았을 경우 다음 학년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나아가 고입이나 대입이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제대로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움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흥미나 수준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업을 포기하거나 잠을 자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대안교육은 기본적으로 평가를 교육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이는 점수와 등급으로 환산되는 수치화된 평가를 할 필요가 없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물론이고, 점수와 등급을 산출해야 하는 학력인정 인가 대안학교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력인정 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점수와 등급으로 환산되는 수치화된 상대평가로 인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 교육과정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대안교육은 평가가 아닌 교육 철학과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교육과정의 중심에 둔다. 교과의 수준이나 내용, 방법도 실제 아이들 가운데 어떤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느냐에 따라 수시로 조정을 하고, 교과목 신설도 조정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아이가 처한 상황이나 관심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과 수업을 조정해 나간다. 당연히 대안교육의 상황에서 적게 배우는 아이는 있지만 배움을 포기하는 아이는 없다. 배울수록 두렵고 배울수록 배움에 흥미를 잃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안교육의 특징3 :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일체성이 있는 교육

대안교육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되고, 교육과정에 근거한 수업이 이어지는 교육학적 일체성이다. 이 원리는 공교육도 마찬가지지만 개별 교사들이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 철학이 있고, 국가 교육과정이 매우 촘촘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주로 해야 할 고민은 주어진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 가운데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과서와 수업내용을 재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과정이 아닌 교과서에서 시작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아이들을 수업에 끌어들일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경력이 쌓일수록 수업의 기술은 늘지만 교육과정과 교육 철학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가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교육 철학에서 시작해 교육과정, 수업으로 연결되는 교육학의 원리는 그야말로 교육학 이론에서만 존재할 뿐 학교와 교사의 삶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역량을 쌓아가려면 별도의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대안교육에서는 모든 교사들이 교육 철학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다. 우리 학교가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시대적 상황, 아이들의 현실 등을 고려하고 지난해 교육에 대한 반성을 거듭한다. 그리고 교육 철학이 정해지면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놓고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의 큰 틀은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과정의 내용은 해마다 변한다. 아이들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고 또 지난해 교육에 대한 평가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교사들 가운데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수업의 구성이라는 교육학적 원리들이 내면화되고 훈련된다. 물론 구체적인 수업의 기술이나 방법, 각 개별 교과에 대한 전문성 면에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다고 할 때, 그와 관련한 총체적 교육학적 안목과 역량은 많이 축적된다.

대안교육이 공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
지금까지 대안교육이 이룬 성과와 상대적으로 갖고 있는 강점을 위주로 묘사했다. 물론 대안교육에도 약점이나 어려움, 고민도 많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 가운데서 앞서 제시한 여러 교육적 성과를 축적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안교육이 그동안 쌓아온 여러 강점들을 공교육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입시 위주의 교육의 틀이 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공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교육의 요소를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공교육 교사들에게 교과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조금 약화시키고 생활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담임 시간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2시간 정도는 확보해서 월요일을 시작할 때 혹은 금요일을 마칠 때 담임과 아이들이 일주일의 삶과 배움을 놓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도 교사의 수업 시수로 인정해줘야 하며, 이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교사 역량 교육도 시켜야 한다. 또한 현재 학급당 학생 수가 20~30명의 구조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깊이 있는 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교사 담임제’를 실시해 교사 1인당 학생 10~15명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들과 깊이 교류하며 일주일 동안의 배움이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또 연결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돕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수 교과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선택 교과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 교과는 현재의 교과의 틀을 뛰어넘어 철저히 학생의 필요와 흥미에 맞춰 개설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적더라도 교과를 개설해주고, 현재 교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교과도 개설해줘야 하므로 강사 확보를 위한 예산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부족한 교과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친구는 선택 교과에서도 교과 보충이나 교과 심화 공부를 할 수 있지만, 교과에 흥미가 적은 친구들은 연극이나, 목공, 음악, 요리 등 다양한 교과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세상을 알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에서는 교육과정의 큰 틀만 제시하고, 단위학교나 개별 교사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더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선 교사의 정체성이 교과서를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에 걸맞은 훈련을 시켜가야 한다. 나아가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 아이들의 다양성에 반응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학교를 만들고, 그 안에서 교사들이 고민해서 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교육과정을 구상해 그에 기반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학교들이 조금씩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교육학적 역량도 키워지고 전체적으로 교육학적 원리에 기반한 변화들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입시와 점수 위주의 평가가 아닌 교육 철학과 개별 학생의 배움에 중심을 둔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 방식은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학력인정 인가형 대안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일 수도 있고, 오디세이학교와 같은 민관협력형 교육과정 운영학교일 수도 있고, 공립형 대안학교도 가능하다. 현재 학부모들 가운데 지금보다 덜 경쟁적이고 개별 아이의 특성과 배움을 존중하는 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는 학력인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학부모가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공교육이 그 폭을 넓힌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확대되고, 공교육은 더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과 자발적 실천을 통한 학교 현장의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운동에 참여해왔으며, 좋은교사운동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1년 과정의 민관협력형 전환학교인 오디세이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선생님은 너를 응원해> <다녀왔습니다 오디세이학교> 등의 저서가 있다.

대안교육에서 배우는
공교육 혁신의 시사점1)

글.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올해로 6년째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가운데 자신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의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기존 교과 중심의 지식교육을 벗어나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한다. 또한 세상의 여러 모습과 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글을 읽고 토론하며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스스로 찾고 실천해보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수업과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다 깊이 성찰하고, 세상이나 어른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배움을 경험해 문제 해결력과 기획력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보다 자신감 있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우며, 세상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갖는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재정을 투여하고 학력 인정 등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은 10여 년 이상 공교육 밖에서 대안교육을 실천해왔던 도시형 대안학교들과 협력하고 있다.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 3곳(공간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이 교육과정 운영기관으로 참여하고 있고, 공교육 교사 가운데 교육 혁신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함께 참여해 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대안교육이 오랫동안 검증해왔던 교육의 원리와 내용들 가운데 1년간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뼈대로 삼아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대안교육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긴 하지만, 실제로 공교육 내에서 대안교육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안학교들 가운데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도 있고 이러한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안교육의 시작이나 주된 흐름은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즉, 공교육의 틀 내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대학 입시나 관료제 등의 벽에 막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공교육 제도 밖에서 교육의 본질에 맞게 교육을 재구성하는 노력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대안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붙들고 실천해왔던 교육적 성과들을 공교육의 변화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공교육 혁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대안교육이 가진 장점 가운데 공교육에 적용하면 유용할 부분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도 제안해 본다.


1) 이 글은 교육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www.21erick.org)’ 홈페이지 칼럼란에 2017년 5월 11일에 실었던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대안교육의 특징1 : 생활교육
공교육 현장에서 30년을 근무한 경력교사로서 대안교육과 6년 정도 협업하면서 느끼는 대안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생활교육’이다. 물론 여기서 ‘생활교육’이라는 것은 지각을 체크하고, 머리 길이나 염색, 화장, 교복을 제대로 입었는지를 단속하고 확인하는 차원의 생활지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고,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아픔의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그와 관련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안내해주며 아이들의 배움의 맥락을 짚어주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공교육 내에서도 생활교육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교과교육이 중심이 되고, 생활교육은 덜 강조된다. 때문에 각 교과별로 연계성이 높은 지식의 체계가 제공되고, 교사에게는 그 내용을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의미에서의 교과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체계화된 지식을 아무리 잘 전달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그 내용을 다 배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교사가 전달해주는 내용을 얼마나 소화하고 이해하는가는 개인차가 상당하다. 심지어 학교에 출석하고 수업에 참여할 뿐 전혀 배우지 않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내용, 좋은 내용을 배우지만 그 내용들이 교과서적인 지식으로만 남을 뿐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은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나면 잊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많이 배우지만 이것이 전인적인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대안교육에서는 교과에 투여되는 시간이나 교과에서 다루는 지식의 양이 공교육에 비해 적다. 대신 일주일 동안 자신들이 배우는 내용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관련이 있으며, 그 가운데서 각자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자신의 배움을 전개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교사들과 아이들 상호 간에 이야기를 나누며 내면화하고 반성하며 배움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안교육 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주일에 2시간 내지 6시간 정도 이러한 시간을 갖는다. 또 개별 교과 수업도 교사가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적은 양일지라도 아이들 스스로 그 내용을 탐구하고 그것이 각자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현재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표현과 실천을 해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당연히 다루는 절대 지식의 양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각자의 삶에 내면화되는 부분은 적지 않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나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은 더 많이 길러진다.

대안교육의 특징2 :
개별 학생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대안교육이 갖는 또 다른 강점은 개별 학생의 배움 상황에 맞춰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교육은 잘 갖춰진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거나 그 가운데서 제대로 된 배움을 맛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교사가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수준별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그 학년에 요구되는 교육과정의 내용에 맞춰 이뤄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그 학년에서 요구되는 내용을 다 가르치지 않았을 경우 다음 학년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나아가 고입이나 대입이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제대로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움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흥미나 수준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업을 포기하거나 잠을 자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대안교육은 기본적으로 평가를 교육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이는 점수와 등급으로 환산되는 수치화된 평가를 할 필요가 없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물론이고, 점수와 등급을 산출해야 하는 학력인정 인가 대안학교도 마찬가지다. 물론 학력인정 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점수와 등급으로 환산되는 수치화된 상대평가로 인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 교육과정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대안교육은 평가가 아닌 교육 철학과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교육과정의 중심에 둔다. 교과의 수준이나 내용, 방법도 실제 아이들 가운데 어떤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느냐에 따라 수시로 조정을 하고, 교과목 신설도 조정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아이가 처한 상황이나 관심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과 수업을 조정해 나간다. 당연히 대안교육의 상황에서 적게 배우는 아이는 있지만 배움을 포기하는 아이는 없다. 배울수록 두렵고 배울수록 배움에 흥미를 잃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안교육의 특징3 :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일체성이 있는 교육

대안교육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되고, 교육과정에 근거한 수업이 이어지는 교육학적 일체성이다. 이 원리는 공교육도 마찬가지지만 개별 교사들이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 철학이 있고, 국가 교육과정이 매우 촘촘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주로 해야 할 고민은 주어진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 가운데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과서와 수업내용을 재구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과정이 아닌 교과서에서 시작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아이들을 수업에 끌어들일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경력이 쌓일수록 수업의 기술은 늘지만 교육과정과 교육 철학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가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교육 철학에서 시작해 교육과정, 수업으로 연결되는 교육학의 원리는 그야말로 교육학 이론에서만 존재할 뿐 학교와 교사의 삶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역량을 쌓아가려면 별도의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대안교육에서는 모든 교사들이 교육 철학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다. 우리 학교가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시대적 상황, 아이들의 현실 등을 고려하고 지난해 교육에 대한 반성을 거듭한다. 그리고 교육 철학이 정해지면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놓고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의 큰 틀은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과정의 내용은 해마다 변한다. 아이들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고 또 지난해 교육에 대한 평가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교사들 가운데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수업의 구성이라는 교육학적 원리들이 내면화되고 훈련된다. 물론 구체적인 수업의 기술이나 방법, 각 개별 교과에 대한 전문성 면에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다고 할 때, 그와 관련한 총체적 교육학적 안목과 역량은 많이 축적된다.

대안교육이 공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
지금까지 대안교육이 이룬 성과와 상대적으로 갖고 있는 강점을 위주로 묘사했다. 물론 대안교육에도 약점이나 어려움, 고민도 많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 가운데서 앞서 제시한 여러 교육적 성과를 축적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안교육이 그동안 쌓아온 여러 강점들을 공교육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입시 위주의 교육의 틀이 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공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교육의 요소를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공교육 교사들에게 교과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조금 약화시키고 생활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담임 시간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2시간 정도는 확보해서 월요일을 시작할 때 혹은 금요일을 마칠 때 담임과 아이들이 일주일의 삶과 배움을 놓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도 교사의 수업 시수로 인정해줘야 하며, 이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교사 역량 교육도 시켜야 한다. 또한 현재 학급당 학생 수가 20~30명의 구조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깊이 있는 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교사 담임제’를 실시해 교사 1인당 학생 10~15명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들과 깊이 교류하며 일주일 동안의 배움이 아이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또 연결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돕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수 교과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선택 교과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 교과는 현재의 교과의 틀을 뛰어넘어 철저히 학생의 필요와 흥미에 맞춰 개설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적더라도 교과를 개설해주고, 현재 교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교과도 개설해줘야 하므로 강사 확보를 위한 예산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부족한 교과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친구는 선택 교과에서도 교과 보충이나 교과 심화 공부를 할 수 있지만, 교과에 흥미가 적은 친구들은 연극이나, 목공, 음악, 요리 등 다양한 교과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세상을 알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에서는 교육과정의 큰 틀만 제시하고, 단위학교나 개별 교사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더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선 교사의 정체성이 교과서를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에 걸맞은 훈련을 시켜가야 한다. 나아가 학교를 다양화해야 한다. 아이들의 다양성에 반응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학교를 만들고, 그 안에서 교사들이 고민해서 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교육과정을 구상해 그에 기반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학교들이 조금씩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교육학적 역량도 키워지고 전체적으로 교육학적 원리에 기반한 변화들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입시와 점수 위주의 평가가 아닌 교육 철학과 개별 학생의 배움에 중심을 둔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 방식은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학력인정 인가형 대안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일 수도 있고, 오디세이학교와 같은 민관협력형 교육과정 운영학교일 수도 있고, 공립형 대안학교도 가능하다. 현재 학부모들 가운데 지금보다 덜 경쟁적이고 개별 아이의 특성과 배움을 존중하는 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는 학력인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학부모가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공교육이 그 폭을 넓힌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확대되고, 공교육은 더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과 자발적 실천을 통한 학교 현장의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운동에 참여해왔으며, 좋은교사운동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1년 과정의 민관협력형 전환학교인 오디세이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선생님은 너를 응원해> <다녀왔습니다 오디세이학교>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