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교학점제

글. 임유나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영국(England)의 학교 교육제도는 유·초등교육 7년, 중등교육 5년, 후기 중등교육 2년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국가 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을 네 개의 핵심 단계(Key Stage, 이하 KS)로 구분하는데, KS4까지가 의무교육 기간에 해당하지만 이후 2년간의 후기 중등교육 단계를 거쳐야 고등 교육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제와의 큰 차이로 나타난다.
영국 학생들은 중등교육을 마치는 KS4에서 자격시험인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을 치러야 하고, 만 16세에 학업 경로를 결정한다. 중등교육으로 학업을 마치는 학생도 있지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대부분의 중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Sixth Form Centre에서 GCE A-level(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level)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반면 직업자격 취득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Further Education College와 같은 학교에서 실무 중심 직업교육 과정을 통해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한다.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고교에서 진로에 따른 계열이나 과정을 우선 선택하도록 하는 반면, 영국은 특정 계열이나 과정의 선택이 아닌 과목을 중심으로 한 선택을 통해 학습 경로를 구축하도록 하는 점이 우리의 고교학점제 정책 방향과 유사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KS4와 대학 준비 과정에 해당하는 Sixth Form 과정의 연계 속에서 영국의 고교 교육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Key Stage 4
1. 교육과정 편성·운영
KS4 학생들은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영어, 수학, 과학’을 핵심 교과목으로, ‘시민교육, 컴퓨팅, 체육’을 기초 교과목으로, ‘종교교육, 성교육’을 법정 의무교육으로 이수한다. 또한 국가 교육과정은 학교가 ‘예술, 디자인과 공학, 인문학, 현대 외국어’의 4개 교과 각각에서 적어도 1개 과목은 개설하도록 하여 KS4 학생에게 과목 선택과 이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KS4에서 최소 9개 과목을 필수(60%)와 선택(40%) 과목으로 이수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 교육과정은 과목별 최소 이수 단위나 학점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과목별 수업 시수는 학교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 KS4 과정은 곧 GCSE 준비과정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한 과목의 수업을 2년간 듣는데, 과목당 주당 3시간(50분 기준) 정도의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동일 과목들에 대해 2주간 시간표(Week A, Week B)를 작성해 과목당 2주에 6~10시간 정도의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2. 학생평가
KS4를 마치는 것은 GCSE 응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자 Sixth Form College 입학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GCSE와 같이 학교의 책무성 확인과 선발 목적의 고부담 평가는 표준화된 외부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GCSE 성취도는 1-9등급(9등급이 우수)으로 부여되는데, 영국 교육부는 4등급을 KS4 통과 기준(standard pass), 즉 학생들이 달성해야 할 모든 과목의 최소 기준으로 삼고 있다.
GCSE 성적은 향후 학생들의 학업이나 직업 진로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우선 후기 중등교육(Sixth Form) 진입에 영향을 미치고, 후기 중등교육 단계에서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의 선택 가능 여부도 GCSE 성적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회사에서 구인을 할 때도 GCSE 성적을 자격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중등교육 단계의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사를 배치해 학업 및 진로 지도를 하고 있다.

<> 영국의 학제

Sixth Form
1. 개설 과목 및 시간표 운용
2년 과정인 Sixth Form에서의 교육은 학교가 제공하는 과목들 중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선택한 3~4개의 과목에 대해 A-level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학교는 A-level 과목 외에도 BTEC(Business and Technology Education Council)이나 T-level(Technical-level)과 같은 직업계열의 실용과목도 개설한다. 이는 선택과목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학생은 A-level 과목과 BTEC/T-level 과목을 혼합 이수할 수 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BTEC/T-level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A-level 과목들은 학교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당 5시간의 수업으로 운영된다. Sixth Form 과정은 모두 학생의 선택으로 과목 수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별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공강 시간도 발생한다. 이에 학교에서는 Sixth Form 학생 전용 자습실을 운영하고 공강에는 자습실을 이용해 개인 학습을 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보통 1주일에 8시간 정도의 공강이 발생하는데 학생별 목표를 기준으로 잘해나가는 학생들은 독립적으로 공부하도록 하고,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교사가 공강을 활용해 집중 지원하기도 한다.

3. 학생평가 및 대입과의 연계
Sixth Form에서도 학교 내부의 교사별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상시 제공한다. 교사의 학생평가 결과는 A-level 예상 점수 추정의 근거가 되어 대학 지원 시 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외부 평가인 A-level 시험 결과는 대입에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각 대학에서는 학과와 전공별로 입학에 필요한 세 과목의 A-level 성적 기준을 공지하고 있는데, 영국 대입 전형에 있어서는 A-level 성적이 당락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A-level 시험 결과는 A*, A, B, C, D, E 등급으로 표기되고, 당해 연도의 재시험은 없지만 1년 후에 다시 시험을 치를 수는 있다.
영국의 대입 전형은 A-level 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시작된다. 학생은 자신의 예상 등급을 작성한 교사의 A-level 예견서를 가지고 대학에 선지원하며, 대학의 입학 여부 결정은 A-level 최종 성적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입학 결정(conditional offer)으로 이뤄진다. 교사의 A-level 성적 예견서가 대입에 유의미한 근거로 활용되는 이유는 표준화된 시험을 대비하는 많은 예상 문제나 시험지 등을 통해 교사가 학생의 A-level 예상 등급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예비 시험 결과가 실제 최종 시험 성적과 거의 동일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A-level 등급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과목 등급별로 점수(point)를 부여해서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Sixth Form에서의 과목 이수는
학생이 선택한 소수의 과목을 주당 5시간 정도로
2년 동안 심화, 집중학습할 수 있는
‘소과목 장기이수’의 형태를 띠고 있다.

2. 과목 선택 및 진로 진학 지도
Sixth Form 학교에서는 진로 진학 지도를 통해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과 전공에 따른 과목 선택을 지원하고 있다. 과목 선택 안내서를 개발해 과목 소개, 평가 방법, 수업 내용, 관련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학생의 희망 진로직업에 맞는 과목 선택을 안내하기도 한다. 보통 학생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과목 선택을 유도하지만 GCSE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직업과목을 이수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 학과마다 필수 과목을 지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진로교사는 학생들이 필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생 진로 지도에 있어서 영국 교육부는 진로교육을 추진할 담당자를 각 학교에 두고, 진로교육을 학교 교육과정 전반으로 연계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주간 뉴스레터, 학보 등을 통해 다양한 진로 관련 행사들을 홍보하고 행사에 학부모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학생 진로 지도에 있어 학부모와의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대학이나 외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워크숍이나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다수의 협력기관이 참여하는 진로 관련 행사나 설명회를 추진함으로써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진학 지도에 있어서는 진로교사를 별도로 두고 담임교사와 협력적으로 학생의 입학지원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
1. 선택 과목에 대한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고교 교육과정 개선
영국의 학교가 많은 수의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KS4와 Sixth Form의 교육과정 이수는 대입 및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특히 Sixth Form에서 학생이 선택한 소수의 과목을 주당 5시간 정도로 하여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심화, 집중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소과목 장기이수’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과, A-level 과목 선택 시 학생의 이전 학업 수준(KS4의 GCSE 등급)을 하나의 기준으로 작동시킴으로써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에 대한 일정 정도의 학업 능력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은 다과목 이수를 지향함으로써 여러 과목을 학기별 소단위로 다양하게 펼쳐주고 학생들이 많은 수의 과목을 공부하도록 유도해 왔다. 학생에 따라서는 선택 과목의 양적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로 결정도가 높은 학생에게는 희망 진로와 관련된 학습의 심화와 대학에서의 전공 적합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또한 영국과 같이 학업수준 정도에 따라 일정 부분 제한된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현 학점제 정책에서는 학업수준에 따른 과목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한 직업교육 기회 확대
전통적으로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의 구분을 엄격히 해온 영국에서도 최근에는 Sixth Form에 BTEC, T-level과 같은 직업계열의 실용과목을 개설해 2년간 집중학습할 수 있게 하고, 직업계열 과목 이수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는 학생의 흥미, 적성, 진로, 수준 등을 고려한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해 고교 교육 내실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고 내, 학교 간 연계 등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해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고교학점제를 견인하는 하나의 동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영국 Sixth Form이 제공하는 직업 관련 실용과목 이수는 대학 준비 교육의 성격을 지닌 동시에 바로 직업 전선에 투입될 수 있는 종결 교육 기능도 함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점제를 통해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고교 졸업 후 학생의 진학 또는 취업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3.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원체제 구축
영국의 학생평가는 학교 내부의 교사별 평가와 표준화된 외부 평가의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 내부 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진단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지만, A-level 예견서와 같은 교사의 평가 결과가 외부 평가 결과를 거의 정확히 예측하고 있고 이를 대입 예견 점수(등급)로 반영하는 것은, 그만큼 교사별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서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 즉 성취평가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평가로 인해 단위학교의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한 우려를 약화시키고 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4. 교육과정적 관점에서의 공강 시간의 성격 규정
우리나라에서도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학생 과목 수강 신청과 연계해 학생 개인별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공강 시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강 시간을 교육과정적 관점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영국에서 공강을 성취수준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보충학습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에서의 공강은 교육과정적 측면에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습 역량을 제고하는 시간’으로 규정될 수 있다. 즉, 공강 시간을 학교의 책무성 차원에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기회, 학생의 주도성 차원에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개인별 수업 시간표가 구성될 수 있는 주당 수업 시수의 적정화, 공강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단위학교 내 물리적 공간 확보, 공강 시간 동안 학생을 모니터링하고 학습을 지원하는 인력 확보 등 여러 조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 본고는 「임유나, 이광우(2020). 영국 고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특징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 Key Stage 4와 Sixth Form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연구, 38(1), 87-116.」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음.

임유나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한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부연구위원)를 거쳐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 교육과정 정책, 미래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고교학점제

글. 임유나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영국(England)의 학교 교육제도는 유·초등교육 7년, 중등교육 5년, 후기 중등교육 2년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국가 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을 네 개의 핵심 단계(Key Stage, 이하 KS)로 구분하는데, KS4까지가 의무교육 기간에 해당하지만 이후 2년간의 후기 중등교육 단계를 거쳐야 고등 교육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제와의 큰 차이로 나타난다.
영국 학생들은 중등교육을 마치는 KS4에서 자격시험인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을 치러야 하고, 만 16세에 학업 경로를 결정한다. 중등교육으로 학업을 마치는 학생도 있지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대부분의 중등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Sixth Form Centre에서 GCE A-level(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level)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간다. 반면 직업자격 취득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Further Education College와 같은 학교에서 실무 중심 직업교육 과정을 통해 진학이나 취업을 준비한다.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고교에서 진로에 따른 계열이나 과정을 우선 선택하도록 하는 반면, 영국은 특정 계열이나 과정의 선택이 아닌 과목을 중심으로 한 선택을 통해 학습 경로를 구축하도록 하는 점이 우리의 고교학점제 정책 방향과 유사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KS4와 대학 준비 과정에 해당하는 Sixth Form 과정의 연계 속에서 영국의 고교 교육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Key Stage 4
1. 교육과정 편성·운영
KS4 학생들은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영어, 수학, 과학’을 핵심 교과목으로, ‘시민교육, 컴퓨팅, 체육’을 기초 교과목으로, ‘종교교육, 성교육’을 법정 의무교육으로 이수한다. 또한 국가 교육과정은 학교가 ‘예술, 디자인과 공학, 인문학, 현대 외국어’의 4개 교과 각각에서 적어도 1개 과목은 개설하도록 하여 KS4 학생에게 과목 선택과 이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KS4에서 최소 9개 과목을 필수(60%)와 선택(40%) 과목으로 이수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 교육과정은 과목별 최소 이수 단위나 학점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과목별 수업 시수는 학교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 KS4 과정은 곧 GCSE 준비과정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한 과목의 수업을 2년간 듣는데, 과목당 주당 3시간(50분 기준) 정도의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동일 과목들에 대해 2주간 시간표(Week A, Week B)를 작성해 과목당 2주에 6~10시간 정도의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2. 학생평가
KS4를 마치는 것은 GCSE 응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자 Sixth Form College 입학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GCSE와 같이 학교의 책무성 확인과 선발 목적의 고부담 평가는 표준화된 외부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GCSE 성취도는 1-9등급(9등급이 우수)으로 부여되는데, 영국 교육부는 4등급을 KS4 통과 기준(standard pass), 즉 학생들이 달성해야 할 모든 과목의 최소 기준으로 삼고 있다.
GCSE 성적은 향후 학생들의 학업이나 직업 진로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우선 후기 중등교육(Sixth Form) 진입에 영향을 미치고, 후기 중등교육 단계에서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의 선택 가능 여부도 GCSE 성적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회사에서 구인을 할 때도 GCSE 성적을 자격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중등교육 단계의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사를 배치해 학업 및 진로 지도를 하고 있다.

<> 영국의 학제

Sixth Form
1. 개설 과목 및 시간표 운용
2년 과정인 Sixth Form에서의 교육은 학교가 제공하는 과목들 중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선택한 3~4개의 과목에 대해 A-level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달성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학교는 A-level 과목 외에도 BTEC(Business and Technology Education Council)이나 T-level(Technical-level)과 같은 직업계열의 실용과목도 개설한다. 이는 선택과목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학생은 A-level 과목과 BTEC/T-level 과목을 혼합 이수할 수 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BTEC/T-level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A-level 과목들은 학교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당 5시간의 수업으로 운영된다. Sixth Form 과정은 모두 학생의 선택으로 과목 수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별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공강 시간도 발생한다. 이에 학교에서는 Sixth Form 학생 전용 자습실을 운영하고 공강에는 자습실을 이용해 개인 학습을 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보통 1주일에 8시간 정도의 공강이 발생하는데 학생별 목표를 기준으로 잘해나가는 학생들은 독립적으로 공부하도록 하고,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교사가 공강을 활용해 집중 지원하기도 한다.


Sixth Form에서의 과목 이수는
학생이 선택한 소수의 과목을 주당 5시간 정도로
2년 동안 심화, 집중학습할 수 있는
‘소과목 장기이수’의 형태를 띠고 있다.

2. 과목 선택 및 진로 진학 지도
Sixth Form 학교에서는 진로 진학 지도를 통해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과 전공에 따른 과목 선택을 지원하고 있다. 과목 선택 안내서를 개발해 과목 소개, 평가 방법, 수업 내용, 관련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학생의 희망 진로직업에 맞는 과목 선택을 안내하기도 한다. 보통 학생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과목 선택을 유도하지만 GCSE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직업과목을 이수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 학과마다 필수 과목을 지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진로교사는 학생들이 필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생 진로 지도에 있어서 영국 교육부는 진로교육을 추진할 담당자를 각 학교에 두고, 진로교육을 학교 교육과정 전반으로 연계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 주간 뉴스레터, 학보 등을 통해 다양한 진로 관련 행사들을 홍보하고 행사에 학부모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학생 진로 지도에 있어 학부모와의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대학이나 외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워크숍이나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다수의 협력기관이 참여하는 진로 관련 행사나 설명회를 추진함으로써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진학 지도에 있어서는 진로교사를 별도로 두고 담임교사와 협력적으로 학생의 입학지원서나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원하고 있다.

3. 학생평가 및 대입과의 연계
Sixth Form에서도 학교 내부의 교사별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상시 제공한다. 교사의 학생평가 결과는 A-level 예상 점수 추정의 근거가 되어 대학 지원 시 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외부 평가인 A-level 시험 결과는 대입에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각 대학에서는 학과와 전공별로 입학에 필요한 세 과목의 A-level 성적 기준을 공지하고 있는데, 영국 대입 전형에 있어서는 A-level 성적이 당락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A-level 시험 결과는 A*, A, B, C, D, E 등급으로 표기되고, 당해 연도의 재시험은 없지만 1년 후에 다시 시험을 치를 수는 있다.
영국의 대입 전형은 A-level 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시작된다. 학생은 자신의 예상 등급을 작성한 교사의 A-level 예견서를 가지고 대학에 선지원하며, 대학의 입학 여부 결정은 A-level 최종 성적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입학 결정(conditional offer)으로 이뤄진다. 교사의 A-level 성적 예견서가 대입에 유의미한 근거로 활용되는 이유는 표준화된 시험을 대비하는 많은 예상 문제나 시험지 등을 통해 교사가 학생의 A-level 예상 등급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예비 시험 결과가 실제 최종 시험 성적과 거의 동일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A-level 등급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과목 등급별로 점수(point)를 부여해서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우리나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
1. 선택 과목에 대한 심화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고교 교육과정 개선
영국의 학교가 많은 수의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KS4와 Sixth Form의 교육과정 이수는 대입 및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특히 Sixth Form에서 학생이 선택한 소수의 과목을 주당 5시간 정도로 하여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심화, 집중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소과목 장기이수’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과, A-level 과목 선택 시 학생의 이전 학업 수준(KS4의 GCSE 등급)을 하나의 기준으로 작동시킴으로써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에 대한 일정 정도의 학업 능력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은 다과목 이수를 지향함으로써 여러 과목을 학기별 소단위로 다양하게 펼쳐주고 학생들이 많은 수의 과목을 공부하도록 유도해 왔다. 학생에 따라서는 선택 과목의 양적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로 결정도가 높은 학생에게는 희망 진로와 관련된 학습의 심화와 대학에서의 전공 적합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또한 영국과 같이 학업수준 정도에 따라 일정 부분 제한된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과목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현 학점제 정책에서는 학업수준에 따른 과목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한 직업교육 기회 확대
전통적으로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의 구분을 엄격히 해온 영국에서도 최근에는 Sixth Form에 BTEC, T-level과 같은 직업계열의 실용과목을 개설해 2년간 집중학습할 수 있게 하고, 직업계열 과목 이수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는 학생의 흥미, 적성, 진로, 수준 등을 고려한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해 고교 교육 내실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고 내, 학교 간 연계 등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통해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고교학점제를 견인하는 하나의 동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영국 Sixth Form이 제공하는 직업 관련 실용과목 이수는 대학 준비 교육의 성격을 지닌 동시에 바로 직업 전선에 투입될 수 있는 종결 교육 기능도 함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점제를 통해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고교 졸업 후 학생의 진학 또는 취업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3.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원체제 구축
영국의 학생평가는 학교 내부의 교사별 평가와 표준화된 외부 평가의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 내부 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진단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지만, A-level 예견서와 같은 교사의 평가 결과가 외부 평가 결과를 거의 정확히 예측하고 있고 이를 대입 예견 점수(등급)로 반영하는 것은, 그만큼 교사별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서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 즉 성취평가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평가로 인해 단위학교의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한 우려를 약화시키고 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별 학생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4. 교육과정적 관점에서의 공강 시간의 성격 규정
우리나라에서도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학생 과목 수강 신청과 연계해 학생 개인별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공강 시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강 시간을 교육과정적 관점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영국에서 공강을 성취수준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보충학습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에서의 공강은 교육과정적 측면에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습 역량을 제고하는 시간’으로 규정될 수 있다. 즉, 공강 시간을 학교의 책무성 차원에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기회, 학생의 주도성 차원에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개인별 수업 시간표가 구성될 수 있는 주당 수업 시수의 적정화, 공강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단위학교 내 물리적 공간 확보, 공강 시간 동안 학생을 모니터링하고 학습을 지원하는 인력 확보 등 여러 조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 본고는 「임유나, 이광우(2020). 영국 고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특징과 고교학점제에 주는 시사점: Key Stage 4와 Sixth Form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연구, 38(1), 87-116.」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음.

임유나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한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부연구위원)를 거쳐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 교육과정 정책, 미래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