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

글. 이민형 KICE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2009년 낙후된 지역의 기피학교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시작된 혁신학교가 혁신적인 공교육 모델로 정립되고, 2019년 전국으로 확산되어 17개 시·도에서 지정·운영되는 데는 약 10년이 걸렸다. 특히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아 전국적으로 확산·심화하는 데 노력하면서 혁신학교는 바야흐로 ‘자발적인 교육문화 운동’에서 ‘구조화되고 일반화된 정책’으로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관점에서 전국적인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본 원고에서는 이 연구 결과 중 중요한 실태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학교 교육과정이 질적으로 심화되기 위한 주요 지원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혁신학교의 편성·운영의 실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혁신학교 교육과정 실태 및 교사의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전국 453개의 초·중·고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학교급별로 3개교씩 선정해 9개 학교의 교장 및 교감(9명), 부장 교사(19명), 일반 교사(18명), 학생(26명), 학부모(21명) 등 총 93명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의 양상을 분석하고자 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면담조사를 병행해 도출된 실태 분석 결과를 ‘혁신학교 철학 및 교육과정의 방향’,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 ‘혁신학교의 문화’ 3가지로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민주성,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미래사회 역량을 갈고닦다
해당 연구 결과, 혁신학교 교사들은 민주성과 공동체성을 가장 중요한 혁신학교의 철학 특성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지식 습득과 암기가 아니라 미래사회에 필요로 하는 역량 함양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고 있었다. 또한 구성원들이 합의해 교육과정 철학과 비전을 세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러한 학교 비전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거시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학교 철학과 관련해 생각의 차이로 공동체 구성원 간에 다양한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이러한 갈등은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양상을 규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② 주제 중심 교과 통합 수업 등 다양한 교육과정적 실험이 이뤄지다
혁신학교들은 대체로 교육과정 안에 단위학교가 실제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제한되어 있음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교과군별 수업 시수 20% 범위 내에서의 증감, 교과 간 연계 등 주어진 틀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교육과정과 관련된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한 주제 중심 교과 통합 프로젝트를 대부분의 혁신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었으며 학생 참여와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수업을 구현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학생들의 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교육 경험인 반면 학문의 기초와 체계적인 학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초점을 두는 평가도 이뤄지고 있었지만, 평가 결과 기록에 대한 부담, 학생 성장 중심 평가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방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③ 학교 문화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 학교 관리자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도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널리 보장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체 교사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이나 모임, 학년별 혹은 교과별 교사 모임을 통해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기본 틀을 세우고 구체화해 나가고 있었다. 또한 혁신학교에서는 학교 내 교사학습 공동체를 구성해 교사 간의 정보 및 자료 공유, 수업 코칭과 피드백 등을 통한 전문성 함양을 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교사들은 모일 시간이 부족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문제로 호소했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

위와 같이 제시한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① 일관된 혁신학교 철학 마련과 공유 방식의 다양화·체계화 필요
먼저 혁신학교 교육과정 방향 설정 및 공유와 관련한 질적 제고 방안이다. 혁신학교는 그 철학, 학력관, 그리고 교육과정 방향이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의 혁신학교 정책은 학교와 교사의 노력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에만 방점을 두고 있어 혁신학교 철학과 연계한 교육과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학력,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우려로 혁신학교 철학과 연계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제약이 큰 편이므로 학교급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일관된 혁신학교 철학과 이와 연계된 교육과정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혁신학교 구성원들 간 혁신학교 철학과 비전에 대한 생각과 내면화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차이로 인한 갈등을 방지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유과정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전·출입이나 충분히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학교의 상황과 구성원의 특성을 반영한 혁신학교 철학 공유 방식의 다양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②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발휘를 위한 지원 강화
둘째, 혁신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발휘를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국가에서는 혁신학교가 각 학교의 특색을 살려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혁신학교가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실지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국가 차원의 자율학교 법령 및 교육과정 지침의 재정비, 시·도교육청의 장애요인 제거 및 지원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한 혁신학교에서 활발히 운영하는 주제 중심의 통합 교육과정, 학생 참여 및 협력 수업은 비단 혁신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혁신학교의 고유한 특질로 규정한다면 이는 혁신학교에 모종의 ‘강박’으로 작용해 부담을 줄 수 있다. 혁신학교 현장에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교과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어려워 학력이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혁신학교에서 강조하는 교육의 가치와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 주제 중심 통합 교육과정을 촉진하되, 학교급별 특성을 반영한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 모델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이다.

③ 구성원의 교육과정 전문성과 주체성 신장
셋째, 혁신학교 교원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기르고 교사학습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며,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신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은 편성·운영·평가의 절차가 긴밀하게 연동되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 교사들의 철학과 전문성이 고도로 개입된다. 따라서 전문성의 차이에 따라 긴장과 갈등도 발생한다. 혁신학교 교사들의 교육과정 전문성은 혁신학교 운영 연차가 높아질수록 더욱 신장되고 있었으나, 학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교사의 전문성 신장의 방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이 교사학습 공동체지만, 교사들은 교사학습 공동체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면서도 시간 부족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교사학습 공동체 활동을 위한 추가 시간 확보 등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혁신학교에서 학생 자치와 학부모 참여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나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소극적 참여인 경우가 더 많았다. 따라서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한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내실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이들의 교육과정 이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혁신학교는 현장의 자그마한 개혁의 바람이 전국적인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교육개혁의 성공사례다. 혁신학교의 전국적인 도입과 국정과제로의 제시는 혁신학교가 이끌어낸 성과이자, 앞으로 직면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전에 응전해 다음 단계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행·재정 일변의 지원에서 벗어나 혁신학교 교육과정 운영 실태에 대해 철저한 진단과 실태 분석에 근거한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이주연, 이경언, 정영근, 이민형, 임유나(2019).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 분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RRC 2019-6.

이민형 고교학점제지원센터 부연구위원

국어교육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통일 대비 남북한 통합 교육과정 연구, 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안 연구,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 분석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

글. 이민형 KICE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2009년 낙후된 지역의 기피학교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시작된 혁신학교가 혁신적인 공교육 모델로 정립되고, 2019년 전국으로 확산되어 17개 시·도에서 지정·운영되는 데는 약 10년이 걸렸다. 특히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아 전국적으로 확산·심화하는 데 노력하면서 혁신학교는 바야흐로 ‘자발적인 교육문화 운동’에서 ‘구조화되고 일반화된 정책’으로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관점에서 전국적인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본 원고에서는 이 연구 결과 중 중요한 실태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학교 교육과정이 질적으로 심화되기 위한 주요 지원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혁신학교의 편성·운영의 실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혁신학교 교육과정 실태 및 교사의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 전국 453개의 초·중·고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학교급별로 3개교씩 선정해 9개 학교의 교장 및 교감(9명), 부장 교사(19명), 일반 교사(18명), 학생(26명), 학부모(21명) 등 총 93명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의 양상을 분석하고자 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면담조사를 병행해 도출된 실태 분석 결과를 ‘혁신학교 철학 및 교육과정의 방향’,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 ‘혁신학교의 문화’ 3가지로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민주성,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미래사회 역량을 갈고닦다
해당 연구 결과, 혁신학교 교사들은 민주성과 공동체성을 가장 중요한 혁신학교의 철학 특성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지식 습득과 암기가 아니라 미래사회에 필요로 하는 역량 함양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고 있었다. 또한 구성원들이 합의해 교육과정 철학과 비전을 세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러한 학교 비전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거시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학교 철학과 관련해 생각의 차이로 공동체 구성원 간에 다양한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이러한 갈등은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양상을 규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② 주제 중심 교과 통합 수업 등 다양한 교육과정적 실험이 이뤄지다
혁신학교들은 대체로 교육과정 안에 단위학교가 실제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제한되어 있음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교과군별 수업 시수 20% 범위 내에서의 증감, 교과 간 연계 등 주어진 틀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교육과정과 관련된 자율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한 주제 중심 교과 통합 프로젝트를 대부분의 혁신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었으며 학생 참여와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수업을 구현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학생들의 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교육 경험인 반면 학문의 기초와 체계적인 학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초점을 두는 평가도 이뤄지고 있었지만, 평가 결과 기록에 대한 부담, 학생 성장 중심 평가에 부합하지 않는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방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③ 학교 문화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 학교 관리자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도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널리 보장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체 교사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이나 모임, 학년별 혹은 교과별 교사 모임을 통해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기본 틀을 세우고 구체화해 나가고 있었다. 또한 혁신학교에서는 학교 내 교사학습 공동체를 구성해 교사 간의 정보 및 자료 공유, 수업 코칭과 피드백 등을 통한 전문성 함양을 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교사들은 모일 시간이 부족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문제로 호소했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

위와 같이 제시한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① 일관된 혁신학교 철학 마련과 공유 방식의 다양화·체계화 필요
먼저 혁신학교 교육과정 방향 설정 및 공유와 관련한 질적 제고 방안이다. 혁신학교는 그 철학, 학력관, 그리고 교육과정 방향이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의 혁신학교 정책은 학교와 교사의 노력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에만 방점을 두고 있어 혁신학교 철학과 연계한 교육과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학력,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우려로 혁신학교 철학과 연계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제약이 큰 편이므로 학교급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일관된 혁신학교 철학과 이와 연계된 교육과정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혁신학교 구성원들 간 혁신학교 철학과 비전에 대한 생각과 내면화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차이로 인한 갈등을 방지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유과정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전·출입이나 충분히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학교의 상황과 구성원의 특성을 반영한 혁신학교 철학 공유 방식의 다양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다.

②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발휘를 위한 지원 강화
둘째, 혁신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발휘를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국가에서는 혁신학교가 각 학교의 특색을 살려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혁신학교가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실지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국가 차원의 자율학교 법령 및 교육과정 지침의 재정비, 시·도교육청의 장애요인 제거 및 지원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한 혁신학교에서 활발히 운영하는 주제 중심의 통합 교육과정, 학생 참여 및 협력 수업은 비단 혁신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혁신학교의 고유한 특질로 규정한다면 이는 혁신학교에 모종의 ‘강박’으로 작용해 부담을 줄 수 있다. 혁신학교 현장에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교과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어려워 학력이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혁신학교에서 강조하는 교육의 가치와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 주제 중심 통합 교육과정을 촉진하되, 학교급별 특성을 반영한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 모델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이다.

③ 구성원의 교육과정 전문성과 주체성 신장
셋째, 혁신학교 교원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기르고 교사학습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며,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신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은 편성·운영·평가의 절차가 긴밀하게 연동되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 교사들의 철학과 전문성이 고도로 개입된다. 따라서 전문성의 차이에 따라 긴장과 갈등도 발생한다. 혁신학교 교사들의 교육과정 전문성은 혁신학교 운영 연차가 높아질수록 더욱 신장되고 있었으나, 학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혁신학교 교육과정의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교사의 전문성 신장의 방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이 교사학습 공동체지만, 교사들은 교사학습 공동체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하면서도 시간 부족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교사학습 공동체 활동을 위한 추가 시간 확보 등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혁신학교에서 학생 자치와 학부모 참여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나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소극적 참여인 경우가 더 많았다. 따라서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한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내실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이들의 교육과정 이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혁신학교는 현장의 자그마한 개혁의 바람이 전국적인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교육개혁의 성공사례다. 혁신학교의 전국적인 도입과 국정과제로의 제시는 혁신학교가 이끌어낸 성과이자, 앞으로 직면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전에 응전해 다음 단계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행·재정 일변의 지원에서 벗어나 혁신학교 교육과정 운영 실태에 대해 철저한 진단과 실태 분석에 근거한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이주연, 이경언, 정영근, 이민형, 임유나(2019).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 분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RRC 2019-6.

이민형 고교학점제지원센터 부연구위원

국어교육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통일 대비 남북한 통합 교육과정 연구, 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안 연구, 혁신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실태 분석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