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1)
● 글. 김기수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부모 세대의 변화
코로나 19로 등교 개학이 늦어지던 지난 봄, 국민권익위원회에 코로나 19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되었다. 민원을 제기한 이들의 주요 연령대는 30대와 40대였다. 이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공식적인 통로로 의견을 적극 제시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각급 학교에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생활 속의 불편들에 대한 시정 요구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결국 제도와 관행의 개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구시대의 관행이 많이 남아있는 학교에서는 1980년대생 학부모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기성세대의 리더십과 학교 문화에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부모의 지위는 낮았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보조하는 위치였다. 20여 년 전부터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고 학부모도 위원으로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학부모의 지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각 시·도교육청에는 학부모를 지원하는 부서가 만들어졌다. 학부모회 조례를 제정하여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9개나 된다. 2013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여, 전북, 서울, 인천, 광주, 부산, 제주, 전남, 세종에서 학부모회 조례를 제정하였다. 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보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성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학부모를 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학부모에게 교육을 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1) 이 글은 김기수 외(2020)의 일부 내용을 요약·재구성해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980년대생의 특징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X세대(1965~1981년생)의 끝자락 연령과 밀레니얼 세대(1982~1990년대생)의 초·중반 연령에 걸쳐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판단기준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세대다. 각종 연구 자료에서 보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통해 1980년대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개인과 조직의 관계를 ‘거래적 계약’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성세대는 직장에서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상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적 계약’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1980년대생은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가 없다. 따라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1980년대생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문화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을 직접 사용하며 성장했다. TV, 핸드폰,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항상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다.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은 이들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셋째, 1980년대생은 동료나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SNS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필수 수단이다. 이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나 자신의 선호와 평가 등을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넷째, 1980년대생은 개인화 성향이 다분하다. 이들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셀피(selfie) 세대다. 이들은 여행, 음악, 음식,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체험을 하며 성장했다. 이들은 자신을 조직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주의에 가치를 더 두는 집단이다. 이들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축약어),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일과 삶이 충돌할 경우에는 일보다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섯째, 1980년대생은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크고 개방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견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조직의 일부가 되기를 좋아하고 참여 욕구도 강하다. 조직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 이들은 동질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취향과 행동을 보인다.
1980년대생의 성장기
1980년대생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에 성장한 ‘아나털’세대다. 1980년대생들이 초등학교 때 했던 놀이는 땅따먹기, 롤러스케이트, 고무줄놀이, 문방구 오락기 등이다. 이들의 유년 시절은 다분히 자연 친화적이었다. 당시는 자동차가 급증했다. 도시의 부모들은 교통사고 염려 때문에 집안이나 동네 안에서 놀게 했다. TV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각종 비디오와 게임기가 개발되면서 놀이 형태가 변해갔다. 1990년대 중반에 PC방이 퍼지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등장했고, 1999년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e-Sports를 대중화시킨 스타리그가 보급되었다. 이즈음 국민 PC와 전용망의 보급으로 인해 집에서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생은 당구와 술을 즐기던 이전 대학생들과는 다른 놀이문화를 형성했다.
1980년대생은 팬덤(fandom) 문화를 만들어낸 첫 10대다. 이들이 10대였던 1990년대에는, 팬클럽 카페나 팬 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형성되었다. 팬덤 자체는 1980년대에 가수 조용필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오빠 부대’에서 시작되었으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면서 팬덤은 더 넓고 깊게 소녀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후에는 H.O.T, 젝스키스 등으로 이어졌다.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기 팬덤은 스타를 향한 일방적인 구애의 양상을 띠었다.
1980년대생은 ‘이해찬 세대’다. 이해찬 교육부장관(1998~1999년 재임)은 고교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대입제도를 개편하면서 “특기 하나만 있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대입 전형이 바뀐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강제로 시행하던 야간 자율학습, 월말고사, 학력고사, 모의고사 등을 폐지했다. 학생 인권을 위해 체벌에 대한 가이드를 정했다. 체벌에는 일정 크기 이하의 몽둥이만을 이용하고 과도한 체벌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해찬 세대 고등학생들은 중학교 때보다 약한 체벌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다. 공부를 과거만큼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전 학생들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이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논란도 계속 제기되었다.
1980년대생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
1980년대생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1980년대생 학부모들을 만나봤다. 용인 지역 2개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과 도시 지역 학부모 3명, 농촌 지역 학부모 4명을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학교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인성 지도’와 ‘공동체 생활’이었다. 이들은 학업 성취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에 기대하는 다른 역할은 창의력과 잠재력을 길러주는 것인데, 특히 자녀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 주기를 기대했다.
애들이 뭐 음악도 배우고 사회도 배우고 여러 가지 배우잖아요. 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요, 엄마가 발견하지 못하는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B초등학교 양○○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생활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교우관계와 학교 폭력이었다. 자녀들이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학교 일에는 방관자 같은 태도를 보이며 잘 참여하지 않는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만 늘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학교에 참여하는 소수의 학부모가 여러 분야에 걸쳐 중복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는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 않다. 학교에서 기본 교육을 받지만 사교육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고 대안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한다.’는 식의 생각도 줄었다.
일단 저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평소에는, 저도 어렸을 때 학교에 무조건 가야 해서 아파도 갔는데. 그러니까 다녀보니 … 굳이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 무슨 다른 일이 생겼는데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A초등학교 이○○
예전에는 자녀 교육을 거의 어머니가 담당했다. 학부모의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아버지가 자녀 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내고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학교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은 여전히 어머니가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녀의 교육 성취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친근한 멘토가 되고 싶어 한다.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함께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니저 또는 플래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녀의 학습을 미리 설계하고 진행과정을 모니터하며 상황을 고려하여 실행과 이를 수정하는 일을 계속한다. 사교육에 대해서는 어머니들이 더 적극적이다. 어머니들은 자녀를 사교육에 보내지 않으면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갈까 불안해한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예전 학부모들과 달리 교사와의 소통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녀와 관련하여 무슨 일이 있으면 교사에게 자연스럽게 전화 연락을 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의사소통의 문턱이 낮아졌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은 SNS 메신저와 문자,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학교에서도 대개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정통신문과 주간학습 안내 등을 학부모들에게 보낸다.
학부모들 사이의 소통 창구는 맘카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맘카페나 반 모임과 같이 공동체 성격을 띤 모임에 부담을 느낀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주로 맘카페와 반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고학년 어머니들은 직접 물어보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학부모 다시 보기
1980년대생은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지만, 곧 고학년 학부모가 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부모가 된다. 이들은 기존 학교 문화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생 학부모의 특성을 기초로 학교 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첫째, ‘호명된’ 학부모에서 ‘주인 된’ 학부모로. 학교의 필요에 의해 ‘불려 나온’ 학부모는 호명한 주체의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학부모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일에는 재미있게 참여한다. 학부모가 주체로 인정을 받아야 진정으로 학교를 위해 일한다.
둘째, ‘소문난’ 교육정보에서 ‘검증된’ 교육정보로. 많은 학부모들이 주변의 소문을 듣고 자녀 교육을 결정하다 보니 사교육업체들의 영업 전략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검증된 교육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해 학부모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일방향’ 소통에서 ‘쌍방향 및 다방향’ 소통으로. 학교는 가정통신문 같은 것으로 학부모에게 소식을 전한다. 일방통행이다. 학교(교원)는 학부모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해야 한다. 다수의 교원과 다수의 학부모들이 다방향으로 소통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학교 공동체에 활력이 생긴다.
넷째, ‘한쪽’ 교육관에서 ‘양쪽’ 교육관으로 확대. 어머니와 아버지의 교육관이 다른 경우가 많다. 부부간 교육관의 차이는 종종 갈등을 초래한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교육관의 조화를 위한 동행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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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오재길, 변영임(2020). 19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 경기도교육연구원.
-
김봉제, 김기수, 박새롬(2019). 학부모회 조례 제정 여부에 따른 학부모회 관련 인식 및 활성화 수준 비교 연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
함인희(2019).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법.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자료집. 3-11.
김기수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교육 철학을 전공했고 한국교육개발원과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국가 및 교육청의 교육정책 개발, 학교체제 개편, 미래 교육 비전 수립, 교원교육 시스템 재정비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19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1)
● 글. 김기수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부모 세대의 변화
코로나 19로 등교 개학이 늦어지던 지난 봄, 국민권익위원회에 코로나 19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되었다. 민원을 제기한 이들의 주요 연령대는 30대와 40대였다. 이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공식적인 통로로 의견을 적극 제시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각급 학교에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생활 속의 불편들에 대한 시정 요구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결국 제도와 관행의 개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구시대의 관행이 많이 남아있는 학교에서는 1980년대생 학부모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기성세대의 리더십과 학교 문화에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학부모의 지위는 낮았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보조하는 위치였다. 20여 년 전부터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고 학부모도 위원으로 일부 참여하고 있지만 학부모의 지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각 시·도교육청에는 학부모를 지원하는 부서가 만들어졌다. 학부모회 조례를 제정하여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9개나 된다. 2013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여, 전북, 서울, 인천, 광주, 부산, 제주, 전남, 세종에서 학부모회 조례를 제정하였다. 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보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활성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학부모를 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학부모에게 교육을 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1) 이 글은 김기수 외(2020)의 일부 내용을 요약·재구성해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980년대생의 특징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X세대(1965~1981년생)의 끝자락 연령과 밀레니얼 세대(1982~1990년대생)의 초·중반 연령에 걸쳐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판단기준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세대다. 각종 연구 자료에서 보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통해 1980년대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개인과 조직의 관계를 ‘거래적 계약’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성세대는 직장에서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상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적 계약’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1980년대생은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가 없다. 따라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1980년대생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문화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을 직접 사용하며 성장했다. TV, 핸드폰,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항상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다.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은 이들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셋째, 1980년대생은 동료나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SNS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필수 수단이다. 이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나 자신의 선호와 평가 등을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넷째, 1980년대생은 개인화 성향이 다분하다. 이들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셀피(selfie) 세대다. 이들은 여행, 음악, 음식,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체험을 하며 성장했다. 이들은 자신을 조직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주의에 가치를 더 두는 집단이다. 이들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축약어),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일과 삶이 충돌할 경우에는 일보다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섯째, 1980년대생은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크고 개방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견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조직의 일부가 되기를 좋아하고 참여 욕구도 강하다. 조직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 이들은 동질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취향과 행동을 보인다.
1980년대생의 성장기
1980년대생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에 성장한 ‘아나털’세대다. 1980년대생들이 초등학교 때 했던 놀이는 땅따먹기, 롤러스케이트, 고무줄놀이, 문방구 오락기 등이다. 이들의 유년 시절은 다분히 자연 친화적이었다. 당시는 자동차가 급증했다. 도시의 부모들은 교통사고 염려 때문에 집안이나 동네 안에서 놀게 했다. TV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각종 비디오와 게임기가 개발되면서 놀이 형태가 변해갔다. 1990년대 중반에 PC방이 퍼지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등장했고, 1999년에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e-Sports를 대중화시킨 스타리그가 보급되었다. 이즈음 국민 PC와 전용망의 보급으로 인해 집에서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생은 당구와 술을 즐기던 이전 대학생들과는 다른 놀이문화를 형성했다.
1980년대생은 팬덤(fandom) 문화를 만들어낸 첫 10대다. 이들이 10대였던 1990년대에는, 팬클럽 카페나 팬 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형성되었다. 팬덤 자체는 1980년대에 가수 조용필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오빠 부대’에서 시작되었으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면서 팬덤은 더 넓고 깊게 소녀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후에는 H.O.T, 젝스키스 등으로 이어졌다.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초기 팬덤은 스타를 향한 일방적인 구애의 양상을 띠었다.
1980년대생은 ‘이해찬 세대’다. 이해찬 교육부장관(1998~1999년 재임)은 고교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대입제도를 개편하면서 “특기 하나만 있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대입 전형이 바뀐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강제로 시행하던 야간 자율학습, 월말고사, 학력고사, 모의고사 등을 폐지했다. 학생 인권을 위해 체벌에 대한 가이드를 정했다. 체벌에는 일정 크기 이하의 몽둥이만을 이용하고 과도한 체벌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해찬 세대 고등학생들은 중학교 때보다 약한 체벌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다. 공부를 과거만큼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전 학생들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이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논란도 계속 제기되었다.
1980년대생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
1980년대생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1980년대생 학부모들을 만나봤다. 용인 지역 2개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과 도시 지역 학부모 3명, 농촌 지역 학부모 4명을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학교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인성 지도’와 ‘공동체 생활’이었다. 이들은 학업 성취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에 기대하는 다른 역할은 창의력과 잠재력을 길러주는 것인데, 특히 자녀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 주기를 기대했다.
애들이 뭐 음악도 배우고 사회도 배우고 여러 가지 배우잖아요. 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요, 엄마가 발견하지 못하는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B초등학교 양○○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생활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교우관계와 학교 폭력이었다. 자녀들이 집단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학교 일에는 방관자 같은 태도를 보이며 잘 참여하지 않는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만 늘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학교에 참여하는 소수의 학부모가 여러 분야에 걸쳐 중복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는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 않다. 학교에서 기본 교육을 받지만 사교육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고 대안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한다.’는 식의 생각도 줄었다.
일단 저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평소에는, 저도 어렸을 때 학교에 무조건 가야 해서 아파도 갔는데. 그러니까 다녀보니 … 굳이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 무슨 다른 일이 생겼는데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A초등학교 이○○
예전에는 자녀 교육을 거의 어머니가 담당했다. 학부모의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아버지가 자녀 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내고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학교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은 여전히 어머니가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녀의 교육 성취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친근한 멘토가 되고 싶어 한다.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함께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니저 또는 플래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녀의 학습을 미리 설계하고 진행과정을 모니터하며 상황을 고려하여 실행과 이를 수정하는 일을 계속한다. 사교육에 대해서는 어머니들이 더 적극적이다. 어머니들은 자녀를 사교육에 보내지 않으면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갈까 불안해한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예전 학부모들과 달리 교사와의 소통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자녀와 관련하여 무슨 일이 있으면 교사에게 자연스럽게 전화 연락을 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의사소통의 문턱이 낮아졌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은 SNS 메신저와 문자,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학교에서도 대개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정통신문과 주간학습 안내 등을 학부모들에게 보낸다.
학부모들 사이의 소통 창구는 맘카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맘카페나 반 모임과 같이 공동체 성격을 띤 모임에 부담을 느낀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주로 맘카페와 반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고학년 어머니들은 직접 물어보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학부모 다시 보기
1980년대생은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지만, 곧 고학년 학부모가 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부모가 된다. 이들은 기존 학교 문화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생 학부모의 특성을 기초로 학교 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첫째, ‘호명된’ 학부모에서 ‘주인 된’ 학부모로. 학교의 필요에 의해 ‘불려 나온’ 학부모는 호명한 주체의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학부모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일에는 재미있게 참여한다. 학부모가 주체로 인정을 받아야 진정으로 학교를 위해 일한다.
둘째, ‘소문난’ 교육정보에서 ‘검증된’ 교육정보로. 많은 학부모들이 주변의 소문을 듣고 자녀 교육을 결정하다 보니 사교육업체들의 영업 전략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검증된 교육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해 학부모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일방향’ 소통에서 ‘쌍방향 및 다방향’ 소통으로. 학교는 가정통신문 같은 것으로 학부모에게 소식을 전한다. 일방통행이다. 학교(교원)는 학부모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해야 한다. 다수의 교원과 다수의 학부모들이 다방향으로 소통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학교 공동체에 활력이 생긴다.
넷째, ‘한쪽’ 교육관에서 ‘양쪽’ 교육관으로 확대. 어머니와 아버지의 교육관이 다른 경우가 많다. 부부간 교육관의 차이는 종종 갈등을 초래한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교육관의 조화를 위한 동행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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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오재길, 변영임(2020). 1980년대생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 경기도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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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제, 김기수, 박새롬(2019). 학부모회 조례 제정 여부에 따른 학부모회 관련 인식 및 활성화 수준 비교 연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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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2019).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법.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자료집. 3-11.
김기수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교육 철학을 전공했고 한국교육개발원과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국가 및 교육청의 교육정책 개발, 학교체제 개편, 미래 교육 비전 수립, 교원교육 시스템 재정비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