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경험 분석

● 글. 이미숙 KICE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농촌의 인구와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 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농·어촌에 있는 학교는 지역 경제가 낙후되는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증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남아있는 학생의 학습 의욕도 저하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농·어촌의 학생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식비 수급자, 한부모 자녀, 조부모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수 등이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은 주로 예산이나 시설, 교원 수급과 같은 교육 행정 측면에서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과 같은 교육사회학적 접근에서 많이 이루어져 왔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지원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 복지나 행정체제 차원에서의 접근뿐 아니라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어촌의 교사들이 국가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학습경험과 관련된 실제는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농·어촌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1) 본 고에서는 Dumont, Istance & Benavides(2010)의 「The Nature of Learning」을 교육정책네트워크실에서 2011년에 번역한 ‘학습의 본질: 인지적 관점에서 본 학습 기제’ 및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에 근거하여 작성하였다.

학습의 본질과 소규모 학교에서의 학습

OECD의 CERI(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에서 발간한 보고서 「The Nature of Learning」에는 학습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21세기의 학습 환경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 제시되어 있는 학습 환경 설계를 위한 핵심 원리 중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의미 있게 고려해야 할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은 협력적인 활동이다. 개인의 지식 습득은 상호작용과 타협, 협력의 과정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학습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실제적인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집단적 문제 해결이나 프로젝트 학습에서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은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삶을 준비할 수 있으므로, 상호 간에 협력하는 능력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서 21세기 역량의 하나로 다루어져야 한다.
둘째, 학습은 개인마다 차이와 다름이 있다. 학생들은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같은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선행 지식, 능력, 학습에 대한 개념, 학습 형태와 전략, 흥미, 동기, 자기 효능감, 감정 등 학습의 근본적 측면과 관련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소수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름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학습은 실생활과의 연계를 통해 촉진된다. 연계성은 지식을 다른 맥락이나 익숙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능력으로 21세기 역량 중 하나로 강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한 학습경험은 이러한 학습의 본질과 관련된다. 타니구치 야스후미(2007: 111)는 200명 이하의 학교를 소규모 학교로 설정하였고 소규모 학교의 규모는 연구자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전교생 120명 이하인 학교, 180명 미만인 학교 등으로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Jimerson(2006)은 ‘소규모’를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보았으며, Cotton(1996)은 여러 문헌 분석을 통해 소규모 학교와 대규모 학교를 지칭하는 규모에 대해 합의된 개념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어느 정도의 규모를 소규모 학교로 지칭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이 연구의 맥락에 맞게 초점화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교원 면담을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 제시된 활동은 협동학습을 중심으로 제시된 것이 많아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견, 체육이나 영어 등은 학급당 4명 이상이 되어야 바람직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접하게 되었고, 전교생 수가 30명보다 적다면 소규모 학교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 관점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은 어떠한 학습경험을 하고 있는가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교사의 모습 중 하나는 학생들 곁에 앉아 개별 지도를 하면서 학생 개인과 면 대 면으로 소통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었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적은 학생 수로 인해 여러 모둠을 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모둠 간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다른 모둠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상호 간에 유익한 자극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제한이 있다(이미숙 외, 2019). 대규모 학교에서는 여러 모둠이 구성되고 교사는 이러한 모둠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해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직접 모둠원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역할극을 할 때 교사도 하나의 역할을 하면서 선생님이자 동료가 된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짝이 되기도 하고 모둠의 리더로 모둠을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학생과 상호작용한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관한 학습을 깊이 있게 하고 있다. 강원도에 있는 A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 지역의 유래와 인물에 대한 수업, 지역의 환경과 연관된 생태 프로젝트, 직업 관련 면담 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지역에 대한 프로젝트를 할 때 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고 지역의 기관에 가 면담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기관 관계자들이 매우 친절하게 학생들을 대해주고 면담에도 적극 참여해준다고 한다. 이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자연을 가까이 접하는 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곤충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거나 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활동과 같은 생태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학교의 복도에는 학생이 직접 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망원경을 설치해 놓아 학생들은 교내에서도 자연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은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지역에 살고 있어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 곤충에 통달한 애 하나 있어요.
  • 원주에 가다 보면 있는 버드세이버 저희가 한 거예요.
  •  자연환경도 있고 꽃도 있어서 냄새도 좋고 나무가 그늘이 되어 좋아요.2)

또한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 중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체험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 되었다. 이에 대해 전북 지역의 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들이 해주지 못하는 문화·예술 체험 같은 것을 많이 해주려 하고 있고, 가격에 상관없이 뮤지컬도 보여주고, 스케이트도 타고 영화도 보고 마트에도 갑니다. 사실은 부모들이 대도시에서 해줄 만한 것들을 학교에서 거의 하고 있고, 그 반대로 학원에서 배울 만한, 대도시 애들이 배울 만한 것들을 여기 애들은 강사를 학교로 불러 연계해서 문화·예술 교과 수업을 같이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저희 학교의 경우는 방과 후에도 강사를 불러서 전교생이 플루트를 배우고 있고, 또 나비 골프라고 골프도 가르치고 있어요. 부모들은 그런 점에서 어디 가서 좀 자랑 아닌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학교는 골프도 다 배운다. 대회도 나간다… 농·어촌이지만 한편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본 연구에서 6학년 학생 대상 면담을 하면서 학생이 다니고 있는 그 학교에서 공부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결과,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이라고 답변한 학생이 있었고 그와 관련하여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고 있는 활동에 관해 교원의 의견을 조사하여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를 그래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활동


2) 강원도 A초등학교 학생 중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이 말한 내용이다.

[그림1]에 제시하였듯이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과활동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앞으로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점은 무엇인가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학습경험을 하는 측면도 많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앞으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수업의 질을 보장해 주기 위해 복식 학급의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시·도 교육청에 따라 어떤 지역에서는 복식 학급이 발생된 경우 전일제 강사를 지원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지원이 전혀 없이 한 교사가 2개 학년을 담당하고 있는데, 복식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에게 전일제 강사를 지원하는 것은 모든 시·도 교육청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또한 앞으로 농·어촌에서 학교가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근거가 되는 법적 기반이 보다 견실히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농·어촌 교육 지원을 위한 법령이 시행되고는 있으나, 이와 더불어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에서는 그 지역의 교육적 특징을 살린 조례 등을 제정하여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해 나가는 데 필요한 사업 계획 및 예산 지원 계획에 관한 사항 등이 보다 구체적이고도 현실성 있게 수립되고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표 2> 우선 감축이 필요한 학년

F초등학교 학생의 글(출처: 이미숙 외(2019), p.147)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과활동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맺음말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급규모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학급 규모 유연화를 통해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고, 담임교사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도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충원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급 규모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시도하는 경우 다른 학교나 학년에 과밀 학급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여 현재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배치 기준을 보다 하향 조정하여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학급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이미숙, 조보경, 이수정, 이상아, 조기희(2019).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경험 분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C 2019-8.

  • 타니구치 야스후미(2007). 효고현의 학교규모의 변천: 코베지역, 하리마동부지역, 타지마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카토 유키츠구, 이시자카 카즈오, 사토 유, 타니 구치 야스후미, 타카우라 카츠요시, 사와다 미노루(2007). 각 학교단계에서의 최적학교규모에 관한 연구(pp. 110-138). 2006년도 문부과학성 ‘신교육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 (채택번호 34). 각 학교단계에서 최적학교규모에 관한 연구회.

  • Cotton, K.(1996). School size, school climate, and student performance. School Improvement Research Series, Close-up #20. Northwest Regional Education Laboratory. Retrieved May 14, 2019, from https://educationnorthwest.org/sites/default/files/SizeClimateandPerformance.pdf

  • Dumont, H., Istance, D., & Benavides, F.(Eds.)(2010). The nature of learning: Using research to inspire practice. OECD 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실 역편(2011). ‘학습의 본질: 인지적 관점에서 본 학습 기제’ 및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한국교육개발원 현안보고 OR- 2011-01-5.

  • Jimerson, L.(2006). The Hobbit effect: Why small works in public schools. The Rural School and Community Trust.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경험 분석

● 글. 이미숙 KICE 선임연구위원

김종윤 부연구위원
KICE 교육과정·교과서 본부

국어교육을 전공하였으며, 미 래 사회 대비 교육과정·교수학 습·교육평가 비전 연구,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학 교 교과 간 연계·융합 교육 적 용 방안 연구,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 실행 모니터링 연구, 성취 기준 질 제고를 위한 국제 비교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 중학교 교과 교육내용의 적정 성 분석 연구 및 ‘한 학기 한 권 읽기’ 웹사이트 구축 사업에 참 여하고 있다.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농촌의 인구와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 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농·어촌에 있는 학교는 지역 경제가 낙후되는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증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규모는 더욱 축소되고 남아있는 학생의 학습 의욕도 저하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농·어촌의 학생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식비 수급자, 한부모 자녀, 조부모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수 등이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은 주로 예산이나 시설, 교원 수급과 같은 교육 행정 측면에서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과 같은 교육사회학적 접근에서 많이 이루어져 왔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지원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 복지나 행정체제 차원에서의 접근뿐 아니라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어촌의 교사들이 국가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학습경험과 관련된 실제는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농·어촌의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1) 본 고에서는 Dumont, Istance & Benavides(2010)의 「The Nature of Learning」을 교육정책네트워크실에서 2011년에 번역한 ‘학습의 본질: 인지적 관점에서 본 학습 기제’ 및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에 근거하여 작성하였다.

학습의 본질과 소규모 학교에서의 학습

OECD의 CERI(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에서 발간한 보고서 「The Nature of Learning」에는 학습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통해 21세기의 학습 환경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 제시되어 있는 학습 환경 설계를 위한 핵심 원리 중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의미 있게 고려해야 할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은 협력적인 활동이다. 개인의 지식 습득은 상호작용과 타협, 협력의 과정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학습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실제적인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집단적 문제 해결이나 프로젝트 학습에서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은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삶을 준비할 수 있으므로, 상호 간에 협력하는 능력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서 21세기 역량의 하나로 다루어져야 한다.
둘째, 학습은 개인마다 차이와 다름이 있다. 학생들은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같은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선행 지식, 능력, 학습에 대한 개념, 학습 형태와 전략, 흥미, 동기, 자기 효능감, 감정 등 학습의 근본적 측면과 관련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소수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름을 이해하고 고려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학습은 실생활과의 연계를 통해 촉진된다. 연계성은 지식을 다른 맥락이나 익숙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능력으로 21세기 역량 중 하나로 강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한 학습경험은 이러한 학습의 본질과 관련된다. 타니구치 야스후미(2007: 111)는 200명 이하의 학교를 소규모 학교로 설정하였고 소규모 학교의 규모는 연구자에 따라 혹은 시대에 따라 전교생 120명 이하인 학교, 180명 미만인 학교 등으로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Jimerson(2006)은 ‘소규모’를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보았으며, Cotton(1996)은 여러 문헌 분석을 통해 소규모 학교와 대규모 학교를 지칭하는 규모에 대해 합의된 개념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어느 정도의 규모를 소규모 학교로 지칭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이 연구의 맥락에 맞게 초점화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교원 면담을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 제시된 활동은 협동학습을 중심으로 제시된 것이 많아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견, 체육이나 영어 등은 학급당 4명 이상이 되어야 바람직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접하게 되었고, 전교생 수가 30명보다 적다면 소규모 학교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 관점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은 어떠한 학습경험을 하고 있는가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교사의 모습 중 하나는 학생들 곁에 앉아 개별 지도를 하면서 학생 개인과 면 대 면으로 소통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었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적은 학생 수로 인해 여러 모둠을 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모둠 간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다른 모둠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상호 간에 유익한 자극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제한이 있다(이미숙 외, 2019). 대규모 학교에서는 여러 모둠이 구성되고 교사는 이러한 모둠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해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사가 직접 모둠원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역할극을 할 때 교사도 하나의 역할을 하면서 선생님이자 동료가 된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짝이 되기도 하고 모둠의 리더로 모둠을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학생과 상호작용한다.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관한 학습을 깊이 있게 하고 있다. 강원도에 있는 A 초등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 지역의 유래와 인물에 대한 수업, 지역의 환경과 연관된 생태 프로젝트, 직업 관련 면담 등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지역에 대한 프로젝트를 할 때 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고 지역의 기관에 가 면담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기관 관계자들이 매우 친절하게 학생들을 대해주고 면담에도 적극 참여해준다고 한다. 이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자연을 가까이 접하는 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곤충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거나 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활동과 같은 생태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학교의 복도에는 학생이 직접 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망원경을 설치해 놓아 학생들은 교내에서도 자연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은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지역에 살고 있어 더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 곤충에 통달한 애 하나 있어요.
  • 원주에 가다 보면 있는 버드세이버 저희가 한 거예요.
  •  자연환경도 있고 꽃도 있어서 냄새도 좋고 나무가 그늘이 되어 좋아요.2)

또한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 중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체험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 되었다. 이에 대해 전북 지역의 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들이 해주지 못하는 문화·예술 체험 같은 것을 많이 해주려 하고 있고, 가격에 상관없이 뮤지컬도 보여주고, 스케이트도 타고 영화도 보고 마트에도 갑니다. 사실은 부모들이 대도시에서 해줄 만한 것들을 학교에서 거의 하고 있고, 그 반대로 학원에서 배울 만한, 대도시 애들이 배울 만한 것들을 여기 애들은 강사를 학교로 불러 연계해서 문화·예술 교과 수업을 같이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저희 학교의 경우는 방과 후에도 강사를 불러서 전교생이 플루트를 배우고 있고, 또 나비 골프라고 골프도 가르치고 있어요. 부모들은 그런 점에서 어디 가서 좀 자랑 아닌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학교는 골프도 다 배운다. 대회도 나간다… 농·어촌이지만 한편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본 연구에서 6학년 학생 대상 면담을 하면서 학생이 다니고 있는 그 학교에서 공부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결과,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이라고 답변한 학생이 있었고 그와 관련하여 싱가포르에서 경험한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고 있는 활동에 관해 교원의 의견을 조사하여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를 그래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활동


2) 강원도 A초등학교 학생 중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이 말한 내용이다.

[그림1]에 제시하였듯이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과활동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앞으로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점은 무엇인가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좋은 학습경험을 하는 측면도 많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앞으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수업의 질을 보장해 주기 위해 복식 학급의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시·도 교육청에 따라 어떤 지역에서는 복식 학급이 발생된 경우 전일제 강사를 지원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지원이 전혀 없이 한 교사가 2개 학년을 담당하고 있는데, 복식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에게 전일제 강사를 지원하는 것은 모든 시·도 교육청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또한 앞으로 농·어촌에서 학교가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근거가 되는 법적 기반이 보다 견실히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농·어촌 교육 지원을 위한 법령이 시행되고는 있으나, 이와 더불어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에서는 그 지역의 교육적 특징을 살린 조례 등을 제정하여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해 나가는 데 필요한 사업 계획 및 예산 지원 계획에 관한 사항 등이 보다 구체적이고도 현실성 있게 수립되고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표 2> 우선 감축이 필요한 학년

F초등학교 학생의 글(출처: 이미숙 외(2019), p.147)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과활동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학습경험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맺음말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급규모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학급 규모 유연화를 통해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고, 담임교사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도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충원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급 규모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시도하는 경우 다른 학교나 학년에 과밀 학급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여 현재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배치 기준을 보다 하향 조정하여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학급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이미숙, 조보경, 이수정, 이상아, 조기희(2019). 농어촌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경험 분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C 2019-8.

  • 타니구치 야스후미(2007). 효고현의 학교규모의 변천: 코베지역, 하리마동부지역, 타지마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카토 유키츠구, 이시자카 카즈오, 사토 유, 타니 구치 야스후미, 타카우라 카츠요시, 사와다 미노루(2007). 각 학교단계에서의 최적학교규모에 관한 연구(pp. 110-138). 2006년도 문부과학성 ‘신교육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 (채택번호 34). 각 학교단계에서 최적학교규모에 관한 연구회.

  • Cotton, K.(1996). School size, school climate, and student performance. School Improvement Research Series, Close-up #20. Northwest Regional Education Laboratory. Retrieved May 14, 2019, from https://educationnorthwest.org/sites/default/files/SizeClimateandPerformance.pdf

  • Dumont, H., Istance, D., & Benavides, F.(Eds.)(2010). The nature of learning: Using research to inspire practice. OECD Centre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실 역편(2011). ‘학습의 본질: 인지적 관점에서 본 학습 기제’ 및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 한국교육개발원 현안보고 OR- 2011-01-5.

  • Jimerson, L.(2006). The Hobbit effect: Why small works in public schools. The Rural School and Community Tr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