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교육에 비춰 본 우리 교육

글.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최근 우리 교육계에 가히 붐이라고 할 정도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아이러니하게도 IB 교 육을 엘리트 귀족교육이라고 비난할만한 일부 교육감들이 그 붐을 선도하고 있다. 소위 주입식 교육, 지식을 아는 교육, 정답 을 맞히는 객관식 상대평가 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우 리 교육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뭔가 모범이 되는 교육을 통해 본 을 보이고 충격을 주어 교육개혁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IB 교육은 안성맞춤처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요 소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
IBO에서 개칭한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국 제 교육단체로서,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는 외교관과 주재원 자 녀들의 대학진학 교육을 도와주기 위해 고안되어 1968년 국제 공인 진학계 고등학교 교육과정(IB Diploma Programme; 이하 진학과정, DP)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것은 구미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교수언어로 사용하면서 중등 후기 마지막 2년의 교육을 질 관리해왔다. 진 학과정의 학위는 세계유수의 대학입학 과정에서 가장 높은 수 준의 고교교육을 받았다는 징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IB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4가지로 중등후기 진학과 정인 DP를 필두로 3~10세의 유·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초 등과정(Primary Years Programme: PYP, 1998년~), 11~15세의 전기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중등과정(Middle Years Programme: MYP, 1994년~), 16-19세의 중등후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과정(Career-Related Programme: CP, 2012 년~)이 그것이다.

IB의 교육철학과 목표

IB의 교육비전과 목적은 세계화된 사회에서 타문화를 이해 하고 존중함으로써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탐구적이고 지적이며 사회적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 이는 IB가 정한 ‘탐구, 지성, 사고, 소통, 수칙, 개 방, 배려, 도전, 균형, 성찰’하는 ‘학습자 상(learner profile)’에 더 구체화되어 있다. 이는 학문적인 지식과 능력뿐만 아니라 호기 심과 열정, 다방면의 고른 발달, 타인과 세계에 대한 배려와 존 중 등 전인적·사회적 인격체로서의 특성을 망라하여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이다. 또한 학습자의 학습에 있어서 자기주도적 참여를 통해 ‘사고, 탐구, 의사소통, 사회성, 자기관리’와 같은 학습능력을 기를 것 을 강조한다. 학습자 상이 전인으로서 특성을 추구한다면, 학 습능력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서 학습을 지속하는 데 필요 한 실제적인 능력 함양에 중점을 둔다. 교육목적, 학습자 상, 학 습능력 등을 통해 IB는 궁극적으로 UN이나 UNESCO와 유사하 게 개방적인 마음을 지닌 세계시민 양성을 지향한다. IB는 그 추구하는 교육철학과 목표 등을 회원학교의 모든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숙지하고 그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줄 것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북한의 사회주의 교육체제와 같이 미사여구이지만 교육의 철학과 방향이 올바르지 않으면 도리어 개인이나 국가 및 인류 사회에 해롭기 때문이다.
교육철학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초·중·고교에 설치한 네 개의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면 IB 교육의 특성이 드러난다. 유초등과정(PYP)과 전기중등과정(MYP)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와 목표만 제공하고 해당하는 나라와 학교의 토착적 교육과정 및 교육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권적·자율적 교육과정의 틀(framework)이다. 후기중등 진학과정(DP)은 IB가 정한엄정한(rigorous) 교육과정-수업-평가 기준을 만족해야 학위를 부여하므로 매우 중앙집권적인 편이다. 이에 비해 최근 시작한 직업과정(CP)은 직업 및 대학 준비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진학과정에서 2~4개 과목과 IB가 정한 중핵(core)만 이수하고, 해당 국가와 학교에서 정한 일반 및 직업교육과정(Career-Related Studies, CRS)을 이수하면 학위를 수여하는 절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IB 학교들은 회원학교로서 연회비를 내고 교직원들은 IB가 제공하는 각종 교직원 연수, 교수학습 자료 공유와 교류, 평가연수 등에 학습공동체 형태로 참여한다.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은 인정을 받으면 학교 전체가 IB 학교여야 하지만, 후기 중등의 진학과 직업과정은 학교 내 일부 자원한 학생들만 학위과정이나 개별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학교 내 학교’이다.

IB의 교과학습

네 개의 프로그램을 좀 더 살펴보면, 각 프로그램은 그 아래 여러 교과군을 두고 있다. 유초등과정은 언어, 사회, 수학, 예술, 과학, 체육 등 6개, 전기중등과정은 모국 어문, 외국어학습,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 체육과 건강, 디자인(기술) 등 기본교과 8개, 후기중등 진학과정은 모국 어문, 외국어학습,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의 6개 아래에 56개의 과목과 20개의 온라인 강좌를 두고 있다. 교과목 수가 점증하다 고교에 와서 진로별 교과목 분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형태이다. 그러나 학생이 이수하는 교과목 수는 융·통합된 소교과 집중 심층학습으로 6~8개이다. 유초등과정에서는 교과를 넘어 융·통합적 범교과 학습 주제(Transdisciplinary themes)로, 중등과정은 학제 간 학습(Interdisciplinary studies)을 강조하므로, 국민기초 기본교양 교육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교과 단위 분절학습을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준다.
가장 엄정한 질 관리를 하는 진학과정(DP)의 과목들은, 표준과목은 2년간 150시간(약 11단위), 고급수준은 240시간(약 17단위)을 수업하는데, 그 교수요목, 단원별 시간 배당, 평가기준, 시험 문항의 예시, 배점기준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2년간 장기계열로 문이과를 넘어 선택 조합하여 공부하게끔 대단위로 과목을 만들고, 과목 내 중요한 단원별로 시간 배당을 하는 것은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각 과목은 7점 만점이고 최저 3점을 얻어야 수료가 되며, 6개 영역에서 42점 만점인데 최소 24점을 넘어야 학위취득 요건이 된다. IB의 진학과정은 가히 대학가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쌓는 데에 집중하여, 내·외부 평가를 통해 학습목표 달성과 질 관리를 이루는 소위 백워드 방식이다. IB는 이 모든 것을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제 힘으로 해내는 것을 중요시하며 곳곳에서 이를 점검한다.

IB의 범교과 학습 주제 및 창의적 체험활동

IB의 중등후기 진학과정과 직업과정의 중심에는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범교과적 학습 주제나 교과외 활동과 창작 활동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진학과정의 중핵은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논문(Extended Essay), 창의적 체험활동(Creativity, Activity, Service: CAS)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론은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고 여러 학문 분야들을 연결할수 있는 비판적인 인지 능력과 메타인지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과정으로 100시간 이상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진리와 정답으로서 지식 습득과 암기 위주로 공부해온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논리적 성찰의 지식론이다. 논문은 40시간 이상을 들여 학생 주도적으로 4,000자 분량의 논문을 작성하는 것인데, 대학에서의 연구 수행을 위한 실제적 준비 과정이다. 지식론과 논문은 조합하여 3점 만점이다. 또한 학생들은 2년 동안 150시간 정도는 ‘예술·운동·봉사’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종합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예술의 창의적 사고를 수반하는 경험(C), 스포츠의 건강한 생활 습관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는 경험(A), 인간의 권리, 존엄성, 자율성을 존중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봉사학습 경험(S)이다. CAS는 점수는 없지만 제대로 이수하지 않으면 진학과정 학위를 못 받는다. 요컨대 지식론과 논문으로 범교과적·통합적인 지식에 의한 교과 교육과정들 간의 통합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체육, 예술 등 교과와 교과외 활동의 통합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한다.
진학과정과 마찬가지로 직업과정(CP)에도 중핵이 있는데, 이는 경험적 학습을 통해 학생의 개인적 성장과 대인관계 기술신장을 목표로 한다. 이 영역은 개인적·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Personal and Professional skills: 90시간),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50시간), 성찰프로젝트(Reflective Project, RP: 50시간), 직업계 고교생이 결여하기 쉬운 외국어학습(50시간)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 IB 본부에서는 직업과정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 경험을 몇 시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 개괄적으로 규정하지만 직무수행능력, 봉사학습, 외국어학습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대신 직업과정 중핵의 ‘모든’ 활동 내역을 종합적인 RP의 포트폴리오에 담아 보고할 것을 요청한다. 즉 RP는 학생이 진학과정에서 선택 이수한 2~4과목과 직업과정의 일반 및 직업교육과정(CRS)의 과목 이수 및 중핵을 모두 담는다. RP는 IB의 직접평가 대상이 되므로 반드시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 하나로 작성하게 된다. 분량은 형식에 따라 750~3,000 단어 정도가 일반적이다. 평가는 내·외부평가로 IB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사용하여 교사가 학생의 RP를 평가하고, 외부 평가자는 몇 개의 포트폴리오를 표집하여 필요하면 점수를 조정한다. RP는 30점 만점이며 5개 급간 E등급(0~9점)을 받은 학생은 직업과정 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두 개의 중핵을 비교해보면, 직업소양의 직무수행능력은 학문소양의 지식론과 연결되고, 직업적 포트폴리오인 RP는 자신의 학술적 성과를 정리하는 논문에 대응된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구실을 하는 봉사학습은 창의적 체험활동(CAS)의 봉사활동과 유사하고, 직업과정의 외국어학습이나 진학과정의 예술과 체육활동(Creativity, Activity)은 소홀히 하기 쉬운 교과를 보충하는 면이 있다.

IB의 수업과 평가 및 질 관리

IB의 수업이나 평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진학과정은 학생 중심 수업을 실시하는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 특성, 특히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2년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형태이다. 우리처럼 1~3단위를 한 학기에 끝내는 소단위 과목을 매학기 선택해가는 진로 혼란과 편의적 교육과정이 아니라, 대단위 과목으로 설계된 장기계열이수, 진로별 선택·조합하여 이수하는 전형적인 고교교육과정이다. 교사는 2년간 학생을 잘 알고 그가 도달할 수준을 가늠하여 이에 맞게 학습의 범위, 수준, 심도, 분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험·실습·실기, 프로젝트, 토의·토론 등의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나 논문으로 내놓고 평가기준에 맞추어 평정해야 하므로 교사나 학생에게 IB 진학과정 과목 이수는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그 수준은 거의 대학 1학년에 걸쳐있다.
IB 진학과정(DP)이나 직업과정(CP)은 평가가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외부 평가를 모두 내신으로 합산하는 성적처리에서 채점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내부와 외부 평가에 3단계 이상의 상호 교차채점과 점검 장치를 둔다. 더구나 내부평가에 대해 IB의 표집채점과 점검은 교사나 학생들로 하여금 출제나 채점이 너무 인색하거나 후하면 그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 모두가 손해나 이득을 보므로, 교사의 출제, 채점, 평정의 워크숍 연수가 잦다. 교사가 수년간 이런 훈련을 해야 IB의 평가기준에 맞추어 출제하고 채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외부 채점자로서 참여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천차만별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내가 가르쳤으니 내가 평가할 것이고, 대학은 그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라’는 이름뿐인 절대평가나 임의평가와 IB 절대평가는 거리가 한참 멀다. IB 진학과 직업과정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과정평가, 학생의 창의적 표현평가, 수행평가, 종합적인 다면평가, 할 만한 공부에 대한 평가여서 불만은 적고 신뢰는 높다. 더구나 정기적으로 학교 전체를 평가하여 인정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어 질 관리가 엄정하게 지속된다.

IB 교육 프로그램 도입의 장단점과 고려사항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붐이 일고 있는 IB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상대적으로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은 해당 국가와 학교 교육과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그 나라의 교수언어에 제한이 없다. IB는 지나치게 분권화되어 민선교육감들이 공교육임에도 특정 도민이나 시민을 기를 것처럼 열정을 쏟는 현상의 개선이나, 나아가 전체주의 국가에서 ‘국민·신민’ 형성에만 골몰하는 좁은 시야를 국제사회와 지구촌 세계시민 형성이라는 교육 목표로 넓혀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교육 개조에는 학교별 연회비가 1천만 원 정도 드는데, 이는 일반적인 교육개혁에 드는 비용에 비춰 볼 때 교육의 질 개선 비용으로서는 크게 비싸지 않다.
문제는 IB 진학과정(DP)의 도입이다. 우리나라 고교가 평준화 대 비평준화 이념 갈등, 문·이과 양분, 국·영·수 중심, 소단위로 분절된 잡다한 과목 나열, 진로가 안 보이는 1학년 공통위주 교육과정 설계, 주입식 강의와 암기식 시험 준비 공부, 수능 중심, 상대평가, 사교육 과잉 등에 시달리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진학과정에는 우리 교육의 폐단을 치유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기에 관심이 높다. 유럽에서는 공공재정으로 대학을 가고 있어서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대학생 수는 학력 수준으로 볼 때 상대적 상위 집단이면서 동 연령대 인구의 30~50% 수준이고, 진학과정은 이들을 대상 집단으로 한다. 물론 그 아래 학력 수준이어도 과목별 이수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과목이 처음부터 2년 장기계열이수의 대단위이고, 진로에 따라 소과목에 선택·조합하여 집중 심층학습을 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은, 학점제로 변경하면서도 소단위 과목이 가진 폐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행하는 우리 실정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대단위 과목의 소과목 집중 심층, 장기계열, 진로별 조합 이수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고교개혁은 연목구어다. 1학년 공통과목 처방에만 매몰되어 3학년 즈음에 공부하는 진로별 과목을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면 학점제도 단위제처럼 교육 문제만 하나 더할 뿐이다.
IB 도입에서 가장 큰 장애는 역시 교수학습 언어이다. 진학이나 직업과정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세 개로만 한정하기에 이 언어들을 공용어로 하는 나라들에게만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최근 일본, 독일, 한국, 중국 등지에서도 IB를 더 많이 도입하려는 붐이 일지만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은 국가 수준에서 제2의 유신을 불러일으키고 세계화, 국제화를 위해 일본의 고교 학습과 평가에 일대 혁신을 요구하여 일본어로 DP를 교수학습하는 JB(일본형 바칼로레아)를 지향한다. 국가 수준에서 IB 본부와 타협하여 일부는 일본어로 공부해도 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에 이어 진학과정을 더 많이 도입하고 싶어 한국어로 교수학습하고 평가할 방안에 대해 IB 본부와 협상 중이고, 각종 규정, 교육과정기준 문서, 교재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지능정보화 시대의 문·이과 융복합 교육에 맞지 않게 외고나 국제고는 문과 위주이고, 영재고나 과학고는 이과 위주여서 넘나들이 공부를 위해서는 진학과정이 적격이다. 특히 한류를 타고 외국 고교생들의 한국 유학의 문을 여는데 진학과정은 매우 매력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교수와 초·중등 교원들 중에는 영어에 능숙한 이들이 많아 일본보다 쉽게 교원을 훈련시켜 진학과정 교육에 투입할 여지가 많다. IB가 한국어로 KB(한국형 바칼로레아)화 되면 자체로 교원양성과 연수, 채점자 연수 등을 수행할 수 있어 인재와 외화 유출도 줄어들 것이다. KB가 확산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에도 교육철학과 비전, 교육활동 실제, 교육평가와 질 관리, 졸업과 진학 등에 있어서 교육다운 교육의 훈풍이 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참고문헌

• 이혜정(2019). “왜 IB인가?”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 자료집(pp.9-55). 청주교육대학교.
• 홍후조(2018). “국제공인 고교 교육과정의 한국적 함의”. 한국교육과정학회 9월 월례학술세미나자료집(pp.16-29). 한국교육과정학회.
• 홍후조, 성열관(2004). IB 교육과정 설치 방안 탐색 기초 연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연구보고서.
• https://www.ibo.org/ IB 홈페이지 탑재 자료 참조.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교육 과정학회 제25대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교육과정기준 개발, 주제별·영역별 교 육과정기준 개발, 우리 교육 현실에 바탕한 교육이론과 교육정책의 개발 등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IB 교육에 비춰 본
우리 교육

글.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최근 우리 교육계에 가히 붐이라고 할 정도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아이러니하게도 IB 교 육을 엘리트 귀족교육이라고 비난할만한 일부 교육감들이 그 붐을 선도하고 있다. 소위 주입식 교육, 지식을 아는 교육, 정답 을 맞히는 객관식 상대평가 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우 리 교육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뭔가 모범이 되는 교육을 통해 본 을 보이고 충격을 주어 교육개혁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IB 교육은 안성맞춤처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요 소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
IBO에서 개칭한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국 제 교육단체로서,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는 외교관과 주재원 자 녀들의 대학진학 교육을 도와주기 위해 고안되어 1968년 국제 공인 진학계 고등학교 교육과정(IB Diploma Programme; 이하 진학과정, DP)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것은 구미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교수언어로 사용하면서 중등 후기 마지막 2년의 교육을 질 관리해왔다. 진 학과정의 학위는 세계유수의 대학입학 과정에서 가장 높은 수 준의 고교교육을 받았다는 징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IB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4가지로 중등후기 진학과 정인 DP를 필두로 3~10세의 유·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초 등과정(Primary Years Programme: PYP, 1998년~), 11~15세의 전기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중등과정(Middle Years Programme: MYP, 1994년~), 16-19세의 중등후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과정(Career-Related Programme: CP, 2012 년~)이 그것이다.

IB의 교육철학과 목표

IB의 교육비전과 목적은 세계화된 사회에서 타문화를 이해 하고 존중함으로써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탐구적이고 지적이며 사회적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데 있다. 이는 IB가 정한 ‘탐구, 지성, 사고, 소통, 수칙, 개 방, 배려, 도전, 균형, 성찰’하는 ‘학습자 상(learner profile)’에 더 구체화되어 있다. 이는 학문적인 지식과 능력뿐만 아니라 호기 심과 열정, 다방면의 고른 발달, 타인과 세계에 대한 배려와 존 중 등 전인적·사회적 인격체로서의 특성을 망라하여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이다. 또한 학습자의 학습에 있어서 자기주도적 참여를 통해 ‘사고, 탐구, 의사소통, 사회성, 자기관리’와 같은 학습능력을 기를 것 을 강조한다. 학습자 상이 전인으로서 특성을 추구한다면, 학 습능력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서 학습을 지속하는 데 필요 한 실제적인 능력 함양에 중점을 둔다. 교육목적, 학습자 상, 학 습능력 등을 통해 IB는 궁극적으로 UN이나 UNESCO와 유사하 게 개방적인 마음을 지닌 세계시민 양성을 지향한다. IB는 그 추구하는 교육철학과 목표 등을 회원학교의 모든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숙지하고 그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줄 것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북한의 사회주의 교육체제와 같이 미사여구이지만 교육의 철학과 방향이 올바르지 않으면 도리어 개인이나 국가 및 인류 사회에 해롭기 때문이다.
교육철학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초·중·고교에 설치한 네 개의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면 IB 교육의 특성이 드러난다. 유초등과정(PYP)과 전기중등과정(MYP)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와 목표만 제공하고 해당하는 나라와 학교의 토착적 교육과정 및 교육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권적·자율적 교육과정의 틀(framework)이다. 후기중등 진학과정(DP)은 IB가 정한엄정한(rigorous) 교육과정-수업-평가 기준을 만족해야 학위를 부여하므로 매우 중앙집권적인 편이다. 이에 비해 최근 시작한 직업과정(CP)은 직업 및 대학 준비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진학과정에서 2~4개 과목과 IB가 정한 중핵(core)만 이수하고, 해당 국가와 학교에서 정한 일반 및 직업교육과정(Career-Related Studies, CRS)을 이수하면 학위를 수여하는 절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IB 학교들은 회원학교로서 연회비를 내고 교직원들은 IB가 제공하는 각종 교직원 연수, 교수학습 자료 공유와 교류, 평가연수 등에 학습공동체 형태로 참여한다.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은 인정을 받으면 학교 전체가 IB 학교여야 하지만, 후기 중등의 진학과 직업과정은 학교 내 일부 자원한 학생들만 학위과정이나 개별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학교 내 학교’이다.

IB의 교과학습

네 개의 프로그램을 좀 더 살펴보면, 각 프로그램은 그 아래 여러 교과군을 두고 있다. 유초등과정은 언어, 사회, 수학, 예술, 과학, 체육 등 6개, 전기중등과정은 모국 어문, 외국어학습,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 체육과 건강, 디자인(기술) 등 기본교과 8개, 후기중등 진학과정은 모국 어문, 외국어학습,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의 6개 아래에 56개의 과목과 20개의 온라인 강좌를 두고 있다. 교과목 수가 점증하다 고교에 와서 진로별 교과목 분화가 활발히 일어나는 형태이다. 그러나 학생이 이수하는 교과목 수는 융·통합된 소교과 집중 심층학습으로 6~8개이다. 유초등과정에서는 교과를 넘어 융·통합적 범교과 학습 주제(Transdisciplinary themes)로, 중등과정은 학제 간 학습(Interdisciplinary studies)을 강조하므로, 국민기초 기본교양 교육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교과 단위 분절학습을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 준다.
가장 엄정한 질 관리를 하는 진학과정(DP)의 과목들은, 표준과목은 2년간 150시간(약 11단위), 고급수준은 240시간(약 17단위)을 수업하는데, 그 교수요목, 단원별 시간 배당, 평가기준, 시험 문항의 예시, 배점기준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2년간 장기계열로 문이과를 넘어 선택 조합하여 공부하게끔 대단위로 과목을 만들고, 과목 내 중요한 단원별로 시간 배당을 하는 것은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각 과목은 7점 만점이고 최저 3점을 얻어야 수료가 되며, 6개 영역에서 42점 만점인데 최소 24점을 넘어야 학위취득 요건이 된다. IB의 진학과정은 가히 대학가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쌓는 데에 집중하여, 내·외부 평가를 통해 학습목표 달성과 질 관리를 이루는 소위 백워드 방식이다. IB는 이 모든 것을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제 힘으로 해내는 것을 중요시하며 곳곳에서 이를 점검한다.

IB의 범교과 학습 주제 및 창의적 체험활동

IB의 중등후기 진학과정과 직업과정의 중심에는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범교과적 학습 주제나 교과외 활동과 창작 활동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진학과정의 중핵은 지식론(Theory of Knowledge), 논문(Extended Essay), 창의적 체험활동(Creativity, Activity, Service: CAS)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론은 지식의 본질을 탐구하고 여러 학문 분야들을 연결할수 있는 비판적인 인지 능력과 메타인지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과정으로 100시간 이상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진리와 정답으로서 지식 습득과 암기 위주로 공부해온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논리적 성찰의 지식론이다. 논문은 40시간 이상을 들여 학생 주도적으로 4,000자 분량의 논문을 작성하는 것인데, 대학에서의 연구 수행을 위한 실제적 준비 과정이다. 지식론과 논문은 조합하여 3점 만점이다. 또한 학생들은 2년 동안 150시간 정도는 ‘예술·운동·봉사’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종합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예술의 창의적 사고를 수반하는 경험(C), 스포츠의 건강한 생활 습관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는 경험(A), 인간의 권리, 존엄성, 자율성을 존중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봉사학습 경험(S)이다. CAS는 점수는 없지만 제대로 이수하지 않으면 진학과정 학위를 못 받는다. 요컨대 지식론과 논문으로 범교과적·통합적인 지식에 의한 교과 교육과정들 간의 통합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체육, 예술 등 교과와 교과외 활동의 통합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한다.
진학과정과 마찬가지로 직업과정(CP)에도 중핵이 있는데, 이는 경험적 학습을 통해 학생의 개인적 성장과 대인관계 기술신장을 목표로 한다. 이 영역은 개인적·전문적인 직무수행능력(Personal and Professional skills: 90시간),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50시간), 성찰프로젝트(Reflective Project, RP: 50시간), 직업계 고교생이 결여하기 쉬운 외국어학습(50시간)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 IB 본부에서는 직업과정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 경험을 몇 시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 개괄적으로 규정하지만 직무수행능력, 봉사학습, 외국어학습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대신 직업과정 중핵의 ‘모든’ 활동 내역을 종합적인 RP의 포트폴리오에 담아 보고할 것을 요청한다. 즉 RP는 학생이 진학과정에서 선택 이수한 2~4과목과 직업과정의 일반 및 직업교육과정(CRS)의 과목 이수 및 중핵을 모두 담는다. RP는 IB의 직접평가 대상이 되므로 반드시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 하나로 작성하게 된다. 분량은 형식에 따라 750~3,000 단어 정도가 일반적이다. 평가는 내·외부평가로 IB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사용하여 교사가 학생의 RP를 평가하고, 외부 평가자는 몇 개의 포트폴리오를 표집하여 필요하면 점수를 조정한다. RP는 30점 만점이며 5개 급간 E등급(0~9점)을 받은 학생은 직업과정 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두 개의 중핵을 비교해보면, 직업소양의 직무수행능력은 학문소양의 지식론과 연결되고, 직업적 포트폴리오인 RP는 자신의 학술적 성과를 정리하는 논문에 대응된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구실을 하는 봉사학습은 창의적 체험활동(CAS)의 봉사활동과 유사하고, 직업과정의 외국어학습이나 진학과정의 예술과 체육활동(Creativity, Activity)은 소홀히 하기 쉬운 교과를 보충하는 면이 있다.

IB의 수업과 평가 및 질 관리

IB의 수업이나 평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진학과정은 학생 중심 수업을 실시하는 교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 특성, 특히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2년간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형태이다. 우리처럼 1~3단위를 한 학기에 끝내는 소단위 과목을 매학기 선택해가는 진로 혼란과 편의적 교육과정이 아니라, 대단위 과목으로 설계된 장기계열이수, 진로별 선택·조합하여 이수하는 전형적인 고교교육과정이다. 교사는 2년간 학생을 잘 알고 그가 도달할 수준을 가늠하여 이에 맞게 학습의 범위, 수준, 심도, 분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험·실습·실기, 프로젝트, 토의·토론 등의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나 논문으로 내놓고 평가기준에 맞추어 평정해야 하므로 교사나 학생에게 IB 진학과정 과목 이수는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그 수준은 거의 대학 1학년에 걸쳐있다.
IB 진학과정(DP)이나 직업과정(CP)은 평가가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외부 평가를 모두 내신으로 합산하는 성적처리에서 채점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내부와 외부 평가에 3단계 이상의 상호 교차채점과 점검 장치를 둔다. 더구나 내부평가에 대해 IB의 표집채점과 점검은 교사나 학생들로 하여금 출제나 채점이 너무 인색하거나 후하면 그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 모두가 손해나 이득을 보므로, 교사의 출제, 채점, 평정의 워크숍 연수가 잦다. 교사가 수년간 이런 훈련을 해야 IB의 평가기준에 맞추어 출제하고 채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외부 채점자로서 참여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천차만별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내가 가르쳤으니 내가 평가할 것이고, 대학은 그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라’는 이름뿐인 절대평가나 임의평가와 IB 절대평가는 거리가 한참 멀다. IB 진학과 직업과정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과정평가, 학생의 창의적 표현평가, 수행평가, 종합적인 다면평가, 할 만한 공부에 대한 평가여서 불만은 적고 신뢰는 높다. 더구나 정기적으로 학교 전체를 평가하여 인정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어 질 관리가 엄정하게 지속된다.

IB 교육 프로그램 도입의 장단점과 고려사항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붐이 일고 있는 IB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상대적으로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은 해당 국가와 학교 교육과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그 나라의 교수언어에 제한이 없다. IB는 지나치게 분권화되어 민선교육감들이 공교육임에도 특정 도민이나 시민을 기를 것처럼 열정을 쏟는 현상의 개선이나, 나아가 전체주의 국가에서 ‘국민·신민’ 형성에만 골몰하는 좁은 시야를 국제사회와 지구촌 세계시민 형성이라는 교육 목표로 넓혀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교육 개조에는 학교별 연회비가 1천만 원 정도 드는데, 이는 일반적인 교육개혁에 드는 비용에 비춰 볼 때 교육의 질 개선 비용으로서는 크게 비싸지 않다.
문제는 IB 진학과정(DP)의 도입이다. 우리나라 고교가 평준화 대 비평준화 이념 갈등, 문·이과 양분, 국·영·수 중심, 소단위로 분절된 잡다한 과목 나열, 진로가 안 보이는 1학년 공통위주 교육과정 설계, 주입식 강의와 암기식 시험 준비 공부, 수능 중심, 상대평가, 사교육 과잉 등에 시달리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진학과정에는 우리 교육의 폐단을 치유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기에 관심이 높다. 유럽에서는 공공재정으로 대학을 가고 있어서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대학생 수는 학력 수준으로 볼 때 상대적 상위 집단이면서 동 연령대 인구의 30~50% 수준이고, 진학과정은 이들을 대상 집단으로 한다. 물론 그 아래 학력 수준이어도 과목별 이수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과목이 처음부터 2년 장기계열이수의 대단위이고, 진로에 따라 소과목에 선택·조합하여 집중 심층학습을 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은, 학점제로 변경하면서도 소단위 과목이 가진 폐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행하는 우리 실정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대단위 과목의 소과목 집중 심층, 장기계열, 진로별 조합 이수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고교개혁은 연목구어다. 1학년 공통과목 처방에만 매몰되어 3학년 즈음에 공부하는 진로별 과목을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면 학점제도 단위제처럼 교육 문제만 하나 더할 뿐이다.
IB 도입에서 가장 큰 장애는 역시 교수학습 언어이다. 진학이나 직업과정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세 개로만 한정하기에 이 언어들을 공용어로 하는 나라들에게만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최근 일본, 독일, 한국, 중국 등지에서도 IB를 더 많이 도입하려는 붐이 일지만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은 국가 수준에서 제2의 유신을 불러일으키고 세계화, 국제화를 위해 일본의 고교 학습과 평가에 일대 혁신을 요구하여 일본어로 DP를 교수학습하는 JB(일본형 바칼로레아)를 지향한다. 국가 수준에서 IB 본부와 타협하여 일부는 일본어로 공부해도 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초등과정과 전기중등과정에 이어 진학과정을 더 많이 도입하고 싶어 한국어로 교수학습하고 평가할 방안에 대해 IB 본부와 협상 중이고, 각종 규정, 교육과정기준 문서, 교재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지능정보화 시대의 문·이과 융복합 교육에 맞지 않게 외고나 국제고는 문과 위주이고, 영재고나 과학고는 이과 위주여서 넘나들이 공부를 위해서는 진학과정이 적격이다. 특히 한류를 타고 외국 고교생들의 한국 유학의 문을 여는데 진학과정은 매우 매력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교수와 초·중등 교원들 중에는 영어에 능숙한 이들이 많아 일본보다 쉽게 교원을 훈련시켜 진학과정 교육에 투입할 여지가 많다. IB가 한국어로 KB(한국형 바칼로레아)화 되면 자체로 교원양성과 연수, 채점자 연수 등을 수행할 수 있어 인재와 외화 유출도 줄어들 것이다. KB가 확산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에도 교육철학과 비전, 교육활동 실제, 교육평가와 질 관리, 졸업과 진학 등에 있어서 교육다운 교육의 훈풍이 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참고문헌

• 이혜정(2019). “왜 IB인가?”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 자료집(pp.9-55). 청주교육대학교.
• 홍후조(2018). “국제공인 고교 교육과정의 한국적 함의”. 한국교육과정학회 9월 월례학술세미나자료집(pp.16-29). 한국교육과정학회.
• 홍후조, 성열관(2004). IB 교육과정 설치 방안 탐색 기초 연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연구보고서.
• https://www.ibo.org/ IB 홈페이지 탑재 자료 참조.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교육 과정학회 제25대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교육과정기준 개발, 주제별·영역별 교육과정기준 개발, 우리 교육 현실에 바탕한 교 육이론과 교육정책의 개발 등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