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과 탐방으로
교육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다

서울월곡초등학교
이지영 교사

글. 이경희 취재작가 | 사진. 안지섭

영국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은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경험’을 현명한 조언자로 삼으라고 했다.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지혜와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비단 어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터.
월곡초등학교의 이지영 교사는 바로 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경험’으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있는 교육자였다.

공부를 더 재미있게! 더 실감나게!

올해로 교사생활 21년차를 맞은 이지영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등을 탐방하며 공부하는 ‘체험’ 수업의 달인이다. 그가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등지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무려 10년 전. 교육환경이 지금과는 꽤 많이 달랐을 시절부터 어린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서울 곳곳을 누빈 특별한 교육자였다.
이지영 교사가 박물관 탐방·체험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텍스트나 사진을 봤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실물을 봤을 때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교과서나 참고자료로만 봤을 때는 별 감흥도 없었고 외워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걸 실물로 보여주니까 반응이 너무 달랐습니다. 아주 작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너무 커서 놀라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크게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작아서 놀라기도 했죠. 그리고 그게 결국 큰 관심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아이들의 호응은 가히 뜨거웠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가자는 대로 따라오더니 이내 자기들이 가고 싶은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한 번 더 방문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이지영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 횟수가 1년 동안 무려 12번. 방학을 빼고 한 달에 1~2번은 꼬박꼬박 나간 셈이니 놀랍다.

박물관을 교실 안으로 옮겨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됐다. 먼저 선생님의 제의로 그동안 다녀온 박물관을 떠올려보 기로 했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통인시장!”, “북촌!”, “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등 떠오르는 대로 외치기 시작한다. 교실 TV를 통해서 우리옛돌박물관에 다녀온 기억 도 소환해 보았다. 자신들이 유물을 발굴하고 복원도 해본 사진이 뜨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다시금 이야기꽃이 피는 교실 안,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이지영 교사가 커다란 노란 주머니를 보여주었다. 그리곤 “이 안에 손을 넣고 촉감으 로 뭔지 맞춰보자”라고 주문한다. 모둠별로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나와서 “딱딱해요”, “파여 있어요”, “모양이 입체인 것 같아요”라고 한다. 주머니를 열어 조금씩 그 형태를 보여주던 이지영 교사가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짜잔~ 하고 보여준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들에게 이내 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나 저거 봤는데!”, “기와 아니야?”, “막새기와…?” 정답! 아이들이 촉감과 기억으로 퍼즐을 맞추듯 유물을 기억해낸 순간 수업의 주제가 던져진다. 지금부터 4가지 도자기 유물들을 보여줄 텐데 무엇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는지 순서대로 생각해보는, 기술 발달과 관련한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이지영 교사가 먼저 박물관에서 구입한 정교한 도자기 복제품을 중앙 탁자에 꺼내 놓았다. 우선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어느 것이 먼저 생긴 유물인지 순서를 정한 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각 칸에 유물 사진과 포스트잇을 붙였다.
먼저 차례차례 아이들이 나와 탁자 위의 도자기들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눈으로 꼼꼼히 뜯어보고 손으로 섬세하게 쓸어보고, 양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는 아이들도 보였다. 도자기를 살펴본 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5학년인 아이들이지만 눈썰미는 맵고 의견도 제법 날카롭다. 토기에 손가락 지문자국이 찍힌 걸 봤다는 아이, 박물관에서 청자와 백자를 봤던 기억을 꺼내놓는 아이, 유물의 두께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지영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핵심이 나오면 “핸드폰의 두께로 생각해 보자.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얇아지는데, 도자기의 두께를 확인해 본 사람?”, “어떤 도자기는 윤기가 나고 어떤 도자기는 윤기가 없는데 왜 차이가 날까?”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확장해갔다.


아이들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얻는 것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과거 속에서 준비하는 아이들의 미래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이번에는 동영상을 이용해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도자기가 온도차와 흙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본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모둠별 학습에 돌입한다.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오래된 도자기 순서를 정해보는 데 간혹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각각의 이유를 적어 해당 도자기 옆에 붙여본다.
최종적으로 도자기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이지영 교사로부터 확인하는 아이들, 아깝게 순서 하나가 뒤바뀐 모둠들도 있었지만 틀렸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틀린 이유에 대한 설명에 더 관심이 커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탐방이나 체험학습에 관심은 있지만 여러 이유로 꺼리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세요. 전공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하지만 어떤 박물관이든 해당 홈페이지에는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교육 분야 카테고리에 가면 그곳에서 제작한 좋은 워크시트지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걸 활용하셔도 돼요. 또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가면 헤리티지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유물 관련 동영상을 보셔도 좋습니다. 많은 교육자료들이 있으니 그걸 충분히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지영 교사가 박물관 탐방이나 체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율권’과 ‘선택권’이다. 아이들을 인솔해서 실외로 나가는 만큼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나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이 많지만, 아이들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얻는 것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황남대총 축조 과정 동영상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해 보는 것을 보고 해당 박물관 큐레이터가 깜짝 놀란 것도 바로 이 ‘자율’과 ‘선택’의 결과물일 터였다.
“책에서 보는 것보다 박물관에서 직접 보는 게 훨씬 재밌고 오래 생각난다”고 입을 모은 선우와 예원이, “나중에 커서 선생님처럼 박물관에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영호의 바람까지 이지영 교사는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배움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 마법사였다.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가 꼭 필요한 이유요? 아이들이 역사를 모른다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결국 반복되는 것이고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아이들은 시대를 읽고 통찰하는 능력을 갖게 되죠.”
또 하나, 이지영 교사는 박물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역량이나 장점을 공부만이 아닌 발표, 탐구, 아이디어, 토론 등으로도 발견해 낼 수 있음을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 집적되어 있는 박물관. 그 안에서 월곡초 아이들은 무럭무럭 줄기를 뻗고 잎을 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체험과 탐방으로
교육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다

서울월곡초등학교
이지영 교사

글. 이경희 취재작가 | 사진. 안지섭

영국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은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경험’을 현명한 조언자로 삼으라고 했다.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지혜와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비단 어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터.
월곡초등학교의 이지영 교사는 바로 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경험’으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있는 교육자였다.

공부를 더 재미있게! 더 실감나게!

올해로 교사생활 21년차를 맞은 이지영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등을 탐방하며 공부하는 ‘체험’ 수업의 달인이다. 그가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등지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무려 10년 전. 교육환경이 지금과는 꽤 많이 달랐을 시절부터 어린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서울 곳곳을 누빈 특별한 교육자였다.
이지영 교사가 박물관 탐방·체험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텍스트나 사진을 봤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실물을 봤을 때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교과서나 참고자료로만 봤을 때는 별 감흥도 없었고 외워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걸 실물로 보여주니까 반응이 너무 달랐습니다. 아주 작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너무 커서 놀라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크게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작아서 놀라기도 했죠. 그리고 그게 결국 큰 관심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아이들의 호응은 가히 뜨거웠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가자는 대로 따라오더니 이내 자기들이 가고 싶은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한 번 더 방문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이지영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 횟수가 1년 동안 무려 12번. 방학을 빼고 한 달에 1~2번은 꼬박꼬박 나간 셈이니 놀랍다.

박물관을 교실 안으로 옮겨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됐다. 먼저 선생님의 제의로 그동안 다녀온 박물관을 떠올려보 기로 했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통인시장!”, “북촌!”, “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등 떠오르는 대로 외치기 시작한다. 교실 TV를 통해서 우리옛돌박물관에 다녀온 기억 도 소환해 보았다. 자신들이 유물을 발굴하고 복원도 해본 사진이 뜨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다시금 이야기꽃이 피는 교실 안,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이지영 교사가 커다란 노란 주머니를 보여주었다. 그리곤 “이 안에 손을 넣고 촉감으 로 뭔지 맞춰보자”라고 주문한다. 모둠별로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나와서 “딱딱해요”, “파여 있어요”, “모양이 입체인 것 같아요”라고 한다. 주머니를 열어 조금씩 그 형태를 보여주던 이지영 교사가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짜잔~ 하고 보여준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들에게 이내 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나 저거 봤는데!”, “기와 아니야?”, “막새기와…?” 정답! 아이들이 촉감과 기억으로 퍼즐을 맞추듯 유물을 기억해낸 순간 수업의 주제가 던져진다. 지금부터 4가지 도자기 유물들을 보여줄 텐데 무엇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는지 순서대로 생각해보는, 기술 발달과 관련한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이지영 교사가 먼저 박물관에서 구입한 정교한 도자기 복제품을 중앙 탁자에 꺼내 놓았다. 우선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어느 것이 먼저 생긴 유물인지 순서를 정한 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각 칸에 유물 사진과 포스트잇을 붙였다.
먼저 차례차례 아이들이 나와 탁자 위의 도자기들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눈으로 꼼꼼히 뜯어보고 손으로 섬세하게 쓸어보고, 양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는 아이들도 보였다. 도자기를 살펴본 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5학년인 아이들이지만 눈썰미는 맵고 의견도 제법 날카롭다. 토기에 손가락 지문자국이 찍힌 걸 봤다는 아이, 박물관에서 청자와 백자를 봤던 기억을 꺼내놓는 아이, 유물의 두께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지영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핵심이 나오면 “핸드폰의 두께로 생각해 보자.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얇아지는데, 도자기의 두께를 확인해 본 사람?”, “어떤 도자기는 윤기가 나고 어떤 도자기는 윤기가 없는데 왜 차이가 날까?”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확장해갔다.


아이들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얻는 것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과거 속에서 준비하는 아이들의 미래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자 이번에는 동영상을 이용해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도자기가 온도차와 흙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본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모둠별 학습에 돌입한다.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오래된 도자기 순서를 정해보는 데 간혹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각각의 이유를 적어 해당 도자기 옆에 붙여본다.
최종적으로 도자기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이지영 교사로부터 확인하는 아이들, 아깝게 순서 하나가 뒤바뀐 모둠들도 있었지만 틀렸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틀린 이유에 대한 설명에 더 관심이 커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탐방이나 체험학습에 관심은 있지만 여러 이유로 꺼리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세요. 전공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하지만 어떤 박물관이든 해당 홈페이지에는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교육 분야 카테고리에 가면 그곳에서 제작한 좋은 워크시트지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걸 활용하셔도 돼요. 또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가면 헤리티지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유물 관련 동영상을 보셔도 좋습니다. 많은 교육자료들이 있으니 그걸 충분히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지영 교사가 박물관 탐방이나 체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율권’과 ‘선택권’이다. 아이들을 인솔해서 실외로 나가는 만큼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나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이 많지만, 아이들이 의지를 갖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얻는 것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황남대총 축조 과정 동영상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해 보는 것을 보고 해당 박물관 큐레이터가 깜짝 놀란 것도 바로 이 ‘자율’과 ‘선택’의 결과물일 터였다.
“책에서 보는 것보다 박물관에서 직접 보는 게 훨씬 재밌고 오래 생각난다”고 입을 모은 선우와 예원이, “나중에 커서 선생님처럼 박물관에 많이 다녀보고 싶다”는 영호의 바람까지 이지영 교사는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배움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는 마법사였다.
“아이들에게 역사 공부가 꼭 필요한 이유요? 아이들이 역사를 모른다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결국 반복되는 것이고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아이들은 시대를 읽고 통찰하는 능력을 갖게 되죠.”
또 하나, 이지영 교사는 박물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역량이나 장점을 공부만이 아닌 발표, 탐구, 아이디어, 토론 등으로도 발견해 낼 수 있음을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 집적되어 있는 박물관. 그 안에서 월곡초 아이들은 무럭무럭 줄기를 뻗고 잎을 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