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성평등 교육 1)

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프랑스 사회는 교육법에 명시된 성평등 조항을 토대로 성평등한 학교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현장의 변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과 교육부차원의 내부 소통, 교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 정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외부 자원 활용,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학교 단위의 세부계획 등을 추진해 왔으며 청소년들을 평등한 사회와 새로운 행동 모델로 이끌기 위한 학술적인 연구와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청소년 주변인들에 대한 지원 역시 온·오프라인을 통해 강화해 왔으며, 부모와 가족, 관련 기관과 경제·사회 영역의 행위자들의 참여를 위한 연대와 협력으로 학교와 교육 체계 내에서의 평등을 실천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도구들의 개발, 관계 부처 간의 협력과 평등교육 담당자 임명, 학교현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부 홈페이지 정비 등의 노력이 수반되었다.

• 조항 L121-1
(발췌) 초·중·고·대학기관들은 기초 지식과 연구 방법을 취득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위 기관들은 진로와 관련하여 남성과 여성의 평등과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기여한다. 시민적 책임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범죄를 예방한다. 그들은 기본 지식과 인간 존중에 관한 교육을 보장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보장한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는 성정체성에 관한 교육과 폭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 조항 L312-17-1
(발췌) 남성과 여성의 평등, 성차별적 편견에 대한 투쟁, 여성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투쟁 등에 관한 정보는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 배포된다. 학교, 교육기관, 해외 교육기관까지 포함하여 이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여성권리 관련 단체, 남성과 여성의 평등, 폭력과 차별 예방 활동을 하는 기관들과 협력한다.

• 조항 L311-4
(발췌) 교과 내용은 모든 단계의 교육과정에서 프랑스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도덕과 시민성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중, 남성과 여성의 다름, 인간과 세속성을 가르친다.

• 조항 L321-3
(발췌) 초등학교 교육에서는…(중략)…인간 존중에 대한 요구와 기원, 차이 등에 대한 습득과 이해를 보장한다. 이 교육을 통해 아동의 권리와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을 전달할 수 있다…

• 조항 L721-2
(발췌) 고등사범학교는…(중략)…남녀평등, 차별에 대한 저항, 장애아 학습권, 갈등의 비폭력적 해결과 예방에 관한 민감성 교육을 준비한다…

• 조항 L121-1
(발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은 지식과 연구 방법을 학습하고 전파하는 책임을 지닌다. 특별히 남성과 여성의 평등과 통합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여한다.

교육정책 전반의 성 주류화 조치 2)

프랑스의 성평등 교육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 소녀와 소년의 평등’을 정한 교육법과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기본법’, 그리고 기타 행정부 내의 훈령과 관련 부서와의 협약,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등을 기초로 초등, 중등, 대학 교육기관의 책무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법에서는 진로 통합교육, 성 정체성에 관한 교육과 폭력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을 학교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평등, 성차별적 편견에 대한 투쟁,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저항 등에 관한 각급 학교별 교과 내용 구성의 기준과 실행 계획, 이를 위한 학교 밖 기관과 단체들과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 조항은 아래와 같다.
아울러 1999년 이래 헌법과 관련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성차별의 뿌리를 뽑기 위해 교육과 태도 변화에 역점을 둔 ‘여성과 남성의 현실적 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률’에서도 공공정책 전반의 성 주류화를 위한 특별 조치들과 통합적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교육부 학구장3), 사무총장, 감독관, 교육행정 연구부서의 감독관, 학구 평등 업무 담당자, 지방정부 감독관, 각급 학교와 기관의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훈령에서는 교육부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현장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실천도구 (outils pour l’égalité, 평등을 위한 실행도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과 도구들은 교육 체계 안에서의 평등이라는 대원칙 하에 ‘성평등 문화 조성’, ‘소녀와 소년, 여성과 남성 간의 상호 존중과 평등을 위한 교육 강화’, ‘모든 교육과정에서의 직종 통합을 위한 전공 분야의 폭넓은 선택 보장’ 등을 목표로 교육부, 여성권리부, 노동고용직업훈련사회소통부, 고등연구교육부, 농업식품산림부, 교육적성공담당부 등 6개 관련 부처가 참여한 “2013-2018 소녀와 소년, 교육 체계 안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한 부처 간 협약”에 따른 결과이다. ‘성평등 문화 조성’은 모든 학교교육 활동, 교육학적 지원 등에 평등의 문화가 통합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등에 대한 학습이 단지 특정 매뉴얼이나 교육과정의 일부분으로 특화되거나 특별활동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강조하고, 교육 관계자와 담당자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프랑스의 모든 학교가 공통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필요조건으로 제안한다. ‘남녀 학생과 남녀 간 상호 존중과 평등을 위한 교육 강화’는 성혐 오적이고 성차별적인 폭력과 차별에 대한 저항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특히 민감한 상황에 처해 이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교육 담당자의 전문능력 개발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위한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도 독려하고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서의 직종 통합을 위한 전공 분야의 폭넓은 선택 보장’은 진로지도, 직업교육 통합을 의미하는데, 직업과 교육훈련의 정보에서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차별이 있음을 지적하고, 성별 통계의 중요성과 직종분리 정도에 따른 후속적인 연구와 정보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 본고는 김은경. “프랑스의 성평등교육 : 초중등과정”, 최윤정 외. 『해외 국가의 초중등 성평등교육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8 연구보고서(수시과제)5.pp.101-136. 을 토대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힌다.
2) 정치·경제·사회정책을 통합적 차원에서 기획·실행·감시 및 평가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으로, 성 주류화의 과정은 여성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여성의 주류화(mainstreaming of women), 젠더 관점의 주류화
(mainstreaming of gender perspective), 주류의 전환(transforming the mainstreaming)을 포함한다. 성 인지 예산, 성 인지 통계, 성별 영향평가 등을 성 주류화의 도구라고 한다.
3) 프랑스는 양질의 교육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각 지방별로 학구 즉 아카데미라는 교육 행정구역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전국 30개 아카데미 학구를 총괄하는 장(recteur d’acade′mie)이 우리의 교육감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효과적인 성평등 교육을 위한 3가지 조건 :
교육과정, 교육자료, 교사교육

프랑스 학교의 성평등 교육의 특성은 학교급별, 학년별 그리고 교과, 비교과를 아우르는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전문적이고 풍부한 학습자료와 도구들 그리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의 성평등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어 고등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학교급별, 학년별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교과, 비교과를 가로지르는 통합교육 형태로 시행된다. 초등과정에서는 학교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상황과 다양한 교과목 안에서 소녀와 소년의 상호 존중과 권리의 평등, 성 정형화된 고정관념의 극복을 목표로 평등의 가치를 학습한다. 주요 내용은 국어, 시민과 도덕, 예술, 체육 등 해당 교과안에서 연령별, 교과목별 수준에 맞게 구성되며 주제와 교육목표에 따라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수법들이 제시된다. 중등과정 성평등 교육의 목표는 문학과 예술, 과학과 역사에 대한 인식, 철학 교육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인간과 나 자신에 관해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목표로 문학, 역사, 시민교육 교과를 통해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진다. 문학 수업의 성평등 교육은 사실과 정보, 진실과 미디어, 미디어에서의 여성의 이미지, 세대별 취향과 타인의 취향, 아름다움의 기준, 성차별주의에 대한 비난과 여성의 몸, 작품 속 인물이 표방하는 가치와 저자의 의도등이 밀도 있게 다루어진다. 16세기에서 18세기 유럽의 변화를 다루는 역사 교과에서는 인간의 권리라는 대주제 하에 18세기 살롱 문학과 페미니즘의 선구자들을 연구한다. 마담 라파이예트, 마담 람베르, 마담 텐신 등 부유층 여성들이 운영하는 살롱에서 오고 간 당시 남성 철학자들과의 토론, 프랑스 혁명 당시의 여성들의 활동과 올림프 드 구즈의 ‘여성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관한 연구 등이 포함된다. 시민교육 교과에서는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장애인 차별 등과 연관된 차별 논의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 긍정적인 차별, 동등의 개념 등을 주제로 한 시민적인 삶을 고찰한다. 고등학교 2학년 문학 교과와 시민교육 교과의 성평등 교육은 이전 학년을 통해 다룬 내용들의 내재화를 목표로 한다. 문학 수업의 경우 ‘계몽주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불의에 대한 투쟁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나?’, ‘논쟁을 불러온 계몽주의 철학의 문건들은 무엇을 다루고자 했는가?’ 등 일련의 질문을 통해 여성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학습을 시도한다. 루소의 ‘에밀’과 ‘교육’, 콩도르세의 ‘여성의 시민권 허용에 관하여’ 라는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모델을 제안하는 페미니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남녀의 사회적 역할교환 등도 포함된다. ‘프랑스 시민, 유럽 시민’을 부제로 한 시민교육 교과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완성하기 위한 시도로 ‘2014년 4월 16일 여성의 권리에 관한 유럽행동강령’ 분석을 포함하여 유럽 내 성평등과 페미니즘 연구,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과 권력 분립, 남녀 동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평등의 실현이 학교 안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특정 교과가 아닌 모든 교과를 가로지르는 교수학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기본전제 하에 비교과에서의 성평등 교육 또한 단위학교 수준에 맞게 개별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된다. 수학, 국어, 섹슈얼리티 교육과 연계하여 진행된 다학문 간 프로젝트인 릴르 지역 쥘 베른 초등학교(l’école élémentaire Jules Verne de Seclin(académie de Lille))의 ‘남녀가 함께 지내는 학교 프로젝트(Vivre ensemble dans la Mixite)’, 2014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예술 분야 성평등 교육인 루앙아카데미 질베르 마르텡 뒤 누부르그 농업고등학교(lycée professionnel agricole Gilbert Martin du Neubourg(académie de Rouen))의 ‘의복사 프로젝트’ 등의 관련 사례가 있으며, 이 밖에 성평등한 진로지도, 직업 통합교육 등은 범교과 연계 학습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평등의 원칙이 교육 관련 국가계획 방향과
일치되고, 교육 공동체 내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관장, 교사, 모든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조건이다

다양한 수준의 학교 성평등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자료와 도구가 전제되어야 한다. 프랑스 교육부는 성평등 교육자료가 제공되는 공식사이트인 <에듀스콜(Éduscol)>에서 ‘소녀와 소년의 평등’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교육 감사관실과 카노페(Canopé) 네트워크와의 협력 하에 새롭고 전문적인 자료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학문적인 연구 성과들을 담은 전문자료들은 해당 분야의 국가적 평가를 거친 후에 학구 내의 ‘평등임무담당관’들과 관계자들, 학교현장의 책임자들에게 공유된다. 교사들의 수업 준비를 위하여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된 교육학적 자료들은 ‘교육학 자료가방(mallette pédagogique)’에 담겨있는데, 이는 현재 진행되는 교과 수업 내용부터 지식·역량·문화 공통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과를 가로지르는 교육활동을 담아 학생들에게 평등의 문화를 전달하고 성 정형화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소녀와 소년들 간의 광범위한 수준의 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2014년 이후 개발, 제공되고 있는 ‘소녀와 소년들의 평등을 위한 실행도구’에는 부모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도 제공되는데, 평등문화의 확산은 책임 소재의 경중을 막론하고 모두가 연구해야 할 주제라는 차원에서 교육 공동체 행위자 전체의 참여와 적용을 목표로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성평등 교육에 있어 교사의 임무는 학생들에게 공동체적 가치들을 전달하고 윤리와 책임의 원칙에 근거한 권위와 모범을 보이는 데 있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 우선 교사 스스로가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성혐오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들을 대우하는 데 있어 모든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에 평등해야 하며, 학업 성취와 사회·직업적 진출에 있어서, 특히 남녀 학생 사이에 관계된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육학적 내용에 편견이나 구분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경계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는 학생에 대한 평가, 취업 지원 등 성공과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연결되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기본 교육과 수업에 필요한 전문적인 자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평등의 원칙이 교육 관련 국가계획 방향과 일치되고, 교육 공동체 내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관장, 교사, 모든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에서의 소녀와 소년의 평등’이 국가적 우선과제가 된 이후에 초등교육 교사들을 위한 플랫폼(M@gist‵ere)을 개설하고 9시간 과정의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체 혹은 일부를 원격교육으로 하는 심화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결론

막연한 편견과 거부감, 극단적인 포퓰리즘, 불평등한 사회등 다양한 수준의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문화·정치·경제적인 조건들이 넘쳐나고 있다.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들이 다차원적이라면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다차원적이고 단호해야 한다. 민주적 가치의 공고화,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사회정책들, 차별과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 등 범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의 출발점은 민주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교육의 역할이다. 교육 없이는 가치 전달에 기여할 주체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교육에 모든 자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성 주류화 조치, 성평등 교육 추진 근거법 마련, 실효성 있는 교육 운영체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구축과 교사 지원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앞서 해결한 프랑스의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법정대에서 프랑스 혁명을 전공했다. 정치교육, 공공리더십 관련 프로그램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왔으며, 정치리더십과 젠더정치를 주제로 대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과 권력, 남녀 동등한 민주주의, 성평등 국가를 위한 연구모임과 정책 제안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성평등 교육 1)

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프랑스 사회는 교육법에 명시된 성평등 조항을 토대로 성평등한 학교 정책을 수립하고 학교현장의 변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과 교육부차원의 내부 소통, 교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 정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외부 자원 활용,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학교 단위의 세부계획 등을 추진해 왔으며 청소년들을 평등한 사회와 새로운 행동 모델로 이끌기 위한 학술적인 연구와 전문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청소년 주변인들에 대한 지원 역시 온·오프라인을 통해 강화해 왔으며, 부모와 가족, 관련 기관과 경제·사회 영역의 행위자들의 참여를 위한 연대와 협력으로 학교와 교육 체계 내에서의 평등을 실천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도구들의 개발, 관계 부처 간의 협력과 평등교육 담당자 임명, 학교현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부 홈페이지 정비 등의 노력이 수반되었다.

• 조항 L121-1
(발췌) 초·중·고·대학기관들은 기초 지식과 연구 방법을 취득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위 기관들은 진로와 관련하여 남성과 여성의 평등과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기여한다. 시민적 책임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범죄를 예방한다. 그들은 기본 지식과 인간 존중에 관한 교육을 보장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보장한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는 성정체성에 관한 교육과 폭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 조항 L312-17-1
(발췌) 남성과 여성의 평등, 성차별적 편견에 대한 투쟁, 여성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투쟁 등에 관한 정보는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 배포된다. 학교, 교육기관, 해외 교육기관까지 포함하여 이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여성권리 관련 단체, 남성과 여성의 평등, 폭력과 차별 예방 활동을 하는 기관들과 협력한다.

• 조항 L311-4
(발췌) 교과 내용은 모든 단계의 교육과정에서 프랑스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도덕과 시민성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중, 남성과 여성의 다름, 인간과 세속성을 가르친다.

• 조항 L321-3
(발췌) 초등학교 교육에서는…(중략)…인간 존중에 대한 요구와 기원, 차이 등에 대한 습득과 이해를 보장한다. 이 교육을 통해 아동의 권리와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을 전달할 수 있다…

• 조항 L721-2
(발췌) 고등사범학교는…(중략)…남녀평등, 차별에 대한 저항, 장애아 학습권, 갈등의 비폭력적 해결과 예방에 관한 민감성 교육을 준비한다…

• 조항 L121-1
(발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은 지식과 연구 방법을 학습하고 전파하는 책임을 지닌다. 특별히 남성과 여성의 평등과 통합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여한다.

교육정책 전반의 성 주류화 조치 2)

프랑스의 성평등 교육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 소녀와 소년의 평등’을 정한 교육법과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 평등을 위한 기본법’, 그리고 기타 행정부 내의 훈령과 관련 부서와의 협약,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 등을 기초로 초등, 중등, 대학 교육기관의 책무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법에서는 진로 통합교육, 성 정체성에 관한 교육과 폭력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을 학교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평등, 성차별적 편견에 대한 투쟁,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저항 등에 관한 각급 학교별 교과 내용 구성의 기준과 실행 계획, 이를 위한 학교 밖 기관과 단체들과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 조항은 아래와 같다.
아울러 1999년 이래 헌법과 관련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성차별의 뿌리를 뽑기 위해 교육과 태도 변화에 역점을 둔 ‘여성과 남성의 현실적 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률’에서도 공공정책 전반의 성 주류화를 위한 특별 조치들과 통합적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교육부 학구장3), 사무총장, 감독관, 교육행정 연구부서의 감독관, 학구 평등 업무 담당자, 지방정부 감독관, 각급 학교와 기관의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훈령에서는 교육부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현장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실천도구 (outils pour l’égalité, 평등을 위한 실행도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과 도구들은 교육 체계 안에서의 평등이라는 대원칙 하에 ‘성평등 문화 조성’, ‘소녀와 소년, 여성과 남성 간의 상호 존중과 평등을 위한 교육 강화’, ‘모든 교육과정에서의 직종 통합을 위한 전공 분야의 폭넓은 선택 보장’ 등을 목표로 교육부, 여성권리부, 노동고용직업훈련사회소통부, 고등연구교육부, 농업식품산림부, 교육적성공담당부 등 6개 관련 부처가 참여한 “2013-2018 소녀와 소년, 교육 체계 안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한 부처 간 협약”에 따른 결과이다. ‘성평등 문화 조성’은 모든 학교교육 활동, 교육학적 지원 등에 평등의 문화가 통합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등에 대한 학습이 단지 특정 매뉴얼이나 교육과정의 일부분으로 특화되거나 특별활동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강조하고, 교육 관계자와 담당자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프랑스의 모든 학교가 공통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필요조건으로 제안한다. ‘남녀 학생과 남녀 간 상호 존중과 평등을 위한 교육 강화’는 성혐 오적이고 성차별적인 폭력과 차별에 대한 저항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특히 민감한 상황에 처해 이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교육 담당자의 전문능력 개발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위한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도 독려하고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서의 직종 통합을 위한 전공 분야의 폭넓은 선택 보장’은 진로지도, 직업교육 통합을 의미하는데, 직업과 교육훈련의 정보에서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차별이 있음을 지적하고, 성별 통계의 중요성과 직종분리 정도에 따른 후속적인 연구와 정보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 본고는 김은경. “프랑스의 성평등교육 : 초중등과정”, 최윤정 외. 『해외 국가의 초중등 성평등교육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8 연구보고서(수시과제)5.pp.101-136. 을 토대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힌다.
2) 정치·경제·사회정책을 통합적 차원에서 기획·실행·감시 및 평가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으로, 성 주류화의 과정은 여성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여성의 주류화(mainstreaming of women), 젠더 관점의 주류화
(mainstreaming of gender perspective), 주류의 전환(transforming the mainstreaming)을 포함한다. 성 인지 예산, 성 인지 통계, 성별 영향평가 등을 성 주류화의 도구라고 한다.
3) 프랑스는 양질의 교육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각 지방별로 학구 즉 아카데미라는 교육 행정구역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전국 30개 아카데미 학구를 총괄하는 장(recteur d’acade′mie)이 우리의 교육감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효과적인 성평등 교육을 위한 3가지 조건 :
교육과정, 교육자료, 교사교육

프랑스 학교의 성평등 교육의 특성은 학교급별, 학년별 그리고 교과, 비교과를 아우르는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전문적이고 풍부한 학습자료와 도구들 그리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의 성평등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어 고등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학교급별, 학년별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교과, 비교과를 가로지르는 통합교육 형태로 시행된다. 초등과정에서는 학교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상황과 다양한 교과목 안에서 소녀와 소년의 상호 존중과 권리의 평등, 성 정형화된 고정관념의 극복을 목표로 평등의 가치를 학습한다. 주요 내용은 국어, 시민과 도덕, 예술, 체육 등 해당 교과안에서 연령별, 교과목별 수준에 맞게 구성되며 주제와 교육목표에 따라 다양하고 효과적인 교수법들이 제시된다. 중등과정 성평등 교육의 목표는 문학과 예술, 과학과 역사에 대한 인식, 철학 교육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인간과 나 자신에 관해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목표로 문학, 역사, 시민교육 교과를 통해 성평등 교육이 이루어진다. 문학 수업의 성평등 교육은 사실과 정보, 진실과 미디어, 미디어에서의 여성의 이미지, 세대별 취향과 타인의 취향, 아름다움의 기준, 성차별주의에 대한 비난과 여성의 몸, 작품 속 인물이 표방하는 가치와 저자의 의도등이 밀도 있게 다루어진다. 16세기에서 18세기 유럽의 변화를 다루는 역사 교과에서는 인간의 권리라는 대주제 하에 18세기 살롱 문학과 페미니즘의 선구자들을 연구한다. 마담 라파이예트, 마담 람베르, 마담 텐신 등 부유층 여성들이 운영하는 살롱에서 오고 간 당시 남성 철학자들과의 토론, 프랑스 혁명 당시의 여성들의 활동과 올림프 드 구즈의 ‘여성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관한 연구 등이 포함된다. 시민교육 교과에서는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장애인 차별 등과 연관된 차별 논의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 긍정적인 차별, 동등의 개념 등을 주제로 한 시민적인 삶을 고찰한다. 고등학교 2학년 문학 교과와 시민교육 교과의 성평등 교육은 이전 학년을 통해 다룬 내용들의 내재화를 목표로 한다. 문학 수업의 경우 ‘계몽주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불의에 대한 투쟁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나?’, ‘논쟁을 불러온 계몽주의 철학의 문건들은 무엇을 다루고자 했는가?’ 등 일련의 질문을 통해 여성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학습을 시도한다. 루소의 ‘에밀’과 ‘교육’, 콩도르세의 ‘여성의 시민권 허용에 관하여’ 라는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모델을 제안하는 페미니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남녀의 사회적 역할교환 등도 포함된다. ‘프랑스 시민, 유럽 시민’을 부제로 한 시민교육 교과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완성하기 위한 시도로 ‘2014년 4월 16일 여성의 권리에 관한 유럽행동강령’ 분석을 포함하여 유럽 내 성평등과 페미니즘 연구,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과 권력 분립, 남녀 동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평등의 실현이 학교 안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특정 교과가 아닌 모든 교과를 가로지르는 교수학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기본전제 하에 비교과에서의 성평등 교육 또한 단위학교 수준에 맞게 개별 프로젝트 형태로 추진된다. 수학, 국어, 섹슈얼리티 교육과 연계하여 진행된 다학문 간 프로젝트인 릴르 지역 쥘 베른 초등학교(l’école élémentaire Jules Verne de Seclin(académie de Lille))의 ‘남녀가 함께 지내는 학교 프로젝트(Vivre ensemble dans la Mixite)’, 2014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예술 분야 성평등 교육인 루앙아카데미 질베르 마르텡 뒤 누부르그 농업고등학교(lycée professionnel agricole Gilbert Martin du Neubourg(académie de Rouen))의 ‘의복사 프로젝트’ 등의 관련 사례가 있으며, 이 밖에 성평등한 진로지도, 직업 통합교육 등은 범교과 연계 학습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평등의 원칙이 교육 관련 국가계획 방향과
일치되고, 교육 공동체 내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관장, 교사, 모든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조건이다

다양한 수준의 학교 성평등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자료와 도구가 전제되어야 한다. 프랑스 교육부는 성평등 교육자료가 제공되는 공식사이트인 <에듀스콜(Éduscol)>에서 ‘소녀와 소년의 평등’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교육 감사관실과 카노페(Canopé) 네트워크와의 협력 하에 새롭고 전문적인 자료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학문적인 연구 성과들을 담은 전문자료들은 해당 분야의 국가적 평가를 거친 후에 학구 내의 ‘평등임무담당관’들과 관계자들, 학교현장의 책임자들에게 공유된다. 교사들의 수업 준비를 위하여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된 교육학적 자료들은 ‘교육학 자료가방(mallette pédagogique)’에 담겨있는데, 이는 현재 진행되는 교과 수업 내용부터 지식·역량·문화 공통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과를 가로지르는 교육활동을 담아 학생들에게 평등의 문화를 전달하고 성 정형화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소녀와 소년들 간의 광범위한 수준의 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2014년 이후 개발, 제공되고 있는 ‘소녀와 소년들의 평등을 위한 실행도구’에는 부모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도 제공되는데, 평등문화의 확산은 책임 소재의 경중을 막론하고 모두가 연구해야 할 주제라는 차원에서 교육 공동체 행위자 전체의 참여와 적용을 목표로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성평등 교육에 있어 교사의 임무는 학생들에게 공동체적 가치들을 전달하고 윤리와 책임의 원칙에 근거한 권위와 모범을 보이는 데 있다.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 우선 교사 스스로가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성혐오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들을 대우하는 데 있어 모든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에 평등해야 하며, 학업 성취와 사회·직업적 진출에 있어서, 특히 남녀 학생 사이에 관계된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육학적 내용에 편견이나 구분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경계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는 학생에 대한 평가, 취업 지원 등 성공과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연결되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기본 교육과 수업에 필요한 전문적인 자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평등의 원칙이 교육 관련 국가계획 방향과 일치되고, 교육 공동체 내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관장, 교사, 모든 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에서의 소녀와 소년의 평등’이 국가적 우선과제가 된 이후에 초등교육 교사들을 위한 플랫폼(M@gist‵ere)을 개설하고 9시간 과정의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체 혹은 일부를 원격교육으로 하는 심화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결론

막연한 편견과 거부감, 극단적인 포퓰리즘, 불평등한 사회등 다양한 수준의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문화·정치·경제적인 조건들이 넘쳐나고 있다. 혐오를 부추기는 원인들이 다차원적이라면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다차원적이고 단호해야 한다. 민주적 가치의 공고화,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사회정책들, 차별과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 등 범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의 출발점은 민주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교육의 역할이다. 교육 없이는 가치 전달에 기여할 주체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교육에 모든 자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성 주류화 조치, 성평등 교육 추진 근거법 마련, 실효성 있는 교육 운영체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구축과 교사 지원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앞서 해결한 프랑스의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법정대에서 프랑스 혁명을 전공했다. 정치교육, 공공리더십 관련 프로그램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왔으며, 정치리더십과 젠더정치를 주제로 대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과 권력, 남녀 동등한 민주주의, 성평등 국가를 위한 연구모임과 정책 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