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를
전망해야 합니다

성 경 륭

성 경 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학력

–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경력

– 한림대학교 사회학 교수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
–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를
전망해야 합니다

성 경 륭

성 경 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학력

–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경력

– 한림대학교 사회학 교수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
–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산하 26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서 국책연구기관이
우리 사회에 명견만리의 지혜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성경륭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KICE)• <교육광장> 독자분들을 위하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NRC)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경륭 이사장(이하 성)• NRC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26개 산하 연구기관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각 연구기관들은 미션과 역할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각 정부부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속 연구 기관들은 각 부처의 정책 연구와 정책대안 개발을 지원하여 정부 의 정책 결정을 돕고, 그 분야의 발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우리 NRC는 개별 연구기관들이 더욱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함과 더불어 전체를 뒷받침하는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즉 밖으로 드러난 게 정부라 면 이를 종합하여 전체를 뒷받침하는 역할인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 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현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깊고 넓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NRC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 제의 원인을 잘 찾아내는 것, 미래의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충분히 전망하고 대처하는 것이 NRC와 소속 연구기관들의 핵심 공통 과제입니다. NRC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기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산업연구원, 한국농 촌경제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에너 지경제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 형사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법제연 구원, 통일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 가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육아정책연구소, 건축도시공간연구소

※ 설립 순서로 나열함.

KICE• 이사장님께서 NRC에 취임하신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NRC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성 • 앞서 말씀드린 NRC의 역할을 조금 더 세분화하면 그것이 바로 NRC의 비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NRC의 첫 번째 미션은 바로 ‘민본적 연구기관’입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모든 현상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터전으로부터 시작하기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국민의 지지와 요구 속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NRC의 첫 번째 큰 비전이자 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NRC의 두 번째 미션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연구기관’입니다. 대개 정부의 정책 결정을 살펴보면 과거로부터의 관행 속에서, 혹은 과거에 만들어진 정책과 제도의 틀에서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은 있지만 과거의 틀 속에서 의사결정이 제약되는 것이 반복된다면, 이 또한 새로운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민본적 연구 수행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예측 과정이 정책 결정 과정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기에 NRC 또한 ‘미래예견적 국정관리모델(Anticipatory Governance)’을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된 『수축사회』라는 책을 접하며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 국제 두 영역 간 서로 동조화(Coupling)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만약 인구가 안정되어 있거나 증가하면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가져볼 수도 있겠는데 실상은 인구 감소와 함께 내부 역량은 줄어들고 있고 국제 상황도 무역전쟁, 패권경쟁으로 휩싸여 주변의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축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경제력 1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우리나라도 발현 가능한 역량이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점과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발전경험에 대해 진지하게 학습하려는 사람과 집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술적으로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라고 명명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우리가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서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 즉 성장·개발 과정 속에서 우리가 도입했던 제도나 정책에 대해 무척 알고 싶어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음식, 심지어 화장품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문화가 해외에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이를 잘 들여 보면 우리의 새로운 활로가 바로 여기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미션인 ‘NRC의 글로벌 역할’입니다. NRC는 한국의 글로벌 역할을 연구해보고, 소속 연구기관도 국제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상생·발전할 수 있을지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대외·국제협력 교류는 교역·무역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습니다. 하지만 국제 관계라는 것은 무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다차원적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KICE도 캄보디아와의 교육개발협력 건에 대해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 훈장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만든 제도, 정책, 선례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에게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개발도상국의 공무원, 연구자들을 초청해서 교육시키고 역량 향상을 통해서 서로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글로벌 국책연구기관으로 성장하는 일, 이걸 통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ICE• NRC는 경제와 인문사회 분야로 연구 분야가 나누어집니다. 이는 강점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주제 중심, 역량 중심이 강조되는데 NRC에서는 통합·융합 연구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성 • NRC 소속 26개 연구기관은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기능이 제각기 다릅니다. 통합 연구는 각각의 기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관 간에 통합적인 연구 체계를 구축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하여 NRC 소속 국토연구원(KRIHS),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간 4개 기관이 함께 연구하였습니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개별 연구기관에서만 연구할 수는 없죠. 저출산, 소득 불평등, 노인 문제 등도 개별적 이슈인 동시에 많은 수의 복합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보면 기능은 선별할 수 있지만, 주제나 프로젝트별로 보면 관련된 여러 연구기관들 간의 조합(Combination)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26개 소속 연구기관들을 주제별로 조합하여 일종의 매트릭스를 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협동 연구가 분해·조립형으로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결과물을 수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지금도 그런 관행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협동 연구가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정책은 서로 독립적일 수도 있고, 상호의존적일 수도 있습니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도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있고, 상호충돌적인 관계가 있어서 상호보완적이면 서로 좋은 영향을 줄 것이고, 상호충돌하면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청년들의 고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사람들이 결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녀출산율이 높고 낮아짐에 따라 그 세대의 대학진학률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마치 독립적인 문제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NRC에서는 작년부터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NRC의 통합정책관리위원회에서는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각각의 정책들이 서로 어떻게 충돌할 수 있고 보완될 수 있는지 종합하여 연구기관별로 중요한 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NRC가 주축이 되어 협동 연구도 진행하였습니다. 작년에는 포용국가의 핵심 정책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디자인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하여 연구하였고, 올해는 혁신국가와 혁신경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반도 평화 관련 연구단을 신설하여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선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의 의사결정자들은 정책 결정을 위해 어떤 청사진이 필요할까 하는 북한 모델, 북한 발전 연구를 위한 협동 연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KICE• 미래 예견적인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실증자료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이사장님께서 각 연구기관에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하여 자세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성 • 빅데이터 센터와 관련하여 현재 기획재정부 예비검토가 완료되었고, 신청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면 내년 2020년도에는 총 6군데의 데이터 센터가 1차적으로 구축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이루어질 것이고 NRC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데이터 센터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하는데, 이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과 같은 몇몇 연구기관들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례로 한국기업데이터(KED)는 전국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 고용현황, 매출액, 기업존폐 데이터를 전수로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기업 수가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고용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지역별, 산업별로 경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국가 전체의 경제 동향, 지역별·산업별 동향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고, 갑작스러운 하락에는 조기 경보 체제가 가능합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서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느 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파악될 시, 이는 새로운 기회를 뜻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위험 조기 경보’ 기능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역할도 가능하고, 이를 교육이나 지역정책에 반영하는 등 연계적으로 여러 가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연말에 한꺼번에 모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시기적절하지 않은 거죠. 우리가 모으려는 데이터는 상시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적시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에 인공지능(AI)까지 가동되면 지금 당장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그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여 실행한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일정한 사이클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모델을 달리하여 다양한 실험도 시도해 볼 수 있고 실험 결과가 달라진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실험 조건을 달리하여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정책을 다음번에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정책 개발이나 집행에 있어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고 앞으로 행정이나 정책이 질적으로 달라질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여름부터 이러한 방향을 준비하여 내년 초부터는 “2020 종합 전망대회(가칭)”라는 이름으로 국내 경제, 남북 관계, 글로벌 영역 등 3가지 분야의 미래 전망에 관한 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같은 일부 기관에서는 ‘농업 전망대회’, ‘해양수산 전망대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산물은 품목별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수산물은 포획량과 가격이 어떻게 예측될지 발표하는데 어마어마한 수의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전망대회 행사에 참석합니다. 우리도 “2020 종합 전망대회” 개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할 것인지, 국제 관계는 안정적일지 등에 대해 여러 기관이 참여하여 수행한 협동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미래 전망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곤 하잖아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좋을지 등 미래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가 확률적으로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사주도 보고, 신수도 보았던 것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는 축적된 수많은 정보와 동향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 몇 명이 개인적인 식견으로 전망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제대로 연구한다면 어떤 기업의 주식 가격이 상승할지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잘 활용한다면 NRC 소속 연구기관들의 공제회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NRC 공제회에 산하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공공기관들이 가입하게끔 하여 자금의 대규모화를 통해 연금도 만들 수 있고, 저리 대출도 가능하게 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공제회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KICE 성기선 원장과 NRC 성경륭 이사장

KICE• 이사장님께서는 사회복지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데요, 혁신적 포용국가에서 교육의 역할과 우리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고견 부탁드립니다.

성 • 혁신적 포용국가에는 포용의 원리와 혁신의 원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대개 포용 속에서 혁신을 키울 수 있고, 혁신적 경제를 이루면 포용적 복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두 원리는 보완적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원리는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 두 가지 원리 중 어느 쪽에 더 우선을 둘 것인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두 원리가 힘의 방향을 달리한다고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지 고민해본다면, 모든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는 최대한의 포용성을 살려서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국민은 각자가 지닌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간한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게 굉장히 많습니다. 평균의 원리를 살펴보면 ‘대개 모아보니 대략적인 분포가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 다르잖아요. 평균이라는 개념은 통계적인 허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시험을 치르는 과목이 있고 치르지 않는 과목이 있듯이, 시험을 안 봤다고 해서 그 과목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거나,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 덜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볼 때 포용성·혁신성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이 우리의 역량이고, 이 역량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교육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이 바로 교육인데, 과연 학교교육이 개인의 성장과 행복, 사회의 발전 등 다목적의 결합을 가능케 하는 역량을 잘 살려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저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아직도 학교교육이 교과교육, 암기교육, 경쟁교육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IQ가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지적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그 잠재력이 능력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이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방탄소년단 같은 경우는 정규 교육시스템에서 나오기 힘듭니다. 따라서 지금 변화가 필요한데요, 저는 이걸 위해서 지금은 ‘Post 5.31 교육개혁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이 가능합니다. 만약 아직도 출산율이 높고, 대학 입학에 경쟁이 치열하다면 지금의 암기교육, 경쟁교육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육개혁의 관점에서 저출산은 절호의 기회입니다. 역량 교육은 각자의 재능을 찾아내서 그걸 키워줘야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어른들이 정해놓은 교과목을 억지로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뇌를 해방하라』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뇌의 뉴런은 천억 개가 되는데, 이 천억 개의 세포들은 서로 간에 수많은 조합이 가능하고, 수많은 세포들이 연결되어 시냅스가 됩니다. 시냅스는 이론적으로 제한이 없어서 결국 온갖 결합이 될 수 있는데, 특정 내용을 반복하게 되면 특정 시냅스만 연결되게 됩니다. 국,영,수 달달 외우면 그 특정 시냅스만 연결되는 거예요. 이는 분명 잘못된 겁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학교라는 제도에 맞춰서 뇌가 적응하게 하지 말고, 뇌의 구성과 작동 원리에 따라 학교가 맞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이런 고민을 우리가 함께해야 하고, 때가 더 늦기 전에 ‘Post 5.31 교육개혁’을 해내야 할 것입니다. 조만간 한국교육개발원(KEDI),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과 함께 이에 대한 상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5.31 교육개혁

흔히 5.31 교육개혁으로 불리는 문민정부 교육개혁 방안(’95~’97)은 한국교육의 ‘패러다임적 변화’를 가져온 교육정책으로 지난 20년간 한국 교육의 중심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인 틀은 1) 열린 교육체제, 2) 수요자 중심교육, 3) 교육의 자율성, 4) 다양화와 특성화, 5)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 2015년 봄호 중 ‘이슈와 전망’에서 발췌


KICE•
맞습니다.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를 넘어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KICE도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여 21세기 교육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사장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산하 26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서 국책연구기관이 우리 사회에 명견만리의 지혜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성경륭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KICE)• <교육광장> 독자분들을 위하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NRC)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경륭 이사장(이하 성)• NRC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26개 산하 연구기관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각 연구기관들은 미션과 역할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각 정부부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속 연구 기관들은 각 부처의 정책 연구와 정책대안 개발을 지원하여 정부 의 정책 결정을 돕고, 그 분야의 발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우리 NRC는 개별 연구기관들이 더욱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함과 더불어 전체를 뒷받침하는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즉 밖으로 드러난 게 정부라 면 이를 종합하여 전체를 뒷받침하는 역할인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 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현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깊고 넓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NRC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 제의 원인을 잘 찾아내는 것, 미래의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충분히 전망하고 대처하는 것이 NRC와 소속 연구기관들의 핵심 공통 과제입니다. NRC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기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산업연구원, 한국농 촌경제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에너 지경제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 형사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법제연 구원, 통일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 가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육아정책연구소, 건축도시공간연구소

※ 설립 순서로 나열함.

KICE• 이사장님께서 NRC에 취임하신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NRC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성 • 앞서 말씀드린 NRC의 역할을 조금 더 세분화하면 그것이 바로 NRC의 비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NRC의 첫 번째 미션은 바로 ‘민본적 연구기관’입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모든 현상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터전으로부터 시작하기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국민의 지지와 요구 속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NRC의 첫 번째 큰 비전이자 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NRC의 두 번째 미션은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연구기관’입니다. 대개 정부의 정책 결정을 살펴보면 과거로부터의 관행 속에서, 혹은 과거에 만들어진 정책과 제도의 틀에서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은 있지만 과거의 틀 속에서 의사결정이 제약되는 것이 반복된다면, 이 또한 새로운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민본적 연구 수행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예측 과정이 정책 결정 과정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기에 NRC 또한 ‘미래예견적 국정관리모델(Anticipatory Governance)’을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된 『수축사회』라는 책을 접하며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 국제 두 영역 간 서로 동조화(Coupling)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만약 인구가 안정되어 있거나 증가하면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가져볼 수도 있겠는데 실상은 인구 감소와 함께 내부 역량은 줄어들고 있고 국제 상황도 무역전쟁, 패권경쟁으로 휩싸여 주변의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축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경제력 1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우리나라도 발현 가능한 역량이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점과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발전경험에 대해 진지하게 학습하려는 사람과 집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술적으로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라고 명명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우리가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서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 즉 성장·개발 과정 속에서 우리가 도입했던 제도나 정책에 대해 무척 알고 싶어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음식, 심지어 화장품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문화가 해외에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이를 잘 들여 보면 우리의 새로운 활로가 바로 여기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미션인 ‘NRC의 글로벌 역할’입니다. NRC는 한국의 글로벌 역할을 연구해보고, 소속 연구기관도 국제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상생·발전할 수 있을지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대외·국제협력 교류는 교역·무역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습니다. 하지만 국제 관계라는 것은 무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다차원적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KICE도 캄보디아와의 교육개발협력 건에 대해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 훈장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만든 제도, 정책, 선례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에게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개발도상국의 공무원, 연구자들을 초청해서 교육시키고 역량 향상을 통해서 서로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글로벌 국책연구기관으로 성장하는 일, 이걸 통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ICE• NRC는 경제와 인문사회 분야로 연구 분야가 나누어집니다. 이는 강점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주제 중심, 역량 중심이 강조되는데 NRC에서는 통합·융합 연구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성 • NRC 소속 26개 연구기관은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기능이 제각기 다릅니다. 통합 연구는 각각의 기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관 간에 통합적인 연구 체계를 구축하여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하여 NRC 소속 국토연구원(KRIHS),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간 4개 기관이 함께 연구하였습니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개별 연구기관에서만 연구할 수는 없죠. 저출산, 소득 불평등, 노인 문제 등도 개별적 이슈인 동시에 많은 수의 복합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보면 기능은 선별할 수 있지만, 주제나 프로젝트별로 보면 관련된 여러 연구기관들 간의 조합(Combination)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26개 소속 연구기관들을 주제별로 조합하여 일종의 매트릭스를 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협동 연구가 분해·조립형으로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결과물을 수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지금도 그런 관행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협동 연구가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정책은 서로 독립적일 수도 있고, 상호의존적일 수도 있습니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도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있고, 상호충돌적인 관계가 있어서 상호보완적이면 서로 좋은 영향을 줄 것이고, 상호충돌하면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청년들의 고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사람들이 결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녀출산율이 높고 낮아짐에 따라 그 세대의 대학진학률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마치 독립적인 문제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NRC에서는 작년부터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NRC의 통합정책관리위원회에서는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각각의 정책들이 서로 어떻게 충돌할 수 있고 보완될 수 있는지 종합하여 연구기관별로 중요한 정책 과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NRC가 주축이 되어 협동 연구도 진행하였습니다. 작년에는 포용국가의 핵심 정책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디자인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하여 연구하였고, 올해는 혁신국가와 혁신경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반도 평화 관련 연구단을 신설하여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선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의 의사결정자들은 정책 결정을 위해 어떤 청사진이 필요할까 하는 북한 모델, 북한 발전 연구를 위한 협동 연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KICE• 미래 예견적인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실증자료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이사장님께서 각 연구기관에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하여 자세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성 • 빅데이터 센터와 관련하여 현재 기획재정부 예비검토가 완료되었고, 신청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면 내년 2020년도에는 총 6군데의 데이터 센터가 1차적으로 구축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이 이루어질 것이고 NRC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데이터 센터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하는데, 이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과 같은 몇몇 연구기관들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례로 한국기업데이터(KED)는 전국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 고용현황, 매출액, 기업존폐 데이터를 전수로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기업 수가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고용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지역별, 산업별로 경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국가 전체의 경제 동향, 지역별·산업별 동향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고, 갑작스러운 하락에는 조기 경보 체제가 가능합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서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느 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파악될 시, 이는 새로운 기회를 뜻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위험 조기 경보’ 기능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역할도 가능하고, 이를 교육이나 지역정책에 반영하는 등 연계적으로 여러 가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연말에 한꺼번에 모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시기적절하지 않은 거죠. 우리가 모으려는 데이터는 상시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적시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에 인공지능(AI)까지 가동되면 지금 당장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그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여 실행한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일정한 사이클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모델을 달리하여 다양한 실험도 시도해 볼 수 있고 실험 결과가 달라진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실험 조건을 달리하여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정책을 다음번에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정책 개발이나 집행에 있어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고 앞으로 행정이나 정책이 질적으로 달라질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여름부터 이러한 방향을 준비하여 내년 초부터는 “2020 종합 전망대회(가칭)”라는 이름으로 국내 경제, 남북 관계, 글로벌 영역 등 3가지 분야의 미래 전망에 관한 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같은 일부 기관에서는 ‘농업 전망대회’, ‘해양수산 전망대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산물은 품목별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수산물은 포획량과 가격이 어떻게 예측될지 발표하는데 어마어마한 수의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전망대회 행사에 참석합니다. 우리도 “2020 종합 전망대회” 개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할 것인지, 국제 관계는 안정적일지 등에 대해 여러 기관이 참여하여 수행한 협동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미래 전망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곤 하잖아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좋을지 등 미래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가 확률적으로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사주도 보고, 신수도 보았던 것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는 축적된 수많은 정보와 동향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 몇 명이 개인적인 식견으로 전망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제대로 연구한다면 어떤 기업의 주식 가격이 상승할지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잘 활용한다면 NRC 소속 연구기관들의 공제회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NRC 공제회에 산하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공공기관들이 가입하게끔 하여 자금의 대규모화를 통해 연금도 만들 수 있고, 저리 대출도 가능하게 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공제회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KICE 성기선 원장과 NRC 성경륭 이사장

KICE• 이사장님께서는 사회복지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데요, 혁신적 포용국가에서 교육의 역할과 우리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고견 부탁드립니다.

성 • 혁신적 포용국가에는 포용의 원리와 혁신의 원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대개 포용 속에서 혁신을 키울 수 있고, 혁신적 경제를 이루면 포용적 복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두 원리는 보완적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원리는 충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 두 가지 원리 중 어느 쪽에 더 우선을 둘 것인지 어려움을 느낍니다. 두 원리가 힘의 방향을 달리한다고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지 고민해본다면, 모든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가는 최대한의 포용성을 살려서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국민은 각자가 지닌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간한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게 굉장히 많습니다. 평균의 원리를 살펴보면 ‘대개 모아보니 대략적인 분포가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 다르잖아요. 평균이라는 개념은 통계적인 허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시험을 치르는 과목이 있고 치르지 않는 과목이 있듯이, 시험을 안 봤다고 해서 그 과목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거나,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 덜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볼 때 포용성·혁신성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이 우리의 역량이고, 이 역량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교육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이 바로 교육인데, 과연 학교교육이 개인의 성장과 행복, 사회의 발전 등 다목적의 결합을 가능케 하는 역량을 잘 살려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저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아직도 학교교육이 교과교육, 암기교육, 경쟁교육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IQ가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지적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그런데 그 잠재력이 능력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이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방탄소년단 같은 경우는 정규 교육시스템에서 나오기 힘듭니다. 따라서 지금 변화가 필요한데요, 저는 이걸 위해서 지금은 ‘Post 5.31 교육개혁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이 가능합니다. 만약 아직도 출산율이 높고, 대학 입학에 경쟁이 치열하다면 지금의 암기교육, 경쟁교육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육개혁의 관점에서 저출산은 절호의 기회입니다. 역량 교육은 각자의 재능을 찾아내서 그걸 키워줘야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어른들이 정해놓은 교과목을 억지로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뇌를 해방하라』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뇌의 뉴런은 천억 개가 되는데, 이 천억 개의 세포들은 서로 간에 수많은 조합이 가능하고, 수많은 세포들이 연결되어 시냅스가 됩니다. 시냅스는 이론적으로 제한이 없어서 결국 온갖 결합이 될 수 있는데, 특정 내용을 반복하게 되면 특정 시냅스만 연결되게 됩니다. 국,영,수 달달 외우면 그 특정 시냅스만 연결되는 거예요. 이는 분명 잘못된 겁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학교라는 제도에 맞춰서 뇌가 적응하게 하지 말고, 뇌의 구성과 작동 원리에 따라 학교가 맞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이런 고민을 우리가 함께해야 하고, 때가 더 늦기 전에 ‘Post 5.31 교육개혁’을 해내야 할 것입니다. 조만간 한국교육개발원(KEDI),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과 함께 이에 대한 상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5.31 교육개혁

흔히 5.31 교육개혁으로 불리는 문민정부 교육개혁 방안(’95~’97)은 한국교육의 ‘패러다임적 변화’를 가져온 교육정책으로 지난 20년간 한국 교육의 중심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인 틀은 1) 열린 교육체제, 2) 수요자 중심교육, 3) 교육의 자율성, 4) 다양화와 특성화, 5)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 2015년 봄호 중 ‘이슈와 전망’에서 발췌


KICE•
맞습니다.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를 넘어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KICE도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여 21세기 교육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사장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