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 여행
전시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 글. 서현아 작가
우리는 SNS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고 밤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불과 백 년 전에 이러한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도, 그 서막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하고 노력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말이다.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지켜보면서, 꼭 기억해야 할 일이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내용이 각종 미디어를 장식하자 곧 질린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의 전시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온 국민이 기뻐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임을, 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기 간 2019년 9월 15일 까지
장 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관 람 료 무료
전시해설 매일 1회, 오전 11시
신분 제도가 공고했고 왕이 그 정점에 존재했던 조선 시대와 황제의 나라였던 대한제국 시대에, 민중들은 늘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었으나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주변인으로 지내야 했다. 나라의 주인은 상류층과 왕, 황제였고 민중들은 그들을 위해 일하고 충성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나라’를 잃게 되자 이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자신들을 희생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민중이었다. 민중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3·1운동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자 나라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알아가게 되었다. 조선 후기부터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던 자주 정신이 나라를 잃게 된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발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모든 국민이 국가의 평등한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은 대한제국이 무너진 후 9년 만에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1부 전시에서는 대한민국의 임시헌장과 애국가, 공화사상이 담긴 한성순보와 독립신문, 민중들이 국권 회복에 앞장선 각종 선언문과 여러 자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민중의 자주 정신과 그것을 토대로 연쇄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깨어난 민중들이 되찾은 나라, 저절로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이 솟아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1부 전시가 주로 텍스트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수립 과정을 살펴봤다면, 2부에서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회의실을 재현하여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이 결정되었던 공간에 있으면 조용하게 선조의 숨결이 다가오는 듯하다.
항일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이봉창 의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봉창 의사와 관련된 유물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데, 이 전시에서는 그의 유물과 함께 의거 전개 과정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영상을 확인하고 조선어사전편찬회의 취지서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민 모두가 노력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 문화의 힘을 믿으며 우리말을 보존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교육하고자 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종종 ‘우리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할 줄 아는 것인데 왜 따로 ‘국어’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한 전시는 우리말과 문화는 우리의 근본이자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배워야 하며, 자긍심을 지니고 이를 학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3부에서는 안타까움과 감동을 느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픔은 광복 후 부각된 이념 갈등으로 남과 북이 갈라지게 된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하나가 되어 조국 광복을 위해 여러 방법으로 항거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하나의 국가를 향한 갈망을 내비쳤던 국민들의 염원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통일된 나라를 위해 노력했던 김구 선생님의 편지와 속옷 밀서를 보면서,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아직까지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선조들이 열망했던 하나 된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 노력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가 무겁게 다가왔다. 후손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현재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전시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자주 독립을 위해 뜨겁게 항거했던,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던, 하나의 나라를 염원했던 역사를 잊는다면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전시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잊고 있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 여행
전시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 글. 서현아 작가
우리는 SNS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고 밤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불과 백 년 전에 이러한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도, 그 서막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하고 노력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말이다.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지켜보면서, 꼭 기억해야 할 일이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내용이 각종 미디어를 장식하자 곧 질린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의 전시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온 국민이 기뻐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임을, 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기 간 2019년 9월 15일 까지
장 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관 람 료 무료
전시해설 매일 1회, 오전 11시
신분 제도가 공고했고 왕이 그 정점에 존재했던 조선 시대와 황제의 나라였던 대한제국 시대에, 민중들은 늘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었으나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주변인으로 지내야 했다. 나라의 주인은 상류층과 왕, 황제였고 민중들은 그들을 위해 일하고 충성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나라’를 잃게 되자 이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자신들을 희생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민중이었다. 민중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3·1운동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자 나라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알아가게 되었다. 조선 후기부터 신분제가 흔들리면서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던 자주 정신이 나라를 잃게 된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발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모든 국민이 국가의 평등한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은 대한제국이 무너진 후 9년 만에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1부 전시에서는 대한민국의 임시헌장과 애국가, 공화사상이 담긴 한성순보와 독립신문, 민중들이 국권 회복에 앞장선 각종 선언문과 여러 자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민중의 자주 정신과 그것을 토대로 연쇄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깨어난 민중들이 되찾은 나라, 저절로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이 솟아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1부 전시가 주로 텍스트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수립 과정을 살펴봤다면, 2부에서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회의실을 재현하여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이 결정되었던 공간에 있으면 조용하게 선조의 숨결이 다가오는 듯하다.
항일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이봉창 의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봉창 의사와 관련된 유물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데, 이 전시에서는 그의 유물과 함께 의거 전개 과정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영상을 확인하고 조선어사전편찬회의 취지서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민 모두가 노력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 문화의 힘을 믿으며 우리말을 보존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교육하고자 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종종 ‘우리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할 줄 아는 것인데 왜 따로 ‘국어’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한 전시는 우리말과 문화는 우리의 근본이자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배워야 하며, 자긍심을 지니고 이를 학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3부에서는 안타까움과 감동을 느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픔은 광복 후 부각된 이념 갈등으로 남과 북이 갈라지게 된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하나가 되어 조국 광복을 위해 여러 방법으로 항거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하나의 국가를 향한 갈망을 내비쳤던 국민들의 염원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통일된 나라를 위해 노력했던 김구 선생님의 편지와 속옷 밀서를 보면서,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아직까지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선조들이 열망했던 하나 된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 노력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가 무겁게 다가왔다. 후손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현재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전시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자주 독립을 위해 뜨겁게 항거했던,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던, 하나의 나라를 염원했던 역사를 잊는다면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전시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