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세우다, 우리를 세우다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

글. 이경희 취재작가 | 사진. 안지섭

미국의 철학자 짐 론(Jim Rohn)은 “우리가 건축하는 선한 것들이 결국 우리를 세운다”라고 말했다.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 회원들에게 이 문장은 그 무엇보다 정확한 지표이자 방향성이다. 한국해비타트의 회원으로서 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집을 짓고 건축학도로서의 진로에 확신을 더하는 동아리 ‘세움’.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에 위치한 해비타트 집짓기 현장에서 건축봉사를 하는 그들을 만났다.

한국해비타트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은 2015년에 만들어졌다. 여느 동아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순수하게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동아리라는 것이다. 지도교사인 박한준 교사조차도 “우연히 교내 동아리 페스티벌에서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듬해 나도 동아리 담당교사로서 합류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기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동아리다.
건축봉사 동아리로서 세움이 하는 활동은 다양하고 폭넓다. 교사까지 포함해서 회원 숫자는 총 35명. 무엇보다 건축학과, 건축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그 활동의 의미가 각별하다.
“세움은 한국해비타트의 인증을 받은 회원 동아리로서 집짓기 봉사에 참여합니다. 건축가를 직접 모셔서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하고 제주, 일본 등지의 건축물을 탐방하면서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식견을 넓히며 공부도 하지요. 전국 학교 동아리 페스티벌에도 참여해 직접 설계하고 조형물을 만들며 논문을 발표하기도 해요. 이외에도 농촌일손 돕기 등 비단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봉사 활동들도 하고 있습니다.”
박한준 교사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건축학도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자신의 꿈에 접근할 수 있다며 매사에 열정적인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을 감추지 않았다.
오전 건축 작업이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 역대급 식사량으로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대전대신고 세움 회원들은 오후 1시가 되자 하나둘 다시 건축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땀방울로 집을 짓는다

오늘 세움 회원들이 참여하는 집짓기 봉사는 전남 광양읍에 위치한 빌라형 주택을 추가로 짓는 일이다. 오늘 일할 멤버들은 세움 회원들, 재능기부를 통해 집짓기를 도와주는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해비타트에서 집짓기 교육을 받은 건축과 재학생들인 대학생 해비타트 회원들이다.
“저희들은 집짓기 전반에 걸쳐 참여합니다. 땅 파기, 기초공사 철골 세우기, 콘크리트 타설(打設), 시멘트 마감, 목재를 다듬고 청소하는 일까지 다양하게 돕고 있어요. 물론 어른들의 감독 하에 배워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세움 회원인 3학년 박민규 학생이 설명한다. 어제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다는 학생들의 얼굴이 환해 보였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망치로 탕탕 쳐서 거푸집을 떼어내고 사방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부지런히 먼지를 쓸고 담는다. 철근을 고르는 작업을 하는가 하면 도구를 이용해 목재를 다듬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회원들에게 세움 학생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묻자 “일을 잘한다”라며 엄지 척, 답변이 돌아온다.
박한준 교사를 비롯,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안전이다. 장거리를 오가는 경우 안전운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오전 작업 중에 살짝 긁힌 학생에게 파상풍 주사를 맞힌 것도 혹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내가 세우는 꿈, 우리가 짓는 희망

현장에서 만난 세움 회원들은 건축봉사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전했다.
박민규 학생은 “건축학도를 꿈꾸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건축의 예술적인 면에만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모여 땀 흘리고 건물을 짓는 현실적인 측면까지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3학년 이환희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우리 문화를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로서 건축물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3학년 장민우 학생 역시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고 건축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은 건축의 디자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삶의 실용적인 모습까지 생각한다”며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음을 털어놓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일하는 1학년과 2학년,3학년 학생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은 행여 친구가 자기보다 일을 덜 할까 봐 서로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인다면 2학년 학생들은 제법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한다는 점,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은 누가 시키기 전에 찾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숙해 가는 거죠. 일을 대하는 태도도 횟수가 거듭되면서 달라지고요. 실제로 졸업해서 건축학도가 된 아이들 대부분이 여전히 해비타트 건축봉사에 참여합니다. 봉사가 주는 기쁨과 보람을 알게 된 거죠.”
박한준 교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는 사실 여느 봉사 활동과는 좀 다르다. 복지시설 봉사 등과 달리 수혜자를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세움 회원들에게도 잊지 못할 봉사의 순간은 있었다.


그들에게 건축가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 가꾸고 얻어내는
삶의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미래 건축가들

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의 뇌성마비 장애인 가족의 집을 리모델링 해주던 때다. 장애인 가족이 사는 집임을 감안해 이동이 용이하도록 문지방을 없애고, 필요 없는 다락방을 없애는 대신 층고를 높이는 등 거주자들의 특성에 맞는 리모델링 공사에 주력했다. 거주자의 쾌적한 생활과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세움 학생들을 비롯하여 해비타트 관계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집을 수리하는 동안 가족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와 간식을 건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했다고 한다.
“집이 완성되던 날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지요.”
작업 시간 중간에 잠시 수박 타임을 가졌다. 아까의 진지함은 벗고 금세 10대 청소년들로 돌아간 아이들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순식간에 수박을 먹어 치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그 꿈에 접근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세움 동아리 회원들. 그들에게 건축가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 가꾸고 얻어내는 삶의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다시 훌훌 작업현장으로 가는 세움 회원들! 그 뒷모습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 건축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한국해비타트 동아리(CCYP: Campus Chapter Youth Program)에 참여하고 싶다면 :
* 02-3407-1934, ccyp@habitat.or.kr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은?

세움은 ‘해비타트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을 만들고 다양한 건축 관련 활동을 통해 미래 건축을 선도하는 인재가 되자!’라는 기치 하에 만들어졌다.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 활동은 물론, 각 지역 건축물 답사, 건축가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건축학도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동아리 내 토론대회, 세부 관심분야별 논문 작성 및 발표 등을 통해 각자의 진로와도 직접 연계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충남대학교 미래 건축공학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집을 세우다,
우리를 세우다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

글. 이경희 취재작가 | 사진. 안지섭

미국의 철학자 짐 론(Jim Rohn)은 “우리가 건축하는 선한 것들이 결국 우리를 세운다”라고 말했다.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 회원들에게 이 문장은 그 무엇보다 정확한 지표이자 방향성이다. 한국해비타트의 회원으로서 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집을 짓고 건축학도로서의 진로에 확신을 더하는 동아리 ‘세움’.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에 위치한 해비타트 집짓기 현장에서 건축봉사를 하는 그들을 만났다.

한국해비타트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은 2015년에 만들어졌다. 여느 동아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순수하게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동아리라는 것이다. 지도교사인 박한준 교사조차도 “우연히 교내 동아리 페스티벌에서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듬해 나도 동아리 담당교사로서 합류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기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동아리다.
건축봉사 동아리로서 세움이 하는 활동은 다양하고 폭넓다. 교사까지 포함해서 회원 숫자는 총 35명. 무엇보다 건축학과, 건축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그 활동의 의미가 각별하다.
“세움은 한국해비타트의 인증을 받은 회원 동아리로서 집짓기 봉사에 참여합니다. 건축가를 직접 모셔서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하고 제주, 일본 등지의 건축물을 탐방하면서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식견을 넓히며 공부도 하지요. 전국 학교 동아리 페스티벌에도 참여해 직접 설계하고 조형물을 만들며 논문을 발표하기도 해요. 이외에도 농촌일손 돕기 등 비단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봉사 활동들도 하고 있습니다.”
박한준 교사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건축학도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자신의 꿈에 접근할 수 있다며 매사에 열정적인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을 감추지 않았다.
오전 건축 작업이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 역대급 식사량으로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대전대신고 세움 회원들은 오후 1시가 되자 하나둘 다시 건축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땀방울로 집을 짓는다

오늘 세움 회원들이 참여하는 집짓기 봉사는 전남 광양읍에 위치한 빌라형 주택을 추가로 짓는 일이다. 오늘 일할 멤버들은 세움 회원들, 재능기부를 통해 집짓기를 도와주는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해비타트에서 집짓기 교육을 받은 건축과 재학생들인 대학생 해비타트 회원들이다.
“저희들은 집짓기 전반에 걸쳐 참여합니다. 땅 파기, 기초공사 철골 세우기, 콘크리트 타설(打設), 시멘트 마감, 목재를 다듬고 청소하는 일까지 다양하게 돕고 있어요. 물론 어른들의 감독 하에 배워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세움 회원인 3학년 박민규 학생이 설명한다. 어제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다는 학생들의 얼굴이 환해 보였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망치로 탕탕 쳐서 거푸집을 떼어내고 사방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부지런히 먼지를 쓸고 담는다. 철근을 고르는 작업을 하는가 하면 도구를 이용해 목재를 다듬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회원들에게 세움 학생들이 도움이 되는지를 묻자 “일을 잘한다”라며 엄지 척, 답변이 돌아온다.
박한준 교사를 비롯,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안전이다. 장거리를 오가는 경우 안전운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오전 작업 중에 살짝 긁힌 학생에게 파상풍 주사를 맞힌 것도 혹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내가 세우는 꿈, 우리가 짓는 희망

현장에서 만난 세움 회원들은 건축봉사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전했다.
박민규 학생은 “건축학도를 꿈꾸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건축의 예술적인 면에만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모여 땀 흘리고 건물을 짓는 현실적인 측면까지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3학년 이환희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우리 문화를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로서 건축물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3학년 장민우 학생 역시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고 건축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은 건축의 디자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삶의 실용적인 모습까지 생각한다”며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음을 털어놓았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일하는 1학년과 2학년,3학년 학생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은 행여 친구가 자기보다 일을 덜 할까 봐 서로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인다면 2학년 학생들은 제법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한다는 점,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은 누가 시키기 전에 찾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숙해 가는 거죠. 일을 대하는 태도도 횟수가 거듭되면서 달라지고요. 실제로 졸업해서 건축학도가 된 아이들 대부분이 여전히 해비타트 건축봉사에 참여합니다. 봉사가 주는 기쁨과 보람을 알게 된 거죠.”
박한준 교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는 사실 여느 봉사 활동과는 좀 다르다. 복지시설 봉사 등과 달리 수혜자를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세움 회원들에게도 잊지 못할 봉사의 순간은 있었다.


그들에게 건축가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 가꾸고 얻어내는
삶의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미래 건축가들

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의 뇌성마비 장애인 가족의 집을 리모델링 해주던 때다. 장애인 가족이 사는 집임을 감안해 이동이 용이하도록 문지방을 없애고, 필요 없는 다락방을 없애는 대신 층고를 높이는 등 거주자들의 특성에 맞는 리모델링 공사에 주력했다. 거주자의 쾌적한 생활과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세움 학생들을 비롯하여 해비타트 관계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집을 수리하는 동안 가족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와 간식을 건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했다고 한다.
“집이 완성되던 날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지요.”
작업 시간 중간에 잠시 수박 타임을 가졌다. 아까의 진지함은 벗고 금세 10대 청소년들로 돌아간 아이들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순식간에 수박을 먹어 치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그 꿈에 접근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세움 동아리 회원들. 그들에게 건축가란 막연한 꿈이 아니라 함께 땀 흘려 가꾸고 얻어내는 삶의 첫 번째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다시 훌훌 작업현장으로 가는 세움 회원들! 그 뒷모습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 건축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한국해비타트 동아리(CCYP: Campus Chapter Youth Program)에 참여하고 싶다면 :
* 02-3407-1934, ccyp@habitat.or.kr

대전대신고등학교
건축봉사 동아리 ‘세움’은?

세움은 ‘해비타트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을 만들고 다양한 건축 관련 활동을 통해 미래 건축을 선도하는 인재가 되자!’라는 기치 하에 만들어졌다.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 활동은 물론, 각 지역 건축물 답사, 건축가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건축학도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동아리 내 토론대회, 세부 관심분야별 논문 작성 및 발표 등을 통해 각자의 진로와도 직접 연계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충남대학교 미래 건축공학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