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온라인 수업 경험으로부터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실행 가능성 탐색
● 글. 홍선주 KICE 연구위원
들어가며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학교는 종전의 교실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온라인 수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초·중등 교육현장의 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며, 교사의 온라인 수업 기회와 경험 부족 등으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수 있는 교사 역량이 미흡하거나, 가정의 하드웨어 환경과 디지털 역량 측면에서 학생 간 격차가 큰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의 학교는 디지털 기기를 학생에게 대여 및 제공하고, 온라인 수업 실행을 위한 교사연수를 실시하며 온라인 수업 예비 시행 기간을 거쳐 4월을 기점으로 전면적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또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아 어려움이 가중됐으나, 그간 축적해온 교육정보화 기반과 역량을 바탕으로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고, 현재는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며 학사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교사와 학생은 모두 물리적 공간의 교실이 아니어도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습이 다수의 콘텐츠와 성능 좋은 플랫폼만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교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해 학생의 학습활동을 설계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학습이 일어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학습에 대한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의 교수활동을 따라 학생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가에 따라서도 학습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운영의 일환으로 온라인 학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시행된 온라인 수업으로 교사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교사와 학생 모두 온라인상에서의 교수학습과 관련한 많은 문제점에 봉착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제 교육현장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긴 숙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 수업을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완벽히 계획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됐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종합되지도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미래 교육을 향한 변화와 발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는 현재 온라인 수업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험으로부터 향후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온라인 학습을 넘어 블렌디드 러닝으로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학습이나 블렌디드러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1990년대 컴퓨터의 보급과 2000년대 인터넷의 보급으로 ICT 활용 교육, 이러닝(E-Learning), 스마트 러닝 등이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 이에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습은 교실 공간에 제약된 집합 수업형태 위주의 일률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날 대안적 교육 방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온라인 학습의 강점은 맞춤형 학습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데 있다. 맞춤형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생의 학습을 둘러싼 다양한 변인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사는 개별 학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학습할 내용, 과정, 결과를 차별화할 수 있다(Tomlinson, 2000). 교실 수업에서의 맞춤형 학습 제공은 Tomlinson의 표현을 빌리면, 교실에 있는 제각기 다른 학습자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춰야 하는 ‘교사의 노력’으로 실현된다(Tomlinson, 2000).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는 학생의 학습과 관련한 데이터의 수집이 용이해지며, 여기에 지능형 학습분석(Intelligent Learning Analytics) 기술을 적용하면 개별 학생의 학습을 위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교사의 어려움을 줄이고 동시에 이러한 노력이 학습 성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또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를 길러낼 수 있는 학습 환경의 구축과 진화를 견인해 왔다. 구성주의 학습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습 환경의 조건은 “학습자들이 학습 목적과 문제 해결 활동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와 정보 자원을 활용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공간(Wilson, 1995: 김성종·김현진·이영주, 2014에서 재인용)”이다. 이러한 학습 환경 조성과 관련된 목표가 이론적 논의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온라인 학습이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학습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처리 도구, 의사소통 도구, 협업 도구 등을 활용해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며, 실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고를 공유하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이 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수업 운영의 어려움이나 학생의 학습 활동 관리의 한계점으로 인해, 교실 수업과 온라인 학습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해 개별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관심을 받게 됐다. 블렌디드 러닝은 상술한 온라인 러닝의 강점을 모두 포괄한다. 또한 면대면 수업이 갖는 암묵적 지식 전달의 유용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집합적 교실 수업에서 부족한 맞춤형 지도와 지원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보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교육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홍효정·이재경, 2016)는 점을 강점으로 한다.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하게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의 결합이지만, 각 학습이 구현되는 양상이나 순서, 비중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블렌디드 러닝의 실현은 매우 다채로울 수 있다. 그러나 블렌디드 러닝이 기존의 학습과 상치되는 새로운 교육방식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블렌디드 러닝의 한 형태인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소개돼 일부 교사들이 이를 적용해 왔다. 플립 러닝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이후 교실 공간에서는 토론, 프로젝트 활동 등을 통해 협력적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지식 전달 기능을 온라인 수업에 할당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실현하는 교육방식이다. 2020년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 수업의 경험은 향후 블렌디드 러닝으로 가기 위한 촉매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블렌디드 러닝의 긍정적 효과를 일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초·중등 교육현장보다 일찍이 블렌디드러닝를 도입한 대학 교육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학습의 기계적 결합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교수자입장에서는 시도하기에 부담스러운 교육방식(정종원·송봉란, 2014; 홍효정·이재경, 2016)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교수학습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 필요한 교수자의 전문성과 노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며, 블렌디드 러닝을 수행하는 교수자와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 범위와 방식을 규명하고 관련 역량을 도출하는 연구들1)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이 자연스럽게 통합된 미래 교실환경에서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수학습을 수행하기 위해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규명한 연구2)도 수행됐다.
이러한 연구들은 교수학습 단계별로 교사에게 필요한 준비와 역량을 정리하고 있는데, 먼저 ‘교수학습의 준비’ 단계에서는 블렌디드 러닝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각 장점을 최적화하는 학습활동을 구성하고, 온라인 학습의 이점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의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교사 역량을 강조한다. 또한 온라인상의 풍부한 학습 자원과 온·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교수학습에 통합·활용하는 교사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교수학습의 운영’ 단계에서는 학생과 소통하는 교사의 역량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교사 역할과 이에 따른 상호작용 전략의 개발, 적절한 피드백의 제공과 관련한 교사 역량에 주목한다. 그리고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평가’ 단계는 다른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확보한 학습활동 기록을 근거로 학생을 진단하고 모니터링 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학습과 관련한 빅테이터가 구축됐을 때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교사의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있다. 더불어 온라인 평가에서 야기될 수 있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에도 주목해 이를 교사 역량으로 다루고 있다.
1) 오정숙(2010, 2013), 홍효정·이재경(2016)
2) 홍선주 외(2019)
교사의 온라인 수업 경험을 통해 살펴본
블렌디드 러닝의 실행 가능성
이상 블렌디드 러닝을 실행하는 교사 역할과 역량의 많은 부분은 온라인 학습이 오프라인 학습과 혼합되면서 생겨난, 즉 종전 교실환경과는 다른 온라인 환경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활동을 설계·운영·관리해야 하는 교사 역할과 역량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번 온라인 수업을 경험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맞이하게 된 온라인 개학이었지만,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해나가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를 탐색하고 실천하며 이 과정에서 인식의 변화를 겪어가는 모습을 통해 블렌디드러닝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해 봤다.3)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로서의 테크놀로지
코로나19 이전에 테크놀로지는 “교수학습 중 어느 한 부분에 쓰였던 도구였을 뿐이고 적은 수의 교사들이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지만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모든 교사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됨
수업과 테크놀로지의 통합
테크놀로지를 단순히 수업에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습내용과 학습자의 수준 등을 고려해 테크놀로지를 적재적소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를 수업에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됨
온라인 공간에서의 지도·지원
이번 온라인 수업을 통해 “30명의 답안지에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고,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댓글을 달”면서 “교사들의 눈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험으로부터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생 개인별 지도나 지원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함
교사 역할의 변화
이번 온라인 수업은 종전 “교실 안에서는 쏟아내기만 했던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조력자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됨
짧은 기간의 경험을 통해 향후 블렌디드 러닝의 실행 가능성이나 이것이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교육학 연구에서 거 론해 왔던 블렌디드 러닝의 효용성과 이를 실제 우리 교육 현 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적으로나마 교사의 목소 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학생의 등교 없는 개학’이 이뤄지며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 한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온라인 수업을 전면 시행한 2020년은 학교 현장의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했다. 현실의 변화에 대응 하기 위해 교육 당국에서는 학교의 인프라 구축과 온라인 수 업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교 육 산업계에서는 콘텐츠, 플랫폼 등 에듀 테크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 변화가 가지고 온 교육적 효과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는 후속 작업이 잇따라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의 변화가 미래 교육 혁신으로 이 어질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이 교실 수업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닌 학교 교육의 전면에 등장해 교실 수업과 혼합되며 블렌 디드 러닝으로 안착하기 위해 어떤 사전 준비가 필요한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효과적으로 대비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전 준비에는 이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도 무게 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사라는 점에서 교사 역량 제고에 대한 대비 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3) 아래 내용은 2020년 1학기 동안 교육대학원에서 교육 혁신과 관련한 수업에 참여한 현직 교원 30여 명의 이야기를 통해 도출했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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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김현진, 이영주(2014). 국내 학교 교육의 구성주의 학습 환경 설계에 나타난 테크놀로지 활용 양상. 한국교육공학회 학술대회 발표 자료집. 2014(1). pp. 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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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2010). 블렌디드 러닝에서 특수교육 교사의 역량 규명을 위한 기초연구. 특수교육저널: 이론과 실천. 11(1). pp. 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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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2013). 블렌디드 러닝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에 대한 예비 특수교사의 인식: 중요도와 준비도의 차이 분석을 중심으로. 특수교육저널: 이론과 실천. 14(3). p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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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원, 송봉란(2014). 블렌디드 창업교육 프로그램의 교수학습 경험에 대한 사례 연구. 교육방법 연구. 26(4). pp. 87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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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주, 안지연, 이정찬, 최정순, 홍미영. 안태연, 박연정(2019). 지능정보사회 교사 역량 제고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개발(II): 프로그램 현장 적용.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I 2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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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정, 이재경(2016).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위한 대학 교수자의 교수역량 도출. 한국교육공학연구. 32(2). pp. 39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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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linson,C.A.(2000). Differentiation of Instruction in the Elementary Grades. ERIC Dig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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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B.G.(1995). Metaphors for instruction: Why we talk about learning environments. Educational Technology. 35(5). 25-30.
교사의 온라인 수업 경험으로부터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실행 가능성 탐색
● 글. 홍선주 KICE 연구위원
들어가며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학교는 종전의 교실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온라인 수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초·중등 교육현장의 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며, 교사의 온라인 수업 기회와 경험 부족 등으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수 있는 교사 역량이 미흡하거나, 가정의 하드웨어 환경과 디지털 역량 측면에서 학생 간 격차가 큰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의 학교는 디지털 기기를 학생에게 대여 및 제공하고, 온라인 수업 실행을 위한 교사연수를 실시하며 온라인 수업 예비 시행 기간을 거쳐 4월을 기점으로 전면적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또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아 어려움이 가중됐으나, 그간 축적해온 교육정보화 기반과 역량을 바탕으로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고, 현재는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며 학사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교사와 학생은 모두 물리적 공간의 교실이 아니어도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습이 다수의 콘텐츠와 성능 좋은 플랫폼만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교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해 학생의 학습활동을 설계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학습이 일어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학습에 대한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의 교수활동을 따라 학생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가에 따라서도 학습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운영의 일환으로 온라인 학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시행된 온라인 수업으로 교사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교사와 학생 모두 온라인상에서의 교수학습과 관련한 많은 문제점에 봉착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제 교육현장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긴 숙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 수업을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완벽히 계획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됐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종합되지도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미래 교육을 향한 변화와 발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는 현재 온라인 수업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험으로부터 향후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온라인 학습을 넘어 블렌디드 러닝으로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학습이나 블렌디드러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초·중등학교에서는 1990년대 컴퓨터의 보급과 2000년대 인터넷의 보급으로 ICT 활용 교육, 이러닝(E-Learning), 스마트 러닝 등이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 이에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습은 교실 공간에 제약된 집합 수업형태 위주의 일률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날 대안적 교육 방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온라인 학습의 강점은 맞춤형 학습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데 있다. 맞춤형 학습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생의 학습을 둘러싼 다양한 변인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사는 개별 학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학습할 내용, 과정, 결과를 차별화할 수 있다(Tomlinson, 2000). 교실 수업에서의 맞춤형 학습 제공은 Tomlinson의 표현을 빌리면, 교실에 있는 제각기 다른 학습자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춰야 하는 ‘교사의 노력’으로 실현된다(Tomlinson, 2000).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는 학생의 학습과 관련한 데이터의 수집이 용이해지며, 여기에 지능형 학습분석(Intelligent Learning Analytics) 기술을 적용하면 개별 학생의 학습을 위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교사의 어려움을 줄이고 동시에 이러한 노력이 학습 성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또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를 길러낼 수 있는 학습 환경의 구축과 진화를 견인해 왔다. 구성주의 학습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습 환경의 조건은 “학습자들이 학습 목적과 문제 해결 활동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와 정보 자원을 활용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공간(Wilson, 1995: 김성종·김현진·이영주, 2014에서 재인용)”이다. 이러한 학습 환경 조성과 관련된 목표가 이론적 논의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온라인 학습이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학습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처리 도구, 의사소통 도구, 협업 도구 등을 활용해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며, 실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고를 공유하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이 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수업 운영의 어려움이나 학생의 학습 활동 관리의 한계점으로 인해, 교실 수업과 온라인 학습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해 개별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관심을 받게 됐다. 블렌디드 러닝은 상술한 온라인 러닝의 강점을 모두 포괄한다. 또한 면대면 수업이 갖는 암묵적 지식 전달의 유용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집합적 교실 수업에서 부족한 맞춤형 지도와 지원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보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교육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홍효정·이재경, 2016)는 점을 강점으로 한다.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하게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의 결합이지만, 각 학습이 구현되는 양상이나 순서, 비중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블렌디드 러닝의 실현은 매우 다채로울 수 있다. 그러나 블렌디드 러닝이 기존의 학습과 상치되는 새로운 교육방식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블렌디드 러닝의 한 형태인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소개돼 일부 교사들이 이를 적용해 왔다. 플립 러닝은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이후 교실 공간에서는 토론, 프로젝트 활동 등을 통해 협력적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지식 전달 기능을 온라인 수업에 할당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을 실현하는 교육방식이다. 2020년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 수업의 경험은 향후 블렌디드 러닝으로 가기 위한 촉매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블렌디드 러닝의 긍정적 효과를 일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초·중등 교육현장보다 일찍이 블렌디드러닝를 도입한 대학 교육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학습의 기계적 결합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교수자입장에서는 시도하기에 부담스러운 교육방식(정종원·송봉란, 2014; 홍효정·이재경, 2016)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교수학습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 필요한 교수자의 전문성과 노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며, 블렌디드 러닝을 수행하는 교수자와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 범위와 방식을 규명하고 관련 역량을 도출하는 연구들1)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이 자연스럽게 통합된 미래 교실환경에서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수학습을 수행하기 위해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규명한 연구2)도 수행됐다.
이러한 연구들은 교수학습 단계별로 교사에게 필요한 준비와 역량을 정리하고 있는데, 먼저 ‘교수학습의 준비’ 단계에서는 블렌디드 러닝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각 장점을 최적화하는 학습활동을 구성하고, 온라인 학습의 이점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의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교사 역량을 강조한다. 또한 온라인상의 풍부한 학습 자원과 온·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교수학습에 통합·활용하는 교사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교수학습의 운영’ 단계에서는 학생과 소통하는 교사의 역량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교사 역할과 이에 따른 상호작용 전략의 개발, 적절한 피드백의 제공과 관련한 교사 역량에 주목한다. 그리고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평가’ 단계는 다른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확보한 학습활동 기록을 근거로 학생을 진단하고 모니터링 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학습과 관련한 빅테이터가 구축됐을 때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교사의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있다. 더불어 온라인 평가에서 야기될 수 있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에도 주목해 이를 교사 역량으로 다루고 있다.
1) 오정숙(2010, 2013), 홍효정·이재경(2016)
2) 홍선주 외(2019)
교사의 온라인 수업 경험을 통해 살펴본
블렌디드 러닝의 실행 가능성
이상 블렌디드 러닝을 실행하는 교사 역할과 역량의 많은 부분은 온라인 학습이 오프라인 학습과 혼합되면서 생겨난, 즉 종전 교실환경과는 다른 온라인 환경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활동을 설계·운영·관리해야 하는 교사 역할과 역량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번 온라인 수업을 경험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맞이하게 된 온라인 개학이었지만,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해나가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를 탐색하고 실천하며 이 과정에서 인식의 변화를 겪어가는 모습을 통해 블렌디드러닝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해 봤다.3)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로서의 테크놀로지
코로나19 이전에 테크놀로지는 “교수학습 중 어느 한 부분에 쓰였던 도구였을 뿐이고 적은 수의 교사들이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지만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모든 교사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됨
수업과 테크놀로지의 통합
테크놀로지를 단순히 수업에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에서 “학습내용과 학습자의 수준 등을 고려해 테크놀로지를 적재적소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를 수업에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됨
온라인 공간에서의 지도·지원
이번 온라인 수업을 통해 “30명의 답안지에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고,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댓글을 달”면서 “교사들의 눈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험으로부터 온라인 공간에서의 학생 개인별 지도나 지원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함
교사 역할의 변화
이번 온라인 수업은 종전 “교실 안에서는 쏟아내기만 했던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조력자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됨
짧은 기간의 경험을 통해 향후 블렌디드 러닝의 실행 가능성이나 이것이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교육학 연구에서 거 론해 왔던 블렌디드 러닝의 효용성과 이를 실제 우리 교육 현 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적으로나마 교사의 목소 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학생의 등교 없는 개학’이 이뤄지며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 한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온라인 수업을 전면 시행한 2020년은 학교 현장의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했다. 현실의 변화에 대응 하기 위해 교육 당국에서는 학교의 인프라 구축과 온라인 수 업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교 육 산업계에서는 콘텐츠, 플랫폼 등 에듀 테크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 변화가 가지고 온 교육적 효과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는 후속 작업이 잇따라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의 변화가 미래 교육 혁신으로 이 어질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이 교실 수업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닌 학교 교육의 전면에 등장해 교실 수업과 혼합되며 블렌 디드 러닝으로 안착하기 위해 어떤 사전 준비가 필요한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효과적으로 대비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전 준비에는 이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도 무게 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사라는 점에서 교사 역량 제고에 대한 대비 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3) 아래 내용은 2020년 1학기 동안 교육대학원에서 교육 혁신과 관련한 수업에 참여한 현직 교원 30여 명의 이야기를 통해 도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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