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위하여

글. 한상훈 서전고등학교 교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지역과 교육의 만남

최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큰 흐름 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오래전 이미 학교와 지역을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도권 밖의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으나, 본격적으로는 10여 년 전 경기도에서 혁신학교의 실험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형태로 제도권 안에서 시도되었고 최근 몇 년간 빠른 속 도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조건에서 협력과 거버넌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지자체에서 이 실험에 동참하고 있으며 교육을 매개로 한 NGO도 곳곳에서 결성되어 활성화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2017년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9개 지자체 중 7 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2018년에는 모든 지자체가 여기에 동참하여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이 결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폭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이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마을과 교육현장이 조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지역사회와 교육의 만남이 활성화되고 정책화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규모는 팽창하고 있으나 방향성이 불분명하고 다소 기능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성도 나타나고 있어 지역사회 교육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하는지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위하여

글. 한상훈 서전고등학교 교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지역과 교육의 만남

최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큰 흐름 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오래전 이미 학교와 지역을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도권 밖의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으나, 본격적으로는 10여 년 전 경기도에서 혁신학교의 실험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형태로 제도권 안에서 시도되었고 최근 몇 년간 빠른 속 도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조건에서 협력과 거버넌스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지자체에서 이 실험에 동참하고 있으며 교육을 매개로 한 NGO도 곳곳에서 결성되어 활성화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2017년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9개 지자체 중 7 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2018년에는 모든 지자체가 여기에 동참하여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이 결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추구하는 폭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이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마을과 교육현장이 조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지역사회와 교육의 만남이 활성화되고 정책화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규모는 팽창하고 있으나 방향성이 불분명하고 다소 기능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성도 나타나고 있어 지역사회 교육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하는지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서전고 주변 거리에서 펼쳐진 3.1운동 100주년 기념 행사

교육과정에서 철저히 분리된 지역사회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지역사회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적인 공교육 시스템이 정착되던 시기부터 학교는 공간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교육과정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었고 그러한 경향은 점점 심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지역공동체의 지속적인 붕괴 과정과 그 맥을 같이한다.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은 농촌 공동체를 급격하게 붕괴시키고 인구의 이동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의 도시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지역사회는 철저히 주변화 되고 교육과정도 지역적인 삶과 유리되어 온 것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농촌적인 것보다는 도시적인 것을, 작은 것보다는 큰 규모를, 구체적인 것보다는 추상적인 것을,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나타내는 것을 더 우월한 것으로 취급하여 왔다. 자연과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사회는 아이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며, 자신의 진로를 미래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삶은 맹목적으로 거대한 중심을 향하고 있으며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우리 교육과정은 공동체를 끊임없이 해체시키면서 중심이 주변의 모든 것을 약탈하는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합리화하고 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과 교육의 만남, 아이들 삶의 뿌리 찾기

최근의 지역사회 교육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중심부를 향해 있는 교육의 독점 현상을 끊어내고 학교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 나 있던 지역의 다양한 역사, 지리, 문화, 예술 등 각종 인프라를 활용하여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시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보다 앞서가는 몇몇 지역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마을 교육과정’으로 구조화시키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뿌리를 찾게 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교육을 통한 지역공동체의 회복, 아이들의 삶의 뿌리 찾기를 통한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 사회 교육이 그 동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지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지역사회 교육이 왜 그토록 절실한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 것으로써 지역사회 교육이 공동체가 살아있던 시절이나 학교와 마을이 한데 어우러져 있던 ‘옛날’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정서적 동의 수준에서는 생명력을 가지고 추진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역화와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생태위기 시대의 전략

오늘날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지속 불가능성’이라는 문명사적 위기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유래 없는 규모의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 행태는 기후 변화와 대규모 오염으로 지구생태계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였다. 오늘날 인류는 지속가능성의 회복이라는 문명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화’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앙 집중화된 에너지 권력을 분산시키고, 농산물을 비롯한 자원의 소비행태 지역화와 문화다양성이 보장되는 자족적인 지역사회의 형성이 지속가능발전의 중심전략이 되고 있다. 1992년 리우회담에서 제기된 ‘지역의제21(Local Agenda 21)’은 바로 이러한 문제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 의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모토는 생태위기 시대의 행동강령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행동강령은 2004년 UNESCO에서 제안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도 중요한 교육활동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 시대의 문명사적인 과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발전(SD)의 이념 속에서 그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래도록 주어진 자연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면서 성장해 온 지역사회가 물질과 에너지 순환의 단위로 다시 회복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강한 문화가 유지 발전될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태도와 신념을 지닌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교육의 교육 내용과 활동이 이러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질 때 시대사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서전고의 노력

진천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이 만주 용정에 세운 민족학교인 ‘서전서숙’의 교명을 이어받은 서전고등학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형 학교’라는 학교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학교비전은 진천에 충북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이곳에 이전한 한국교육개발원과 충북교육청이 함께 정책협력학교를 추진하면서 세운 비전이다. 대체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가 입시 준비기관화 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전고의 학교비전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매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전고는 교육과정을 지역사회와 결합하고 학교비전에 걸맞은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선 서전고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지향점으로 하는 운영 방침에 따라 교양으로 ‘환경’ 과목을, 학교자율 교육과정으로 ‘노작’, ‘지속가능발전탐구’, ‘자율연구’, ‘졸업논문(작품)’을 개설하여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수행하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의 지역 의제를 발굴하게 되었고, 탐구에서부터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거쳐 지역의 다양한 역사, 문화 인프라와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와 직접 연결하였던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마을교사와 함께하는 서전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환경, 통일, 언론 등 모두 10개 분야에 걸쳐 방과 후 학습이 없는 수요일에 진행하였는데 각 분야별 로 4~5회 총 50강좌를 준비하였고, 약 30여 명에 가까운 지역인사들이 아카데미의 강사로서 강의와 체험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의 울타리를 헐고 지역사회에 개방함으로써 수많은 지역인사들이 학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내 고장의 학교’로 애정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수많은 ‘마을교사’들이 연결되었고 이를 토대로 ‘서전고 지역사회 협력위원회’라는 거버넌스가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이 거버넌스에는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지자체, 지역교육청, 이상설 기념 사업회, 지역 향교, 시민단체, 혁신도시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총 1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이 위원회의 주관으로 ‘학교, 지역사회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 토론회는 1백 여 명의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였는데 서전고의 학교비전을 현실화시키고 지역의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서전고의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학교비전에 맞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와 학교가 보다 화학적인 결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지역사회 교육은 미래교육의 이념형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지역사회 교육은 가장 확고한 이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를 위한 연구실’ 전망에 따르면 2030년의 학교는 전통적인 공간 개념 없이 지역 사회와 통합되는 형태의 학교인 학습공원, 학습마을(Learning park, Learning village)의 개념이 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되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학교와 구별되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공동책임을 진다. 이 학교의 교사는 지식 전수자가 아닌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의 안내자가 되며 기업, 지역사회 전문가들도 적극 연계되어 학생 성장을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공통과목은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바뀌고 관심 사가 같은 학생들끼리 무학년으로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 수업 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경험 많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도움은 필수적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전망은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과 결합하고 있는 우리 교육에 시사점을 주고 있고,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시·도교육청 정책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혁신학교 정책을 통해 우리 교육은 새로운 흐름을 형성해 왔고, 전국적인 행복교육(혁신)지구사업 등을 통해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결합되는 경로로 빠르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의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지역공동체 복원을 향하여

이제 미래교육의 이념형으로서의 지역사회 교육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인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적인 생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삶의 지속가능성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은 지역사회의 생태적,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을 초래하고 있는 바, 자연과 공생하면서 자원과 에너지를 순환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재지역화’는 문명사적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뿌리를 둔 공동체의 회복에 필요한 의식 혁명은 중요한 교육적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한상훈 서전고등학교 교장


지난 30년간 서울과 충북의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생명과학, 논술 등을 가르쳤으며 2015년 충북 최초의 혁신고(행복씨앗학교)인 국원고등학교의 운영에 참여하였다. 새로운학교충북네트워크 대표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충북혁신도시의 서전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전고 주변 거리에서 펼쳐진 3.1운동 100주년 기념 행사

교육과정에서 철저히 분리된 지역사회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지역사회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적인 공교육 시스템이 정착되던 시기부터 학교는 공간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교육과정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었고 그러한 경향은 점점 심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지역공동체의 지속적인 붕괴 과정과 그 맥을 같이한다.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은 농촌 공동체를 급격하게 붕괴시키고 인구의 이동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의 도시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지역사회는 철저히 주변화 되고 교육과정도 지역적인 삶과 유리되어 온 것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농촌적인 것보다는 도시적인 것을, 작은 것보다는 큰 규모를, 구체적인 것보다는 추상적인 것을,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나타내는 것을 더 우월한 것으로 취급하여 왔다. 자연과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사회는 아이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며, 자신의 진로를 미래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와 아이들의 삶은 맹목적으로 거대한 중심을 향하고 있으며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우리 교육과정은 공동체를 끊임없이 해체시키면서 중심이 주변의 모든 것을 약탈하는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합리화하고 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과 교육의 만남, 아이들 삶의 뿌리 찾기

최근의 지역사회 교육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중심부를 향해 있는 교육의 독점 현상을 끊어내고 학교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 나 있던 지역의 다양한 역사, 지리, 문화, 예술 등 각종 인프라를 활용하여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시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보다 앞서가는 몇몇 지역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마을 교육과정’으로 구조화시키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뿌리를 찾게 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교육을 통한 지역공동체의 회복, 아이들의 삶의 뿌리 찾기를 통한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 사회 교육이 그 동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지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지역사회 교육이 왜 그토록 절실한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 것으로써 지역사회 교육이 공동체가 살아있던 시절이나 학교와 마을이 한데 어우러져 있던 ‘옛날’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정서적 동의 수준에서는 생명력을 가지고 추진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역화와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생태위기 시대의 전략

오늘날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지속 불가능성’이라는 문명사적 위기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유래 없는 규모의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 행태는 기후 변화와 대규모 오염으로 지구생태계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였다. 오늘날 인류는 지속가능성의 회복이라는 문명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화’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앙 집중화된 에너지 권력을 분산시키고, 농산물을 비롯한 자원의 소비행태 지역화와 문화다양성이 보장되는 자족적인 지역사회의 형성이 지속가능발전의 중심전략이 되고 있다. 1992년 리우회담에서 제기된 ‘지역의제21(Local Agenda 21)’은 바로 이러한 문제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 의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모토는 생태위기 시대의 행동강령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행동강령은 2004년 UNESCO에서 제안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도 중요한 교육활동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 시대의 문명사적인 과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발전(SD)의 이념 속에서 그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래도록 주어진 자연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면서 성장해 온 지역사회가 물질과 에너지 순환의 단위로 다시 회복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강한 문화가 유지 발전될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태도와 신념을 지닌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교육의 교육 내용과 활동이 이러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질 때 시대사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서전고의 노력

진천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이 만주 용정에 세운 민족학교인 ‘서전서숙’의 교명을 이어받은 서전고등학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형 학교’라는 학교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학교비전은 진천에 충북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이곳에 이전한 한국교육개발원과 충북교육청이 함께 정책협력학교를 추진하면서 세운 비전이다. 대체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가 입시 준비기관화 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전고의 학교비전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매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전고는 교육과정을 지역사회와 결합하고 학교비전에 걸맞은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선 서전고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지향점으로 하는 운영 방침에 따라 교양으로 ‘환경’ 과목을, 학교자율 교육과정으로 ‘노작’, ‘지속가능발전탐구’, ‘자율연구’, ‘졸업논문(작품)’을 개설하여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수행하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의 지역 의제를 발굴하게 되었고, 탐구에서부터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거쳐 지역의 다양한 역사, 문화 인프라와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와 직접 연결하였던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마을교사와 함께하는 서전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환경, 통일, 언론 등 모두 10개 분야에 걸쳐 방과 후 학습이 없는 수요일에 진행하였는데 각 분야별 로 4~5회 총 50강좌를 준비하였고, 약 30여 명에 가까운 지역인사들이 아카데미의 강사로서 강의와 체험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의 울타리를 헐고 지역사회에 개방함으로써 수많은 지역인사들이 학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내 고장의 학교’로 애정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수많은 ‘마을교사’들이 연결되었고 이를 토대로 ‘서전고 지역사회 협력위원회’라는 거버넌스가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이 거버넌스에는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지자체, 지역교육청, 이상설 기념 사업회, 지역 향교, 시민단체, 혁신도시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총 1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이 위원회의 주관으로 ‘학교, 지역사회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 토론회는 1백 여 명의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였는데 서전고의 학교비전을 현실화시키고 지역의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서전고의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학교비전에 맞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와 학교가 보다 화학적인 결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지역사회 교육은 미래교육의 이념형

미래교육의 관점에서 지역사회 교육은 가장 확고한 이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를 위한 연구실’ 전망에 따르면 2030년의 학교는 전통적인 공간 개념 없이 지역 사회와 통합되는 형태의 학교인 학습공원, 학습마을(Learning park, Learning village)의 개념이 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되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학교와 구별되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공동책임을 진다. 이 학교의 교사는 지식 전수자가 아닌 협동학습, 프로젝트 학습의 안내자가 되며 기업, 지역사회 전문가들도 적극 연계되어 학생 성장을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공통과목은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바뀌고 관심 사가 같은 학생들끼리 무학년으로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 수업 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경험 많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도움은 필수적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전망은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과 결합하고 있는 우리 교육에 시사점을 주고 있고,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시·도교육청 정책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혁신학교 정책을 통해 우리 교육은 새로운 흐름을 형성해 왔고, 전국적인 행복교육(혁신)지구사업 등을 통해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결합되는 경로로 빠르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의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지역공동체 복원을 향하여

이제 미래교육의 이념형으로서의 지역사회 교육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인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적인 생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삶의 지속가능성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은 지역사회의 생태적,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을 초래하고 있는 바, 자연과 공생하면서 자원과 에너지를 순환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재지역화’는 문명사적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뿌리를 둔 공동체의 회복에 필요한 의식 혁명은 중요한 교육적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지역사회 교육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한상훈 서전고등학교 교장


지난 30년간 서울과 충북의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생명과학, 논술 등을 가르쳤으며 2015년 충북 최초의 혁신고(행복씨앗학교)인 국원고등학교의 운영에 참여하였다. 새로운학교충북네트워크 대표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충북혁신도시의 서전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