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심은 아이들의 꿈,
나눔과 봉사로 결실 맺다

용인두창초등학교
김은영 교사

글. 김수연 취재작가 | 사진. 고인순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은 모든 교사들의 공통적 희망이다. 나아가 교과서를 넘어 자연과 삶의 모든 과정이 아이들의 건강한 삶의 바탕이 될 수 있게 하는 교육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목표이다. 노작과 봉사를 연계한 연간 프로그램으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함께 깨우치는 용인두창초등학교의 수업은 바로 그러한 교육적 바람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텃밭 농사를 지으며
이를 다양한 교과교육에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아이들아, 햇살 가득한 들판으로 가자
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교문 밖에 펼쳐진 초록의 들판, 이 길을 한 바퀴 휘돌아 걸으며 아이들은 생동하는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호흡하고 새로운 활기를 충전한다.
“얘들아, 지난주와 달라진 게 있니?” 라는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앞다투어 대답을 쏟아낸다. “어라? 모내기를 했네요”, “와! 선생님, 우렁이도 있어요. 이것 좀 보세요. 천천히 움직여요”, “풀들이 많이 자랐어요. 내 무릎만큼 와요”
저만치 내려앉은 백로 한 마리의 날갯짓과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 하나에도 아이들은 온몸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건물 뒤편에 있는 작은 논으로 몰려갔다. 오늘은 모내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6학년 형들의 수업인데 특별히 3학년 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단다. 색색의 장화를 신고 늘어서 모를 심는 아이들이 활짝 핀 들꽃 무리인 양 장관을 이룬다. 물컹거리는 진흙의 낯선 느낌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한 모양이다.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도 심어진 모가 들뜨지 않게 꼭꼭 눌러 주는 건 잊지 않는다. 논에서 나온 아이들은 근처 앵두나무로 몰려가 들일 후의 새참이라도 되는 듯 빨갛게 영근 열매를 한 움큼씩 따먹으며 좋아라 한다. 잠시 후, “3학년~!” 하는 선생님의 부름에 아이들의 발길이 다시 향한 곳은 바로 위쪽 감자밭과 무밭. 이 아이들의 일 년 농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고랑을 따라 잡초도 뽑고 주렁주렁 맺힌 꽃도 따주었다.
“감자꽃을 왜 따주냐고요? 영양분이 다른 데로 안 가야 감자가 더 굵고 커지거든요.”
고사리손으로 감자꽃을 내밀어 보이는 아이들의 설명이 의젓하고 대견하다.

텃밭과 교실 사이 꿈이 자란다
아침나절의 노작 활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교실은 아이들의 소음으로 왁자하다.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무질서해 보이는 대화에 교사가 동참해 주니 공감과 정돈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저런! 친구가 밭에 물을 주다 실수로 네 발을 적셨다고? 정말 기분이 안 좋았겠네”, “그래~ 너도 봤구나. 무가 흙 위까지 올라온 걸! 얼마 안 있으면 네 허벅지만큼 굵어질 거야”, “모심을 때 넘어질 뻔했는데 친구가 붙잡아줘서 안 넘어졌구나. 진짜 다행이야~”
올해도 김은영 교사는 아이들과 텃밭 농사를 지으며 이를 다양한 교과교육에 연계한 수업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오늘처럼 모내기를 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농사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기보다 하루 일과 중의 틈을 이용해서 밭을 일구고 작물을 가꾸고 있다. 이 수업이 특별한 것은 그 수확물을 나눔과 봉사로 연결 짓고 있다는 데 있었다.
“스스로 밭을 가꾸는 경험 자체만으로도 생태적 감수성과 노작의 가치를 배우기에 충분하지요. 하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을 자기가 가져가는 것보다는 이를 통해 더 큰 배움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토론했다. 이렇게 소중한 결실을 내가 그냥 먹는 것보다 더 멋진 방법이 뭐가 있을지에 대해. 그리고 찾아낸 답이 나눔과 봉사였다. 지난해 이 아이들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우물을 파는 데 힘을 보탰다. 식수난에 고통받는 먼 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접하고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한 기부에 참여한 것이다. 이 활동은 지구적 환경문제와 노작 수업을 의미 있게 연결해 낸 좋은 사례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는 ‘북극곰의 집을 지켜 주세요’가 테마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의 집이 사라지는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예전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특집을 시청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연스럽게 올해 농사의 수확물은 북극곰의 집을 지키는 데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답니다.”
아이들은 밭에서 키우는 감자와 무를 팔아 모은 돈으로 그린피스에 기부할 계획이다. 무를 피클로 만들어 팔면 수익이 더 나겠으니 다 같이 피클도 담아보기로 했다.
“이런 활동을 마무리할 때면 아이들에게 반드시 글을 쓰도록 하고 있어요. 지난해 아프리카 우물파기를 마무리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했는데, 자신들이 농사를 지었던 활동, 먼 나라 친구들을 돕고자 한 마음을 잘 정리하는 과정이 되었죠.”
글 속에 드러난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가르친다는 일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북극곰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리다
일반적인 공교육의 현장과는 조금 다른 풍경. 이 모든 건 전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교육주체들의 의기투합 덕분이었다고 한다. 몇 해 전 폐교 위기에 있던 ‘두창분교’에 ‘참삶을 가꾸는 두창교육’이라는 비전을 세우며 모여든 교사와 학부모들이 새로운 교육의 터전으로 바꾸어낸 것이다.
“참삶이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교육을 통해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터득케 하며, 동시에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죠. 아이들 스스로 주체적 삶의 주인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만든 비전입니다.”
이런 풍토 아래 노작과 봉사를 연계한 김은영 교사의 프로젝트는 이미 5년째 이어지며 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이 교과교육과 접목해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가령, 오늘 사회 수업의 주제는 ‘오늘날의 교통수단’인데, 이를 북극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수업하였다. 칠판에 세계지도가 걸리고, 김은영 교사는 북극곰이 사는 알래스카와 두창초등학교가 있는 용인의 위치를 표시해 두었다. 학교에서 출발해 알래스카까지의 여정을 모둠별로 찾아가는 것이 오늘 수업의 목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지, 무엇을 타고 갈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아이들은 자료도 찾고 토론도 하며 표를 만들어 갔다.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택시를 탈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개썰매를 타야 할지도 모르지”, “거대한 풍선을 타보는 건 어떨까?” 현실적 가능성과 재밌는 상상력이 뒤섞인 갑론을박에 교실은 또다시 웅성거렸다.
“노작과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교과교육과의 균형을 특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 어느 한 가지만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무를 수확해 피클을 담아 팔겠다는 것도, 겨울이 오면 모아둔 우유갑으로 이글루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도, 북극곰 집을 찾아가 보자는 것도 이 프로젝트와 교과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그것도 교사의 일방적 제시가 아닌 아이들의 자발적인 의논 과정을 통해 수렴된 것이니만큼, 교실 분위기는 한결 생기 넘치고 즐겁기만 하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교사’ 하나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때로는 농부가 되기도 하고, 요리사나 설치미술가로 아이들 속에 어우러지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과의 대화. 일상 가운데 나오는 아이들의 느낌과 의견, 사소한 감정 토로까지도 마주 앉아 들어주고 다시 의견을 되묻기도 하는 모습에서, 더디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예전엔 교사로서 저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까’에 있었다면, 최근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삶과 어우러지는 교육을 실천할까’로 이동한 것 같아요. 학습적인 목표에 집중됐던 것에서 건강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로 나눔을 실천하는 수업 방식은 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 두 가지는 결국 분리된 별개가 아닌 하나의 완성된 교육적 목표임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한다.

텃밭에 심은 아이들의 꿈,
나눔과 봉사로 결실 맺다

용인두창초등학교
김은영 교사

글. 김수연 취재작가 | 사진. 고인순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은 모든 교사들의 공통적 희망이다. 나아가 교과서를 넘어 자연과 삶의 모든 과정이 아이들의 건강한 삶의 바탕이 될 수 있게 하는 교육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목표이다. 노작과 봉사를 연계한 연간 프로그램으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함께 깨우치는 용인두창초등학교의 수업은 바로 그러한 교육적 바람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텃밭 농사를 지으며
이를 다양한 교과교육에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아이들아, 햇살 가득한 들판으로 가자
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교문 밖에 펼쳐진 초록의 들판, 이 길을 한 바퀴 휘돌아 걸으며 아이들은 생동하는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호흡하고 새로운 활기를 충전한다.
“얘들아, 지난주와 달라진 게 있니?” 라는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앞다투어 대답을 쏟아낸다. “어라? 모내기를 했네요”, “와! 선생님, 우렁이도 있어요. 이것 좀 보세요. 천천히 움직여요”, “풀들이 많이 자랐어요. 내 무릎만큼 와요”
저만치 내려앉은 백로 한 마리의 날갯짓과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 하나에도 아이들은 온몸으로 교감하고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건물 뒤편에 있는 작은 논으로 몰려갔다. 오늘은 모내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6학년 형들의 수업인데 특별히 3학년 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단다. 색색의 장화를 신고 늘어서 모를 심는 아이들이 활짝 핀 들꽃 무리인 양 장관을 이룬다. 물컹거리는 진흙의 낯선 느낌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한 모양이다.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도 심어진 모가 들뜨지 않게 꼭꼭 눌러 주는 건 잊지 않는다. 논에서 나온 아이들은 근처 앵두나무로 몰려가 들일 후의 새참이라도 되는 듯 빨갛게 영근 열매를 한 움큼씩 따먹으며 좋아라 한다. 잠시 후, “3학년~!” 하는 선생님의 부름에 아이들의 발길이 다시 향한 곳은 바로 위쪽 감자밭과 무밭. 이 아이들의 일 년 농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고랑을 따라 잡초도 뽑고 주렁주렁 맺힌 꽃도 따주었다.
“감자꽃을 왜 따주냐고요? 영양분이 다른 데로 안 가야 감자가 더 굵고 커지거든요.”
고사리손으로 감자꽃을 내밀어 보이는 아이들의 설명이 의젓하고 대견하다.

텃밭과 교실 사이 꿈이 자란다
아침나절의 노작 활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교실은 아이들의 소음으로 왁자하다.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무질서해 보이는 대화에 교사가 동참해 주니 공감과 정돈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저런! 친구가 밭에 물을 주다 실수로 네 발을 적셨다고? 정말 기분이 안 좋았겠네”, “그래~ 너도 봤구나. 무가 흙 위까지 올라온 걸! 얼마 안 있으면 네 허벅지만큼 굵어질 거야”, “모심을 때 넘어질 뻔했는데 친구가 붙잡아줘서 안 넘어졌구나. 진짜 다행이야~”
올해도 김은영 교사는 아이들과 텃밭 농사를 지으며 이를 다양한 교과교육에 연계한 수업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오늘처럼 모내기를 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농사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기보다 하루 일과 중의 틈을 이용해서 밭을 일구고 작물을 가꾸고 있다. 이 수업이 특별한 것은 그 수확물을 나눔과 봉사로 연결 짓고 있다는 데 있었다.
“스스로 밭을 가꾸는 경험 자체만으로도 생태적 감수성과 노작의 가치를 배우기에 충분하지요. 하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을 자기가 가져가는 것보다는 이를 통해 더 큰 배움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토론했다. 이렇게 소중한 결실을 내가 그냥 먹는 것보다 더 멋진 방법이 뭐가 있을지에 대해. 그리고 찾아낸 답이 나눔과 봉사였다. 지난해 이 아이들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우물을 파는 데 힘을 보탰다. 식수난에 고통받는 먼 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접하고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한 기부에 참여한 것이다. 이 활동은 지구적 환경문제와 노작 수업을 의미 있게 연결해 낸 좋은 사례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는 ‘북극곰의 집을 지켜 주세요’가 테마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의 집이 사라지는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예전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특집을 시청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연스럽게 올해 농사의 수확물은 북극곰의 집을 지키는 데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답니다.”
아이들은 밭에서 키우는 감자와 무를 팔아 모은 돈으로 그린피스에 기부할 계획이다. 무를 피클로 만들어 팔면 수익이 더 나겠으니 다 같이 피클도 담아보기로 했다.
“이런 활동을 마무리할 때면 아이들에게 반드시 글을 쓰도록 하고 있어요. 지난해 아프리카 우물파기를 마무리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했는데, 자신들이 농사를 지었던 활동, 먼 나라 친구들을 돕고자 한 마음을 잘 정리하는 과정이 되었죠.”
글 속에 드러난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가르친다는 일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북극곰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리다
일반적인 공교육의 현장과는 조금 다른 풍경. 이 모든 건 전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교육주체들의 의기투합 덕분이었다고 한다. 몇 해 전 폐교 위기에 있던 ‘두창분교’에 ‘참삶을 가꾸는 두창교육’이라는 비전을 세우며 모여든 교사와 학부모들이 새로운 교육의 터전으로 바꾸어낸 것이다.
“참삶이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교육을 통해 나눔과 배려의 의미를 터득케 하며, 동시에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강조하고 있죠. 아이들 스스로 주체적 삶의 주인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만든 비전입니다.”
이런 풍토 아래 노작과 봉사를 연계한 김은영 교사의 프로젝트는 이미 5년째 이어지며 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이 교과교육과 접목해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가령, 오늘 사회 수업의 주제는 ‘오늘날의 교통수단’인데, 이를 북극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수업하였다. 칠판에 세계지도가 걸리고, 김은영 교사는 북극곰이 사는 알래스카와 두창초등학교가 있는 용인의 위치를 표시해 두었다. 학교에서 출발해 알래스카까지의 여정을 모둠별로 찾아가는 것이 오늘 수업의 목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지, 무엇을 타고 갈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아이들은 자료도 찾고 토론도 하며 표를 만들어 갔다.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택시를 탈 수도 있겠지”, “어쩌면 개썰매를 타야 할지도 모르지”, “거대한 풍선을 타보는 건 어떨까?” 현실적 가능성과 재밌는 상상력이 뒤섞인 갑론을박에 교실은 또다시 웅성거렸다.
“노작과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교과교육과의 균형을 특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 어느 한 가지만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무를 수확해 피클을 담아 팔겠다는 것도, 겨울이 오면 모아둔 우유갑으로 이글루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도, 북극곰 집을 찾아가 보자는 것도 이 프로젝트와 교과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그것도 교사의 일방적 제시가 아닌 아이들의 자발적인 의논 과정을 통해 수렴된 것이니만큼, 교실 분위기는 한결 생기 넘치고 즐겁기만 하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교사’ 하나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때로는 농부가 되기도 하고, 요리사나 설치미술가로 아이들 속에 어우러지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과의 대화. 일상 가운데 나오는 아이들의 느낌과 의견, 사소한 감정 토로까지도 마주 앉아 들어주고 다시 의견을 되묻기도 하는 모습에서, 더디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예전엔 교사로서 저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까’에 있었다면, 최근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삶과 어우러지는 교육을 실천할까’로 이동한 것 같아요. 학습적인 목표에 집중됐던 것에서 건강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로 나눔을 실천하는 수업 방식은 바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 두 가지는 결국 분리된 별개가 아닌 하나의 완성된 교육적 목표임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