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도에 맞서기 위한
‘준비 자세(가르, garde)’를 배우다

횡성여자고등학교 펜싱 동아리 ‘앙 가르(En Garde)’

● 글. 편집실 | 사진. 강원교육청/횡성여고

인생의 시작점은 어디로 보아야 할까. 탄생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제외하면, 삶에 가파른 변곡점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두고 하나의 ‘시작’이라 이르지 않을까. 횡성여자고등학교(이하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원들은 펜싱을 만난 후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그리고 매일 같이 주문을 받는다. “앙 가르(En garde, 펜싱 경기 시작 전 심판이 선수들에게 준비 자세를 취하라 명할 때 쓰는 말)!”

2013년 횡성여고에 개설된 펜싱 동아리 ‘앙 가르(En garde)’는 10~20명의 학생들로 구성해 운영되어 왔다. 매년 ‘강원도민체육대회’와 ‘강원도펜싱협회장기’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 참가해 꾸준히 입상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 증진은 물론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효과를 얻으며 학교장과 학부모들의 적극적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동아리
체육관 문을 열기도 전에 쉴 틈 없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연습 경기가 펼쳐지는 모양이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슬쩍 몸을 들이밀자마자 전해져오는 후끈한 열기와 자못 진중한 분위기에 취재진은 멀찍이 서서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머지않아 경기가 끝났다. 먼저 취재진을 발견한 안장현 교사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힘 있게 손을 휘저었다.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 ‘앙 가르’를 지도하고 있는 안 교사는 2013년 이곳으로 부임해 오기 전, 펜싱 명문고로 알려진 원주고등학교에서 9년 동안 펜싱 선수들을 키워낸, 그야말로 ‘펜싱 전문가’다. 물론 그 역시 소싯적에 펜싱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선수 생명을 이어가기보다 후배를 양성하는 체육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안 교사를 믿고 잘 따르며 훌륭하게 성장해준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도 혹여 선수를 키우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현재에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최근 교육시장에서는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데에 효과적이거든요. 저도 펜싱 동아리를 이끌면서 아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교사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실로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밝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발현되나 했더니 학생들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였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을 법한 나이에 꼬박꼬박 훈련에 참여하는 것만도 신통한데, 밝은 표정을 보니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자라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지 않다던가. ‘즐거움’에는 자신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할 때 추진력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교육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 ‘잘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탄탄히 형성하기도 전에 평가받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데에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교육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경쟁사회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적대적인 태도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나아가려는 자세를 길러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지금 교육시장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다.
안 교사는 “어떤 학생이라도 어느 한 분야에는 소질이 있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이 눈여겨보고 필요하다 느껴지는 친구들에게 먼저 ‘방과 후 활동’을 적극 권유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펜싱은 검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운동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펜싱 마니아, 체육교사… 꿈이 자라는 곳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 ‘앙 가르’에는 본인이 펜싱을 배우고 싶다며 자원해 들어온 학생들도 있지만 안 교사의 권유로 합류한 학생들도 더러 있다. 평소 다소 소극적인 태도가 염려되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펜싱을 함께해보자고 설득했단다. 그중 유독 안 교사의 뇌리에 남은 친구가 한 명 있다. 운동에는 일체 관심도 없던 학생이었는데 지속적인 권유에 마지못해 입단한 듯싶더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사설 펜싱클럽에 가입해 펜싱을 배우는가 하면, 전국동호인펜싱대회를 찾아다니며 출전하고 있다고.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의 ‘펜싱 마니아’로 변모한 놀라운 사례다.
“저도 2학년 초기에 선생님의 권유로 입단했어요. 체력이 약하기도 했고,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이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게 말을 꺼낸 진주희 학생이 대답을 이어간다.
“펜싱을 하면서부터 체력이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대회에 출전하고 상을 타기도 해서 그런가 봐요.”
지난 6년 동안 ‘앙 가르’는 ‘강원도민체육전’에 횡성군 대표로 출전해 수많은 금메달을 땄고, 상위 입상을 한 것도 여러 번이다. 또한 ‘강원도펜싱협회장배 펜싱동호인펜싱대회’에도 출전해 전 종목(플러뢰, 에뻬, 사브르)을 석권했다. 2017년에는 충북 일원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 홍천여고와 함께 출전해 플러뢰 종목 단체 3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의 재미와 보람을 찾고 의욕이 고조되었을 것이 자명했다. 특히 체육계열 및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서 작년에 동아리에 입단했는데 선생님께서 입시 준비까지 도와주시니 더 좋아요.”
올해 3학년이 된 이나영 학생이 해맑게 이야기했다.
“물론 올해 선생님께서 옆 학교인 횡성고로 전근을 가셔서 이전처럼 자주 훈련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틈틈이 봐주신다고 하셔서 걱정은 없어요!”
펜싱은 다양한 기술 습득과 많은 장비가 필요한 종목인 만큼, 전문가와 펜싱 전문 지도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것이 특징. 게다가 지역 특성상 현재 강원도에 남은 펜싱 전문 교사는 안 교사 한 명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펜싱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횡성고든 횡성여고든 가리지 않고 지도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이별을 앞두고도 슬퍼하기보단 저들끼리 똘똘 뭉쳐서라도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펜싱을 하면서부터
체력이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판단력과 순발력, 더불어 삶의 태도를 배우는 운동 ‘펜싱’
그렇다면 이 작은 농촌지역에서 넉넉한 장비들은 어떻게 공수할 수 있었던 걸까?
“저희는 매년 졸업하는 선배들의 도복을 신입회원들에게 물려주고 있어요.”
진주희 학생이 본인의 도복 역시 후배들에게 주고 갈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복 외의 장비들은 횡성군체육회에서 매년 200만 원씩 지원받아 구매하고 있다. 펜싱 장비는 대체로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훈련은 대개 주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의 방과 후에 약 두 시간씩 진행된다. 준비 운동으로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을 한 후에 가볍게 체육관을 돌며 종일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그 다음 한 시간 동안 펜싱 기본 동작과 기초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종목별 공격 및 방어 기술을 각 역량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도를 받는다. 나머지 한 시간은 연습 경기로 채워진다. 실전감을 익히고 경기 운영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인 훈련방법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이때 공격과 방어 시 습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에도 최적이다. 토요일에는 ‘즐거운 주말학교’라는 프로그램 하에 전문 지도자를 초청해 3~4시간 정도 훈련을 받는다.
“펜싱은 검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운동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관건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막고 찌를 수 있느냐에 달린 건데요, 과감한 결단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체력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민첩성을 기를 수 있어 상당히 좋은 운동이라고 안 교사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펜싱 경기는 인생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실전 경기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판단 하에 공격을 가할지 방어를 취할지 결정한다는 차원이 인생과 닮아있다. 또한 그에 따른 결과에 승복하고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학생들은 펜싱을 통해 배운다.
“사람이란 모두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1점, 2점… 차근차근 점수를 따고 마침내 우승에 다가설 수 있었던 펜싱 경기처럼, 인생의 목표 역시 계획에 따라 착실히 해나가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 횡성여고 학생들이 간직하길 바랍니다.”
펜싱을 넘어 삶을 이끄는 방법을 일러주는 멘토가 횡성고와 횡성여고 학생들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춘 미래의 어른들이 탄생하리란 기대에 부풀어 오른다.

삶의 파도에 맞서기 위한
‘준비 자세(가르, garde)’를 배우다

횡성여자고등학교 펜싱 동아리 ‘앙 가르(En Garde)’

● 글. 편집실 | 사진. 강원교육청/횡성여고

인생의 시작점은 어디로 보아야 할까. 탄생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제외하면, 삶에 가파른 변곡점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두고 하나의 ‘시작’이라 이르지 않을까. 횡성여자고등학교(이하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원들은 펜싱을 만난 후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그리고 매일 같이 주문을 받는다. “앙 가르(En garde, 펜싱 경기 시작 전 심판이 선수들에게 준비 자세를 취하라 명할 때 쓰는 말)!”

2013년 횡성여고에 개설된 펜싱 동아리 ‘앙 가르(En garde)’는 10~20명의 학생들로 구성해 운영되어 왔다. 매년 ‘강원도민체육대회’와 ‘강원도펜싱협회장기’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 참가해 꾸준히 입상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 증진은 물론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효과를 얻으며 학교장과 학부모들의 적극적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러주는 동아리
체육관 문을 열기도 전에 쉴 틈 없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연습 경기가 펼쳐지는 모양이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슬쩍 몸을 들이밀자마자 전해져오는 후끈한 열기와 자못 진중한 분위기에 취재진은 멀찍이 서서 구경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머지않아 경기가 끝났다. 먼저 취재진을 발견한 안장현 교사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힘 있게 손을 휘저었다.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 ‘앙 가르’를 지도하고 있는 안 교사는 2013년 이곳으로 부임해 오기 전, 펜싱 명문고로 알려진 원주고등학교에서 9년 동안 펜싱 선수들을 키워낸, 그야말로 ‘펜싱 전문가’다. 물론 그 역시 소싯적에 펜싱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선수 생명을 이어가기보다 후배를 양성하는 체육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안 교사를 믿고 잘 따르며 훌륭하게 성장해준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도 혹여 선수를 키우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현재에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최근 교육시장에서는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데에 효과적이거든요. 저도 펜싱 동아리를 이끌면서 아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교사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실로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밝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발현되나 했더니 학생들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였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을 법한 나이에 꼬박꼬박 훈련에 참여하는 것만도 신통한데, 밝은 표정을 보니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자라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지 않다던가. ‘즐거움’에는 자신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할 때 추진력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교육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 속에 ‘잘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탄탄히 형성하기도 전에 평가받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 그 원인일 수 있다는 데에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교육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경쟁사회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적대적인 태도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나아가려는 자세를 길러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지금 교육시장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다.
안 교사는 “어떤 학생이라도 어느 한 분야에는 소질이 있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이 눈여겨보고 필요하다 느껴지는 친구들에게 먼저 ‘방과 후 활동’을 적극 권유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펜싱은 검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운동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펜싱 마니아, 체육교사… 꿈이 자라는 곳
횡성여고 펜싱 동아리 ‘앙 가르’에는 본인이 펜싱을 배우고 싶다며 자원해 들어온 학생들도 있지만 안 교사의 권유로 합류한 학생들도 더러 있다. 평소 다소 소극적인 태도가 염려되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펜싱을 함께해보자고 설득했단다. 그중 유독 안 교사의 뇌리에 남은 친구가 한 명 있다. 운동에는 일체 관심도 없던 학생이었는데 지속적인 권유에 마지못해 입단한 듯싶더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사설 펜싱클럽에 가입해 펜싱을 배우는가 하면, 전국동호인펜싱대회를 찾아다니며 출전하고 있다고.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의 ‘펜싱 마니아’로 변모한 놀라운 사례다.
“저도 2학년 초기에 선생님의 권유로 입단했어요. 체력이 약하기도 했고,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이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게 말을 꺼낸 진주희 학생이 대답을 이어간다.
“펜싱을 하면서부터 체력이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대회에 출전하고 상을 타기도 해서 그런가 봐요.”
지난 6년 동안 ‘앙 가르’는 ‘강원도민체육전’에 횡성군 대표로 출전해 수많은 금메달을 땄고, 상위 입상을 한 것도 여러 번이다. 또한 ‘강원도펜싱협회장배 펜싱동호인펜싱대회’에도 출전해 전 종목(플러뢰, 에뻬, 사브르)을 석권했다. 2017년에는 충북 일원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 홍천여고와 함께 출전해 플러뢰 종목 단체 3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의 재미와 보람을 찾고 의욕이 고조되었을 것이 자명했다. 특히 체육계열 및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서 작년에 동아리에 입단했는데 선생님께서 입시 준비까지 도와주시니 더 좋아요.”
올해 3학년이 된 이나영 학생이 해맑게 이야기했다.
“물론 올해 선생님께서 옆 학교인 횡성고로 전근을 가셔서 이전처럼 자주 훈련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틈틈이 봐주신다고 하셔서 걱정은 없어요!”
펜싱은 다양한 기술 습득과 많은 장비가 필요한 종목인 만큼, 전문가와 펜싱 전문 지도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것이 특징. 게다가 지역 특성상 현재 강원도에 남은 펜싱 전문 교사는 안 교사 한 명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펜싱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횡성고든 횡성여고든 가리지 않고 지도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이별을 앞두고도 슬퍼하기보단 저들끼리 똘똘 뭉쳐서라도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펜싱을 하면서부터
체력이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판단력과 순발력, 더불어 삶의 태도를 배우는 운동 ‘펜싱’
그렇다면 이 작은 농촌지역에서 넉넉한 장비들은 어떻게 공수할 수 있었던 걸까?
“저희는 매년 졸업하는 선배들의 도복을 신입회원들에게 물려주고 있어요.”
진주희 학생이 본인의 도복 역시 후배들에게 주고 갈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복 외의 장비들은 횡성군체육회에서 매년 200만 원씩 지원받아 구매하고 있다. 펜싱 장비는 대체로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훈련은 대개 주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의 방과 후에 약 두 시간씩 진행된다. 준비 운동으로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을 한 후에 가볍게 체육관을 돌며 종일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그 다음 한 시간 동안 펜싱 기본 동작과 기초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종목별 공격 및 방어 기술을 각 역량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도를 받는다. 나머지 한 시간은 연습 경기로 채워진다. 실전감을 익히고 경기 운영능력을 기르는 데 가장 효과적인 훈련방법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이때 공격과 방어 시 습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에도 최적이다. 토요일에는 ‘즐거운 주말학교’라는 프로그램 하에 전문 지도자를 초청해 3~4시간 정도 훈련을 받는다.
“펜싱은 검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운동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관건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막고 찌를 수 있느냐에 달린 건데요, 과감한 결단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체력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민첩성을 기를 수 있어 상당히 좋은 운동이라고 안 교사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펜싱 경기는 인생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실전 경기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판단 하에 공격을 가할지 방어를 취할지 결정한다는 차원이 인생과 닮아있다. 또한 그에 따른 결과에 승복하고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학생들은 펜싱을 통해 배운다.
“사람이란 모두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1점, 2점… 차근차근 점수를 따고 마침내 우승에 다가설 수 있었던 펜싱 경기처럼, 인생의 목표 역시 계획에 따라 착실히 해나가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 횡성여고 학생들이 간직하길 바랍니다.”
펜싱을 넘어 삶을 이끄는 방법을 일러주는 멘토가 횡성고와 횡성여고 학생들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춘 미래의 어른들이 탄생하리란 기대에 부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