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발자취,
여성이 세상을 향해 내딛어온 걸음들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 – 여성 직업 변천사 100년>

글. 김예지 국립여성사전시관 학예사 | 사진. 고인순

여성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여성들은 지금껏 어떤 직업을 가져왔을까. 여전히 여성들의 직장 내 평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때,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우리 이전 세대들이 용기와 심지로 쌓아온 시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사회적 편견과 맞서온 여성 직업의 역사
근대적 ‘직업’이라는 관점이 생기기 이전, 여성의 노동은 가정 내에서 돌봄, 사랑, 도리로서 요구되었다. 그렇기에 여성의 노동은 사회적 성취감이나 경제적 영역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근대화 이후 새로운 직업군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여성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 여성들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기보다는 서비스직군에 한정되었고, 경제가 발전하면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이란 벽과 마주해야 했다. 여성 직업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직업을 갖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역사’라는 점을 금세 깨닫게 된다.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 – 여성 직업 변천사 100년>에는 한국 여성들이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직업을 갖기 위해 도전한 과정이 담겼다. 전통시대 여성의 일이었던 베 짜기를 시작으로 여권통문, 남녀고용평등법까지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는 근·현대사의 한 축을 이룬 여성의 직업 관련 유물과 신문 자료, 사진, 영상 등 1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 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도 있다. 1958년 최초의 여성 이발사셨던 이덕훈 님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발기계를 기증하시며 ‘자신의 노동과 기술로 거짓 없이 산 세월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전시 개막 직전에는, ‘여성직업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음에도, 편정학 선생이 먼저 연락을 해 여군 창설 이전 여자 배속장교 앨범을 기증해주셨다. 이외에도 이태영, 임형선, 김말녀 선생 등 많은 분들이 여성직업전 개최를 위해 기증해주셨다.

양성평등을 향한 다양한 활약상 조명
특별전은 시대별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 깨어나다’에서는 189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직업을 다룬다. 전통시대 여성의 일로 대표되었던 ‘베 짜기’부터 19세기 말 여성의 직업권을 주장하던 ‘여권통문’까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아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부 주제는 ‘암울한 시대를 헤쳐 나가다’로 식민지 시기 직업의 변천사를 선보인다. 수는 적었지만, 직업 노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식민지 차별, 가부장제에 적극 저항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3부 ‘산업화의 동력을 만들어내다’에서는 해방 이후 전쟁 복구 시기부터 민주화 시기까지의 여성 직업을 보여 준다. 특히 배속장교, 경찰, 군인으로서의 여성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앞서 소개한 이덕훈 님의 이발 기계와 편정학 선생의 여자 배속장교 앨범도 이곳에 있다. 양재나 미용 등 전문 기술을 갖춘 여성들의 활동 또한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3부는 여성노동운동을 다루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세창물산의 ‘위장폐업에 맞선 대응’과 같은 유물을 통해 노동자들의 규합과 연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온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4부 ‘여성, 일할 권리를 외치다’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가 가속화되며 이어지는 성별 노동의 경계를 넘기 위한 여성들의 다양한 시도와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에 큰 변화를 준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는 데에 앞장선 이태영 변호사의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는 ‘100년의 시간과 길’이라는 콘셉트로 여성 인권으로서 직업권을 갖기 위한 노력들을 표현했다.
필자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무언가를 얻고 가는 시간이길 바란다. 돌봄 노동에서, 친절함을 겸비해야 하는 서비스 직업 등 젠더화된 직업, 그리고 여성 1호들을 탄생시킨 직업으로의 다양화까지. 수많은 용기들이 모여 이루어낸 역사 속에서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현재 양성평등 노동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발생하는 여러 직장 내에 차별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여성사전시관은 관람 이후 관람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설문조사를 제출하면 전시관 기념품인 에코 텀블러를 받을 수 있다.

100년의 발자취,
여성이 세상을 향해 내딛어온 걸음들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 – 여성 직업 변천사 100년>

글. 김예지 국립여성사전시관 학예사 | 사진. 고인순

여성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여성들은 지금껏 어떤 직업을 가져왔을까. 여전히 여성들의 직장 내 평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때,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우리 이전 세대들이 용기와 심지로 쌓아온 시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사회적 편견과 맞서온 여성 직업의 역사
근대적 ‘직업’이라는 관점이 생기기 이전, 여성의 노동은 가정 내에서 돌봄, 사랑, 도리로서 요구되었다. 그렇기에 여성의 노동은 사회적 성취감이나 경제적 영역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근대화 이후 새로운 직업군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여성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 여성들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기보다는 서비스직군에 한정되었고, 경제가 발전하면서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이란 벽과 마주해야 했다. 여성 직업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직업을 갖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역사’라는 점을 금세 깨닫게 된다.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 – 여성 직업 변천사 100년>에는 한국 여성들이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직업을 갖기 위해 도전한 과정이 담겼다. 전통시대 여성의 일이었던 베 짜기를 시작으로 여권통문, 남녀고용평등법까지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는 근·현대사의 한 축을 이룬 여성의 직업 관련 유물과 신문 자료, 사진, 영상 등 1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 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도 있다. 1958년 최초의 여성 이발사셨던 이덕훈 님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발기계를 기증하시며 ‘자신의 노동과 기술로 거짓 없이 산 세월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전시 개막 직전에는, ‘여성직업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었음에도, 편정학 선생이 먼저 연락을 해 여군 창설 이전 여자 배속장교 앨범을 기증해주셨다. 이외에도 이태영, 임형선, 김말녀 선생 등 많은 분들이 여성직업전 개최를 위해 기증해주셨다.

양성평등을 향한 다양한 활약상 조명
특별전은 시대별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 깨어나다’에서는 189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직업을 다룬다. 전통시대 여성의 일로 대표되었던 ‘베 짜기’부터 19세기 말 여성의 직업권을 주장하던 ‘여권통문’까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아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부 주제는 ‘암울한 시대를 헤쳐 나가다’로 식민지 시기 직업의 변천사를 선보인다. 수는 적었지만, 직업 노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식민지 차별, 가부장제에 적극 저항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3부 ‘산업화의 동력을 만들어내다’에서는 해방 이후 전쟁 복구 시기부터 민주화 시기까지의 여성 직업을 보여 준다. 특히 배속장교, 경찰, 군인으로서의 여성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앞서 소개한 이덕훈 님의 이발 기계와 편정학 선생의 여자 배속장교 앨범도 이곳에 있다. 양재나 미용 등 전문 기술을 갖춘 여성들의 활동 또한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3부는 여성노동운동을 다루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세창물산의 ‘위장폐업에 맞선 대응’과 같은 유물을 통해 노동자들의 규합과 연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온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4부 ‘여성, 일할 권리를 외치다’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가 가속화되며 이어지는 성별 노동의 경계를 넘기 위한 여성들의 다양한 시도와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에 큰 변화를 준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는 데에 앞장선 이태영 변호사의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여성, 세상으로 나가다>는 ‘100년의 시간과 길’이라는 콘셉트로 여성 인권으로서 직업권을 갖기 위한 노력들을 표현했다.
필자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이 무언가를 얻고 가는 시간이길 바란다. 돌봄 노동에서, 친절함을 겸비해야 하는 서비스 직업 등 젠더화된 직업, 그리고 여성 1호들을 탄생시킨 직업으로의 다양화까지. 수많은 용기들이 모여 이루어낸 역사 속에서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현재 양성평등 노동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발생하는 여러 직장 내에 차별과 부조리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여성사전시관은 관람 이후 관람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설문조사를 제출하면 전시관 기념품인 에코 텀블러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