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교육 개념의 필요성 탐색

● 글. 김진숙 KICE 연구위원

통일교육 재개념화 연구의 필요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변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 북한 및 통일과 관련한 정책 연구의 기조는 그 이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통일 및 통일교육과 관련하여 북한붕괴·흡수통일론을 배제하고 공존공영의 민족공동체 회복 강조, 민주적·평화적인 통일 지향, 통일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 등이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결합한 개념으로 재개념화할 것이 요청된다. 광의의 평화교육은 폭력에 대응하는 교육적 노력이나 통일교육과 관련할때 통일교육의 성격을 드러내거나 대안적인 용어로 제시된다. 과거 통일 전 독일에서는 통일교육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독일문제 등으로 표현하며(KMK, 1973, 김진숙(2014: 35)에서 재인용), 동서독 통일의 문제를 “평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표현한 바 있다(문용린,1988).
통일교육 및 평화교육과 관련하여 수행된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지금까지 수행된 ‘통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화교육’을 접목하거나 대안적으로 제시하였다. 평화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통일전 서독과 통일독일의 평화교육을 들고 있으며, 이러한 평화교육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책과제로도 수행되었다(전영선 외, 2015; 권재일 외, 2014).
본고에서는 평화교육의 관점에서 통일교육을 재개념화하여 통일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고 보완하기 위해 평화·통일교육 개념의 필요성을 탐색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요구

 1. 통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필요성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즉 통일에 대한 인식, 그리고 기존 통일교육 개념의 변화가 필요한 남북관계와 사회의 변화상에서 파악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통일교육원(2018),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의 조사 결과를 비교하였다.

● 초·중·고 학생들의 인식
통일교육원(2018)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전쟁불안 해소(31.8%) △국력강화(25%) △한민족(15%) △이산가족 문제 해결(14.2%) 등의 순서로 응답하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통일 후 사회혼란(31.0%)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거부감(27.4%) △경제적 부담(19.2%) 등을 들었다.

● 일반 성인들의 인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의 경우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 ‘같은 민족이니까’라는 응답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줄어들어 40.3%에 이르며,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해 주기 위해’,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증가하였다.
이 두 조사를 볼 때,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성인과 초중등학교 학생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전쟁불안 해소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력강화가 그 뒤를 이었으며,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성인들의 경우,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담론’ 집단이 50.6%, 통일이라는 보편 가치가 중요하다는 ‘보편 가치담론’ 집단이 36.4%, 통일로 인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는 ‘통일편익담론’ 집단이 13.0%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응답 패턴의 차이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의 큰 차이를 볼 수 있으며, 향후 통일교육의 개선 방안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통일 교육 개념을 과거의 당위적이고 비교적 단순한 개념에서 보다 철학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림 1] 통일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되는 담론 집단

출처: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 p.177

 

 2. 기존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을 통해 통일교육을 정의하였다. 이 정의의 내용에서 제기되는 변화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통일교육’ 명칭은 통일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담론을 담기에는 다소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남북한 이해와 통일 관련 담론을 담아낼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통일교육 정의에서 과거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와 상황에 기초하여 안보교육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분단으로 인한 왜곡되고 제한된 남북한 이해에서 나아가 발전된 남북한 관계를 반영하고 남북한 통합, 평화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의 다양한 의미를 포함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통일교육은 한편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도모했지만 한국전쟁과 장기적 분단 대결이 낳은 공포와 오해 및 대결적 태도를 전면 극복하는 데로는 이르지 못했다. 통일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평화교육의 개념을 적용하여 오랜 적대적 타자상의 극복 그리고 공존과 공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로 나아가야 할 것이 제안된다(이동기 외, 2014: 9).

<표 1> 통일교육의 정의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통일 전 독일에서의 통일교육, 평화교육

 1. 독일의 통일교육
통일 전 서독은 통일교육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교육 또는 정치교육이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동서독의 통일과 관련한 문제는 서독에서 ‘독일 문제’ 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서독 주문교부장관 상설협의회(KMK; Kultusmimister Konferenz)’는 1978년 11월 23일 <학교에서의 독일문제에 관한 교육지침(Empfehlungen zur Behandlung der deutschen Frage im Unterricht)>을 결정·발표하였는데,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지침은 통일 때까지 서독의 모든 주 각급 학교 통일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되었다(김창환, 2016).
이 문서의 교육학적 특징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김진숙, 2014: 7-9), 첫째, 수업에서 고려할 사항에 대한 선언적인 성격을 띠는 간단한 체제를 갖고 있다. 둘째, 독일 통일의 정당화를 위해 ‘통일’ 대신 ‘독일문제’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청소년의 통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교 교육 외 매스컴, 인쇄매체, 경제적 관계, 동서독 간의 인적 교류에서 찾고, 그중에서도 학교는 청소년의 통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과제로 갖고 있는 기관임을 명시하였다. 넷째, ‘독일 문제’에 대한 정의와 성격을 천명하며 이를 학교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유의점 15가지를 선언으로 제시하고 있다. “III. 실제 수업에 있어 고려해야 할 유의점”에서 제시된 유의해야 할 점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6. 국경선 양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공통의 역사, 언어, 문화를 통 해 결속되어 있다.
국경선 양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공통의 역사, 언어, 문화를 통 해 결속되어 있다. …(중략)… 이 같은 역사적·문화적 공통성은 수업 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교수학적으로 다루는 것이 과제이다. 무 엇보다 베를린으로의 수학여행, 그리고 가능하다면 동베를린과 동독 방문이 동서독 독일인들의 역사적·문화적 공통성을 찾고 체험하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
<중략>
14. 독일의 통일은 우리의 목표이다.
수업 시간에 독일 문제를 다루기 위해 통일론이라는 별도의 교과가 필 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 사회생활, 지리, 국어 수업, 그리고 기타 다른 교과들의 수업에서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전공 교과를 다루면서 독일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KMK, 1978, 김진숙, 2014에서 재인용)

 2. 독일의 평화교육
독일은 세계 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기 때문에 독일의 종전 후 국가적인 최대 과제는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평화교육을 강조하였다. 즉 독일에서 평화교육은 종전 직후부터 이루어졌는데, 동서독 간 냉전이 첨예화 하면서 평화에 대한 논의와 평화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평화란 좁은 의미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소극적 의미의 평화는 전쟁, 테러, 범죄, 폭행과 같은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이며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여 정의가 실현된 상태이다. 평화교육의 개념에 대해서감(H. J. Gamm)은 “전쟁이 해결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 다른 사람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다른 사람의 존재가 나의 존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인간은 해결가능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 폭력과 투쟁이 아니라 평화로운 노력을 통해서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Duerr, 1971: 43).
평화 개념과 마찬가지로 평화교육도 두 가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 평화교육에서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고, 국제이해 교육 등을 중요 내용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구조적 폭력이 문제시되면서 비판적 적극적 평화교육이 강조되었다. 비판적 평화교육에서는 빈곤, 차별, 기아, 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인해 행복한 삶의 기회가 차단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Wulf, 1973: 17). 독일 사례에서 평화교육의 목적은 평화역량을 함양하는 것이며, 평화교육의 지향점은 관점과 중심을 ‘나’에서 ‘우리’로, 즉 개인(micro)에서 사회(macro)로, 공격성에서 평화적 성향으로, 구조적 폭력에서 사회적 정의, 평등, 연대로의 변화를 강조하는 데에 둔다.

[그림 2] 독일의 사례에 본 평화교육의 지향점

결어: 통일교육 용어의 변화 – 평화·통일교육으로의 외연 확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평화교육은 통일교육을 포괄하는 용어로,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범용적으로 주로 시민단체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통일교육과 관련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치유와 회복을 통한 교육’ 또는 직무능력의 향상의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통일교육에 평화교육을 접목한 ‘평화・통일교육’은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통합적으로 의미하는 용어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평화’의 의미가 통일을 수식하는 도구적, 통일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평화교육의 독립적인 의미와 성격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을 평화·통일교육으로 명칭을 변경함과 동시에 그 정의, 담고 있는 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제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통일을 민족적 사건으로 이해하면서 국제적 사건으로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즉,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서도 남북한의 통일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 구축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국민들의 의식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통일정책은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과 분리될 수 없고, 통일은 현재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곧 통일의 과정이라는 접근도 가능해질 것이다(서울대평화통일연구원, 2018: 39).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통일교육의 개념을 평화·통일교육으로 바꾸면서 좀더 넓은 의미의 평화교육의 틀에서 평화적인 긴장완화의 단계 강조, 통일 문제에 대한 주입식 지식 전달 교육의 한계를 개선하여 체험학습과 사유의 대상으로서 통일교육으로의 재개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문헌

• 김진숙 외(2018). 통일 평화교육내실화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C 2018-2.

평화·통일교육 개념의 필요성 탐색

● 글. 김진숙 KICE 연구위원

통일교육 재개념화 연구의 필요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변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 북한 및 통일과 관련한 정책 연구의 기조는 그 이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통일 및 통일교육과 관련하여 북한붕괴·흡수통일론을 배제하고 공존공영의 민족공동체 회복 강조, 민주적·평화적인 통일 지향, 통일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 등이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결합한 개념으로 재개념화할 것이 요청된다. 광의의 평화교육은 폭력에 대응하는 교육적 노력이나 통일교육과 관련할때 통일교육의 성격을 드러내거나 대안적인 용어로 제시된다. 과거 통일 전 독일에서는 통일교육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독일문제 등으로 표현하며(KMK, 1973, 김진숙(2014: 35)에서 재인용), 동서독 통일의 문제를 “평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표현한 바 있다(문용린,1988).
통일교육 및 평화교육과 관련하여 수행된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지금까지 수행된 ‘통일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화교육’을 접목하거나 대안적으로 제시하였다. 평화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통일전 서독과 통일독일의 평화교육을 들고 있으며, 이러한 평화교육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책과제로도 수행되었다(전영선 외, 2015; 권재일 외, 2014).
본고에서는 평화교육의 관점에서 통일교육을 재개념화하여 통일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고 보완하기 위해 평화·통일교육 개념의 필요성을 탐색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요구

 1. 통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필요성은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즉 통일에 대한 인식, 그리고 기존 통일교육 개념의 변화가 필요한 남북관계와 사회의 변화상에서 파악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통일교육원(2018),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의 조사 결과를 비교하였다.

● 초·중·고 학생들의 인식
통일교육원(2018)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전쟁불안 해소(31.8%) △국력강화(25%) △한민족(15%) △이산가족 문제 해결(14.2%) 등의 순서로 응답하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통일 후 사회혼란(31.0%)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거부감(27.4%) △경제적 부담(19.2%) 등을 들었다.

● 일반 성인들의 인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의 경우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로 ‘같은 민족이니까’라는 응답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줄어들어 40.3%에 이르며,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해 주기 위해’,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증가하였다.
이 두 조사를 볼 때,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성인과 초중등학교 학생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전쟁불안 해소에 대한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국력강화가 그 뒤를 이었으며,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성인들의 경우,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담론’ 집단이 50.6%, 통일이라는 보편 가치가 중요하다는 ‘보편 가치담론’ 집단이 36.4%, 통일로 인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는 ‘통일편익담론’ 집단이 13.0%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응답 패턴의 차이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의 큰 차이를 볼 수 있으며, 향후 통일교육의 개선 방안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통일 교육 개념을 과거의 당위적이고 비교적 단순한 개념에서 보다 철학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림 1] 통일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되는 담론 집단

출처: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2018), p.177

 

 2. 기존 통일교육 개념 변화의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제정된 통일교육지원법을 통해 통일교육을 정의하였다. 이 정의의 내용에서 제기되는 변화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통일교육’ 명칭은 통일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담론을 담기에는 다소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남북한 이해와 통일 관련 담론을 담아낼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통일교육 정의에서 과거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와 상황에 기초하여 안보교육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분단으로 인한 왜곡되고 제한된 남북한 이해에서 나아가 발전된 남북한 관계를 반영하고 남북한 통합, 평화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의 다양한 의미를 포함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통일교육은 한편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도모했지만 한국전쟁과 장기적 분단 대결이 낳은 공포와 오해 및 대결적 태도를 전면 극복하는 데로는 이르지 못했다. 통일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평화교육의 개념을 적용하여 오랜 적대적 타자상의 극복 그리고 공존과 공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로 나아가야 할 것이 제안된다(이동기 외, 2014: 9).

<표 1> 통일교육의 정의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통일 전 독일에서의 통일교육, 평화교육

 1. 독일의 통일교육
통일 전 서독은 통일교육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교육 또는 정치교육이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동서독의 통일과 관련한 문제는 서독에서 ‘독일 문제’ 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서독 주문교부장관 상설협의회(KMK; Kultusmimister Konferenz)’는 1978년 11월 23일 <학교에서의 독일문제에 관한 교육지침(Empfehlungen zur Behandlung der deutschen Frage im Unterricht)>을 결정·발표하였는데,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지침은 통일 때까지 서독의 모든 주 각급 학교 통일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되었다(김창환, 2016).
이 문서의 교육학적 특징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김진숙, 2014: 7-9), 첫째, 수업에서 고려할 사항에 대한 선언적인 성격을 띠는 간단한 체제를 갖고 있다. 둘째, 독일 통일의 정당화를 위해 ‘통일’ 대신 ‘독일문제’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청소년의 통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교 교육 외 매스컴, 인쇄매체, 경제적 관계, 동서독 간의 인적 교류에서 찾고, 그중에서도 학교는 청소년의 통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과제로 갖고 있는 기관임을 명시하였다. 넷째, ‘독일 문제’에 대한 정의와 성격을 천명하며 이를 학교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유의점 15가지를 선언으로 제시하고 있다. “III. 실제 수업에 있어 고려해야 할 유의점”에서 제시된 유의해야 할 점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6. 국경선 양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공통의 역사, 언어, 문화를 통 해 결속되어 있다.
국경선 양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공통의 역사, 언어, 문화를 통 해 결속되어 있다. …(중략)… 이 같은 역사적·문화적 공통성은 수업 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교수학적으로 다루는 것이 과제이다. 무 엇보다 베를린으로의 수학여행, 그리고 가능하다면 동베를린과 동독 방문이 동서독 독일인들의 역사적·문화적 공통성을 찾고 체험하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
<중략>
14. 독일의 통일은 우리의 목표이다.
수업 시간에 독일 문제를 다루기 위해 통일론이라는 별도의 교과가 필 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 사회생활, 지리, 국어 수업, 그리고 기타 다른 교과들의 수업에서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전공 교과를 다루면서 독일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KMK, 1978, 김진숙, 2014에서 재인용)

 2. 독일의 평화교육
독일은 세계 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기 때문에 독일의 종전 후 국가적인 최대 과제는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평화교육을 강조하였다. 즉 독일에서 평화교육은 종전 직후부터 이루어졌는데, 동서독 간 냉전이 첨예화 하면서 평화에 대한 논의와 평화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평화란 좁은 의미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소극적 의미의 평화는 전쟁, 테러, 범죄, 폭행과 같은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이며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여 정의가 실현된 상태이다. 평화교육의 개념에 대해서감(H. J. Gamm)은 “전쟁이 해결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 다른 사람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다른 사람의 존재가 나의 존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인간은 해결가능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 폭력과 투쟁이 아니라 평화로운 노력을 통해서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Duerr, 1971: 43).
평화 개념과 마찬가지로 평화교육도 두 가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 평화교육에서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고, 국제이해 교육 등을 중요 내용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구조적 폭력이 문제시되면서 비판적 적극적 평화교육이 강조되었다. 비판적 평화교육에서는 빈곤, 차별, 기아, 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인해 행복한 삶의 기회가 차단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다(Wulf, 1973: 17). 독일 사례에서 평화교육의 목적은 평화역량을 함양하는 것이며, 평화교육의 지향점은 관점과 중심을 ‘나’에서 ‘우리’로, 즉 개인(micro)에서 사회(macro)로, 공격성에서 평화적 성향으로, 구조적 폭력에서 사회적 정의, 평등, 연대로의 변화를 강조하는 데에 둔다.

[그림 2] 독일의 사례에 본 평화교육의 지향점

결어: 통일교육 용어의 변화 – 평화·통일교육으로의 외연 확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평화교육은 통일교육을 포괄하는 용어로,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범용적으로 주로 시민단체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통일교육과 관련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치유와 회복을 통한 교육’ 또는 직무능력의 향상의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통일교육에 평화교육을 접목한 ‘평화・통일교육’은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통합적으로 의미하는 용어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평화’의 의미가 통일을 수식하는 도구적, 통일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평화교육의 독립적인 의미와 성격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을 평화·통일교육으로 명칭을 변경함과 동시에 그 정의, 담고 있는 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제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통일을 민족적 사건으로 이해하면서 국제적 사건으로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즉,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서도 남북한의 통일을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 구축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국민들의 의식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통일정책은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과 분리될 수 없고, 통일은 현재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곧 통일의 과정이라는 접근도 가능해질 것이다(서울대평화통일연구원, 2018: 39).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통일교육의 개념을 평화·통일교육으로 바꾸면서 좀더 넓은 의미의 평화교육의 틀에서 평화적인 긴장완화의 단계 강조, 통일 문제에 대한 주입식 지식 전달 교육의 한계를 개선하여 체험학습과 사유의 대상으로서 통일교육으로의 재개념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문헌

• 김진숙 외(2018). 통일 평화교육내실화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C 20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