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국립생태원

글. 김수연 취재작가 | 사진. 임근재

서천 국립생태원

글. 김수연 취재작가 | 사진. 임근재

책으로 보고 영상으로 접한다 한들,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큼 생생할 수는 없다. 햇살 눈부신 날, 교육현장을 지키며 살아온 포항 신흥중학교 박종환 교감, 흥해초등학교 이근우 교사 부부가 서천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지구촌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 구현해 둔 생태원을 둘러보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의미를 되새겨 본 시간. 가르치는 일의 보람과 행복만큼이나 세상을 새롭게 보고 배우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하루다.

바람 불어 좋은 날, 갈대밭 사잇길로 걸어보자
광가을의 절정을 지나버린 들판, 흩어져 날리는 낙엽들은 아직 고운 빛깔 그대로 지닌 채 제 갈 길로 흩어져 가고 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서늘해진 바람, 생태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엔 금빛으로 흔들리는 갈대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누구든 그 사이를 가로질러 걷는 것만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될 듯한 풍경이다.
“이게 억새인지 갈대인지 구별할 수 있나요?” 국립생태원으로 들어가는 동안 박종환 교감은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설명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습지에 서식하는건 갈대이고, 산이나 들판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건 억새”라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던 갈대밭의 배경이 바로 여기 서천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주었다. 그 모습에 아내 이근우 교사는 ‘사회 선생님 본색’이 또 나온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는 눈길에 새삼스러운 관심이 더해진다. 역시나 사물에 대한 추가적 정보가 제공될 때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게 되는 법,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의미가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포항에서 서천까지, 동에서 서로 가로질러 달려온 여정이 피곤하기도 할 텐데, 두 사람에게선 늦가을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운 기대감마저 엿보인다. 익숙하던 동해의 풍경에 비해 서해에 접해 있는 서천은 바람의 느낌부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지형과 기후의 차이에 따른 생태환경의 차이가 사람살이와 역사의 차이까지 만들어 냈으리라. 박 교감은 평소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해 놓은 생태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에 기대가 컸다.

위 치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관람시간 3월~10월 _ 09:30~18:00
11월~2월 _ 09:30~17:00(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이용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문 의 041-950-5300

또 하나의 작은 지구, 국립생태원을 만나다
생태 연구를 선도하고 생태 가치를 확산하는 생태 연구·보전·교육·전시 기능의 생태종합기관으로서 지난 2013년 개관한 국립생태원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비롯하여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오늘 두 사람이 둘러볼 곳은 상설전시관인 에코리움이다. 식물 1,900여 종, 동물 280여 종이 21,000㎡가 넘는 공간에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기후대별 생태계를 최대한 재현하여 기후와 생물 사이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생태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맨 처음 들어간 곳은 열대관이다. 방금 전까지 보던 늦가을의 들녘과는 전혀 다른 초록빛 밀림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1년 내내 비가 내리고 상록활엽수림이 있는 중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재현한 공간이다. 아시아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열대우림. 그곳에 서식하는 7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열대의 강, 바다에 서식하는 130여 종의 어류, 20여 종의 양서·파충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허공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기근(공중뿌리)’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비가 많은 땅속에서는 뿌리가 썩기 때문에 차라리 공중으로 늘어뜨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설명에 박종환 교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스마트폰으로 기록해 둔다. 곧바로 이어진 공간은 사막관이다. 사막은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로 건조하고 한겨울에도 10℃ 이상 온도가 유지되는 더운 지역이다. 파충류 9종과 450여 종의 선인장, 다육식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된 대부분의 식물은 국제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된 멸종위기종이라 한다. 사막여우도 만났다. 자동으로 ‘어린왕자’가 떠오르고 두 사람은 책에 나왔던 ‘길들여진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잠시 미소 짓는다. 검은꼬리 프레리독도 볼 수 있었다. 굴을 파고 무리지어 살아가는 습성 그대로 재현된 광경이 퍽 흥미롭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6학년 1학기 ‘2. 생물과 환경’에서 생태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자연, 보는 만큼 커지는 관심
잘 조성된 정원인 듯, 지중해관에서는 바오밥나무와 올리브나무 같은 이국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 기후이기에 여름철 수분을 잃지 않도록 잎이 작고 단단하다는 설명. 부부는 올리브나무 잎사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기도 하며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오늘만큼은 호기심 많은 학생으로 돌아간 듯 열심히 귀 기울이며 대자연의 순리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온대관은 제주도의 식생을 조성하여 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극지관에서는 남극과 북극의 극지 기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는데,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시작으로 침엽수림이 발달한 타이가 숲, 툰드라 지역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 펭귄이다!”하는 한 아이의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극지방의 인기스타들이 서식하는 곳 ‘펭귄마을’이 나타난다. 물속으로 자맥질하여 헤엄치며 놀거나, 눈 내리는 빙판 위를 뒤뚱거리며 걷는 펭귄이 보인다. 한가로운 극지 풍경의 축소판이다. 펭귄이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건 ‘지금 나는 휴식 중이야’라는 뜻이란다. 아이들은 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그림을 그리거나 수첩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두 선생님은 모처럼의 ‘자연학습’을 즐겼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한 만큼 관심이 확장되는 배움의 이치를 온몸으로 만끽해 보는 하루다. 더불어 건강한 생태환경을 지킨다는 건, 지구촌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지키는 일임을 새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립생태원에는 에코리움 외에도 5개 구역으로 구분된 야외전시공간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습지생태계에서부터 세계의 다양한 식물, 고산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슴류의 서식 공간, 연못 생태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교육의 길을 오래 동행하는 삶의 보람
뭔가 다른 풍경을 보고 다른 바람을 느낀다는 건, 늘 새로운 의욕과 생기를 채워주는 법.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부부에게 여행처럼 둘러본 생태원의 하루가 고단한 일상의 피로를 밀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복원시켜 주었다.
“늘 가르치는 입장이다가,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 서본다는 게 참 재밌네요. 주인공이 된 거 같은 기분도 들고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아내 이근우 교사는 올망졸망한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유독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의 삶은 때로 힘들고 깊은 고뇌의 시간을 거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값진 일임을 서로를 통해 확인하고 다지는 부부. 최근 딸까지 교사가 되었으니 가족 전체의 중요한 공감대 중 하나가 학교와 학생 이야기로 채워지는 일상이다.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들의 성장에 의미 있게 작용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진정한 스승이 되는 길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박 교감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기다려 주기’라며 조용히 웃었다. 그는 스스로 이겨내고 터득하는 힘이 생기기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책으로 보고 영상으로 접한다 한들,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큼 생생할 수는 없다. 햇살 눈부신 날, 교육현장을 지키며 살아온 포항 신흥중학교 박종환 교감, 흥해초등학교 이근우 교사 부부가 서천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지구촌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 구현해 둔 생태원을 둘러보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의미를 되새겨 본 시간. 가르치는 일의 보람과 행복만큼이나 세상을 새롭게 보고 배우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하루다.

바람 불어 좋은 날, 갈대밭 사잇길로 걸어보자
광가을의 절정을 지나버린 들판, 흩어져 날리는 낙엽들은 아직 고운 빛깔 그대로 지닌 채 제 갈 길로 흩어져 가고 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서늘해진 바람, 생태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엔 금빛으로 흔들리는 갈대밭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누구든 그 사이를 가로질러 걷는 것만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될 듯한 풍경이다.
“이게 억새인지 갈대인지 구별할 수 있나요?” 국립생태원으로 들어가는 동안 박종환 교감은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설명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습지에 서식하는건 갈대이고, 산이나 들판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건 억새”라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던 갈대밭의 배경이 바로 여기 서천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주었다. 그 모습에 아내 이근우 교사는 ‘사회 선생님 본색’이 또 나온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는 눈길에 새삼스러운 관심이 더해진다. 역시나 사물에 대한 추가적 정보가 제공될 때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게 되는 법,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의미가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포항에서 서천까지, 동에서 서로 가로질러 달려온 여정이 피곤하기도 할 텐데, 두 사람에게선 늦가을 소풍을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운 기대감마저 엿보인다. 익숙하던 동해의 풍경에 비해 서해에 접해 있는 서천은 바람의 느낌부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지형과 기후의 차이에 따른 생태환경의 차이가 사람살이와 역사의 차이까지 만들어 냈으리라. 박 교감은 평소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해 놓은 생태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에 기대가 컸다.

위 치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관람시간 3월~10월 _ 09:30~18:00
11월~2월 _ 09:30~17:00(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이용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문 의 041-950-5300

또 하나의 작은 지구, 국립생태원을 만나다
생태 연구를 선도하고 생태 가치를 확산하는 생태 연구·보전·교육·전시 기능의 생태종합기관으로서 지난 2013년 개관한 국립생태원은 한반도의 생태계를 비롯하여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눈에 관찰하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오늘 두 사람이 둘러볼 곳은 상설전시관인 에코리움이다. 식물 1,900여 종, 동물 280여 종이 21,000㎡가 넘는 공간에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기후대별 생태계를 최대한 재현하여 기후와 생물 사이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생태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맨 처음 들어간 곳은 열대관이다. 방금 전까지 보던 늦가을의 들녘과는 전혀 다른 초록빛 밀림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1년 내내 비가 내리고 상록활엽수림이 있는 중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을 재현한 공간이다. 아시아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열대우림. 그곳에 서식하는 7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열대의 강, 바다에 서식하는 130여 종의 어류, 20여 종의 양서·파충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허공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기근(공중뿌리)’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비가 많은 땅속에서는 뿌리가 썩기 때문에 차라리 공중으로 늘어뜨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설명에 박종환 교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스마트폰으로 기록해 둔다. 곧바로 이어진 공간은 사막관이다. 사막은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로 건조하고 한겨울에도 10℃ 이상 온도가 유지되는 더운 지역이다. 파충류 9종과 450여 종의 선인장, 다육식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된 대부분의 식물은 국제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된 멸종위기종이라 한다. 사막여우도 만났다. 자동으로 ‘어린왕자’가 떠오르고 두 사람은 책에 나왔던 ‘길들여진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잠시 미소 짓는다. 검은꼬리 프레리독도 볼 수 있었다. 굴을 파고 무리지어 살아가는 습성 그대로 재현된 광경이 퍽 흥미롭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6학년 1학기 ‘2. 생물과 환경’에서 생태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자연, 보는 만큼 커지는 관심
잘 조성된 정원인 듯, 지중해관에서는 바오밥나무와 올리브나무 같은 이국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 기후이기에 여름철 수분을 잃지 않도록 잎이 작고 단단하다는 설명. 부부는 올리브나무 잎사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기도 하며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오늘만큼은 호기심 많은 학생으로 돌아간 듯 열심히 귀 기울이며 대자연의 순리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온대관은 제주도의 식생을 조성하여 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극지관에서는 남극과 북극의 극지 기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는데,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시작으로 침엽수림이 발달한 타이가 숲, 툰드라 지역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 펭귄이다!”하는 한 아이의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극지방의 인기스타들이 서식하는 곳 ‘펭귄마을’이 나타난다. 물속으로 자맥질하여 헤엄치며 놀거나, 눈 내리는 빙판 위를 뒤뚱거리며 걷는 펭귄이 보인다. 한가로운 극지 풍경의 축소판이다. 펭귄이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건 ‘지금 나는 휴식 중이야’라는 뜻이란다. 아이들은 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그림을 그리거나 수첩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두 선생님은 모처럼의 ‘자연학습’을 즐겼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한 만큼 관심이 확장되는 배움의 이치를 온몸으로 만끽해 보는 하루다. 더불어 건강한 생태환경을 지킨다는 건, 지구촌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지키는 일임을 새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립생태원에는 에코리움 외에도 5개 구역으로 구분된 야외전시공간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습지생태계에서부터 세계의 다양한 식물, 고산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슴류의 서식 공간, 연못 생태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교육의 길을 오래 동행하는 삶의 보람
뭔가 다른 풍경을 보고 다른 바람을 느낀다는 건, 늘 새로운 의욕과 생기를 채워주는 법.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부부에게 여행처럼 둘러본 생태원의 하루가 고단한 일상의 피로를 밀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복원시켜 주었다.
“늘 가르치는 입장이다가,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 서본다는 게 참 재밌네요. 주인공이 된 거 같은 기분도 들고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아내 이근우 교사는 올망졸망한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유독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의 삶은 때로 힘들고 깊은 고뇌의 시간을 거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값진 일임을 서로를 통해 확인하고 다지는 부부. 최근 딸까지 교사가 되었으니 가족 전체의 중요한 공감대 중 하나가 학교와 학생 이야기로 채워지는 일상이다.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들의 성장에 의미 있게 작용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진정한 스승이 되는 길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박 교감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기다려 주기’라며 조용히 웃었다. 그는 스스로 이겨내고 터득하는 힘이 생기기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