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글. 김용련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공교육이 학교만의 문제인가

최근 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실천은 그 어떠한 이슈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의 배움은 자연스럽게 학교의 울타리를 넘나들고,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은 이미 사교육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에 대한 책임은 학교가 져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아이들의 학력신장도 전인적 성장도 심지어 미래교육도 모두 학교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되어 왔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이처럼 공교육은 곧 학교라는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이제는 지역사회도 함께 져야 할 시대이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혁신교육의 일환이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지역화(localization)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는 관점이다.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글. 김용련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공교육이 학교만의 문제인가

최근 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실천은 그 어떠한 이슈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의 배움은 자연스럽게 학교의 울타리를 넘나들고,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은 이미 사교육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에 대한 책임은 학교가 져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아이들의 학력신장도 전인적 성장도 심지어 미래교육도 모두 학교의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되어 왔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이처럼 공교육은 곧 학교라는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이제는 지역사회도 함께 져야 할 시대이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혁신교육의 일환이라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지역화(localization)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는 관점이다.

혁신교육
먼저, 마을교육공동체는 혁신교육 흐름의 연장선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의 원류를 찾자면 대안교육에서 보여 주었던 학습자 중심의 배움,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학습, 지역과 함께하는 공동체 교육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안교육은 중앙집권적인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자 중심의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학습을 실천하였다. 또한, 배움의 과정을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지역 혹은 마을이라는 ‘사회적 맥락’으로 옮겨 놓은 풀뿌리적 접근이었다.
이러한 대안교육의 실천을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여오게 된 계기는 경기도에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혁신학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학교를 일반화하기 위하여 도입한 혁신교육지구사업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촉발시켰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하였고, 지역의 교육적 인프라를 개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모색하는 교육협력이 보편화되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러한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던 측면이 있다. 지역과 함께하는 생태적, 민주적, 참여적 교육 프로그램과 실천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교육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마을교육공동체의 움직임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뿐만 아니라 방과후 교육과 돌봄 등에 있어서도 지역의 교육력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학교 밖 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토대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 localization
한편, 마을교육공동체에 집중되는 관심은 지역화라는 시대적·사회적 흐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도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이라든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활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었다. 하지만 최근의 마을교육공동체가 과거의 그것들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관(官)이 주도하는 기획과 정책적 의도에 의해 지역사회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일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 같은 궤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경향은 ‘지역균형과 상생’ 혹은 ‘협력과 공유’라는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등과 같은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경제, 골목길 자본론 등과 같은 시대적 흐름들이 존재한다.
마을교육공동체도 이와 같은 사회적·시대적 변화가 교육계에 영향을 주어 나타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와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고 지역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경쟁 위주의 공교육 체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일종의 교육운동인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단위학교의 혁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사회는 그들의 교육적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학교와 지역의 공진화를 도모하는 등 지역의 교육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이 하나의 학습생태계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와도
배움이 일어나게 된다. 배움은 지역사회의 환경과
맥락 속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마을이 하나의 학습생태계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와도 배움이 일어나게 된다. 배움이 학교라는 틀에서 정체되거나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환경과 맥락 속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의 장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마을의 시민으로 키우는 것’으로 실천될 수 있다(김용련, 2015).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것은 지역의 교육 주체화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여러 지역에서 ‘마을이 학교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표현은 그 지역의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과 책임이 더 이상 학교에만 부과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변화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지역의 모든 주민이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고, 친구가 되고, 관찰자나 조력자가 되어서 공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지어야 한다. 지역주민만이 아니다. 지역의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작은 공동체 등이 교육의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의미는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을 전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마땅히 함께 져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은 소극적으로는 재능 기부나 봉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는 학교, 교육청, 지자체 협의기구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제는 더 나아가 교육을 위한 주민자치적 활동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 지역사회는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된다는 의미는 그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자원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 삶 속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라는 생태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암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공감, 자연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식의 실천적 구성, 종합적 역량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문화적·역사적 공간, 자연생태계, 농장, 시장, 공공기관, 기업 등 많은 기관과 장소들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주민을 시민으로 키우는 것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는 소박하다. 아이들을 마을의 주민으로 키우는 것, 그리고 주민을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주체적인 동네사람’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하지만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가 다름이 아니고(glocalization), 지역사회의 올바른 주민의식이 세계시민의식과 다르지 않다’라는 측면(Nixon, 2011)에서 보자면 동네사람을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는 결코 소박하다 할 수 없다. 우리 동네에서 훌륭한 주민은 세계에서도 역시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의 믿음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교육은 마을을 통한, 마을에 관한, 그리고 마을을 위한 실천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습의 결과는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를 가진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의 아이들은 그 지역의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

마을이 없는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배움활동 중에는 정작 마을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마을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체능 관련 배움활동이 그 동네에 있는 사설학원의 배움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이를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지 우리 동네에 마을학교가 하나 있다고 해서 그곳이 당연 마을교육공동체가 될 수 없듯이, 지역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배움활동은 마을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 밖 배움활동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일환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더해서, 지역과 함께, 그리고 지역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 환경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고, 이웃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것이 마을교육이고 이를 통해 마을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학교는 마을을 소비하려고만 한다?
혁신교육이나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를 지역사회와 학교의 연대라고 하였을 때, 과연 그 연대 속에 지역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실천 속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지역은 아이들 교육을 위한 부수적, 보조적, 수단적 성격에 국한되어 왔다.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마을이 자원’이라는 생각과 ‘마을이 파트너’라는 생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서울 노원구 청소년정보문화센터 이승훈 센터장이 말하듯 그동안 마을교육은 일방향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래서 학교는 마을을 소비하려고만 하였다. 교육을 위하여 마을을 학교로 불러들일 때나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나갈 때나 학교는 지역의 전문성을 따지고 지역의 준비성을 점검하는 데 익숙해 왔다. 아이들의 배움을 위하여 지역을 더 이상 대상화시켜서는 안 된다. 지역은 엄연한 교육의 주체이다. 학교가 교육전문성을 가지고 있듯이 마을도 지역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상쇄하는 소비적 관점이 아니라 서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도 하나의 프로그램인가요?
학교와 교사들에게 마을교육공동체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교육정책이나 사업이 그랬듯이 마을교육공동체가 2년짜리 사업인지 혹은 3년짜리 정책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사들은 교육청이나 상급기관으로부터 내려오는 공문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접하기 때문에 사실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업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움직임은 비단 교육계만의 독립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흐름과 요구에 부합하는 시대적 운동성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2~3년 주기로 바뀌는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교육문화나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미래교육의 지향이자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은 전적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안팎의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해 있다. 하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성인들의 민주적 의식이나 교육적 역량은 좋지 않은데 그 지역 청소년들이 올바르고 역량 있는 시민으로 자라기 바란다면 그것은 그저 어른들의 모순이자 욕심일 뿐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모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지역이 하나의 학습생태계로서 지역주민들이 상호작용하고 공생할 수 있는 학습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성장과 발전 없이 그 지역 청소년만을 위한 교육환경과 실천이 조성될 수 있다는 발상은 지극히 편협한 것이다. 지역의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 속에서 상생과 공진화를 위한 실천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참고문헌

• 김용련(2015). 지역사회 기반 교육공동체 구축 원리에 대한 탐색적 접근: 복잡성 과학, 사회적 자본, 교육거버넌스 원리 적용을 중심으로. 교육행정학연구 33(2).
• 김용련(2019).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살림터.
• Nixon, J.(2011). Higher Education and the Public Good: Imagining the University. Continuum. 유성상, 김용련, 이길재 옮김(2017). 『고등교육과 공익』. 교육과학사.

김용련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마을교육공동체 포럼 정책위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공동체 연구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이자,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이다. 대표 저서로는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일본의 지역교육력』,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등이 있다.

혁신교육
먼저, 마을교육공동체는 혁신교육 흐름의 연장선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의 원류를 찾자면 대안교육에서 보여 주었던 학습자 중심의 배움,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학습, 지역과 함께하는 공동체 교육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안교육은 중앙집권적인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자 중심의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학습을 실천하였다. 또한, 배움의 과정을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지역 혹은 마을이라는 ‘사회적 맥락’으로 옮겨 놓은 풀뿌리적 접근이었다.
이러한 대안교육의 실천을 제도권 교육 안으로 들여오게 된 계기는 경기도에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혁신학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학교를 일반화하기 위하여 도입한 혁신교육지구사업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촉발시켰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하였고, 지역의 교육적 인프라를 개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모색하는 교육협력이 보편화되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러한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던 측면이 있다. 지역과 함께하는 생태적, 민주적, 참여적 교육 프로그램과 실천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교육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마을교육공동체의 움직임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뿐만 아니라 방과후 교육과 돌봄 등에 있어서도 지역의 교육력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학교 밖 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한 지역사회의 토대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 localization
한편, 마을교육공동체에 집중되는 관심은 지역화라는 시대적·사회적 흐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도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이라든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활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었다. 하지만 최근의 마을교육공동체가 과거의 그것들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관(官)이 주도하는 기획과 정책적 의도에 의해 지역사회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일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 같은 궤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경향은 ‘지역균형과 상생’ 혹은 ‘협력과 공유’라는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등과 같은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경제, 골목길 자본론 등과 같은 시대적 흐름들이 존재한다.
마을교육공동체도 이와 같은 사회적·시대적 변화가 교육계에 영향을 주어 나타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와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고 지역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경쟁 위주의 공교육 체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일종의 교육운동인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단위학교의 혁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사회는 그들의 교육적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학교와 지역의 공진화를 도모하는 등 지역의 교육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이 하나의 학습생태계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와도
배움이 일어나게 된다. 배움은 지역사회의 환경과
맥락 속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마을이 하나의 학습생태계가 되면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와도 배움이 일어나게 된다. 배움이 학교라는 틀에서 정체되거나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환경과 맥락 속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경험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의 장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마을의 시민으로 키우는 것’으로 실천될 수 있다(김용련, 2015).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것은 지역의 교육 주체화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여러 지역에서 ‘마을이 학교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표현은 그 지역의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과 책임이 더 이상 학교에만 부과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변화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지역의 모든 주민이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고, 친구가 되고, 관찰자나 조력자가 되어서 공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지어야 한다. 지역주민만이 아니다. 지역의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작은 공동체 등이 교육의 방관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의미는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을 전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마땅히 함께 져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은 소극적으로는 재능 기부나 봉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는 학교, 교육청, 지자체 협의기구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제는 더 나아가 교육을 위한 주민자치적 활동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 지역사회는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된다는 의미는 그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자원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연, 사회, 삶 속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라는 생태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배움은 단순한 지식의 암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공감, 자연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식의 실천적 구성, 종합적 역량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문화적·역사적 공간, 자연생태계, 농장, 시장, 공공기관, 기업 등 많은 기관과 장소들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주민을 시민으로 키우는 것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는 소박하다. 아이들을 마을의 주민으로 키우는 것, 그리고 주민을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주체적인 동네사람’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하지만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가 다름이 아니고(glocalization), 지역사회의 올바른 주민의식이 세계시민의식과 다르지 않다’라는 측면(Nixon, 2011)에서 보자면 동네사람을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의 목표는 결코 소박하다 할 수 없다. 우리 동네에서 훌륭한 주민은 세계에서도 역시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의 믿음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교육은 마을을 통한, 마을에 관한, 그리고 마을을 위한 실천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습의 결과는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를 가진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의 아이들은 그 지역의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역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

마을이 없는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배움활동 중에는 정작 마을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마을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체능 관련 배움활동이 그 동네에 있는 사설학원의 배움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이를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지 우리 동네에 마을학교가 하나 있다고 해서 그곳이 당연 마을교육공동체가 될 수 없듯이, 지역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배움활동은 마을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 밖 배움활동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일환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더해서, 지역과 함께, 그리고 지역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 환경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고, 이웃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것이 마을교육이고 이를 통해 마을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학교는 마을을 소비하려고만 한다?
혁신교육이나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를 지역사회와 학교의 연대라고 하였을 때, 과연 그 연대 속에 지역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실천 속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한 지역은 아이들 교육을 위한 부수적, 보조적, 수단적 성격에 국한되어 왔다.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마을이 자원’이라는 생각과 ‘마을이 파트너’라는 생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서울 노원구 청소년정보문화센터 이승훈 센터장이 말하듯 그동안 마을교육은 일방향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래서 학교는 마을을 소비하려고만 하였다. 교육을 위하여 마을을 학교로 불러들일 때나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나갈 때나 학교는 지역의 전문성을 따지고 지역의 준비성을 점검하는 데 익숙해 왔다. 아이들의 배움을 위하여 지역을 더 이상 대상화시켜서는 안 된다. 지역은 엄연한 교육의 주체이다. 학교가 교육전문성을 가지고 있듯이 마을도 지역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상쇄하는 소비적 관점이 아니라 서로의 상생을 도모하는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도 하나의 프로그램인가요?
학교와 교사들에게 마을교육공동체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교육정책이나 사업이 그랬듯이 마을교육공동체가 2년짜리 사업인지 혹은 3년짜리 정책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사들은 교육청이나 상급기관으로부터 내려오는 공문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접하기 때문에 사실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업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마을교육공동체의 움직임은 비단 교육계만의 독립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흐름과 요구에 부합하는 시대적 운동성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2~3년 주기로 바뀌는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교육문화나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미래교육의 지향이자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은 전적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안팎의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해 있다. 하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성인들의 민주적 의식이나 교육적 역량은 좋지 않은데 그 지역 청소년들이 올바르고 역량 있는 시민으로 자라기 바란다면 그것은 그저 어른들의 모순이자 욕심일 뿐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 모두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지역이 하나의 학습생태계로서 지역주민들이 상호작용하고 공생할 수 있는 학습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성장과 발전 없이 그 지역 청소년만을 위한 교육환경과 실천이 조성될 수 있다는 발상은 지극히 편협한 것이다. 지역의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 속에서 상생과 공진화를 위한 실천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참고문헌

• 김용련(2015). 지역사회 기반 교육공동체 구축 원리에 대한 탐색적 접근: 복잡성 과학, 사회적 자본, 교육거버넌스 원리 적용을 중심으로. 교육행정학연구 33(2).
• 김용련(2019).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살림터.
• Nixon, J.(2011). Higher Education and the Public Good: Imagining the University. Continuum. 유성상, 김용련, 이길재 옮김(2017). 『고등교육과 공익』. 교육과학사.


김용련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마을교육공동체 포럼 정책위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공동체 연구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 교수이자,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이다. 대표 저서로는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일본의 지역교육력』,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