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 내실화 방안1)
● 글. 한혜정 KICE 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에서 일반고는 대학준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곧, 제2차 교육과정부터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인문과정이나 자연과정 이외에 직업과정을 운영하도록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하고 있으며,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공식적인 별도의 과정은 아니더라도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일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일반고에서 직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일반고에서 직업교육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별도의 직업 위탁기관의 직업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현재 산업정보학교, 직업교육 거점학교, 대학(전문 대학),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폴리텍대학, 공공기관 지정 운영기관, 지자체 운영기관, 민간 운영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다양한 직업교육 위탁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유일한 공립학교(각종학교)인 산업정보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일반고와 직업교육 위탁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 위탁기관에서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관련 정책을 추진하며 지원하고 있는 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실시하여 구체적인 실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심층면담 결과를 (1)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참여 동기 및 만족도, (2)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 및 안내 실태, (3)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 등 세 가지 항목으로 정리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이 글은 한혜정 외(2018; 2019)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요약·재구성한 것임.
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참여 동기 및 만족도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동기와 만족도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게 된 동기에 대한 심층면담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고 학생들은 특정 직업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졸업후 해당 직업으로의 취업을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진학할 기회를 놓쳤거나, 뒤늦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동아리나 학원 등을 다니며 직업 준비를 해온 학생들이 주로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고등학교 생활을 무의미하게 보내기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무기력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탐색하기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고등학교에서 생활지도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적응 학생 및 위기 학생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거나 다른 학생들로 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이 이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는 생활지도의 문제로인해 교사와 다른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학생에게 직업 교육 위탁과정을 ‘권유’하고 ‘추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일반고에서 진로 변경을 원했던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동아리 활동에서도 관심 있는 직업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외부 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과 방과 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 반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학교 일과 시간 내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둘째, 학생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 목표를 확실히 하게 된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거나 ‘목표가 생겨 어디를 보고 가야 하는지 알게 된’ 점을 중요한 만족의 원인으로 언급하였다.
셋째,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만족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학습 성공 경험들로 인한 심리·정서적 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업 성적으로 인해 열등감을 가지거나 무기력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서는 실습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축적해나가게 되면서 자기 자신과 미래 진로에 대해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가지게된 것에 대해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불만족하거나 부적응하여 해당 과정을 다 이수하지 못한 채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올바른 이해 없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시작하였다가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과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일종의 ‘도피처’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였으나, 자신의 생각과 달리 강도 높은 실습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이론 공부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위탁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대학 진학으로 다시 진로 목표가 변경됨에 따라 위탁교육을 중단하는 경우, 생활지도의 문제로 인해 중도 탈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실태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만족 및 중도 탈락 요인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이해 및 적응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직업교육 위탁과정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안내되고 홍보되는지 그 실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1~2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2학년 후반부에 집중된다. 홍보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의 선발 공고에 대한 게시물을 교실 게시, 가정통신문 발송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명회는 보통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및 기관의 담당자가 직접 일반고에 방문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셋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업 위탁 기관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이 직업에 대한 자신의 흥미를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산업정보학교에 대한 홍보의 기회로도 삼고 있었다.
넷째,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선택은 학생 개인의 의사 결정뿐만 아니라 일반고 학교장, 위탁과정 업무 담당 교사, 나아가 학부모의 인식과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산업정보학교는 인근 지역의 일반고 학교장, 교사,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하여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의 실습 훈련을 참관하게 하는 등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가 주로 직업 위탁기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 교사들의 협조는 학교나 교사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안내하고 상담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일반고의 모든 활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아닌 직업교육 위탁과정 자체에 대해 관심이 적으며,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지식이나 상담·지도 경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에 대한 심층면담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정보학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교과들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강도 높은 실습과 이론 공부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대부분의 산업정보학교에서는 특정 요일에 위탁학생들이 원적교에 등교하도록 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교과 수업을 듣게 하고 있으나, 일부 산업정보학교의 경우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부(혹은 전부)를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의 수업 시 수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셋째, 산업정보학교는 위탁학생을 대상으로 취업이나 진로를 위한 상담이나 지도도 병행하고 있었다. 일반고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산업정보학교는 궁극적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진로 상담, 진로 특강, 취업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넷째, 산업정보학교의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원적교인 일반고에 등교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학생이 많은 학교의 경우 위탁학생들만으로 별도의 학급을 구성하여 운영하지만, 소수의 위탁학생을 관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위탁학생을 일반 학급에 배정하고 해당 학급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일반 학급에 배정된 학생들은 소속감이 없는 상황에서 소속 학급의 수업을 무의미하게 참여하는 일도 많았다.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
일반고 직업교육 실태 분석을 위한 심층면담 결과, 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만족도는 사전 진로 직업교육, 직업교육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층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고 직업교육의 취지 및 목적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의 직업교육 대상 학생들의 만족 및 중도탈락 원인들을 분석한 결과, 일반고 직업교육을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위기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는데 이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낮추거나 중도에 탈락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 과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은 직업교육이 아닌 다른 대안을 통해서 지원하고, 일반고에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 그러한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활용하는 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홍보 및 안내 등 사전 준비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는 학생들이 직업교육위탁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거나, 결국 중도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고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기 전 다양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선, 보통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참여 직전, 즉 2학년 2학기 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그 이전부터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일반고는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지만 일반고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은 대학 학과 안내나 대학 졸업 후 가능한 직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안내도 포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고 직업교육과 관련하여 산업정보학교뿐만 아니라 일반고의 위탁학생 지원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 직업 교육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위탁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할 때,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중도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3학년 직업교육 위탁과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일반고와 위탁기관 간 협력을 통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고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해당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일반고 교사의 인식을 제고하고 관련 전문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사로 하여금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위기 학생, 문제 학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유망 직종을 고려한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이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체계적으로 학생을 안내·지도하지 못할 경우, 임의적이고 막연한 동기에 의해 위탁교육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중도 탈락할 비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교사의 직업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 한혜정, 박순경, 이주연, 임유나, 옥준필, 김유권(2018).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 내실화 방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C 2018-28.
• 한혜정, 이주연, 임유나(2019). 일반고 직업교육 운영 실태에 대한 질적 연구: 산업정보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평가연구, 22(3), 117~145.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 내실화 방안1)
● 글. 한혜정 KICE 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에서 일반고는 대학준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곧, 제2차 교육과정부터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인문과정이나 자연과정 이외에 직업과정을 운영하도록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하고 있으며,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공식적인 별도의 과정은 아니더라도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일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일반고에서 직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일반고에서 직업교육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별도의 직업 위탁기관의 직업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현재 산업정보학교, 직업교육 거점학교, 대학(전문 대학),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폴리텍대학, 공공기관 지정 운영기관, 지자체 운영기관, 민간 운영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다양한 직업교육 위탁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유일한 공립학교(각종학교)인 산업정보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일반고와 직업교육 위탁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 위탁기관에서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관련 정책을 추진하며 지원하고 있는 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실시하여 구체적인 실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심층면담 결과를 (1)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참여 동기 및 만족도, (2)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 및 안내 실태, (3)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 등 세 가지 항목으로 정리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이 글은 한혜정 외(2018; 2019)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요약·재구성한 것임.
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참여 동기 및 만족도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동기와 만족도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게 된 동기에 대한 심층면담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고 학생들은 특정 직업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졸업후 해당 직업으로의 취업을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진학할 기회를 놓쳤거나, 뒤늦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동아리나 학원 등을 다니며 직업 준비를 해온 학생들이 주로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고등학교 생활을 무의미하게 보내기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무기력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탐색하기 위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고등학교에서 생활지도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적응 학생 및 위기 학생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거나 다른 학생들로 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이 이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는 생활지도의 문제로인해 교사와 다른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학생에게 직업 교육 위탁과정을 ‘권유’하고 ‘추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일반고에서 진로 변경을 원했던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동아리 활동에서도 관심 있는 직업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외부 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과 방과 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 반해,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학교 일과 시간 내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둘째, 학생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로 목표를 확실히 하게 된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거나 ‘목표가 생겨 어디를 보고 가야 하는지 알게 된’ 점을 중요한 만족의 원인으로 언급하였다.
셋째,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만족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학습 성공 경험들로 인한 심리·정서적 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업 성적으로 인해 열등감을 가지거나 무기력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서는 실습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축적해나가게 되면서 자기 자신과 미래 진로에 대해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가지게된 것에 대해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불만족하거나 부적응하여 해당 과정을 다 이수하지 못한 채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올바른 이해 없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시작하였다가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과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일종의 ‘도피처’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선택하였으나, 자신의 생각과 달리 강도 높은 실습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이론 공부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위탁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대학 진학으로 다시 진로 목표가 변경됨에 따라 위탁교육을 중단하는 경우, 생활지도의 문제로 인해 중도 탈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실태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만족 및 중도 탈락 요인은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이해 및 적응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직업교육 위탁과정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안내되고 홍보되는지 그 실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1~2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2학년 후반부에 집중된다. 홍보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의 선발 공고에 대한 게시물을 교실 게시, 가정통신문 발송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명회는 보통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및 기관의 담당자가 직접 일반고에 방문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셋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업 위탁 기관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이 직업에 대한 자신의 흥미를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산업정보학교에 대한 홍보의 기회로도 삼고 있었다.
넷째,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선택은 학생 개인의 의사 결정뿐만 아니라 일반고 학교장, 위탁과정 업무 담당 교사, 나아가 학부모의 인식과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산업정보학교는 인근 지역의 일반고 학교장, 교사,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하여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의 실습 훈련을 참관하게 하는 등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가 주로 직업 위탁기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 교사들의 협조는 학교나 교사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는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안내하고 상담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일반고의 모든 활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아닌 직업교육 위탁과정 자체에 대해 관심이 적으며,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지식이나 상담·지도 경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에 대한 심층면담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정보학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교과들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강도 높은 실습과 이론 공부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 대부분의 산업정보학교에서는 특정 요일에 위탁학생들이 원적교에 등교하도록 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교과 수업을 듣게 하고 있으나, 일부 산업정보학교의 경우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부(혹은 전부)를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의 수업 시 수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셋째, 산업정보학교는 위탁학생을 대상으로 취업이나 진로를 위한 상담이나 지도도 병행하고 있었다. 일반고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산업정보학교는 궁극적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진로 상담, 진로 특강, 취업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넷째, 산업정보학교의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원적교인 일반고에 등교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학생이 많은 학교의 경우 위탁학생들만으로 별도의 학급을 구성하여 운영하지만, 소수의 위탁학생을 관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위탁학생을 일반 학급에 배정하고 해당 학급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일반 학급에 배정된 학생들은 소속감이 없는 상황에서 소속 학급의 수업을 무의미하게 참여하는 일도 많았다.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
일반고 직업교육 실태 분석을 위한 심층면담 결과, 일반고 학생의 직업교육 위탁과정 만족도는 사전 진로 직업교육, 직업교육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직업교육 위탁과정 운영 실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층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고 직업교육의 취지 및 목적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의 직업교육 대상 학생들의 만족 및 중도탈락 원인들을 분석한 결과, 일반고 직업교육을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위기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는데 이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낮추거나 중도에 탈락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교육 위탁 과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은 직업교육이 아닌 다른 대안을 통해서 지원하고, 일반고에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 그러한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활용하는 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홍보 및 안내 등 사전 준비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는 학생들이 직업교육위탁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거나, 결국 중도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고 학생들이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참여하기 전 다양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선, 보통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참여 직전, 즉 2학년 2학기 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교육 위탁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그 이전부터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일반고는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지만 일반고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은 대학 학과 안내나 대학 졸업 후 가능한 직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안내도 포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고 직업교육과 관련하여 산업정보학교뿐만 아니라 일반고의 위탁학생 지원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 직업 교육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위탁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할 때,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중도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3학년 직업교육 위탁과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일반고와 위탁기관 간 협력을 통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고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해당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일반고 교사의 인식을 제고하고 관련 전문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사로 하여금 직업교육 위탁과정은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위기 학생, 문제 학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유망 직종을 고려한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이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체계적으로 학생을 안내·지도하지 못할 경우, 임의적이고 막연한 동기에 의해 위탁교육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중도 탈락할 비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직업교육 위탁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교사의 직업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 한혜정, 박순경, 이주연, 임유나, 옥준필, 김유권(2018).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 내실화 방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C 2018-28.
• 한혜정, 이주연, 임유나(2019). 일반고 직업교육 운영 실태에 대한 질적 연구: 산업정보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평가연구, 22(3), 117~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