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시대를 넘어서
도서 <평균의 종말>
● 글. 이우일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 한국과총 부회장
<평균의 종말>은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 제목에 이끌려 별다른 기대 없이 펼쳐 든 책은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사회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 교육과 평가에 대한 문제의 근원과 함께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가 되어왔고, 우리의 모델인 선진국들을 따라 하는 것이 발전의 길이라 믿었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문제는 속도였는데, 아마도 ‘빨리빨리’ 문화는 이 과정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턱걸이 하고 있는 요즈음 생기고 있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선두주자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우리가 선두 그룹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여기에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우리가 이제껏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행동 양식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의 요구는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의 발전은 이 능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하게 되었다. 다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획일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두어 달이라도 늦게 걷기 시작하면 불안해한다. 자기 아이가 ‘평균’에 뒤떨어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정시·수시 논쟁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획일적인 교육과 평가의 틀에 사로잡혀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연하게 여기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깨부수다
<평균의 종말>은 이러한 획일적 평균주의의 함정을 지적하고 그러한 개념이 어떻게 정립되었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평균’적으로 알고 있는 우등생이 절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퇴학을 당했고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공부해 결국 하버드대의 교수가 되었다.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된 그의 인생 역정은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될 만하다. 저자는 왜 자기가 고등학교 때 문제 학생으로 분류되었는지, 어떻게 공부의 ‘요령’을 터득하였는지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하며 우리 교육과 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저자가 문제만 제기하였다면 그리 큰 울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여타의 비슷한 저서들과 다른 점은 통상적인 문제 제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평균주의’에서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학자인 저자는 근대사회 발전과정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교육은 물론 사회과학 전반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를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든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예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얼마나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부수어 버리는 예들은 그 진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개인 맞춤형 영재교육이 모든 삶들에 시행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중·고등학교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한순간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평균보다 늘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학생들에게 닮기를 원하는 위인전의 위대한 인물들의 유·소년기 스토리는 ‘열등’과 ‘실수’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흔히들 자기 스스로 깨우쳐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학습과정이라고 말한다.
위인전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실제로 우리 시스템은 그 반대이다. 무조건 암기해야 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이러한 시스템이 백 년 천 년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교육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자기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연이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그는 ‘미친 짓(Insanity)’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같은 일을 계속 똑같이 반복하면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이제 좀 다르게 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사회 전 분야에서 아무 의심 없이 관습처럼 채택하고 있는 평균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들의 긍정적인 면을 북돋아 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교육자들은 자신의 교육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고교 중퇴생이 하버드대의 교수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는 미국에서 이렇게 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움과 자책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중퇴생이 일류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인구절벽을 말하며 부족한 생산인구가 가져올 미래를 걱정한다. 내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1년에 30만 명도 채 안 되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 앞에 닥치고 있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 맞춤형의 영재교육이 모든 삶들에게 시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지상 명제이다. 아마도 이 책은 우리가 그런 전환을 만들어내는 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평균의 시대를 넘어서
도서 <평균의 종말>
● 글. 이우일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 한국과총 부회장
<평균의 종말>은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 제목에 이끌려 별다른 기대 없이 펼쳐 든 책은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사회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 교육과 평가에 대한 문제의 근원과 함께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가 되어왔고, 우리의 모델인 선진국들을 따라 하는 것이 발전의 길이라 믿었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문제는 속도였는데, 아마도 ‘빨리빨리’ 문화는 이 과정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턱걸이 하고 있는 요즈음 생기고 있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선두주자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우리가 선두 그룹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여기에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우리가 이제껏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행동 양식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의 요구는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되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의 발전은 이 능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하게 되었다. 다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획일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두어 달이라도 늦게 걷기 시작하면 불안해한다. 자기 아이가 ‘평균’에 뒤떨어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정시·수시 논쟁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획일적인 교육과 평가의 틀에 사로잡혀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연하게 여기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깨부수다
<평균의 종말>은 이러한 획일적 평균주의의 함정을 지적하고 그러한 개념이 어떻게 정립되었으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평균’적으로 알고 있는 우등생이 절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퇴학을 당했고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공부해 결국 하버드대의 교수가 되었다.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된 그의 인생 역정은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될 만하다. 저자는 왜 자기가 고등학교 때 문제 학생으로 분류되었는지, 어떻게 공부의 ‘요령’을 터득하였는지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하며 우리 교육과 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저자가 문제만 제기하였다면 그리 큰 울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여타의 비슷한 저서들과 다른 점은 통상적인 문제 제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평균주의’에서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학자인 저자는 근대사회 발전과정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교육은 물론 사회과학 전반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를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든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예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얼마나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평균에 대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부수어 버리는 예들은 그 진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개인 맞춤형 영재교육이 모든 삶들에 시행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중·고등학교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한순간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평균보다 늘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학생들에게 닮기를 원하는 위인전의 위대한 인물들의 유·소년기 스토리는 ‘열등’과 ‘실수’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흔히들 자기 스스로 깨우쳐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학습과정이라고 말한다.
위인전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실제로 우리 시스템은 그 반대이다. 무조건 암기해야 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이러한 시스템이 백 년 천 년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교육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자기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연이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그는 ‘미친 짓(Insanity)’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같은 일을 계속 똑같이 반복하면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이제 좀 다르게 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사회 전 분야에서 아무 의심 없이 관습처럼 채택하고 있는 평균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이들의 긍정적인 면을 북돋아 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교육자들은 자신의 교육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고교 중퇴생이 하버드대의 교수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는 미국에서 이렇게 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움과 자책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중퇴생이 일류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인구절벽을 말하며 부족한 생산인구가 가져올 미래를 걱정한다. 내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1년에 30만 명도 채 안 되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 우리 앞에 닥치고 있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 맞춤형의 영재교육이 모든 삶들에게 시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지상 명제이다. 아마도 이 책은 우리가 그런 전환을 만들어내는 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