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교육의 현황과 교육적 활용 방향

글. 김주현 영등포고등학교 교사

THE PEOPLE VS. THE SCHOOL SYSTEM

[그림 1]은 사람의 속성이 모두가 다른데 하나의 교육시스템에 의해서 사회화되고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비판한 영상의 일부이다.
굳이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음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상위 부터 최하위까지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상대순위를 매기는 교육시스템에 의해 평가된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의한 계층의 구분을 자신의 삶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는 자기 자식이 거대한 하나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길 바라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 아버지는 경험을 통해 이미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계층을 재생산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빅데이터, 인공지능, 네트워크, 클라우드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그러할까? 아니 그럴 수 있을까? 교사들은 여전히 지식의 전달과 순서매기기를 통해 계층의 재생산에 기여해야 하는 것일까? 꼭대기에 올라가는 1%의 학생을 위해 나머지 99%는 계속 희생되는 구조가 옳은 것일까? 고착화된 교육시스템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사회적 손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1, 2, 3차 산업혁명기를 지나며 이미 세상은 네트워크로 묶였고, 기술과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불가역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머릿속에 넣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속성에 특화된 개별화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림 1] The People VS. The School System
유튜브 영상 캡쳐(https://youtu.be/dqTTojTija8)

NuVu Studio

NuVu Studio(cambridge.nuvustudio.com)는 교육과정은 스튜디오로, 교과목은 융합으로, 교실은 열린공간으로, 차시는 하루 9시부터 15시까지 2주간의 기간으로, 성적은 포트폴리오로 대체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홈페이지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제출된다. 유튜브를 통해 이 학교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Ground breaking Bike(https://youtu.be/e1QQIrEytR8)영상을 살펴보자.
영상에는 밀링머신, 선반, 밴드쏘, 삽, 용접, 3D 모델링, 기구설계, 도장 등의 다양한 작업 영상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만든 장치의 시연을 성공하며 큰 박수를 받는다. 이 영상을 본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은 ‘저기 공고인가요?’라고 묻는다.
정말 이 학교가 우리나라의 공업고등학교와 같은 교육을 하는 곳일까? 우리나라에서 공업고등학교는 특정한 기능을 반복 숙달을 통해 숙련하여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 안에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의 제안’은 없다. 하지만 NuVu Studio에서는 다르다. 공업고등학교에서 다루는 장비와 같은 장비를 다루지만 이곳의 목표는 ‘장비의 숙련’이 아니다.
철저히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의 제안’이다. 장비의 숙련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양될 뿐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지식’의 전달, ‘기능’의 숙달은 이미 구글과 유튜브가 대체하였으며, 선생님들조차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지식과 기능에 대해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구글과 유튜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까? 그리고 그것을 ‘왜’ 가르쳐야 할까?

[그림 2] NuVu Studio 프로젝트 소개
O’Falafel Cart. 유튜브 영상 캡쳐(https://youtu.be/Tlf3F-KSZWE)

4C 그리고 태도

교육의 3요소인 지식, 기능, 태도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장은 여전히 지식과 기능의 전달·수용에만 목매달고 있다. 이미 구글이나 유튜브가 그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음에도 아직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식의 폭발적 증가는 우리에게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학습자에게 지식과 기능이 필요해질 때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곧 [그림 3]에 나타나 있는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는 2003년 OECD, 2007년 P21에서 제안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핵심역량(4C, 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llaboration, Communication)을 충분히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을까?
필자는 석사파견을 마치고 복직을 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주당 2시간의 수업에서 경험했던 것에 불과한 나의 교육방법이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비주류 교과(기술)인 개별교사의 힘으로는 학생들의 경험 일부가 생기부에 기록되면서 얻어지는 가시적인 몇몇의 효과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결국,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입시’라는 짜여진 틀에 맞춰 주류과목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들도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곳에서 학생들의 ‘핵심역량 향상’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한 그들의 시간 투자와 노력을 알아주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학생 개인의 ‘개별화된 전문성’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림 3] 교육의 3요소

NEW YORK

미국 또한 마찬가지로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고착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형태는 미국의 그것을 많이 따라왔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 우리나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 자기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십억 원을 뒷돈으로 지불했다는 뉴스일 것이다.
작년 가을, 2040년 즈음이 되면 스페인어가 뉴욕의 주 언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2017년 기준으로 영어만 쓰는 사람은 51.1%, 스페인어는 2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를 전체 연령대가 아닌 5~17세로 하면 26.3%로 늘어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국가적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 현상을 증명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기술과 사회, 언어, 문화 등의 요소들을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가 애초에 하나의 유기체였던 사회현상을 교과라는 이름으로 분절시켜 놓고 그것을 하나의 외워야 할 지식으로 분류해 놓는 일을 계속한다면 결국 학생들은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그림 5]에서 보듯 빈곤율은 백인이 가장 낮고 히스패닉은 높다. 이는 비고용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인들은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적은 수의 자녀를 낳고, 최고의 교육을 시킨다. 반면 히스패닉들은 불법이민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고, 속지주의에 의해 미국에서 낳은 그들의 자녀는 미국 시민권을 받게 된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가나 주정부가 주는 지원금을 받아 생활한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오히려 생계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는 낙태를 금기시하는 가톨릭과 맞물려 미국의 주요 도시의 언어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득권자인 백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그들은 그들 자신의 경험과 함께 최고의 미래학자, 교육학자들의 힘을 빌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기득권을 물려주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이미 찾았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교육’이다.

[그림 4] 뉴욕시의 언어분포

http://worldpopulationreview.com/us-cities/new-york-city-population/#language

메이커 교육

[그림 6]은 뉴욕 한가운데 있는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1년 학비이다. 우리 돈으로 6천만 원을 넘어선다. 빈곤율, 비고용률이 높은 히스패닉이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수 있을까? 백인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비용’의 차등으로 철저하게 계층을 나누고 있다. 공립학교는 무료, 중간단계 사립학교는 연간 3천만 원선, 최고의 사립학교는 연간 6천만 원선의 학비로 그 차이를 구분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립학교에서는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최고의 사립학교는 백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한 채 최고의 리더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을 한다.
그리고 그 최고의 교육 안에 바로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 ‘메이커 교육’과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각자의 관심이나 전문성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서로 협업(Collaboration)과 소통(Communication)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발견한 문제(Critical Thinking)를 창의적(Creativity)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4C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마치 수영 중 접영을 잘하려면 접영을 계속 연습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지식이나 기능의 습득보다 이러한 ‘태도’의 습득이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평생학습사회에 살고 있고, 지식과 기능은 준비된 태도를 통해 원한다면 언제든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학습자는 더 이상 한 줄로 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관심과 재능에 의해 만들어진 각자의 작은 피라미드에서 최고가 되면 된다. 메이커 교육을 통해 학습자는 자기 혼자 모든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고, 결국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자신에게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미국에서 기득권 재생산을 위한 교육방법을 가져와 우리도 기득권을 재생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커 교육이 변화하는 실제 세상에 학습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태도를 길러줄 수 있는 교육방법이 맞다면, 공교육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우리는 이 좋은 방법을 학습자 전체에게 적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비록 입시문제 등의 많은 숙제가 있겠지만, 메이커 교육이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육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볼 만하지 않을까? 메이커 교육은 ‘지식’이나 ‘기능’이라는 이름의 ‘도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또는 사람들 간의 ‘태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5] 뉴욕시의 빈곤율

http://worldpopulationreview.com/us-cities/new-york-city-population/#poverty

[그림 6]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학비

https://www.niche.com/k12/marymount-school-of-new-york-new-york-ny/

[그림 7]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https://www.marymountnyc.org/curriculum/maker-culture

김주현 영등포고등학교 교사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술·가정 교과서를 집필하였다. 메이커교육실천 코리아의 정회원이며, 서울중등기술교과연구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메이커 교육의 현황과
교육적 활용 방향

글. 김주현 영등포고등학교 교사

THE PEOPLE VS. THE SCHOOL SYSTEM

[그림 1]은 사람의 속성이 모두가 다른데 하나의 교육시스템에 의해서 사회화되고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비판한 영상의 일부이다.
굳이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음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상위 부터 최하위까지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상대순위를 매기는 교육시스템에 의해 평가된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의한 계층의 구분을 자신의 삶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는 자기 자식이 거대한 하나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길 바라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속 아버지는 경험을 통해 이미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계층을 재생산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빅데이터, 인공지능, 네트워크, 클라우드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그러할까? 아니 그럴 수 있을까? 교사들은 여전히 지식의 전달과 순서매기기를 통해 계층의 재생산에 기여해야 하는 것일까? 꼭대기에 올라가는 1%의 학생을 위해 나머지 99%는 계속 희생되는 구조가 옳은 것일까? 고착화된 교육시스템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사회적 손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1, 2, 3차 산업혁명기를 지나며 이미 세상은 네트워크로 묶였고, 기술과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불가역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머릿속에 넣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속성에 특화된 개별화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림 1] The People VS. The School System
유튜브 영상 캡쳐(https://youtu.be/dqTTojTija8)

NuVu Studio

NuVu Studio(cambridge.nuvustudio.com)는 교육과정은 스튜디오로, 교과목은 융합으로, 교실은 열린공간으로, 차시는 하루 9시부터 15시까지 2주간의 기간으로, 성적은 포트폴리오로 대체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홈페이지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제출된다. 유튜브를 통해 이 학교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Ground breaking Bike(https://youtu.be/e1QQIrEytR8)영상을 살펴보자.
영상에는 밀링머신, 선반, 밴드쏘, 삽, 용접, 3D 모델링, 기구설계, 도장 등의 다양한 작업 영상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만든 장치의 시연을 성공하며 큰 박수를 받는다. 이 영상을 본 우리나라의 선생님들은 ‘저기 공고인가요?’라고 묻는다.
정말 이 학교가 우리나라의 공업고등학교와 같은 교육을 하는 곳일까? 우리나라에서 공업고등학교는 특정한 기능을 반복 숙달을 통해 숙련하여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 안에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의 제안’은 없다. 하지만 NuVu Studio에서는 다르다. 공업고등학교에서 다루는 장비와 같은 장비를 다루지만 이곳의 목표는 ‘장비의 숙련’이 아니다.
철저히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의 제안’이다. 장비의 숙련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양될 뿐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지식’의 전달, ‘기능’의 숙달은 이미 구글과 유튜브가 대체하였으며, 선생님들조차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지식과 기능에 대해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구글과 유튜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까? 그리고 그것을 ‘왜’ 가르쳐야 할까?

[그림 2] NuVu Studio 프로젝트 소개
O’Falafel Cart. 유튜브 영상 캡쳐(https://youtu.be/Tlf3F-KSZWE)

4C 그리고 태도

교육의 3요소인 지식, 기능, 태도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장은 여전히 지식과 기능의 전달·수용에만 목매달고 있다. 이미 구글이나 유튜브가 그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음에도 아직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식의 폭발적 증가는 우리에게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학습자에게 지식과 기능이 필요해질 때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곧 [그림 3]에 나타나 있는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는 2003년 OECD, 2007년 P21에서 제안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핵심역량(4C, 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llaboration, Communication)을 충분히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을까?
필자는 석사파견을 마치고 복직을 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주당 2시간의 수업에서 경험했던 것에 불과한 나의 교육방법이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비주류 교과(기술)인 개별교사의 힘으로는 학생들의 경험 일부가 생기부에 기록되면서 얻어지는 가시적인 몇몇의 효과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결국,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입시’라는 짜여진 틀에 맞춰 주류과목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들도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곳에서 학생들의 ‘핵심역량 향상’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한 그들의 시간 투자와 노력을 알아주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학생 개인의 ‘개별화된 전문성’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림 3] 교육의 3요소

NEW YORK

미국 또한 마찬가지로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고착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형태는 미국의 그것을 많이 따라왔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 우리나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유명 연예인이 자기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십억 원을 뒷돈으로 지불했다는 뉴스일 것이다.
작년 가을, 2040년 즈음이 되면 스페인어가 뉴욕의 주 언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2017년 기준으로 영어만 쓰는 사람은 51.1%, 스페인어는 2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를 전체 연령대가 아닌 5~17세로 하면 26.3%로 늘어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국가적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 현상을 증명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기술과 사회, 언어, 문화 등의 요소들을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가 애초에 하나의 유기체였던 사회현상을 교과라는 이름으로 분절시켜 놓고 그것을 하나의 외워야 할 지식으로 분류해 놓는 일을 계속한다면 결국 학생들은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말이다.
[그림 5]에서 보듯 빈곤율은 백인이 가장 낮고 히스패닉은 높다. 이는 비고용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인들은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적은 수의 자녀를 낳고, 최고의 교육을 시킨다. 반면 히스패닉들은 불법이민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고, 속지주의에 의해 미국에서 낳은 그들의 자녀는 미국 시민권을 받게 된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가나 주정부가 주는 지원금을 받아 생활한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오히려 생계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는 낙태를 금기시하는 가톨릭과 맞물려 미국의 주요 도시의 언어를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득권자인 백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그들은 그들 자신의 경험과 함께 최고의 미래학자, 교육학자들의 힘을 빌어 자신의 자녀들에게 기득권을 물려주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이미 찾았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교육’이다.

[그림 4] 뉴욕시의 언어분포

http://worldpopulationreview.com/us-cities/new-york-city-population/#language

메이커 교육

[그림 6]은 뉴욕 한가운데 있는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1년 학비이다. 우리 돈으로 6천만 원을 넘어선다. 빈곤율, 비고용률이 높은 히스패닉이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수 있을까? 백인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비용’의 차등으로 철저하게 계층을 나누고 있다. 공립학교는 무료, 중간단계 사립학교는 연간 3천만 원선, 최고의 사립학교는 연간 6천만 원선의 학비로 그 차이를 구분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립학교에서는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최고의 사립학교는 백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한 채 최고의 리더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을 한다.
그리고 그 최고의 교육 안에 바로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 ‘메이커 교육’과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각자의 관심이나 전문성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서로 협업(Collaboration)과 소통(Communication)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발견한 문제(Critical Thinking)를 창의적(Creativity)으로 해결하는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4C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마치 수영 중 접영을 잘하려면 접영을 계속 연습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지식이나 기능의 습득보다 이러한 ‘태도’의 습득이 훨씬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평생학습사회에 살고 있고, 지식과 기능은 준비된 태도를 통해 원한다면 언제든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학습자는 더 이상 한 줄로 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관심과 재능에 의해 만들어진 각자의 작은 피라미드에서 최고가 되면 된다. 메이커 교육을 통해 학습자는 자기 혼자 모든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고, 결국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자신에게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미국에서 기득권 재생산을 위한 교육방법을 가져와 우리도 기득권을 재생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커 교육이 변화하는 실제 세상에 학습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태도를 길러줄 수 있는 교육방법이 맞다면, 공교육체제가 잘 갖춰져 있는 우리는 이 좋은 방법을 학습자 전체에게 적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비록 입시문제 등의 많은 숙제가 있겠지만, 메이커 교육이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육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볼 만하지 않을까? 메이커 교육은 ‘지식’이나 ‘기능’이라는 이름의 ‘도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또는 사람들 간의 ‘태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5] 뉴욕시의 빈곤율

http://worldpopulationreview.com/us-cities/new-york-city-population/#poverty

[그림 6]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학비

https://www.niche.com/k12/marymount-school-of-new-york-new-york-ny/

[그림 7] 메리마운트 여자중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https://www.marymountnyc.org/curriculum/maker-culture

김주현 영등포고등학교 교사


서울 영등포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술·가정 교과서를 집필하였다. 메이커교육실천 코리아의 정회원이며, 서울중등기술교과연구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