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 관련
해외 사례 탐색 및 정책제언

글·이수영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느린학습자(slow learner) 또는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 검사상 IQ(Intelligence Quotient)가 71∼84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경계선 지적 기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1)”,“경계선급 정신지체(borderline mental retardation)”, “경도 인지적 손상(mild cognitive impairment)”, 또는 “회색지대 아이들(gray area kids)”, “보이지 않는 아이들(invisible 또는 shadow children)”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11)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은 질병이나 장애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인지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도움과 중재를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IQ의 정상분포 곡선의 평균에서 표준편차 -2 이하(<-2σ)에 해당할 경우 지적 장애에 해당되며, 표준편차 –1에서 –2사이의 경우를 경계선 지능인으로 본다. 따라서 이러한 통계적 계산에 따라 전체 인구의 13.6%(-2σ <BIF< -σ)를 경계선 지능인 즉 느린학습자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비율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한 학급에 2∼4명은 된다고 느끼는 일반적인 인식과 비슷하다. 다양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느린학습자 또는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해당되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정책의 대상도 되지 못하며, 많은 경우 눈에 띄지 않는 학생으로치부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느린학습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해외에서의 느린학습자 또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연구 및 지원 사례들을 살펴본다.

1) 미국 등 해외 자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임. 본 원고에서는 느린학습자와 경계선 지능인을 혼용하여 사용함.

Peltopuro 외(2014)2)는 경계선 지능인(BIF)에 관한 49편 연구를 메타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경계선 지능인의 특징을 제시하였다. 첫째, 경계선 지능인은 평균 지능을 가진 동년배와 비교할 때 기억 능력, 운동 능력, 사회적 행동에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경계선 지능인은 전반적 성취 수준에 있어 일반 아동과 학습장애인에 비해 낮은 성취 수준을, 지적 장애인에 비해서는 높은 성취 수준을 보였다. 둘째, 경계선 지능인의 부모들은 일반 아동의 부모에 비해 양육 스타일이 덜 참여적이고, 정신지체 부모에 비해서는 자녀에 대한 이해가 덜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 경계선 지능인은 양육에 있어 질적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고하였다. 셋째, 경계선 지능인은 사회적 정보처리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얼굴표정 인식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낮고, 반사회적 행동 비율이 높고, 일반인보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경계선 지능인의 어려움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취업, 결혼 등 일상 생활까지 이어진다. 취업률 및 취업의 질(소득 등)이 일반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경계선 지능인의 위협 요인으로 출생 시 저체중, 가정환경(빈곤, 한부모 가정, 가족력, 임신 중 약물복용 등), 정신지체, 운동 발달 지연 등이 연관되어 있음이 알려져 있으며,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예방 요인으로 교육, 사회적 접촉, 개인적자질 등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세부터 조기 훈련을 받은 경우 경계선 지적기능 개선에 큰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부모와 교사의 지지, 성취와 성공을 보여주는 롤모델, 따뜻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회적 접촉, 피드백과 의사소통 기술 교육 등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Peltopuro, M., Ahonen, T., Kaartinen, J., Seppälä, H., & Närhi, V. (2014).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Intellectual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 52(6), 419-443.

느린학습자들이 IQ 검사 점수가 낮고, 학습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능력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Jankowska, Bogdanowicz, & Shaw, 20123). 집행기능, 음운루프, 시공간작업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 작업기억 중 경계선 지능 아동은 집행기능이 또래와 유의한 차이를 보이고, 구어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음운루프 발달이 지연되어 교사의 구두 지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시공간 작업과언어 작업기억의 결함으로 기초학습기능인 읽기, 쓰기, 셈하기에 어려움을 보이고, 청각 단기 기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받아쓰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작업기억의 결함으로 과제를 해결할 때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과잉행동을 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행동을 점검하는 능력이 낮다. 경계선 지능인은단순 암기기억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어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잘 하지만, 기억된 지식과 정보를 조직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어서 학습할 때 획득한 지식과 정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 지식의 논리적 조직, 일반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문제해결 전략이 부족하다. 하지만 경도지적장애와 비교했을 때, 경계선 지능인은 시청각 학습의 속도가 반복 학습에 의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하면 작업기억의 기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 경계선지능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장기 기억을 활용한 지식의 일반화가 어렵고 배운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내용이 어렵고 추상적일수록 학습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논리적 이해 없이 단순 암기 전략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학습이 비효율적이므로 새로운 지식과 기존 지식을 연계하는 전략 연습이 필요하며, 일반 아동에 비해 추가적인 반복과충분한 연습 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3) Jankowska, A., Bogdanowicz, M., & Shaw, S. (2012). Strategies of memorization and their influence on the learning process among individuals with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Acta Neuropsychol, 10, 271-90.

Shaw(2010)4)는 느린학습자의 인지특성을 반영한 학습 전략과 지도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느린학습자는 추상적 학습보다 구체적 학습 경험이 학습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경험학습, 실험·실습, 역할극 등 학습자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참여하는 학습 방법이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지식을 일반화하는 학습 기술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느린학습자는 일반 아동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지식을 일반화하여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작업기억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다양한 과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반복하는 연습 기회를 제공하고, 언제 어떻게 어디에 배운 지식을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지도함으로써 지식 일반화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기본적인 시간 관리 및 지식과 정보의 조직화 등의 학습 전략을 발달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셋째, 단순히 학습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제를 짧고 개별적인 요소로 세분화하여 지도함으로써 효율적인 학습 전략을 익히도록 도와준다. 넷째, 인지적 기술과 함께 학습된 무기력, 낮은 학습 동기 극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취 수준보다는 성실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각자 개발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학습과 평가 방법을 활용하고, 또래 멘토와의 또래 교수 활동, 학습한 것을 실생활 경험과 연결시키는 등 학습 동기를 높이는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사회-정서적 지지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교사 및 멘토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학습 동기, 자아 효능감, 학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4) Shaw, S. R. (2010). Rescuing students from the slow learner trap. Principal Leadership, 10(6), 12-16.

스페인의 경우 사회적 지지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조사와 우수 사례 가이드 라인 등을 제시하여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5).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더 취약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에 어려움이 있음을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동기 ~ 청소년기의 단계에서 지적 장애는 없지만, 같은 연령과 환경의 대다수의 학생들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교육 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집단을 파악하고 선별하는 기준에 기반하여 경계선 지능인의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으며, 졸업 후 직장 및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특정 건강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지원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조기 발견, 평가 및 관심의 목표는 정의와 평등 및 다양성의 원칙에 기반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건강, 사회, 교육, 노동 및 법률 등 사회 전 분야에 구체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카탈루냐 정부(스페인의 자치주)는 경계선 지능인의 건강, 교육, 사회 생활, 고용, 법률 지원을 위해 각계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다학문적 협의체인 BIF Consensus Group을 2014년에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느린학습자의 문제는 학교에서의 학습 상황에서 제일 먼저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에서의 학습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졸업 후 사회 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호주의 경우 느린학습자들이 학교 졸업 후 일을 배우고 성인으로 전환하는 데 일반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들의 속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6). 특히 경계선 지능인들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성적, 재정적 착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립 단계에서의 지원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들을 위한 지원책으로 사회적 관계 형성 지원, 각자의 소질과 재능 등의 자원 개발 지원, 일상 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기술(예: 식사 준비, 자금 관리) 개발 지원,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여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주체적 의사결정능력 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호주에서는 경계선 지능인들이 사회적 부적응 등으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경계선 지능인들을 위한 사법적 지원책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하고 있다(https://idrs.org.au/jas/).

5) Salvador-Carulla, L., García-Gutiérrez, J. C., Gutiérrez-Colosía, M. R., Artigas-Pallarès, J., Ibáñez, J. G., Pérez, J. G., … & Martínez-Leal, R. (2013).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consensus and good practice guidelines. Revistade Psiquiatríay SaludMental (English Edition), 6(3), 109-120.
6) Ellem, K., Wilson, J., O’Connor, M., & Macdonald, S. (2012). Supporting young people with mild/borderline intellectual disability exiting state out-of-home care: Directions for practice. Developing Practice: The Child, Youth and Family Work Journal, (32), 53-65.

한편 네덜란드의 적극적 지역사회 치료(Flexible Assertive Community Treatment, FACT)는 다학제 전문가 팀의 사례관리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서비스 지원과 정서관리 지원(일상적인 상담, 분노 조절 모니터링, 외상 치료 등) 등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적 성장, 주거 및 재정 환경의 변화와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즉, 느린학습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개인적인 노력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과 체계적인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7).
최근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학습 지도와 훈련 및 정서 지원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들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Health Mind” 온라인 도구(https://www.healthymind. org.au/)는 지적 장애인이나 경계선 지능인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온라인 정서조절 지원 사이트로 이들의 인지적 요구에 적합한 난이도와 디자인, 훈련 절차, 오디오와 비디오 콘텐츠가 제공된다. 무료로 사용 가능하며, 대면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 사용하거나 대면 치료와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 심리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개발하였다. 또 다른 사이트인 Edublox Online Tutor(https://www.edubloxtutor.com/)는 난독증, 난서증, 난산증, ADHD, 경계선 지적 기능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습자들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 과외 서비스이다. 학습 관련 장애의 원인과 특징에 기반하여 이들의 취약한 인지 기술을 훈련할 수 있도록 개발된 특정 인지 훈련을 통해 학습에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들의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적인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7) Neijmeijer, L., Kuiper, C., Kroon, H., & Didden, R. (2020). Experiences of service users with a mild intellectual disability or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with Flexible Assertive Community Treatment: A qualitative study. Journal of Applied Research in
Intellectual Disabilities, 33(5), 1005-1015.

느린학습자 관련 연구와 해외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느린학습자 관련 연구에서 조기 중재의 효과성이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만큼 취학 전 조기 진단 및 중재를 시작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가능한 빨리 선별 검사를 실시하여 경계선 지적 기능 여부를 조기 진단 함으로써 교육과 중재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둘째, 일반 교사들의 느린학습자 대상의 교수·학습 지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린학습자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교사가 지도하게 된다. 일반 교사의 학습 부진아 지도 역량을 확대하여, 느린학습자에 특화된 지도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예비교사 교육과 현직 교사 연수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학습 부진의 원인은 인지적, 정의적, 사회적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느린학습자의 경우 특별히 작업기억의 발달이 취약하므로 이를 개발시킬 수 있는 인지적 훈련과 효율적인 학습 전략 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가정과 학교가 협력하여 느린학습자를 지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교사의 느린학습자 지도 역량이 중요하다. 셋째, 학교 내 학교상담교사, 전문상담교사의 배치가 확대되어야 한다. 느린학습자들이 별도 상담 기관이나 병원을 가지 않더라고 학교 내에서 필요한 중재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학교 밖 중재나 치료와 병행할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넷째, 느린학습자의 진로와 직업교육 지원 등 사회적 자립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개인별 장단점 분석을 통한 진로 및 직업 교육, 사회적응력, 독립성, 대처능력 개발, 느린학습자에게 적합한 직종 발굴, 자립생활 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느린학습자의 사회적 지지를 위한 협력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느린학습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부모 교육, 가족 지원 프로그램, 부모-교사-상담사 간 협력 체계,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느린학습자를 위한 교육 뿐 아니라 복지, 건강, 노동, 재정, 법률적 지원 체계가 통합적으로 마련·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수영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교육공학, 교육심리, 영재교육, AI융합교육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수·학습 설계, 학습자 중심 교육, 미래학교 변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