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미술의 시선, 삶을 꿰뚫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 전시기간 : 2023년 6월 2일~ 2023년 10월 9일
바로크 미술 | 바로크 미술은 17세기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유럽으로 확산된 미술 양식으로 인물에 대한 표현과 동작이 역동적이며, 긴장감 있는 구도와 분위기를 중시한다. 또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전체에 종속되는 부분들의 조화를 통한 균형을 강조하는데, 그 균형이란 각각으로도 완벽한 부분들이 모여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
그림은 보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네 감각을 일깨우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대상을 이해하게 한다. 또 화가라는 한 인물의 인생사가 담겨 있는 그림은 우리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림은 하나의 작품을 넘어 하나의 시대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생이 되기도 하면서 관람이라는 행위가 부여하는 온 감각에 새로운 색을 입히게 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전시 개최한다. ‘사람과 일상’이라는 주제로 거장의 시선을 따라 재조명한 특별전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에 소개된 52점의 작품 중 몇 점을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하니, 거장의 삶과 시대를 고려해 그림을 이해해 보도록 하자.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도마뱀에 물린 소년, 1593>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인 카라바조는 광기와 천재성 사이를 오간 화가로도 유명하다. 카라바조는 당대의 가장 혁신적인 화가로 평가되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연 화가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폭행, 결투, 투옥, 도피로 정의 내려지며, 매우 감정적이며 반항적이었다. 세속적인 삶에 환멸을 느낀 카라바조는 뒷골목을 오가는 불량배나 거지 매춘부 등을 그림 속에 끌어들여 그들을 예수, 성자, 막달라 마리아로 이미지화하기도 해 교회의 뜨거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당대 미술적 관심사나 주제가 대부분 ‘종교와 신’에 집중돼 있던 터라 카라바조의 이 같은 행동은이해할 수 없는 반항심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라바조는 큰 다툼 끝에 상대에게 죽음에 이를 정도의 상처를 입히게되고, 이에 교황청에서는 카라바조에 수배령을 내린다. 카라바조는 결국 로마를 벗어나 나폴리, 시라쿠사, 시칠리아, 몰타 등을 떠돌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을 연명하게 된다.
카라바조가 시칠리에서 도피생활을 할 당시 위의 그림 <도마뱀에 물린 소년>에 등장하는 소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림 속 소년은 ‘마리오 미니티’라는 소년으로 카라바조가 로마에 있을 때 처음으로 사귄 친구 중 하나였다.
이 그림은 카라바조가 로마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그린 초기 작품으로 그의 천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동작의 순간을 세심하게 잡아내 표현했으며 그림 속 사물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소년의 귀에 꽂힌 꽃과 화병의 꽃은 시들어 사라져 버릴 것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도마뱀에게 손가락을 물려 깜짝 놀라 아파하는 소년의 모습은 감각적 쾌락 이후의 아픔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얀 스테인(Jan Steen)
<여관(깨진 달걀), 1665-70>
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 화가인 얀 스테인은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시민들의 일상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지역 화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한 그는 해학적이고 도덕적인 비평의 뜻을 담아 당대 서민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풍속화(장르화)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인은 1648년 레이던 화가 조합의 창립 회원으로 가입해 풍경화가 얀 반 호이옌(Jan van Goyen)의 조수가 되어 대기와 빛이 주는 감각적 효과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결혼 후 영국과 네덜란드 전쟁의 여파로 그림 시장이 얼어붙자, 스테인은 1954년 델프트로 이동해 맥주양조장 운영과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해 나갔다. 그후 경기 침체로 양조장 수입도 변변치 않자, 스테인은 다시 레이던으로 돌아와 여관을열었다. 그때부터 스테인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여관에서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탐색하고 그들을 작품의 주제로 삼기 시작했다. <마을 학교>, <식사 전 감사기도>, <의사와 환자>, <바람 난 신부를 둔신랑> 등 스테인이 그린 그림은 농촌 생활과 중산층 시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이미지화된 것이었으며, 그 속에는 스테인이 세심히 관찰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주는 교훈이하나씩 담겨있기도 하다. 그렇기때문에 그의 작품은 언뜻 봤을 때는그저 우스꽝스러운 그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림의 속내를 해석하고 나면 그 웃음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로코코 미술 | 17세기 바로크 미술과 18세기 후반의 신고전주의 미술 사이에 유행한 미술 양식으로 파리의 귀족층을 중심으로 유행하였으며, 화려하고 섬세하며 장식성이 강한 미술의 경향을 일컫는다.
토마스 로렌스(Thomas Lawrence)
<찰스 윌리엄 램튼의 초상화(레드 보이), 1825>
토마스 로렌스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났던 초상화가 중 하나로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토머스 로렌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찰스 윌리엄 램튼의 초상화>는 1825년 1대 더럼 백작인 존 조지 램튼이 의뢰해 그의 아들 찰스의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1700년대 이후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아동기의 소중함과 특별함에 관심을 두던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이 그림은 어린아이의 연약함과 자연의 힘을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낭만주의적 시선을 함께 담아 그려냈다.
달빛이 밝게 비추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 위에 앉아있는 아이는 자연의 위대한 힘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가 있으나, 순백의 피부와 부드러운 벨벳 옷, 그리고 풀어헤친 레이스 셔츠는 길을 잃은 듯한 연약한 소년의 모습을 묘사해 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로렌스는 ‘짧은어린 시절’을 상징화하기 위해 소년의 옆에 꽃을 그려 넣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림 속 주인공인 찰스 윌리엄 램튼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결핵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