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원더>,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
그 속에서 찾은 아름다운 용기
책<원더>,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
그 속에서 찾은 아름다운 용기
일그러진 마음의 상처는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외형적인 이상(異狀)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여과되지 않은 뾰족한 반응을 감내해야만 한다. 저자 R.J 팔라시오의 <아름다운 아이>에 나오는 주인공 어거스트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이다. 어거스트가 가는 곳이면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고 수군거림이 뒤따른다. 어거스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거스트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헬멧 속에 가두고 ‘평범함’을 가장한다. 하지만 상처는 마주해야 비로소 치유가 시작되고, 치부는 인정해야 비로소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거스트의 부모는 안정된 둥지 속에 자신을 가둔 어거스트를 학교라는 세상 속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과연 어거스트는 세상이 보여주는 불편한 편견과 어떻게 마주하게 될까? 마음만은 지극히 평범한 10살 소년 어거스트의 성장기를 들여다보도록 하자.
아름다운 아이
“나는 내가 평범한 열 살 소년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평범한 일들을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자전거를 탄다. 야구를 한다. 엑스박스도 있다. 그런 것들은 나를 평범한 아이로 만들어 준다. 그렇다. 나는 평범하다고 느낀다. 마음속으로는.” (8p)
R.J 팔라시오의 소설 <아름다운 아이>는 2017년 개봉한 미국의 영화 <원더(Woner)>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평범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아이로 생각하는 주인공 어거스트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이다.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외줄타기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위축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거스트의 엄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언제까지 어기를 보호해주겠어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이건 어기의 현실이 아닌 척,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왜냐하면 이게 현실이니까요. 우리는 어기가 현실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줘야만 해요. 언제까지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20p)
하지만, 어거스트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 자신을 쳐다보자마자 바뀌는 눈빛에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진 만큼 불편하게 흔들리는 눈빛도 더 빨리 감지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어거스트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라는 세상에 들어서기가 더 겁이 났다.
성장하는 아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 처음 홀로 서게 된 어거스트. 첫 등교부터 자기소개에 이르기까지 어거스트를 향한 아이들의 시선은 벗어날 수도, 익숙해질 수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온통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다들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흘깃흘깃 곁눈질로 나를 살폈다. 그런 시선쯤은 예사롭게 넘길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87p)
어느날 서머라는 동급생이 아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밥을 먹고 있는 어거스트에게로 다가왔다. 서머(여름)와 어거스트(8월). 여름이라는 계절이 부여하는 소속감이 두 아이가 나누는 대화의 물꼬를 터뜨렸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리고 다니던 어거스트는 그제서야비로소 서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며 초록빛 잎사귀처럼 푸른 눈빛을 응시하게 된다.
흔들리는 아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어거스트는 아이들의 시선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아니, 아이들이 어거스트의 얼굴에 익숙해지게 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잭 윌이라는 아이와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 일이 늘어나며 어거스트는 잭 윌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핼러윈을 앞둔 어느 날 어거스트는 서머로부터 학교에 핼러윈 복장을 하고 와도 된다는 희소식을 듣게 된다. 가면을 써도 되기 때문에 핼러윈은 어거스트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다. 할로윈 당일 어거스트는 입기로 했던 ‘곰돌이 푸’의 호랑이 캐릭터 옷 대신 피 흘리는 스크림 옷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향한다. 스크림 가면을 쓴 어거스트가 대화하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원래 입기로 했던 캐릭터 옷을입지 않았던 터라 아이들은 어거스트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너는 왜 걔랑 자꾸 어울려 다니는데?”
“그냥. 학기 초에 교장 선생님 부탁도 있었고, 선생님들한테도 나를 걔랑 앉히라고 죄다 얘기해 놨나봐.” (128p)
미라로 분장했지만, 어거스트는 목소리만 들어도 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거스트는 결국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사람이란 한없이 위로를 주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무자비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어거스트는 잭을 통해 처음으로 위로를 받았고 동시에 상처도 입게 되었다. 과연 이 어린 소년은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어떻게 소화하게 될까.
평범해진 아이
어거스트가 자신을 피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잭은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과 잘못 내뱉은 말에 대한 후회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잭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전히 어거스트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어거스트와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랐다.
“줄리안은 얼간이야. 그런데 나도 얼간이야. 그런 말 해서 너무너무 미안해. 응? 다시 친구해 줄래?-잭 윌의 메시지
“좋아.”-어거스트의 메시지
잭과 어거스트는 다시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려 다녔고, 과학전시회에서는 잭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어거스트는 하루하루 평범함을 배워가고 있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고, 공부하는 사이 어거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아이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한 학년이 끝나는 날 어거스트는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게 된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올해 그만의 조용한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킨 그 학생에게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수여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 수상을 위해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어거스트 풀먼!” (462p)
소설 속 어거스트와 같이 세상에는 몸과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소설 ‘아름다운 아이’는 바로 그러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탄생과 삶은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한 것이 없고, 그 자체로 기적과 같다.
아름다운 아이 | R. J. 팔라시오 글 · 천미나 번역 | 책과콩나무
『아름다운 아이』는 미국에서 출간된 후 지금까지 22주 연속으로 미국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장편동화다. 선천적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가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간 후 겪는 1년간의 사건사고를 담고 있다. 어거스트가 안면기형이라는 자신의 장애로 인한 사람들의 끈질긴 괴롬힘을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