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력 향상을 위한
교육 지원 방향

• 글·도주원 서울용암초등학교 수석교사

학생들의 필수 소양 수리력(numeracy)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 기능 정보화 사회, 글로벌 사회로 설명되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3R’s 즉,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 이상의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버스나 기차의 이동 시간/도착 시간을 계산하고, 할인 판매 중인 상품의 금액을 확인하고, 병원 처방에 따라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고, 신문이나 뉴스 등에서 제공되는 통계와 그래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등은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21세기 학교 교육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역량 교육과 관련하여 기본 능력에 대한 논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치적인 정보는 여러 교과 학습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김경희, 조성민, 장현진, 2020). OECD도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소양 중 한 가지로 수리력을 꼽으면서, “수학적 정보 및 아이디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하고 해석하며 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OECD, 2018).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수리력이 국가 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수리력은 수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에 해당하며, 학교에서 학습해 나가는 데 있어 기초적이면서 동시에 필수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김경희, 조성민, 장현진, 2020).

기초학력으로서의 수리력

우리나라의 기초학력 보장법 및 시행령에서는 기초학력을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이하 “학교”라 한다)의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기초학력 보장법 제2조 1항)” 으로 규정하고,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3조 제1항에 따른 국어, 수학 등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읽기·쓰기·셈하기를 포함하는 기초적인 지식, 기능 등(기초학력 보장법 제2조 1항)”으로 규정하며, 수리력을 기초학력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부터 현장에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학생이 학습의 기초인 언어, 수리, 디지털 기초소양을 갖추어 학교 교육과 평생 학습에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수리 소양을 다양한 상황에서 수리적 정보와 표현 및 사고 방법을 이해, 해석, 사용하여 문제해결, 추론, 의사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교육부, 2022). 즉,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모든 학습의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리 소양이 바로 수리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러 문헌에 제시된 수리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기초학력 지원과 관련하여 2010년대까지만해도 수리력이라는 용어보다는 기초수학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해 왔다(이동환 외, 2023). 수리력이라는 개념도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수리력은 수학의 이론이나 이치를 이해하고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며, 이에 비하여 기초학력 관점의 수리력은 수와 연산 분야에 초점을 두고 기본적인 수 감각 및 사칙 계산능력을 뜻한다. 이때 기초학력으로서의 수리력은 일상생활과 다양한 학습 상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되는 수학적 역량이며 학교 교육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초학력을 “일상생활에서 삶을 영위하고 학습을 지속하기 위하여 학교 교육을 통해 갖춰야 하는 문해력과 수리력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수리력(numeracy)을 “일상생활과 학습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학적 정보, 개념 및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계산, 추론, 의사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박선화 외, 2020).

<표 1> 기초학력과 수리력의 개념 및 구성 요소(박선화 외, 2020)

수리력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증가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며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반면에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학습 결손의 누적을 예방하고 자신의 능력, 소질, 적성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보장법(법률 제18458호, 2021. 9. 24., 제정)’ 및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2554호, 2022. 3. 25., 제정)’을 제정하고, 2022년 3월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보다 책임있는 기초학력 지원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2022년 10월에는 향후 5개년 동안 추진할 기초학력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의 종합계획을 토대로 시도별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원계획을 매년 수립하여 초·중등학교의 기초학력 향상 사업을 추진하며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보장 체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하여 1수준(1∼2학년군), 2수준(3∼4학년군), 3수준(5∼6학년군), 4수준(7∼9학년군)으로 구분하여 개발한 수리력 진단검사 결과 <표 2>와 같이 전반적으로 수준(학년)이 높아질수록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1∼2학년군을 대상으로 한 1수준의 수와 연산 영역과 도형과 측정 영역에서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2 > 수리력 진단검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박선화 외, 2022)

수리력 기초학력 보장 사업

박선화 외(2020)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개인의 행복한 삶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미래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수리력을 포함한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트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초학력 저하 등 학습 결손 문제를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기초학력보장법의 제정을 통해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확보하고, 교실 수업에서 학교 안, 학교 밖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기초학력으로서 수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리력의 하위 영역에 대하여 학생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도달 여부에 대한 진단 결과에 따라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 대하여 적절한 학습의 출발점을 파악하고, 이들의 학습과 지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의 체계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동환 외, 2023). 이에 학생들의 정확한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상의 기초학력 진단검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 외에도 기초학력 보장을 위하여 문해력과 수리력을 검사하는 진단검사 도구와 장학 자료 등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시도교육청 자체로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 및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 지원을 위한 보조인력 배치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요구와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 운영 지원 및 학습지원대상학생 현장 밀착 지원을 위해 2023년부터 교육부 교육결손 해소 국가시책사업으로 ‘초등 학습지원 튜터’를 지원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에 따라서는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학습부진을 적기에 예방하고,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지원하여 초 1∼2학년 국어, 수학시간에 담임교사와 협력수업 또는 보조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단위학교 책임지도제, 기초학력 보장 채움학기제, 기초학력 키다리샘, 점프업, 방과후 기초학습 전담강사, 두드림학교, 학습종합클리닉센터, 학습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지원 사업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해 오고 있으며 이러한 대부분의 사업이 기초수학에 해당하는 수리력 지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수리력 기초학력 보장 지원 필요

최근 들어 수학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AI 디지털 기반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개별 진단, 피드백, 학습결손 해소 지원 등 개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AI 디지털 교육은 수리력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교육 예산이 AI 디지털 교육 분야로 집중되며 기존의 기초학력 보장 사업 관련 예산이 상당히 줄어들어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축소 또는 폐지되었다. 여기에는 현장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해소하고, 기초학력을 보장할 수 있었던 사업들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기초학력 보장의 중요성과 여러 지원 사업의 효과성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 측면이다. 기초학력인 수리력을 빈틈없이 보장하기 위해서는 효과성이 검증된 기초학력 보장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및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학령인구 감소와 학급 수 및 교사 수 감축이 맞물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효과적인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낮출 때 교사가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며, 개별 수리력 진단 및 피드백 제공을 통해 학습 결손을 해소하고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 맞춤형 수업을 위한 핵심 지원 방향이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가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참고문헌
교육부(2022). 수학과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 2022-33호 [별책 8]. 교육부. 김경희, 조성민, 장현진(2020). 기본 능력으로서의 수리력 평가 문항 개발 연구. 교과교육학연구, 24(5), 484-499.
박선화 외(2020).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Ⅰ)
– 문해력, 수리력의 수준별 성취기준 개발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박선화 외(2022).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문해력, 수리력 진단도구 개발(Ⅲ)
– 진단도구 개발 및 타당성 검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동환 외(2023). 대한수학교육학회 2023년 연보 수학 기초학력 지도. 경문사. OECD(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Position paper.

도주원
서울용암초등학교 수석교사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초등 수학 교과용 도서 집필 및 분석, 수학교육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서울교대 수학교육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