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준

춘천 김유정문학촌 여행

김유정 작가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김유정 작가의 고향인 춘천시 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을 조성해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기리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서설과 프리랜서 번역가인 엄마 전수연 씨는 김유정문학촌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호기심 많은 아이를 위한 문화체험
김유정 작가의 고향 실레마을 여행은 유독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와 딸아이의 지적 갈증을 채워주고 싶은 엄마가 함께 떠났다. 늘 에너지 넘치는 딸은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지만 바쁜 엄마는 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시간을 내기 어렵다.
“제 딸은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예요.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시간을 내서 딸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만,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해요.”라며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이 공감할 만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엄마 전수연 씨는 교육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게을러 딸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지만, 사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과서와 함께 떠나는 여행 신청도 엄마의 딸을 위한 바지런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나 나들이에 무언가 의미나 특별함을 담아내고 싶어 한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수연 씨도 이번 가을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마침 김유정문학촌과 실레마을에서 진행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신청했어요. 평소 책을 좋아하는 딸이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큰둥했어요. 자기가 모르는 작가여서 그랬나 봐요. 그래서 다양한 체험 활동할 것이라고 했더니 그때야 표정이 달라졌어요.”라며 엄마의 예상과는 달랐던 딸의 마음으로 인해 당황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김유정 작가를 알아가는 시간
모녀는 오전에 실레마을에 도착하기 위해 이른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엄마와 딸의 마음과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실레마을에 도착하기 전 전수연 씨는 딸에게 오늘 가는 실레마을에 관해 설명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 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 호밖에 못 되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김유정 작가가 수필집에서 고향 실레마을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 정말 옴팍한 떡시루 같은지 한번 확인해 볼까?”
“그럼, 정말 초가집 볼 수 있는 거야? 타임머신 타듯이 과거로 돌아가 보는 거야?”
설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김유정 수필의 한 구절을 듣고, 실레마을에 대한 기대감이 찬 표정을 지었다.
오전 11시, 실레마을의 김유정문학촌에 도착한 전수연 씨와 설이는 김유정기념전시관과 김유정 생가를 먼저 방문했다. 김유정 작가가 짧았던 생애 동안 인연을 맺은 사람과의 만남을 그린 회화 작품에서 김유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전수연 씨는 김유정문학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김유정 이야기집이라는 특별전시실을 꼽았다.
“특별전시실에 이상 시인과 김유정 작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영상물이 있었어요.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천재들의 만남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분들이 오래 사셨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어요.”
설이도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김유정 작가가 어떤 분인지 알아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백꽃>의 순수하고 따뜻한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으며 궁금한 점은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호기심 많은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설이와 엄마는 김유정 작가의 조카가 재현한 생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덕인지 생가 안에 귀엽게 재현되어 있던 조각상의 친근함 때문인지 당시 농촌 사람들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1908년 2월 12일 태어난 김유정 작가의 생가는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봉당, 부엌, 곳간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ㅁ자형태였다.
설이는 ㅁ자형태가 신기한 듯 몇 번이고 둘러보았다. 그 후에는 실레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느긋하고 평온한 마을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하고 문학촌 입구의 공예 체험방에 들러 팔찌와 공예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하는 등 하루의 시간을 꽉 채우며 보냈다.
설이는 “처음에는 엄마에게 김유정문학촌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실망했지만, 여러 가지를 체험해서 신났어요. 엄마랑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김유정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분 책에 나온 캐릭터들이랑 사진, 영상을 봐서 그런지 제가 똑똑해진 것 같아요.”라며 오늘 여행 소감을 얘기했다.
전수연 씨는 “‘한국의 영원한 청년 작가’로 불리는 김유정 작가의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의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을 와서 볼 수 있어서 특별한 시간이었어요.”라고 전했다.

다음 가족 여행 테마는 무엇일까
전수연 씨는 딸과 함께 김유정문학촌을 둘러보며 김유정 작가의 생애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 그럴 때마다 설이에게 설명해주었고, 설이도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딸과 함께 돌아다니며 열심히 보고, 설명했지만, 집에 돌아올 때 오늘 여행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공예체험이었다고 답했다. 그래도 전수연 씨는 딸아이가 김유정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 교과서를 통해 김유정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 오늘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수연 씨는 교과서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테마를 접했을 때 낯설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테마 여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교과서가 여행 주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김유정 작가를 주제로 설이와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것이 많았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탐구하고 탐구한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었어요. 경험은 책으로 공부하는 것에서 얻지 못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며 교과서 테마 여행의 효과를 언급했다.
전수연 씨는 교육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과 달리 공교육은 체험과 경험을 담기 위한 교육이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체험 교육을 공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에서의 체험 교육이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평소 바깥으로 나가서 호기심을 채워주려고 노력해요.”라며 가정에서의 체험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인데 가족과 함께 테마가 있는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다면 지적인 탐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수연 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 효과를 깨달은 만큼 앞으로 테마가 있는 가족 여행을 기획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설이 가족의 다음 테마가 무엇으로 정해질지 기대된다.

실레마을&김유정문학촌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430-14
운영 시간: 3~10월 9:30~18:00, 11월~2월 9:30~17:00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관람 요금 : 개인 2,000원, 단체 1,500원(20인 이상) 춘천시민 1,000원 (※유료 관람 구역 김유정 생가 및 김유정이야기집 입장 시 입장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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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국어 교과서 <동백꽃>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