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고등학교의 ‘새로운 도전’과 ‘나라 사랑’ 프로그램
한민고등학교는 ‘자율형 공립고 2.0’의 역할 모델로 선정되었다. 자율형 공립고 2.0은 지자체, 대학, 기업 등 지역의 여러 주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 기관의 자원을 활용해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민고등학교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추모 공원과 공장들로 둘러싸여 문화적·교육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외진 곳이지만, 입시 명문고로서 손색이 없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는 열악한 환경을 약점이 아니라 기회라 여기며 통념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곧 대한민국 교육의 등대이자 이정표’란 마음가짐으로 교사와 학생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새로운 도전’이란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공교육의 본질을 돌아보며 학교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촛불이 자신을 태워 어두운 방을 밝히듯이,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인재들을 양성하여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고, 국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선봉에 설 애국적 인재 양성” 을 비전으로 하는 한민고등학교의 교육철학이 이 도전 정신에 녹아져 있다.
유학 경전인 〈대학(大學)〉에서 몸과 마음을 닦는[修身] 궁극적인 이유가 세상을 평화롭게 하기 위함[平天下]이라고 했던 것처럼, 한민고등학교는 본교 학생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동량지재(棟梁之材)’ 로써, 그들이 이 목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과 지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한민고등학교는 국가의 마룻대 역할을 하는 기초 과학과 인문·사회 전공, 들보 역할을 하는 국방·치안과 교육·복지 전공에 매년 백여 명 이상이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작년에 서울대 수시 15명, 정시 6명 등 21명이 합격하였으며, 고려대 35명, 연세대 21명 등 10대 주요 대학에 266명, 카이스트, 포스텍 등 과학기술원에 46명,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21명이 합격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의 바탕이 되고 있는 한민고등학교가 운영하는 ‘나라 사랑’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대한민국 최초로 학교에 도입, JROTC(청소년사관연맹) 제도
첫 번째 프로그램은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의지를 잇는 JROTC(청소년사관연맹) 제도이다. 한민고는 2014년 개교하면서부터 미국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JROTC를 대한민국 최초로 학교에 도입하였다. 본교 학생들은 병영 체험, 안보 토론, 안보 기념관과 사관학교 견학, 6.25 기념식 행사, 국립묘지 참배 등에 참여하며 리더십과 민주시민 의식, 강한 체력과 정신력, 애국심을 함양하고 있다. 특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집을 나서야만 했던 군인 부모님의 등을 보고 자란 본교 학생들은 JROTC를 통해 부모님을 이해하고, 그 뜻을 이어받아 자신 또한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단 포부를 갖게 된다. 그렇기에 최근 각 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한미연합사령관상, 국방부장관상 등을 한민고 학생들이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학생 주도의 국경일 및 국기 게양식 행사
두 번째 프로그램은 학생 주도로 진행되는 국경일 및 국기 게양식 행사이다. 한민고등학교는 개교 첫해부터 지금까지 3.1절, 광복절, 한글날과 같은 국경일에 학생이 주축이 되는 경축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3.1절엔 역사 동아리 학생들이 3.1 운동의 가치와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발표하고 만세삼창을 부르며 호국 보훈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역사 전달을 위해 한 달 전부터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교사와 토의를 진행하며 스스로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간다. 이와 더불어 한글날엔 국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직접 ‘순우리말 뜻 맞추기’, ‘시화 그리기’와 같은 부스를 만들어 운영하며 학교 친구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실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본교는 매월 1일 국기 게양식을 시행하고 있다. JROTC 학생들이 절도있게 직접 태극기를 게양하고 본교 학생들이 학급별로 게양식에 참여하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순국선열을 기린다.
참전용사들의 나라 사랑의 정신을 담은 자서전 발간
세 번째 프로그램은 6.25 참전용사 자서전 발간이다. 참전용사들의 나라 사랑의 정신을 잊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가자는 취지로 개교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행사이다. 학생들이 직접 파주 지역에 거주하는 6.25 전쟁 및 월남전 참전용사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참전용사들의 기록이 책으로 발간되었다. 학생들은 백발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과 그 안에 담긴 숭고한 희생을 육성으로 들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자서전 발간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어르신과의 인터뷰가 진로 선택에 큰 계기가 되어 현재 언론사 기자가 되기도 하였다.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마지막 프로그램은 봉사활동이다. 몇 해 전부터 봉사활동 특기사항이 생활기록부에서 빠지게 되자 상당수의 학교가 봉사활동을 축소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민고등학교는 나라 사랑 실천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란 사실을 학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내실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 국가유공자 및 지역 어르신 초청 공연, 인근 초등학교 연계 교육 봉사, 캄보디아 밥퍼 나눔 및 우물 파기 봉사, 역사 유적지 학생 해설가 활동, 연탄 봉사 등이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련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성취감과 이타심을 바탕으로 꾸준히 자신의 기술과 장점을 갈고 닦아 졸업한 이후에도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봉사를 지속할 용기를 주기 위함이다.
사고의 폭과 지경을 넓히는 국제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
한민고등학교는 ‘나랑 사랑’ 프로그램 외에 국제이해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본교는 국제반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해외 대학으로 진학을 하지만, 한민고등학교의 국제교육은 해외 대학만을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해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고, 국가와 세계가 당면한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해결할 인재가 되도록 육성하는 것이다.
한민고등학교에서는 매년 일본, 대만, 몽골, 캄보디아 등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하고, 교환학생제도를 운영하며, 많은 해외 학생들이 본교에 찾아와서 교류하는 등 학생들의 사고의 폭과 지경을 넓히는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예술 및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한민고의 100인조 오케스트라와 합창반은 각종 국가행사와 단체행사에 초청되고 있으며, 축구, 배드민턴, 라크로스 등 다양한 운동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K-POP 댄스, 치어리딩, 밴드반, 연극반 등 많은 예술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알 수 없어요〉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는 촛불 같은 학생들을 키우는 한민고등학교는 깊은 밤에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것이 전기불빛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것이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는 각오로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는 한민고등학교 학생들의 열정이라는 것을. 한민고등학교는 학생들의 그칠 줄 모르는 나라 사랑의 열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안기종
한민고등학교 교사
단국대학교에서 한문교육을 전공하고 2012년부터 교편을 잡았다. 2016년 한민고등학교에 정착하여 9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4년 <나는 삶을 말하는 교사입니다>를 출간하였으며, 꾸준히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삶을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