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경 숙 서귀포시교육지원청교육장

학력

– 제주대학교 교육학박사

경력

–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수학습과장
– 광양초등학교 교장
– 가마초등학교 교장
– 제주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KICE)•안녕하십니까, 예상치 못한 국가적 사태로 분주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사 시절부터 현재 교육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교육을 위해 애써 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경숙 교육장(이하 강)• 매 순간 의미 있는 기억들이 있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저 자신도 깜짝 놀라 이따금 되뇌어 보는 날이 있습니다. 2020년 2월 서귀포시교육지원청교육장으로 부임을 명받았던 날입니다. 제주시 원도심학교인 광양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임기를 마치고 조용히 정년퇴임할 것이라 예상했던 터라 믿기지 않았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고, 유·초·중·도서관까지 108개의 소속 기관을 지원하는 교육장으로서 ‘신바람 나는 서귀포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KICE•장학사로 근무하던 시절, 제주도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대단히 노력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나 아쉬웠던 일이 있을까요?

강•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네요. 제주특별시자치도교육청에서 장학사로 3년 정도 지내며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힘들었던 만큼 보람을 많이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진단과 예방 및 보장을 지원하고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지원 업무를 맡아 노력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전국 시·도교육청별로 기초학력 미달률을 발표하는 시기가 되면 가슴을 졸였던 일, 예방 및 지원을 위한 특교 예산이 배정되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스러워 잠이 오지 않았던 일, 학교들을 방문하며 기초학력 향상을 독려했던 일, 시·도교육청 업무 담당자들과 선진국의 기초학력 향상 지원 현황을 돌아보고 오히려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면모를 발견한 일 등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일은 기존의 KICE 기초학력 향상 지원사이트 꾸꾸(KU-CU)와 중복된다는 생각에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설치를 미루다 타 시·도교육청보다 해당 시스템이 늦게 구축된 점입니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미래 교육의 한 축인 원격수업과 함께 선제적으로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이 잘 보완·정착됐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이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KICE•기초학력 보장은 공교육의 책무이나, 학교는 수많은 업무로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업무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교육장님께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강•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사의 책무성과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교사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기에 교사양성기관에서부터 교육기관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교사의 역량 강화 및 교권 보호와 더불어 공교육에 대한 신뢰에 혁신의 바람이 필요합니다.
과거 교사 시절,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방과 후에 추가적으로 지도하고 함께 학교를 나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교육환경이 변해서 부모의 동의 없이는 방과 후에 재량껏 지도하기도 어렵고, 교사들도 과중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초학력 향상 지도 강사의 채용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부진 원인, 가정환경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며 평소에 라포(Rapport) 형성이 잘된 담임이 책임지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육중심학교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과정 운영팀과 지원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운영팀은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 지도에 전념하면서 학생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잘 정착돼 담임교사가 책무성을 가지고 자기 반 학생들
의 기초학력 보정 및 지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학부모 또는 지역 사회 모두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 협조하는 의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KICE•서귀포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계획을 하고 계신가요? 서귀포의 지리적 특성과 여건을 고려할 때 가장 주력 하고 있는 기초학력 사업은 무엇인가요?

강•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초·중학교는 총 60개교로 동지역 23개교, 읍면 지역 37개교입니다. 읍면 지역학교가 62%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별 균형적인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교별 맞춤형 기초·기본학력 향상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핵심 사업을 두 가지로 요약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한글 해득능력 향상을 위해 ‘맞춤형 읽기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 처음 우리 지원청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학생들의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크고 학생 및 교사 만족도가 높아서 2019년에는 제주도 전체로 확대됐습니다. 2019년 초등 1~2학년 대상 지원 학생 수는 57명이고, 2020년 초등 3학년까지 대상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째, 2020년 서귀포시교육 6대 핵심과제 중 1순위로 기초학력현장 지원을 위한 사업인 ‘기초학력 SOS(Seogwipo only One Support)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초학력 SOS 프로젝트는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 기초학력 향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와 우리 지원청이 함께 통합적인 지원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교과 영역에는 국어(읽기, 쓰기), 수학(기초수학)이 있습니다. 대상 학생의 부진 원인과 관련해 학습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생활, 정서 등 세부사항까지 고려해 전문적이고 통합적으로 진단해 개별 학생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하는 사업입니다.
또한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업무협력을 맺어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중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습 부진과 배움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번역 서비스, 심리 상담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KICE•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도·지원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사가 열의를 상실하거나 소진되는 모습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한 점검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가르치고 돕는 일이 대상(학생)을 망각한 채 이뤄지면, 자칫 하나의 업무가 돼버리거나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되지 않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 기초학력 향상 지도와 관련해서는 담임교사가 누구보다 대상 학생을 잘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으므로 담임교사 책임지도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과중 또는 지속적인 보살핌에 대한 부담으로 교사들이 열의를 상실할 것에 대비해 우리 지원청에서는 책임지도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기초학력 지도 분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초학력 SOS전문가팀, 디거념팀이 기초학력 분야 예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맞춤형 읽기 학습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읽기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언어치료학과 교수, 언어재활사 등 읽기 학습 전문가가 교사들에게 학생 이해 및 지도 방법과 관련한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개별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지도 방향을 설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며 지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은 언어재활사를 학교로 파견해 해당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치료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이 사업이 잘 정착된다면 지도 교사의 에너지 소진을 줄이고, 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KICE•기초학력이 부족해지는 다양한 원인 중 대부분은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열악한 가정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의 기초학력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워줘야 할 구멍이 너무 많아서 학교가 아무리 애를 써도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혹자는 가정의 영향이 99%, 학교의 영향이 1%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그 1%에 희망을 걸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초학력 지도·지원인 것 같습니다. 기초학력을 위한 학교의 노력이 그 1%의 씨앗을 제대로 만들어 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열심히 하는 학교를 돕기 위한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 기초학력 향상 지원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등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2020년 우리 지원청이 추진하는 신규 사업인 ‘기초학력 SOS 프로젝트’가 그러한 맥락에서 마련됐습니다. 학생에게는 컨설팅을 통한 맞춤형 학습 지원을, 교사에게는 맞춤형 지도방법 컨설팅 및 지도역량 강화 연수 지원을, 학부모에게는 학생 및 기초학력과 관련된 이해를 돕는 상담 등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통합적인 지원을 통해 개별 학생의 성장과 각 학교의 기초학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학부모 상담: 학부모 동의 또는 희망 시 지원청 Wee센터 연계 상담 지원).
특히 우리 제주도교육청은 교육복지특별자치도를 추구하면서 기초학력을 포함해 배움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여러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KICE•학교 현장에서 만났던 학생 중, 기억에 남는 기초학력이 부족했던 학생이 있나요?

강• 16년 전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을 때 만났던 여학생이 있습니다. 생김새는 야무진데,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 하고 불안해했으며 심지어 교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슬슬 놀려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당연히 학습에는 관심도 없고 기초학력도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학습 부진의 원인을 파악했는데, 이혼가정의 자녀로 가정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랑이 고픈 아이는 타인의 관심을 받고자 학교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게 됐고 심리적 미해결 과제로 인해 학교생활 부적응과 학습 부진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학교 엄마와 딸’이 되기로 약속을 하고 제 딸이 작아서 못 입게 된 옷이나 간식거리를 주는 등 애정과 관심을 줬더니 아이가 서서히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에 방과 후 학습도 지도 했는데, 아이가 점점 밝아지더니 공부를 성실히 해서 3학년으로 무사히 진급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3학년이 된 아이가 찾아와 ‘계속해서 학교 엄마라고 해도 되죠?, 자꾸 놀러와도 되죠?’라고 묻던 모습입니다. 학생의 심리 속 미해결 과제등 학습 부진의 원인을 잘 파악해서 맞춤형 지원과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KICE • KICE는 그간 국가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 함께 참여하시기도 했는데, 국가의 기초 학력 보장을 위해 향후 KICE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 는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20여 년 동안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관련 연구 및 정책 시행으로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습니다. 특히 기초학력 향상과 관련해서도 수많은 연구와 자료를 보급하며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초학력 향상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에 비춰 KICE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기초학력 보장 및 향상을 위해 국제 포럼 또는 찾아가는 국내 지역적 포럼을 개최해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으면 합니다. 실제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기초학력 업무담당자가 수시로 변경됨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교육현장에 혼란이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KICE의 부설기관으로 기초학력보장센터 유형의 기구를 설치해서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일관성과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연구와 발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ICE•교육장님께서는 한결같이 긍정적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따금 힘이 빠질 때 에너지를 충전하시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특히 부정적 신호를 차단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 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뜻합니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케렌시아로 삼습니다. 케렌시아를 찾은 소는 숨을 고르며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모읍니다. 투우장의 소에게 케렌시아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라면,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자신만의 휴식 공간을 케렌시아라고 합니다.
최근 제 케렌시아는 코로나19와 교육장의 역할로 힘들 때 찾는 제주의 숲들입니다. 특히 요즘 주말에 산수국이 만개한 사려니 숲에서 숨을 고르고 나면 참 힘이 납니다. 저처럼 자신만의 쉼터 또는 마음의 쉼터를 찾으며 힘을 내시면 코로나19도 잘 극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외면의 부정적 신호를 차단하는 저만의 방법은 ‘알아차림’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나 할까요.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매 순간 알아차림을 실천하게 됐는데, 삶의 전환점이 돼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행복해진 것 같습니다. 역시 대인관계든 가족관계든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KICE•마지막으로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광장>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무한히 사랑하세요. 심리학에서는 자아존중감이라고도 하죠.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신을 사랑하면서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게 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낼 동력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신을 소중히 대하다 보면 자기계발에 소홀할 수 없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또한 저절로 생겨나게 되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국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우리 모두 자신만의 케렌시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존감을 높이며 알아차림을 실천한다면 건강하고 지혜롭게 어려운 이시기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