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해다. 18세 선거연령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고 18세 고등학생들이 첫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국방, 노동 등 의무만 주어졌던 청소년들에게 주권자로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처음으로 투표하게 될 새내기 주권자라면
어떻게 해야 지혜롭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신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을까.

● 글. 이명옥 자유기고가

첫 선거의 설렘을 성숙한 민주주의로 이어가기 위한
지혜의 길라잡이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는 투표의 역사와 한국 정치사를 통해 투표의 올바른 기준과 가치를 가늠해보고 투표의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엮은 책이다. 저자 손석춘은 새내기들에게 투표의 지혜를 전하는 것부터 100세 시대 주권 행사의 길라잡이가 될 기본 안내서로 책을 구상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고 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주권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권리는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할 뿐 아니라 침해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개개인이 실천하며 지켜내야 자기 것이 된다. 힘들게 얻은 새내기의 첫 투표가 설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로 이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지혜를 발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지혜는 지식처럼 누군가 전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혜는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지식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실천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갈 때 더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투표를 성숙한 민주주의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표의 역사, 정파, 지역감정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나아가 모든 정파와 갈등을 넘어 민주시민으로 지켜나가야 할 가치를 지켜 지혜롭게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정의의 여신은 왜 저울과 칼을 쥐고 있을까?
투표권은 주권자로 첫걸음을 내딛는 소중한 권리다. 현대의 모든 국가는 피부색, 민족, 성별, 출신 지역, 거주지, 종교, 학력, 문자 해독 능력에 관계없이 특정 연령에 이른 사람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2018년 기준, 11개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만 18세 이상의 사람은 선거권을 가진다. 6개국(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니카라과)은 만 16세부터, 6개국(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수단, 남수단, 그리스, 북한)에서는 만 17세부터 선거권이 있다. 2020년 대한민국의 선거 연령은 만 18세 이상이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법 앞에 평등한 권리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투표권은 귀족, 부르주아,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일반 남성, 여성의 순으로 주어졌고 선거 연령도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법은 만인의 평등을 명시해 놓고 있지만 단 한 가지의 권리도 거저 주어지지않았다. 누군가 앞서 투쟁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권리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다.

어느 개인의 권리든 민족의 권리든 모든 권리는 그것의 주장을 위해서 끊임없는 투쟁 준비가 전제된다. 법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생동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는 권리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판과 다른 손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칼을 쥐고 있다.
– 본 책 240쪽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투표권도 지난한 권리 투쟁의 역사를 거쳐 피의 값으로 쟁취한 것이다. 18세 투표권 또한 수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투쟁해서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투표권을 허투루 사용하거나 선거날을 그저 노는 날로 치부하고 투표를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는 일,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자기결정권의 실체인 투표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준 사건은 “주권”을 전면에 내걸었던 ‘촛불혁명’입니다. 물론, ‘촛불혁명’도 내실을 기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겠지요.
진정한 주권과 행복 추구의 권리를 확보하는 길은 투표와 이어져 있습니다.
– 본 책 241쪽

다른 무엇보다 새내기들의 권리는 적극적으로 찾아 누리는 자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자기결정권인 투표를 통해서 더 나은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