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을 위한
교육과 돌봄의 방향

글. 김신중 경북 봉화 청량중학교 교장

영화 <덕구>는 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손가정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시골에 사는 70대 할아버지와 손자 덕구를 중심으로 전개해 가는 가족의 문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여미게 한다.
영화에서 읽을 수 있는 세대 차이에서 오는 따듯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할아버지가 아무리 잘해줘도 채울 수 없는 사랑의 빈자리는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조손가정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압축하는 듯한 덕구 할아버지의 대사, “할배는 최고로 잘해 줘도 안 되는 거가.”에서 손자녀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 절실함이 느껴진다. 이렇듯 조손가정의 손자녀에 대한 양육과 돌봄, 교육의 문제는 우리 삶의 저쪽에 있는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우리 시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조손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우리 교육은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교육의 방향을 찾아보고, 조손가정을 위한 교육적 돌봄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손 가정에서는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과 같은
키워드는 일부만 작동하므로
학교가 가정의 기능을 대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손가정의 조부모와 손자녀
조손가정은 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부모와 18세 미만의 손자녀로 구성된 가구를 말한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양육환경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손가정 수는 52,951가구이며, 총 가구원 수는 151,588명이다. 이중에서 28,997가구는 조부모와 미성년 손자녀로 구성됐고, 조부 또는 조모와 미성년 손자녀로 구성된 가구 수도 23,954가구나 된다. 또한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을 맡게 된 이유로 ‘부모의 이혼 및 재혼(53.2%), 부모의 가출 및 실종(14.7%), 부모의 질병 및 사망(11.4%), 부모의 실직 및 파산(7.6%)’ 등을 들고 있다. 통계에서 보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적지 않으며 조부모의 양육 이유의 대부분이 부모의 상실로 인한 가족 해체임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덕구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입히고 먹이기 위해 고깃집 불판닦이와 같은 각종 허드렛일을 하지만 덕구의 장난감 하나 사줄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이처럼 조손가정의 아동은 일반가정의 아동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통계로 보면 일반가정에서의 월 평균 생활비가 260만 원인 것에 비해 조손가정은 164.8만 원이다. 물질적·사회적 박탈 상태에 대한 조사에서도 조손가정의 수치는 일반가정에 비해 2.5배 높아 상당한 수준의 박탈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손가정은 경제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건강 악화도 심각하며, 외로움, 상실감 등과 같은 정서적 갈등이나 박탈감 또한 크다 할 것이다.
영화 ‘덕구’에서 주인공 덕구의 모습을 보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얼마나 부모를 그리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돌아온 엄마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천진한 웃음을 띠고 들판을 뛰어가는 덕구와 덕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덕구와 마찬가지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은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감과 두려움, 분노로 인해 정서 행동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행한 「아동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동들이 평균적으로 행복 및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비해 조손가정의 아동들은 경제적 곤란이나 심리적 위축, 영양 결핍 등으로 부정적 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덕구처럼 상실감과 그리움의 정서적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는 손자녀들도 있다.

전통적인 가정의 기능과 변화
가족의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휴식과 안정이 있는 따듯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머독(Murdok)은 ‘가정은 구성원이 모두 친밀한 하나의 사회적제도로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라고 했고 오그본(Ogborn)은 가정을 ‘사회의 다른 제도나 집단에서 수행하지 않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독특한 제도’라고 하면서 가정만이 교육, 오락, 종교, 신분, 보호, 양육적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단란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그리고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사람의 가장 거룩한 즐거움이다.”라고 역설했다. 머독과 오그본, 페스탈로치가 말하는 가정의 정의에서 키워드를 몇 개 골라낸다면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 등이다. 가정에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해 가고, 부모가 아동들을 양육하고 보호하며,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에는 단란함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가정의 본질적인 기능들이 가정의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변화되기도 하고, 맞벌이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교육이나 양육과 돌봄의 기능이 학교로 점차 옮겨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조손가정에서는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과 같은 키워드는 일부만 작동할 뿐, 학교가 가정의 기능을 대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손가정의 조부모와 손자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돌봄’과 ‘보호’라는 가정 본연의 기능도 여타 가정에 비하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강조되는 학교의 기능
학교는 한 사회의 대표적 공적 기관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계획된 내용에 따라 일정 기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을 말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협의의 의미만 지니고 있었으나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사회적 기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교의 기능이 점차 커지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면서 “학교가 본질적으로 교육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의 사회적 기능이 점차 확대되면서 더 커져만 가는 학교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학교의 기능 중에서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것이 돌봄의 기능이다. 학교는 부모와 같이 학생들을 양육하고 돌보면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먼저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므로 가족이 학생들을 돌볼수 없고 양육에 어려움이 있어 학교의 돌봄이 요구된다. 요즘 들어 가족의 유형이 점점 더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학교가 복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가족의 유형 중 소외된 가족,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점점 늘어나서 학교는 돌봄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연구 보고서인 「농촌 지역저소득 아동가구 복지 실태」(2020.2.)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 주목할 점은 조손가정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 가구 중 급여를 받는 가구가 16.2%인데 비해 조손가정의 생계 급여는 응답자의 50%가, 의료와 주거 급여는 62.5%, 교육 급여는 37.5%를 받고 있어, 농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조손가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취약함은 문화체험 활동이나 교육비 지출 부담,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지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의 경우에는 학교의 양육과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조부모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손자녀 관리 능력이 점차 떨어지며, 경제적으로 빈곤해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정에 대해 학교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학습 능력이 지체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체계적이면서도 교육과정과 연계한 돌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방과 후 학교나 질높은 교육활동이 제공돼 해체된 교육의 빈자리를 채워 줄 필요가 있다.

학교가 제공하는 돌봄 프로그램
학교는 조손가정에게 따듯한 가정이 돼야 한다. 따듯한 가정은 먼저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따듯함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적인 복지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으므로 차치하더라도 학교는 따듯함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학교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선생님과 학년을 고루 섞어, 교사 1명, 학생 3명을 단위로 한 가정을 구성하고 부모와 자녀 역할을 맡으면서 가족 공동체를 운영한다.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가정을 통해 조손가정 손자녀들은 가족 해체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해 가정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면서 학생들을 지지해 주고 생활 회복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므로 학교가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조손가정의 학생을 돌보는 복지도 점차 확대돼 가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청에 따라 기준이나 운영이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취약계층 학생이 밀집한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복지사를 배정해 교육복지우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90명의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전체 450여 학교 중 중학교 44개교, 고등학교 41개교를 지원해 취약계층 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러나 교육복지사가 배정돼 운영되고 있는 학교 수는 전체 학교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실정이다. 사실 선생님들에게 생활교육에 더해 돌봄 교육까지 책임 지운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기에 제도적으로 교육복지사 채용을 확대해 학교 복지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에 대한 돌봄은 함께 감당하되 제도적인 접근이나 프로그램 운영은 교육복지사가 운영하게 되면 더욱 체계적인 돌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 대안, 기숙형 중학교
농촌 지역의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소규모 학교가 늘어감에 따라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많아졌다. 기숙형 중학교에서는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중학교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적정 규모 이상의 학생을 확보하고, 대부분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교생활을 한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며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학교, 야간 방과 후 학교,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일반 중학교와는 다른 기숙형 중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교육비, 방과 후 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비, 재료비, 체험학습 경비, 기숙사 운영비 등 대부분의 교육활동비가 통·폐합 학교 지원기금으로 충당돼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기숙형 중학교는 교육비 지출과 문화체험활동의 열악함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3식 급식을 제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양질의 강사를 채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조손가정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숙형 중학교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먼저 조손가정 학생들이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해 생활의 어려움에서 겪지 않을 수 있고, 개별화 학습이나 맞춤형 방과 후 학습을 제공해 지적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상담과 생활 교육을 강화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함으로써 ‘가족’을 느끼며 생활하게 한다.

이별은 항상 훅 하고 옵니다
영화 ‘덕구’의 포스터에 쓰인 문구다. 조손가정의 손자녀들 에게 이별은 ‘훅 하고’ 갑자기 찾아온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훅 하고 오더니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이별도 훅 하고 찾아올 수 있다. 어른들에게도 이별은 힘들고 아픈 것이지만 어린 학생 들에게 연이어 찾아오는 이별은 공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크나큰 상실감이나 슬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학교는 이렇게 이별에 익숙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을 외 면할 수 없다. 이별의 빈자리는 다른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인 대책을 세워 빈곤한 가정생활에서 벗 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 이 차려주는 밥상 같은 따듯함을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느 낄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손가정의 학 생들이 더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학교 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따듯한 돌봄이 학교에서 이뤄 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이홍직(2007). 조손가정에 관한 고찰. 스트레스 硏究(제15권 제4호).

  • 허민숙(2020).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미국의 네비게이터 프로그램 운영사례 및 시사점. 국회입법조사처.

  • 엄진영,안석,김윤진(2020). 농촌 지역 저소득 가구의 아동 복지 실태와 정책 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신중
경북 봉화 청량중학교 교장

2017년 기숙사형 중학교인 청량중학교가 개교할 때부터 부임해 근무하고 있으며,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둥근 밥상』과 『집에 돌아와 불을 켜다』 등이 있다.

조손가정을 위한
교육과 돌봄의 방향

글. 김신중 경북 봉화 청량중학교 교장

영화 <덕구>는 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손가정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시골에 사는 70대 할아버지와 손자 덕구를 중심으로 전개해 가는 가족의 문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여미게 한다.
영화에서 읽을 수 있는 세대 차이에서 오는 따듯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할아버지가 아무리 잘해줘도 채울 수 없는 사랑의 빈자리는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조손가정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압축하는 듯한 덕구 할아버지의 대사, “할배는 최고로 잘해 줘도 안 되는 거가.”에서 손자녀에 대한 사랑과 안타까움, 절실함이 느껴진다. 이렇듯 조손가정의 손자녀에 대한 양육과 돌봄, 교육의 문제는 우리 삶의 저쪽에 있는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우리 시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조손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우리 교육은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교육의 방향을 찾아보고, 조손가정을 위한 교육적 돌봄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손 가정에서는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과 같은
키워드는 일부만 작동하므로
학교가 가정의 기능을 대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손가정의 조부모와 손자녀
조손가정은 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부모와 18세 미만의 손자녀로 구성된 가구를 말한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양육환경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손가정 수는 52,951가구이며, 총 가구원 수는 151,588명이다. 이중에서 28,997가구는 조부모와 미성년 손자녀로 구성됐고, 조부 또는 조모와 미성년 손자녀로 구성된 가구 수도 23,954가구나 된다. 또한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을 맡게 된 이유로 ‘부모의 이혼 및 재혼(53.2%), 부모의 가출 및 실종(14.7%), 부모의 질병 및 사망(11.4%), 부모의 실직 및 파산(7.6%)’ 등을 들고 있다. 통계에서 보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적지 않으며 조부모의 양육 이유의 대부분이 부모의 상실로 인한 가족 해체임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덕구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입히고 먹이기 위해 고깃집 불판닦이와 같은 각종 허드렛일을 하지만 덕구의 장난감 하나 사줄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이처럼 조손가정의 아동은 일반가정의 아동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통계로 보면 일반가정에서의 월 평균 생활비가 260만 원인 것에 비해 조손가정은 164.8만 원이다. 물질적·사회적 박탈 상태에 대한 조사에서도 조손가정의 수치는 일반가정에 비해 2.5배 높아 상당한 수준의 박탈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손가정은 경제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건강 악화도 심각하며, 외로움, 상실감 등과 같은 정서적 갈등이나 박탈감 또한 크다 할 것이다.
영화 ‘덕구’에서 주인공 덕구의 모습을 보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얼마나 부모를 그리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돌아온 엄마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천진한 웃음을 띠고 들판을 뛰어가는 덕구와 덕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덕구와 마찬가지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은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허탈감과 두려움, 분노로 인해 정서 행동에서 문제를 보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행한 「아동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동들이 평균적으로 행복 및 삶의 만족을 느끼는 데 비해 조손가정의 아동들은 경제적 곤란이나 심리적 위축, 영양 결핍 등으로 부정적 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덕구처럼 상실감과 그리움의 정서적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는 손자녀들도 있다.

전통적인 가정의 기능과 변화
가족의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휴식과 안정이 있는 따듯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머독(Murdok)은 ‘가정은 구성원이 모두 친밀한 하나의 사회적제도로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라고 했고 오그본(Ogborn)은 가정을 ‘사회의 다른 제도나 집단에서 수행하지 않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독특한 제도’라고 하면서 가정만이 교육, 오락, 종교, 신분, 보호, 양육적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단란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그리고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사람의 가장 거룩한 즐거움이다.”라고 역설했다. 머독과 오그본, 페스탈로치가 말하는 가정의 정의에서 키워드를 몇 개 골라낸다면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 등이다. 가정에서 사회적 존재로 성장해 가고, 부모가 아동들을 양육하고 보호하며,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과정에는 단란함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가정의 본질적인 기능들이 가정의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변화되기도 하고, 맞벌이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교육이나 양육과 돌봄의 기능이 학교로 점차 옮겨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조손가정에서는 사회화, 양육과 보호, 단란함과 같은 키워드는 일부만 작동할 뿐, 학교가 가정의 기능을 대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손가정의 조부모와 손자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돌봄’과 ‘보호’라는 가정 본연의 기능도 여타 가정에 비하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강조되는 학교의 기능
학교는 한 사회의 대표적 공적 기관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계획된 내용에 따라 일정 기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을 말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협의의 의미만 지니고 있었으나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사회적 기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교의 기능이 점차 커지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면서 “학교가 본질적으로 교육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의 사회적 기능이 점차 확대되면서 더 커져만 가는 학교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학교의 기능 중에서 최근에 많이 언급되는 것이 돌봄의 기능이다. 학교는 부모와 같이 학생들을 양육하고 돌보면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먼저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므로 가족이 학생들을 돌볼수 없고 양육에 어려움이 있어 학교의 돌봄이 요구된다. 요즘 들어 가족의 유형이 점점 더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학교가 복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가족의 유형 중 소외된 가족,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점점 늘어나서 학교는 돌봄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연구 보고서인 「농촌 지역저소득 아동가구 복지 실태」(2020.2.)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 주목할 점은 조손가정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 가구 중 급여를 받는 가구가 16.2%인데 비해 조손가정의 생계 급여는 응답자의 50%가, 의료와 주거 급여는 62.5%, 교육 급여는 37.5%를 받고 있어, 농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조손가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취약함은 문화체험 활동이나 교육비 지출 부담,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지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의 경우에는 학교의 양육과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조부모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손자녀 관리 능력이 점차 떨어지며, 경제적으로 빈곤해 어려움을 겪는 조손가정에 대해 학교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학습 능력이 지체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체계적이면서도 교육과정과 연계한 돌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방과 후 학교나 질높은 교육활동이 제공돼 해체된 교육의 빈자리를 채워 줄 필요가 있다.

학교가 제공하는 돌봄 프로그램
학교는 조손가정에게 따듯한 가정이 돼야 한다. 따듯한 가정은 먼저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따듯함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적인 복지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으므로 차치하더라도 학교는 따듯함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학교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선생님과 학년을 고루 섞어, 교사 1명, 학생 3명을 단위로 한 가정을 구성하고 부모와 자녀 역할을 맡으면서 가족 공동체를 운영한다.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가정을 통해 조손가정 손자녀들은 가족 해체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해 가정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면서 학생들을 지지해 주고 생활 회복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므로 학교가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조손가정의 학생을 돌보는 복지도 점차 확대돼 가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청에 따라 기준이나 운영이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취약계층 학생이 밀집한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복지사를 배정해 교육복지우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90명의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전체 450여 학교 중 중학교 44개교, 고등학교 41개교를 지원해 취약계층 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러나 교육복지사가 배정돼 운영되고 있는 학교 수는 전체 학교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실정이다. 사실 선생님들에게 생활교육에 더해 돌봄 교육까지 책임 지운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기에 제도적으로 교육복지사 채용을 확대해 학교 복지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에 대한 돌봄은 함께 감당하되 제도적인 접근이나 프로그램 운영은 교육복지사가 운영하게 되면 더욱 체계적인 돌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 대안, 기숙형 중학교
농촌 지역의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소규모 학교가 늘어감에 따라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많아졌다. 기숙형 중학교에서는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중학교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적정 규모 이상의 학생을 확보하고, 대부분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교생활을 한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며 학교 수업과 방과 후 학교, 야간 방과 후 학교,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지는 하루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일반 중학교와는 다른 기숙형 중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교육비, 방과 후 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비, 재료비, 체험학습 경비, 기숙사 운영비 등 대부분의 교육활동비가 통·폐합 학교 지원기금으로 충당돼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기숙형 중학교는 교육비 지출과 문화체험활동의 열악함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3식 급식을 제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양질의 강사를 채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조손가정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숙형 중학교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먼저 조손가정 학생들이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해 생활의 어려움에서 겪지 않을 수 있고, 개별화 학습이나 맞춤형 방과 후 학습을 제공해 지적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상담과 생활 교육을 강화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함으로써 ‘가족’을 느끼며 생활하게 한다.

이별은 항상 훅 하고 옵니다
영화 ‘덕구’의 포스터에 쓰인 문구다. 조손가정의 손자녀들 에게 이별은 ‘훅 하고’ 갑자기 찾아온다. 부모님과의 이별도 훅 하고 오더니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이별도 훅 하고 찾아올 수 있다. 어른들에게도 이별은 힘들고 아픈 것이지만 어린 학생 들에게 연이어 찾아오는 이별은 공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크나큰 상실감이나 슬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학교는 이렇게 이별에 익숙한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을 외 면할 수 없다. 이별의 빈자리는 다른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인 대책을 세워 빈곤한 가정생활에서 벗 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 이 차려주는 밥상 같은 따듯함을 조손가정의 손자녀들이 느 낄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손가정의 학 생들이 더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학교 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따듯한 돌봄이 학교에서 이뤄 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이홍직(2007). 조손가정에 관한 고찰. 스트레스 硏究(제15권 제4호).

  • 허민숙(2020).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미국의 네비게이터 프로그램 운영사례 및 시사점. 국회입법조사처.

  • 엄진영,안석,김윤진(2020). 농촌 지역 저소득 가구의 아동 복지 실태와 정책 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신중
경북 봉화 청량중학교 교장

2017년 기숙사형 중학교인 청량중학교가 개교할 때부터 부임해 근무하고 있으며,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둥근 밥상』과 『집에 돌아와 불을 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