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글.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이 멈추고, 기후변화로 인해 길어진 장마와 극심해진 폭염 등 극한 기상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지구와 우리 사회는 우리의 삶을 언제까지 지탱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온 방식 중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근 국내외 교육 관련 문서와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문서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 즉, 변혁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유네스코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 for 2030) 문서에서는 UN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핵심적이며, 교육계와 사회의 큰 변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변혁은 개인의 변혁적 실행, 사회 구조의 변혁, 첨단 기술이 지원해 주는 미래를 통해 가능하다.(UNESCO, 2020) 한편 OECD 나침반 2030이라고 지칭되는 OECD 학습 프레임워크(OECD, 2018; OECD, 2019)에서는 미래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1)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습자가 변혁적 역량과 행위주체성을 가지고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을 추구하는 노력은 지속가능발전목표와도 긴밀히 연계된다. 지난 4월 개최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차기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에서는 2022년 개정될 차기교육과정의 개정 기본 원칙 4가지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 강화’를 포함하고, 생태전환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을 명시하여,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반영한 실제 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성찰과 변혁을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개괄하고 이를 학교 교육의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여러 영역에서 탐색해 보고자 한다.

1) OECD 문서에는 individual & collective wellbeing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웰빙 또는 개인과 집단의 웰빙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 collective라는 표현에는 친구, 사회, 지구까지도 포함하여 공동체로 번역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발전교육2)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육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실천 전략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관, 역량, 그리고 비전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지속가능발전 혼용)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WCED, 1987)’으로 처음 정의되었다. 여러 국제 회의와 논의를 거치면서 그 의미는 다소 변화하였으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즉, 세대 간, 세대 내, 생물 종 간 형평성에 대한 강조가 핵심적이며, 경제 발전과 성장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환경과 생태의 건강과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평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아이디어와 원리에 기반을 둔 학습 과정(또는 교육적 접근)으로, 질 높은 교육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모든 수준과 모든 형태의 학습 – 앎을 위한 학습, 됨을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 개인과 사회의 변혁을 위한 학습 – 을 포함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하고자 하는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하나인 목표 4 ‘양질의 교육’ 안에 설정되어 있으며, 동시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다른 16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이행 수단으로 또는 여러 목표 영역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역량들(UNESCO, 2017)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스템 사고 역량, 미래 예측 역량, 규범 역량, 협력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 자기인식 역량,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수자로부터 학습자로 향하는 일방향 교육 이외에도 쌍방향 의사소통, 여러 방향의 정보교환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 작용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특히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는 사회적 학습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학습은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이 모인 가운데 저마다 각기 다른, 때로는 서로 상반되는 관점을 드러내고 통합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며,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다른 사람이나 조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학습은 단순한 개인이나 조직의 모임을, 공동의 목적을 가지는 하나의 공동체 혹은 집단으로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2) 이 부분은 이선경(2021), 이선경 외(2021), 이선경 외(2016) 등 필자가 여러 지면과 보고서에 포함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의 성격에 맞게 발췌, 수정 및 정리함.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방안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다양한 층위와 영역으로 접근 가능하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교수·학습의 장이기도 하지만, 학교운영을 위한 의사결정과 물리적인 시설 관리 등이 이루어지는 작은 사회가 되기도 하며,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를 위한 질적 준거를 제안했던 국제환경교육네트워크인 ENSI(Environment and School Initiatives)는 이를 교수·학습과정, 학교 정책과 조직, 학교와 외부와의 관계 등으로 구분하였으며(Breiting et al., 2005), 이선경 외(2016)에서는 이를 교육내용, 교수·학습,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 학교 시설 관리, 지역사회 파트너십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각 영역별로 가능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해 보자.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우리나라처럼 국가교육과정 문서의 지위가 높고 학교나 교사의 자율성이 크게 작용하기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내용은 학교 교육을 형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문서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환경문제, 불평등 문제 등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이자 공동의 해법이 필요한 문제 영역이며, 학습자들의 환경권 차원에서도 반드시 다루어야 할 영역이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이선경 외, 2019; 김남수 외, 2020)3). 먼저 교육과정 총론에서의 반영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며 추구하는 인간상으로는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대상에 인간 이외의 자연 또는 환경은 포함되지 않으며, 다른 인간상에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 등의 표현은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차기 교육과정 총론의 추구하는 인간상에 환경 및 지구생태시스템에 대한 보호와 존중,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사람 등의 내용을 포함할 수 있으며, ‘지구생태시민’ 등을 적시할 수도 있다. 개정될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에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역량을 포함할 수도 있다. 시스템 사고 역량, 미래 예측 역량, 규범 역량, 협력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 자기인식 역량,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 등을 핵심 역량과 연계하거나 추가할 수 있으며, 환경의식이나 생명 존중 등을 포함하는 ‘생태감수성’이나 ‘환경소양’, ‘지속가능성 소양’ 등을 제시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에서 10개로 제시된 범교과학습 주제를 좀 더 축소하고 내실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은 핵심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참고로 대만의 경우는 교육과정에 환경, 인권, 성평등, 해양교육의 4가지 범교과학습 주제를, 호주의 경우는 호주와 아시아, 원주민, 지속가능성의 3가지 범교과학습 주제를 가진다.

호주의 경우는 이 ‘지속가능성’을 각 교과와 학교급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바덴 뷔르템부르크 주에서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중요한 지도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고 이를 여러 교과교육보다 상위에 두었다. 교육과정 총론과 더불어 각 교과 교육과정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내용과 역량 및 교수학습적 접근을 포함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과, 과학과, 도덕과, 실과/기술·가정과, 국어과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각 교과에서의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은 주로 지식이 강조되고 있으며, 태도·가치, 역량, 참여와 실천 등은 매우 빈약하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등의 통합 교과목에서는 이들 내용이 다른 학교급이나 다른 과목에 비해 좀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여러 교과의 고유 특성과 주안점을 고려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을 통합하거나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과의 경우 지구생태계지식에 대한 탐구에 그친 현재의 교육과정 내용에서 나아가 지속가능발전, 시스템, 에너지 등의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내용 구성, 사회와 관련된 환경·과학쟁점(SESI)의 도입, 융복합교육(STEAM) 등과의 연계를 통해 다른 교과와 연계 등이 시도되면 좋을 것이다. 각 교육청 또는 학교 수준에서는 고교학점제 등을 이용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가능한 교과목을 개설 및 학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4), 기존 교과목의 성취기준 등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는 학년별 교사학습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교육과정을 소폭 또는 대폭 재구성하는 경우는 종종 발견되며5), 교수·학습의 과정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경험은 교사들의 교육과정 문해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OECD 교육 2030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사 행위주체성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3) 2015 교육과정에서의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내용 분석 및 차기 교육과정에의 반영 방안 관련된 내용은 이선경 외(2019), 이선경(2021), 김남수 외(2020) 등에서 수행된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음.
4) 고교학점제 등을 이용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주제를 탐구한 사례는 충북의 S고등학교에서 보고된 바 있다.
5)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는 종종 발견되며, 충북의 S 초등학교 사례는 매우 우수하다.

교수·학습과 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교수·학습적 접근이 시도될 수 있다. 강의, 실험, 토론 등 전통적인 교수·학습도 가능하며, 역할놀이, 사례 연구, 프로젝트접근법 등 비교적 혁신적인 교수·학습도 가능하다. ENSI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질적 준거(Breiting et al., 2005)에서는 교수·학습 범주에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과 과정을 사용하기,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학교 내외의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미래에 대해 비전을 가지고 꿈꿔보는 등 미래에 대한 관점 포함하기, 복잡성 고려하기, 비판적 사고와 낙관적 언어의 사용·가치명료화·실행에 기반하기, 참여 중심 교과와 관련시키기 등을 제안한다. 이러한 교수·학습 접근은 지속가능발전교육과 관련성이 큰 교육 내용을 다루는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특성과 관련하여 제시한 교육의 형태 중 사회적 학습의 과정에 주목한다면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행위주체자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학교 안과 학교밖의 실제 쟁점과 만날 기회, 문제를 탐구할 기회,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울 기회, 실제 해결에 참여하여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단기적·장기적 프로젝트 학습, 안내되거나 또는 개방적인 프로젝트 수행, 지역사회 쟁점 탐구 등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과 지속가능발전교육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 이외에 교내 구성원들이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풍토나 거버넌스 등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사회로 학교에서의 민주적인 분위기는 학교운영을 위한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실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쟁점이나 문제와 관련된 학교 현황을 검토하고 분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학교와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고 비전을 만들고 이를 소통하고 공유하며, 실행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은 물론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변화의 주체로 기여하는 행위주체자가 되게 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참여의 경험은 추후 사회에서의 크고 작은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지역 교육청을 중심으로 실행이 되고 있는 혁신학교들에서는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에서의 참여와 생태나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교육과정 개선, 마을공동체와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학교 시설 관리 영역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는 빌딩과 운동장, 학교숲 등의 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냉난방, 건물 밖의 공간, 나무와 숲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 등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다. 학교에서의 물리적 공간, 특히 야외공간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진 영국의 LTLT(Learning through Landscape Trust)와 한국의 학교숲운동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학교라는 점에 주목하고, 학교숲을 교육과 연계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한다. 학교숲은 환경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에 있어서도 중요한 맥락이자 소재, 또는 주제로 기여할 수 있다. 과학, 사회, 수학, 미술, 국어 등 여러 교과에서 연계된 교육도 가능하며, 전기와 물과 에너지의 사용, 단열재, 빗물의 사용과 처리, 하수의 처리 등은 모두 학교 시설 관리의 영역인 동시에 학습에 사용될 수 있다. 서울의 S 중학교의 경우 학교에서의 전기 사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학생들의 모임은 학교 축제 기획 및 운영 등 학생 자치 활동으로 이어져,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데도 기여하기도 하였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최근 시도되고 있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이러한 학교시설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개선과 운영이 첨단기기를 사용하는 스마트 교육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사례들을 통해서 물 사용과 에너지 사용, 건축과 단열재, 기후변화 등이 학습과 연계되고, 이를 조성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가 기반이 되어, 단순히 노후된 시설 개선에만 집중되지 않고, 학교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파트너십 영역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역사회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기반이 되며 때로는 탐구해야 할 대상으로, 배운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장으로, 학교가 가지지 않은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원천으로, 때로는 쟁점을 가진 사회로 존재하고 기여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숨 쉬고 살아가는 삶의 맥락이 되며 변혁을 경험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도 지역사회도 변화될 수 있으며 교육의 질도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증진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지역사회 속에서 교육공유지로서 기여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학교가 문을 닫아도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연계해 주는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있다면,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육내용, 교수·학습, 학교 정책과 운영, 학교시설 관리,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될 수 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수행하고자 할 경우 교수· 학습 또는 학교시설 관리 등에서 시작할 수 있고, 이들은 지속가능성을 향해 가는 진입로처럼 작용할 수 있다. 교육과정 또는 학교 정책과 운영 또는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등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진입로가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다른 영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어느새 지속가능성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풍토가 학교 내외에 퍼져있을 것이고,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좀 더 빨리 가능하게 하려면 학교 안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과 또는 학생들과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수행하고 공유해 볼 수 있다.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나아가 학교의 지속가능성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개최되었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선언문의 말미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람과 지구를 위한 변혁적 학습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지금이 바로 배우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 김남수, 주형선, 이선경(2020).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의 관점에서 본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진단 및 차기 교육과정 개선안 제안. 환경교육, 33(4), 425-442.

  • 이선경, 김남수, 현명주(2016). 유네스코 이념의 교육과정 반영을 위한 연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 이선경, 김남수, 주형선, 곽영순, 박윤경, 박형빈, 서우석, 전푸름(2019). 2019 차기 국가교육과정에서의 환경교육 강화 전략 연구. 환경부.

  • 이선경(2021).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서울교육 2021년 여름호.

  • 이선경, 김남수, 이은주, 주형선, 곽영순, 박윤경, 박형빈, 염은열, 최지연, 전푸름, 박민경, 현명주(2021). 차기 교육과정·고교학점제 대비 환경교육 자료 개발 및 강화 방안 연구. 환경부.

  • Breiting, S., Michela, M. and Mogensen, F.(2005), Quality Criteria for ESDSchools.
    Guidelines to enhance the quality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ustrian Federal Minis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Culture.

  • OECD(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 Education 2030. Paris: OECD.

  • OECD(2019). OECD Learning Compass 2030 concept note. Paris: OECD.

  • UNESCO(2017).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earning objectives. Paris, UNESCO.

  • UNESCO(2020).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 roadmap. Paris: UNESCO.

  • WCED(1987). Our Common Future. WCED.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한국위원회 위원장, 환경부 환경교육진흥위원회 민간위원장,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속가능발전교육10년’ 등이 있다.

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글.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이 멈추고, 기후변화로 인해 길어진 장마와 극심해진 폭염 등 극한 기상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지구와 우리 사회는 우리의 삶을 언제까지 지탱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온 방식 중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근 국내외 교육 관련 문서와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문서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 즉, 변혁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유네스코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 for 2030) 문서에서는 UN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핵심적이며, 교육계와 사회의 큰 변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변혁은 개인의 변혁적 실행, 사회 구조의 변혁, 첨단 기술이 지원해 주는 미래를 통해 가능하다.(UNESCO, 2020) 한편 OECD 나침반 2030이라고 지칭되는 OECD 학습 프레임워크(OECD, 2018; OECD, 2019)에서는 미래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1)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습자가 변혁적 역량과 행위주체성을 가지고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인과 공동체의 웰빙을 추구하는 노력은 지속가능발전목표와도 긴밀히 연계된다. 지난 4월 개최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차기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에서는 2022년 개정될 차기교육과정의 개정 기본 원칙 4가지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 강화’를 포함하고, 생태전환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을 명시하여,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가시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반영한 실제 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성찰과 변혁을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개괄하고 이를 학교 교육의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학교 교육을 구성하는 여러 영역에서 탐색해 보고자 한다.

1) OECD 문서에는 individual & collective wellbeing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웰빙 또는 개인과 집단의 웰빙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 collective라는 표현에는 친구, 사회, 지구까지도 포함하여 공동체로 번역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발전교육2)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육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실천 전략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관, 역량, 그리고 비전을 가지고 실천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지속가능발전 혼용)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WCED, 1987)’으로 처음 정의되었다. 여러 국제 회의와 논의를 거치면서 그 의미는 다소 변화하였으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 즉, 세대 간, 세대 내, 생물 종 간 형평성에 대한 강조가 핵심적이며, 경제 발전과 성장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환경과 생태의 건강과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평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아이디어와 원리에 기반을 둔 학습 과정(또는 교육적 접근)으로, 질 높은 교육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모든 수준과 모든 형태의 학습 – 앎을 위한 학습, 됨을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 개인과 사회의 변혁을 위한 학습 – 을 포함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하고자 하는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하나인 목표 4 ‘양질의 교육’ 안에 설정되어 있으며, 동시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다른 16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이행 수단으로 또는 여러 목표 영역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함께 배우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역량들(UNESCO, 2017)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스템 사고 역량, 미래 예측 역량, 규범 역량, 협력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 자기인식 역량,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수자로부터 학습자로 향하는 일방향 교육 이외에도 쌍방향 의사소통, 여러 방향의 정보교환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 작용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특히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는 사회적 학습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학습은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개인이 모인 가운데 저마다 각기 다른, 때로는 서로 상반되는 관점을 드러내고 통합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며,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하며 다른 사람이나 조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학습은 단순한 개인이나 조직의 모임을, 공동의 목적을 가지는 하나의 공동체 혹은 집단으로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2) 이 부분은 이선경(2021), 이선경 외(2021), 이선경 외(2016) 등 필자가 여러 지면과 보고서에 포함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의 성격에 맞게 발췌, 수정 및 정리함.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방안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다양한 층위와 영역으로 접근 가능하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교수·학습의 장이기도 하지만, 학교운영을 위한 의사결정과 물리적인 시설 관리 등이 이루어지는 작은 사회가 되기도 하며,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를 위한 질적 준거를 제안했던 국제환경교육네트워크인 ENSI(Environment and School Initiatives)는 이를 교수·학습과정, 학교 정책과 조직, 학교와 외부와의 관계 등으로 구분하였으며(Breiting et al., 2005), 이선경 외(2016)에서는 이를 교육내용, 교수·학습,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 학교 시설 관리, 지역사회 파트너십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각 영역별로 가능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해 보자.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우리나라처럼 국가교육과정 문서의 지위가 높고 학교나 교사의 자율성이 크게 작용하기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내용은 학교 교육을 형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문서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환경문제, 불평등 문제 등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이자 공동의 해법이 필요한 문제 영역이며, 학습자들의 환경권 차원에서도 반드시 다루어야 할 영역이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이선경 외, 2019; 김남수 외, 2020)3). 먼저 교육과정 총론에서의 반영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며 추구하는 인간상으로는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대상에 인간 이외의 자연 또는 환경은 포함되지 않으며, 다른 인간상에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 등의 표현은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차기 교육과정 총론의 추구하는 인간상에 환경 및 지구생태시스템에 대한 보호와 존중,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사람 등의 내용을 포함할 수 있으며, ‘지구생태시민’ 등을 적시할 수도 있다. 개정될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에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역량을 포함할 수도 있다. 시스템 사고 역량, 미래 예측 역량, 규범 역량, 협력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 자기인식 역량,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 등을 핵심 역량과 연계하거나 추가할 수 있으며, 환경의식이나 생명 존중 등을 포함하는 ‘생태감수성’이나 ‘환경소양’, ‘지속가능성 소양’ 등을 제시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에서 10개로 제시된 범교과학습 주제를 좀 더 축소하고 내실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은 핵심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참고로 대만의 경우는 교육과정에 환경, 인권, 성평등, 해양교육의 4가지 범교과학습 주제를, 호주의 경우는 호주와 아시아, 원주민, 지속가능성의 3가지 범교과학습 주제를 가진다.

호주의 경우는 이 ‘지속가능성’을 각 교과와 학교급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바덴 뷔르템부르크 주에서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중요한 지도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고 이를 여러 교과교육보다 상위에 두었다. 교육과정 총론과 더불어 각 교과 교육과정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내용과 역량 및 교수학습적 접근을 포함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과, 과학과, 도덕과, 실과/기술·가정과, 국어과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각 교과에서의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은 주로 지식이 강조되고 있으며, 태도·가치, 역량, 참여와 실천 등은 매우 빈약하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등의 통합 교과목에서는 이들 내용이 다른 학교급이나 다른 과목에 비해 좀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여러 교과의 고유 특성과 주안점을 고려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내용을 통합하거나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과의 경우 지구생태계지식에 대한 탐구에 그친 현재의 교육과정 내용에서 나아가 지속가능발전, 시스템, 에너지 등의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내용 구성, 사회와 관련된 환경·과학쟁점(SESI)의 도입, 융복합교육(STEAM) 등과의 연계를 통해 다른 교과와 연계 등이 시도되면 좋을 것이다. 각 교육청 또는 학교 수준에서는 고교학점제 등을 이용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이 가능한 교과목을 개설 및 학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4), 기존 교과목의 성취기준 등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는 학년별 교사학습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교육과정을 소폭 또는 대폭 재구성하는 경우는 종종 발견되며5), 교수·학습의 과정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경험은 교사들의 교육과정 문해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OECD 교육 2030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사 행위주체성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3) 2015 교육과정에서의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내용 분석 및 차기 교육과정에의 반영 방안 관련된 내용은 이선경 외(2019), 이선경(2021), 김남수 외(2020) 등에서 수행된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음.
4) 고교학점제 등을 이용하여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주제를 탐구한 사례는 충북의 S고등학교에서 보고된 바 있다.
5)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는 종종 발견되며, 충북의 S 초등학교 사례는 매우 우수하다.

교수·학습과 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교수·학습적 접근이 시도될 수 있다. 강의, 실험, 토론 등 전통적인 교수·학습도 가능하며, 역할놀이, 사례 연구, 프로젝트접근법 등 비교적 혁신적인 교수·학습도 가능하다. ENSI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질적 준거(Breiting et al., 2005)에서는 교수·학습 범주에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과 과정을 사용하기,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학교 내외의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미래에 대해 비전을 가지고 꿈꿔보는 등 미래에 대한 관점 포함하기, 복잡성 고려하기, 비판적 사고와 낙관적 언어의 사용·가치명료화·실행에 기반하기, 참여 중심 교과와 관련시키기 등을 제안한다. 이러한 교수·학습 접근은 지속가능발전교육과 관련성이 큰 교육 내용을 다루는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의 특성과 관련하여 제시한 교육의 형태 중 사회적 학습의 과정에 주목한다면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행위주체자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학교 안과 학교밖의 실제 쟁점과 만날 기회, 문제를 탐구할 기회,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울 기회, 실제 해결에 참여하여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단기적·장기적 프로젝트 학습, 안내되거나 또는 개방적인 프로젝트 수행, 지역사회 쟁점 탐구 등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과 지속가능발전교육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 이외에 교내 구성원들이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풍토나 거버넌스 등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사회로 학교에서의 민주적인 분위기는 학교운영을 위한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실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쟁점이나 문제와 관련된 학교 현황을 검토하고 분석하고, 이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학교와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고 비전을 만들고 이를 소통하고 공유하며, 실행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은 물론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변화의 주체로 기여하는 행위주체자가 되게 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참여의 경험은 추후 사회에서의 크고 작은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지역 교육청을 중심으로 실행이 되고 있는 혁신학교들에서는 학교운영 및 의사결정에서의 참여와 생태나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교육과정 개선, 마을공동체와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학교 시설 관리 영역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학교는 빌딩과 운동장, 학교숲 등의 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냉난방, 건물 밖의 공간, 나무와 숲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 등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다. 학교에서의 물리적 공간, 특히 야외공간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진 영국의 LTLT(Learning through Landscape Trust)와 한국의 학교숲운동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학교라는 점에 주목하고, 학교숲을 교육과 연계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한다. 학교숲은 환경교육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에 있어서도 중요한 맥락이자 소재, 또는 주제로 기여할 수 있다. 과학, 사회, 수학, 미술, 국어 등 여러 교과에서 연계된 교육도 가능하며, 전기와 물과 에너지의 사용, 단열재, 빗물의 사용과 처리, 하수의 처리 등은 모두 학교 시설 관리의 영역인 동시에 학습에 사용될 수 있다. 서울의 S 중학교의 경우 학교에서의 전기 사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학생들의 모임은 학교 축제 기획 및 운영 등 학생 자치 활동으로 이어져,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데도 기여하기도 하였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최근 시도되고 있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이러한 학교시설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개선과 운영이 첨단기기를 사용하는 스마트 교육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사례들을 통해서 물 사용과 에너지 사용, 건축과 단열재, 기후변화 등이 학습과 연계되고, 이를 조성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가 기반이 되어, 단순히 노후된 시설 개선에만 집중되지 않고, 학교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파트너십 영역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역사회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기반이 되며 때로는 탐구해야 할 대상으로, 배운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장으로, 학교가 가지지 않은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원천으로, 때로는 쟁점을 가진 사회로 존재하고 기여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숨 쉬고 살아가는 삶의 맥락이 되며 변혁을 경험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 학교 교육도 지역사회도 변화될 수 있으며 교육의 질도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증진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지역사회 속에서 교육공유지로서 기여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학교가 문을 닫아도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연계해 주는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있다면,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교육내용, 교수·학습, 학교 정책과 운영, 학교시설 관리,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될 수 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수행하고자 할 경우 교수· 학습 또는 학교시설 관리 등에서 시작할 수 있고, 이들은 지속가능성을 향해 가는 진입로처럼 작용할 수 있다. 교육과정 또는 학교 정책과 운영 또는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등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진입로가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다른 영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어느새 지속가능성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풍토가 학교 내외에 퍼져있을 것이고, 학교전체적 접근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좀 더 빨리 가능하게 하려면 학교 안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과 또는 학생들과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수행하고 공유해 볼 수 있다. 학교에서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나아가 학교의 지속가능성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개최되었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선언문의 말미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람과 지구를 위한 변혁적 학습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지금이 바로 배우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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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경, 김남수, 현명주(2016). 유네스코 이념의 교육과정 반영을 위한 연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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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idelines to enhance the quality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ustrian Federal Minis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Culture.

  • OECD(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 Education 2030. Paris: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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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ESCO(2020).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 roadmap. Paris: UNESCO.

  • WCED(1987). Our Common Future. WCED.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한국위원회 위원장, 환경부 환경교육진흥위원회 민간위원장,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속가능발전교육1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