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Students Learning Space)
통해 본 온라인 교육의 미래

글. 윤종혁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국제부장

온라인 교육의 도입

2020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교육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면 수업이 중단되었고,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많은 나라에서 온라인 수업을 갑작스럽게 시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싱가포르에서는 비교적 큰 혼란 없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싱가포르 온라인 수업 실행 성공의 요인 중 하나가 ‘국가 수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에 있다고 분석한다. 싱가포르에서는 2018년에 이미 국가 수준의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 ‘Students Learning Space(이하 SLS)’를 구축했다. 미래 교육의 한 방법으로 온라인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이러한 추세를 미리 파악하고,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을 준비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플랫폼은 구축되었으나, 활발히 활용되지 않았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점진적으로 교육에 활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범지구적인 온라인 교육 실험이 시행되었다. 급속히 진행된 온라인 교육은 부작용도 있었으나 많은 장점과 함께 교육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경험한 이후 대면 교육의 필요성과 소중함 또한 대두되었다. 대면 교육에서만 가능한 각종 사회화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온라인 교육과 대면 교육이 적절히 혼합된 블렌디드 교육 방식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제시된 과제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교실에서 토의 및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습이 일반화될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였다는 평가하에 2020년 7월 이후 모든 학교에서 등교 수업을 시행하였고, 동시에 SLS를 통한 온라인 교수·학습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도 SLS를 통한 온라인 교수·학습을 확대하여, 온·오프라인 어떤 방식에도 능숙하게 적응하는 ‘21세기를 이끌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우기

싱가포르의 교육에 대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신 경향을 빠르게 파악하여 교육에 반영하는 것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SLS는 이런 최신 경향을 잘 반영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명칭을 ‘가정 기반 학습’이라는 HBL(Home Based Learning)로 정의하였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학생이 가정에서 학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교사가 더 적게 가르치면서 학생이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LS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원격수업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실시간 화상 수업’과 ‘과제 제시형’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양쪽에서 추구하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실시간 화상 수업이 교사 주도로 전달 수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과제 제시형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면서 앎을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대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원격수업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변화될 것이다. SLS는 과제 제시형 학습에 알맞은 플랫폼이다. 교사가 안내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이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SLS에서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맞춤형 과제를 개별로 제시할 수 있다. 교사 주도 하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에 부족하다.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학습에 끌어들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본인의 흥미에 맞게 탐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요즘은 원하는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알맞은 정보를 찾아서 학습하고, 학습한 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앞으로는 가르치는 교사에서 수업을 안내하는 ‘수업디자이너’로서의 교사로 역할 변화가 기대된다. 아울러 싱가포르 정부는 학생별 개인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중등 교육과정은 ‘전 교과·수준별 그룹학습(Full Subject–Based Banding)’으로 개편되고 있다. 중등학교의 모든 교과목은 모두 학생 수준별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다. 전 교과·수준별 그룹학습이 도입되면, 학생 개인별로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이는 과목의 경우 높은 수준의 수업으로 이동하여 수강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과목이 본인의 학교에 없을 시에는 다른 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다. 학생별로 수강하는 과목이 전부 다르면 대면 교육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는 이러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SLS는 이러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온라인 학습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만의 속도로 학습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속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면 교육에서는 각종 수준별 교육을 시행한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 특히 과제 제시형 온라인 교육은 학습자의 자유로운 학습 속도가 보장된다. 본인만의 속도로 학습할 수 있어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SLS에서는 온라인 교육에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소통도 강조하였다.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플랫폼이 디자인되어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토론을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이 보편화 되는 미래에는 원활한 소통에 자유로운 인재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심플하게, 편리하게, 유용하게

SLS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기능 구현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심플하게 디자인된 플랫폼은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다. 사용하기 쉬워야 사람들이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고, 사용자가 많아져야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SLS에 처음 접속하면 팝업으로 주요 기능들을 설명해 준다.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저학년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문의’ 메뉴를 크게 배치하여 SLS 학습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의를 바로 해결해 줄 수 있다. SLS에서는 학생의 학습 진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단계별로 제시된 과제가 완료될 때마다 색깔이 변하면서 시각적으로 본인이 완료하지 못한 과제를 쉽게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학습을 돕는 교사나 학부모에게도 장점이 될 수 있다. SLS는 완성된 플랫폼이 아닌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SLS는 정부 주도하에 만들어진 플랫폼이지만 개방성이 뛰어나다. 호환성 테스트만 완료되면 외부의 소프트웨어나 앱 등이 SLS에 쉽게 연동된다.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의 기능을 잘 구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플랫폼 업그레이드가 아니어도 외부 연동 기능으로 지속적인 플랫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SLS는 다양한 외부 플랫폼들과 연동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SLS 접속화면>

현재 SLS에 연동된 외부 플랫폼 중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도서관의 연동이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온라인 도서관인 NLB(National Library Board)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가 방대하고 사용이 쉬워 원하는 자료를 찾기에 유용하다. 이러한 온라인 도서관이 SLS에 연동되어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온라인 도서관의 방대한 데이터 접근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없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개별적인 심화 수업이 가능해진다. SLS는 능동적이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이다. SLS에는 다양한 학습 게임들도 연동되어 있다. 교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학습 게임 중 학습자에게 적당한 것을 골라서 제시할 수 있다.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로서도 효율적으로 과제를 제시할 수 있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적극적인 학습 참여가 가능하다. 온라인 학습은 학습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 재미있는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SLS는 즐기는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학생이 어디에 있던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학습할 수 있다. SLS는 싱가포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학생이 전학 가거나 진급을 해도 같은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 재외국민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SLS는 싱가포르 밖에 거주하는 싱가포르 학생들에게도 접근을 허용한다. 본인이 다니던 학교를 통해 신청하면 해외에서도 SLS에 접속할수 있고, SLS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이후 학생이 싱가포르에 돌아왔을 때 무리 없이 공교육에 통합될 수 있다.

<SLS 모바일 접속화면>

<SLS 사용자 안내>

<SLS 수업 안내>

<SLS 메뉴 구성>

SLS는 모바일 연동성이 좋다. 물론 컴퓨터로 학습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SLS는 기능 대부분이 스마트폰에서 원활히 구동된다. 온라인 교육의 단점 중 하나가 컴퓨터가 없어서 생기는 교육격차이다. 교육격차의 해소를 위해 컴퓨터를 배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어 모바일에서 모든 기능이 구현될 수 있게 플랫폼을 디자인하면 컴퓨터가 없어서 생기는 교육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온라인 수업 중 특정 기업의 플랫폼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외부인이 해킹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SLS는 국가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보안관리를 철저히 하여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인류는 이미 코로나19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많은 학자가 다시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온라인 교육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는 주체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에는 많은 서비스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시장 초기여서 다양한 기업들이 서로 양질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어 좋지만 종국에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장악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현상을 예견하고 국가 주도하에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 SLS를 구축하였다. SLS는 싱가포르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인 ‘21세기를 준비하는 창의 인재 육성’ 을 위해 디자인되어 있다. 플랫폼의 기본에 충실하여 심플하고 사용하기 편하면서 외부 연동성도 뛰어나다. 일찌감치 국가 차원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을 통해 미래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행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SLS는 싱가포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학생이 전학 가거나 진급을 해도
같은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도 SLS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참고자료

  • 싱가포르 교육부 홈페이지 https://www.moe.gov.sg/

  • 싱가포르 교육소식 홈페이지 https://www.schoolbag.edu.sg/
  • 싱가포르 SLS 홈페이지 https://vle.learning.moe.edu.sg/

윤종혁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국제부장

경인교육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 석사를 받았고, 세계교육 동향 및 재외국민 교육에 관심을 가져 IB, IPC 교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 및 홍콩 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싱가포르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Students Learning Space)을 통해 본 온라인 교육의 미래

글. 윤종혁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국제부장

온라인 교육의 도입

2020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교육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면 수업이 중단되었고,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많은 나라에서 온라인 수업을 갑작스럽게 시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싱가포르에서는 비교적 큰 혼란 없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싱가포르 온라인 수업 실행 성공의 요인 중 하나가 ‘국가 수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에 있다고 분석한다. 싱가포르에서는 2018년에 이미 국가 수준의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 ‘Students Learning Space(이하 SLS)’를 구축했다. 미래 교육의 한 방법으로 온라인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이러한 추세를 미리 파악하고, 일찌감치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을 준비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플랫폼은 구축되었으나, 활발히 활용되지 않았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점진적으로 교육에 활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범지구적인 온라인 교육 실험이 시행되었다. 급속히 진행된 온라인 교육은 부작용도 있었으나 많은 장점과 함께 교육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경험한 이후 대면 교육의 필요성과 소중함 또한 대두되었다. 대면 교육에서만 가능한 각종 사회화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온라인 교육과 대면 교육이 적절히 혼합된 블렌디드 교육 방식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제시된 과제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교실에서 토의 및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습이 일반화될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였다는 평가하에 2020년 7월 이후 모든 학교에서 등교 수업을 시행하였고, 동시에 SLS를 통한 온라인 교수·학습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도 SLS를 통한 온라인 교수·학습을 확대하여, 온·오프라인 어떤 방식에도 능숙하게 적응하는 ‘21세기를 이끌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우기

싱가포르의 교육에 대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신 경향을 빠르게 파악하여 교육에 반영하는 것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SLS는 이런 최신 경향을 잘 반영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명칭을 ‘가정 기반 학습’이라는 HBL(Home Based Learning)로 정의하였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학생이 가정에서 학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교사가 더 적게 가르치면서 학생이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LS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원격수업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실시간 화상 수업’과 ‘과제 제시형’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양쪽에서 추구하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실시간 화상 수업이 교사 주도로 전달 수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과제 제시형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면서 앎을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대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원격수업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변화될 것이다. SLS는 과제 제시형 학습에 알맞은 플랫폼이다. 교사가 안내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이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SLS에서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맞춤형 과제를 개별로 제시할 수 있다. 교사 주도 하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에 부족하다.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학습에 끌어들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본인의 흥미에 맞게 탐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요즘은 원하는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알맞은 정보를 찾아서 학습하고, 학습한 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앞으로는 가르치는 교사에서 수업을 안내하는 ‘수업디자이너’로서의 교사로 역할 변화가 기대된다. 아울러 싱가포르 정부는 학생별 개인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중등 교육과정은 ‘전 교과·수준별 그룹학습(Full Subject–Based Banding)’으로 개편되고 있다. 중등학교의 모든 교과목은 모두 학생 수준별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다. 전 교과·수준별 그룹학습이 도입되면, 학생 개인별로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이는 과목의 경우 높은 수준의 수업으로 이동하여 수강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과목이 본인의 학교에 없을 시에는 다른 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다. 학생별로 수강하는 과목이 전부 다르면 대면 교육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는 이러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SLS는 이러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온라인 학습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만의 속도로 학습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속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면 교육에서는 각종 수준별 교육을 시행한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 특히 과제 제시형 온라인 교육은 학습자의 자유로운 학습 속도가 보장된다. 본인만의 속도로 학습할 수 있어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SLS에서는 온라인 교육에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소통도 강조하였다.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플랫폼이 디자인되어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토론을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이 보편화 되는 미래에는 원활한 소통에 자유로운 인재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심플하게, 편리하게, 유용하게

SLS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기능 구현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심플하게 디자인된 플랫폼은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다. 사용하기 쉬워야 사람들이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고, 사용자가 많아져야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SLS에 처음 접속하면 팝업으로 주요 기능들을 설명해 준다.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저학년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문의’ 메뉴를 크게 배치하여 SLS 학습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의를 바로 해결해 줄 수 있다. SLS에서는 학생의 학습 진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단계별로 제시된 과제가 완료될 때마다 색깔이 변하면서 시각적으로 본인이 완료하지 못한 과제를 쉽게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학습을 돕는 교사나 학부모에게도 장점이 될 수 있다. SLS는 완성된 플랫폼이 아닌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SLS는 정부 주도하에 만들어진 플랫폼이지만 개방성이 뛰어나다. 호환성 테스트만 완료되면 외부의 소프트웨어나 앱 등이 SLS에 쉽게 연동된다.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의 기능을 잘 구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플랫폼 업그레이드가 아니어도 외부 연동 기능으로 지속적인 플랫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SLS는 다양한 외부 플랫폼들과 연동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현재 SLS에 연동된 외부 플랫폼 중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도서관의 연동이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온라인 도서관인 NLB(National Library Board)를 운영하고 있다. 자료가 방대하고 사용이 쉬워 원하는 자료를 찾기에 유용하다. 이러한 온라인 도서관이 SLS에 연동되어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온라인 도서관의 방대한 데이터 접근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없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개별적인 심화 수업이 가능해진다. SLS는 능동적이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이다. SLS에는 다양한 학습 게임들도 연동되어 있다. 교사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학습 게임 중 학습자에게 적당한 것을 골라서 제시할 수 있다.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로서도 효율적으로 과제를 제시할 수 있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적극적인 학습 참여가 가능하다. 온라인 학습은 학습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 재미있는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SLS는 즐기는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학생이 어디에 있던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학습할 수 있다. SLS는 싱가포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학생이 전학 가거나 진급을 해도 같은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 재외국민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SLS는 싱가포르 밖에 거주하는 싱가포르 학생들에게도 접근을 허용한다. 본인이 다니던 학교를 통해 신청하면 해외에서도 SLS에 접속할수 있고, SLS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이후 학생이 싱가포르에 돌아왔을 때 무리 없이 공교육에 통합될 수 있다.

<SLS 모바일 접속화면>

<SLS 사용자 안내>

<SLS 수업 안내>

<SLS 메뉴 구성>

SLS는 모바일 연동성이 좋다. 물론 컴퓨터로 학습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SLS는 기능 대부분이 스마트폰에서 원활히 구동된다. 온라인 교육의 단점 중 하나가 컴퓨터가 없어서 생기는 교육격차이다. 교육격차의 해소를 위해 컴퓨터를 배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어 모바일에서 모든 기능이 구현될 수 있게 플랫폼을 디자인하면 컴퓨터가 없어서 생기는 교육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온라인 수업 중 특정 기업의 플랫폼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외부인이 해킹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SLS는 국가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보안관리를 철저히 하여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인류는 이미 코로나19라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많은 학자가 다시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온라인 교육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는 주체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에는 많은 서비스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시장 초기여서 다양한 기업들이 서로 양질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어 좋지만 종국에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장악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현상을 예견하고 국가 주도하에 온라인 교수·학습 플랫폼 SLS를 구축하였다. SLS는 싱가포르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인 ‘21세기를 준비하는 창의 인재 육성’ 을 위해 디자인되어 있다. 플랫폼의 기본에 충실하여 심플하고 사용하기 편하면서 외부 연동성도 뛰어나다. 일찌감치 국가 차원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을 통해 미래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행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SLS는 싱가포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학생이 전학 가거나 진급을 해도
같은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도 SLS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참고자료

  • 싱가포르 교육부 홈페이지 https://www.moe.gov.sg/

  • 싱가포르 교육소식 홈페이지 https://www.schoolbag.edu.sg/
  • 싱가포르 SLS 홈페이지 https://vle.learning.moe.edu.sg/

윤종혁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국제부장

경인교육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 석사를 받았고, 세계교육 동향 및 재외국민 교육에 관심을 가져 IB, IPC 교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 및 홍콩 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