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을 전공하였으며, 그간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고교학점제 실행 기반 구축 연구,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선 및 대입제도 개편 방향,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현황 분석, 고교학점제 홍보ㆍ연수, 시도 담당자 및 연구학교 교원 연수 지원 방안 등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초ㆍ중학교 교과 교육과정 개선 방안 연구를 수행 중이다.

들어가며

고교학점제 도입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이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대학교처럼 고등학교의 수업·학사 운영이 기존의 ‘단위’에서 ‘학점’ 기준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교학점제 도입은 교육과정이나 학사 운영, 교수 자원이나 학습 공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수행된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에 대한 주요 분석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에 일반고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90개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조사에 응답한 84개교를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분석하였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0학년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중점 운영 과제( 1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편성·운영, 2 진로 및 학업설계 지도, 3 학생 평가 내실화, 4 학교 문화 개선, 5 학교 공간 조성)별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연구학교 운영 연차별(3/2/1년 차), 학교 규모별(대/중/소규모), 학교 소재지별(대도시/중소도시/읍면 지역), 학교 설립 유형별(국·공립/사립) 특성이나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전후의 변화 양상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

•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편성·운영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편성·운영 측면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도입 전과 비교할 때 학생 선택 과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2년차 연구학교의 경우 연구학교 이전 대비 연구학교 운영 이후 학생 선택 과목 이수 단위가 27.8% 증가(62.7→ 80.2단위)하고, 학생 선택 과목 수도 34.4% 증가(30.2→ 40.6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과목의 유형별로 살펴보았을 때도 일반 선택 과목, 진로 선택 과목뿐만 아니라 전문교과I, 전문교과Ⅱ, 고시 외 과목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면서 연구학교에서 선택 과목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연구학교 연차가 높은 학교, 대규모 학교, 대도시 학교일수록 학생 선택 과목 수가 많았으며, 소규모 학교 및 읍면 지역 학교의 학생 선택 과목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읍면 지역 학교나 소규모 학교에서 학생 선택 과목을 더욱 확대 개설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학교 간 협력 및 지역사회 연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 분석 결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 활성화되어, 대다수 연구학교(85.6%)가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절반 정도의 연구학교(40.5%)가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대규모·중규모 학교, 대도시·중소도시 학교, 국·공립학교의 참여 비율이 높았으며, 방과후에 실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공동교육과정의 경우 소규모 학교와 읍면지역 학교의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연구학교에서 소인수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있었으며, 일부 학교에서도 대학이나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 연계 과목이나 국가 교육과정의 고시 외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관련하여 과반 이상의 연구학교에서 선택 과목 개설 및 수강 신청 과목 변경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었으며, 연구학교 연차가 높은 학교, 대규모 학교, 대도시 학교에서 이러한 규정 마련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개설 희망 과목 수요 조사 및 수강 신청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었는데, 수요 조사는 5~6월, 수강 신청은 7~9월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1학년 1학기 말부터 2학기 초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강 신청 이후 선택 과목을 변경하고자 하는 학생의 요구에 학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상담 절차를 체계화하여 무분별한 과목 변경을 예방하고 있었다. 공강 시간은 일부 학교에서만 운영하고 있었으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 학습 결손이나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지원이 요구되는 학생 등을 위한 대안적 성격의 과목도 일부 학교에서 일과 시간 내에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진로 및 학업설계 지도
진로 및 학업설계 지도 측면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많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을 위한 다각적인 학업설계 지도를 시도하고 있었다. 대다수 연구학교에서 교육과정 이수 지도팀(86.9%) 및 교육과정 전담 부서(83.3%)를 구성하고, 해당 부서에서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또한 진로집중학기제 운영을 통한 고1 학사운영 구안과 관련한 조사 결과,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적성검사, 진로 상담, 진로 캠프 등 다양한 진로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과목설명회, 학업설계 상담, 연수 등의 학업설계 지도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96.4%)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학업설계 지도는 교육과정 전담 부서가 주관하거나 담임교사가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별도 수업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 등을 통해 지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업설계 전담 교사를 지정한 연구학교는 22.6%였으며, 이 중 31.6%가 학업설계 전담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학생 평가 내실화
학생 평가 내실화 측면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가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으며, 논술, 발표, 실험, 토론 등 다양한 방법의 평가 방법이 활용되고 있었다. 학생들의 적성과 희망 진로는 학생부에 충실히 기재하고 있으며 특히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중점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 교수학습계획서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 중 68.9%의 학교는 교수학습계획서에 평가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 정도의 학교가 수강 신청을 하는 시기에 교수학습계획서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선택 과목 확정 후 교수학습계획서는 대부분 과목별 첫 수업시간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 책임 지도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절반 이상(51.2%)인 것으로 나타났다. 28.6%의 연구학교가 최소학업성취수준 미도달 예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32.5%의 연구학교가 미도달 학생 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프로그램 모두 대부분 교과 교사가 담당하고 학기별로 방과 후에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대상 학생들을 선정하고 있었다.

• 학교 문화 개선
학교 문화 개선 측면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교사 역할 변화, 협력적 문화 형성, 학생 자율·책임 문화 조성과 관련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다수의 연구학교에서 교원의 전공(교원 자격증의 표시 과목)을 고려하여 담당 과목들을 배정하고 있었으며 이들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었다. 개설 과목 수가 늘어나면서 연구학교 운영 이후 선택 과목 확대를 위한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채용 인원 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학교에서 복수전공 보유 교사가 부전공 보유 교사보다 많았으며, 교사의 복수전공 및 부전공 자격을 선택 과목 개설 시 활용하는 비율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담임의 역할 및 배치는 ‘담임 연임제 운영’(9.3%), ‘소인수 멘토링 담임제 운영’(7.0%), ‘진로동아리 담임제 운영’(5.8%), ‘복수 담임제 운영’(1.2%) 등과 같이 고교학점제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점진적인 변화가일부 학교에서부터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협력적 문화 형성 측면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고교학점제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교사의 경우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학생 자율·책임 문화 조성과 관련한 조사 결과, 고교학점제 운영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과목 선택과 이수에서의 책임의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는 의견(97.6%)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출석에 대한 책임과 중요성(52.4%), 과제 수행 시 지켜야 할 윤리(22.6%)가 학생 자율·책임 문화 조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제시되었다.

• 학교 공간 조성
학교 공간 조성 측면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다수의 연구학교(72.6%)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학교 공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홈베이스를 조성한 학교가 많았으며(71.4%), 이는 주로 학생들의 휴식과 활동, 물품 보관, 공강 활용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23.8%의 연구학교가 도서실을 리모델링하였으며, 주로 도서 대여 및 독서와 더불어 교과 수업, 모둠 활동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7.9%의 연구학교가 교과교실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63.8%의 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도입 전후 교과교실 이용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많은 학교들이 교과교실제가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다양한 규모의 수업이 가능한 가변형 교실(38.1%)이나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 교실 외에 학습 공간(72.6%)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거나 소규모 프로젝트 또는 모둠 활동 등이 가능한 공간, 강의나 연수, 공연 등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학교도 있었으며,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교실을 구축하여 온라인 학습 또는 인터넷을 활용한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교실을 조성한 학교도 있었다. 또한 고교학점제와 관련하여 복도나 로비 등의 공간 변화가 있었던 학교는 54.8%였으며, 복도나 건물 연결 통로와같은 공간에 학습 공간, 카페, 공연장 등을 조성하거나 학생들이 휴식하거나 모둠 활동, 또는 토의·토론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교사들의 연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학교도 46.4%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으로 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 전자 칠판 제공 등과 같은 IT환경 구축과 가변형 교실 조성을 위한 폴딩도어, 이동이 용이한 책걸상 제공 등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고교학점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공간으로 교사들의 수업 연구를 위한 공간, 다양한 크기의 교실, 교사와 학생들의 휴식 및 활동을 위한 공간 등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나가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대 3년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한 결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연구학교 운영 이전에 비해 학생 선택 이수 단위 및 과목 수가 증가한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기존의 본교 학교 교실, 오프라인 중심의 수업에서 지역 사회, 온라인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확장되었으며, 단위 학교를 넘어 학교 간 협력이나 지역사회 연계가 활발해지고 있었다. 과목 수요 조사 및 수강 신청을 통한 학생 수요 반영, 고1 진로집중학기제 운영, 진로·학업설계 지도,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 책임 지도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 운영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교육과정 이수 지도팀 구성 및 교육과정 전담 부서 설치 등 학생 중심 학교 체제로의 변화도 눈에 띈다. 많은 학교에서 고교학점제에 보다 적합한 학교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렇듯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 이후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이룬 이러한 변화에 더하여,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까지 4년간 이루어낼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가 더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