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학습플랫폼이
공교육의 대안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

지난 4월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이 교육부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됐다.
박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교육의 대전환을
준비하며 인공지능 학습플랫폼으로 뉴노멀시대
미래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
학습플랫폼이
공교육의 대안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

지난 4월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이 교육부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됐다.
박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교육의 대전환을
준비하며 인공지능 학습플랫폼으로 뉴노멀시대
미래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하 한) •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추진 방향으로서 학생의 개별성 및 다양성 존중, 교육의 공공성·책무성 강화,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 디지털 기반 교육 등 네 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방향과 관련하여 특별히 더 강조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이하 박) •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핀란드 교육부가 교육의 슬로건으로 제시한 게 ‘배움의 즐거움(Joy of Learning)’입니다.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을 느낀다면 교과 내용이 많아서 줄이자는 것과는 상당히 결이 다릅니다.
최근 우리 교육의 여러 시도를 뒤돌아보면, 내용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을 때 뻔한 내용의 반복이 늘어나서 학생이 더 괴롭게 될 가능성도 큰 것 같습니다. 핀란드의 경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현상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이한 교과목 간의 연계성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위 현상기반학습이죠.
폭넓은 소양과 역량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되, 학생이 자신의 미래의 꿈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내용까지 자기주도 방식으로 학습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담 중인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오른쪽)과 한혜정 KICE 교육과정·교과서본부장 (왼쪽)

한 •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도 역량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역량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시도한 바 있고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더욱 강조될 것인데, 이번 개정에서는 역량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지식은 이해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활용의 대상이죠. 역량 교육을 통해 학습을 대하는 긍정적인 인격 형성과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늘려왔던 건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해와 암기 중심의 내신 평가나 대입 제도 등이 견고하게 유지 또는 강화되는 상황에서 학교의 에너지를 역량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체험 학습의 내용이 학생의 진로나 미래 꿈과 유관하게 설계되어야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추가 학습의 동력으로 이전될 수 있는데, ‘단순 체험으로 종료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라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는 사칙연산 등에 익숙해지는 단계이니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을 불허하더라도, 중학교부터는 허용해서 단순 계산에서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부터는 아예 스마트폰 사용도 허용해서 검색에 익숙한 학생들이 인터넷을 학습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검토할만하죠. 검색 결과를 단순 복사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만 내용에 학생의 생각이 담기도록 문제를 설계하는 게 필요하겠죠. 일단 부작용이적은 일부 과목에서라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 소위 디지털 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학생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동영상 등 디지털 기반 콘텐츠를 통한 학습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요즘 학생들의 교육은 기존의 교육과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중점 사항인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디지털 세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자기주도성이나 협력과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새로운 기회를 디지털 교육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이 도입되면서 채팅 방식의 학생 질문이 늘었다고 하죠.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을 사용하게 했더니 질문에 소극적이던 학생들이 변화한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최적화된 교육 방식으로 빠르게 이전해서 온·오프라인 교실에서의 상호작용형 교육을 늘려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온라인으로 학생이 질문을 던지면 다른 학생들이 댓글을 통해서 의견을 내는 방식의 댓글 토론을 통해서 답을 찾아 나가게 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교사는 중재자(moderator) 역할을 수행하고요. 협력과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하게 하는 한 예가 되겠죠.
고교학점제에서는 한 학교가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과목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들이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합종연횡해서 공동으로 과목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텐데요. 이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학습이 혼합되는 블렌디드 러닝의 활용이 늘어날 것입니다. 당연히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기회가 늘 것이고, 요즘 학생들이 익숙한 방식을 사용해서 학생의 관심도도 늘리고 학생 간 협력 및 교사-학생 간 소통의 기회도 크게 늘어나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최적화된
교육 방식으로 빠르게
이전해서 온·오프라인
교실에서의 상호작용형
교육을 늘려야 합니다.

한 •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추진 방향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도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은데, 얼핏 보기에 상반된 이 두 가지 방향을 이번 개정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반영할 수 있을까요?

박 •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추진 방향을 들여다보면 다 맞는 방향입니다만, 표현된 방식은 조금 공급자적 시각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이러이러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방식으로 서술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죠. 같은 내용이라도 철저하게 학생 중심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서술됐더라면, 개정 추진의 필요가 국민에게 더 효과적으로 납득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해소’라는 표현은, ‘헌법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학생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학생이 그들의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소양을 교육 과정을 통해 얻도록 하겠다.’라고 바꾸어 서술할 수 있겠죠.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도 중요한 가치지만, 일단 어른들의 얘기로 다가옵니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 왜 필요한지라는 관점으로 서술된다면, 상호 충돌하는 듯한 오해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어떤 후속 가치도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위에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한 • 코로나19로 인하여 온라인 학습이나 수업이 뉴노멀인 시대가 성큼 도래하였습니다.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추어 앞으로 교수학습이나 평가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교수학습과 평가에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급에서도 평균적인 이해를 갖는 학생이 대다수인 데 반해 ‘다 아는데 기다리느라 따분해하는 고성취 학생’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저성취 학생’ 이 혼재하기 마련입니다. 다라인이 혼재된 학습 환경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관리 시스템이 수업 후에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온라인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판단한 뒤에, 이전 내용 또는 이전 학년의 내용을 추가 학습하도록 가이드하고 다시 이해 여부를 측정하는 게 가능합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므로 학생이 2년 전의 내용을 다시 공부하고 있더라도 창피할 이유가 없고요. 이런 학생 맞춤형 수준별 학습 시스템이 국내외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플랫폼은 장기적으로는 교사들을 평가 업무에서 자유롭게 해서 학생 지원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죠. 앞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이 이런 플랫폼의 도입을 통해서 뉴노멀 시대의 교육을 구현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 위원장님께서는 수학 전공이시기 때문에 수학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이번 수학 교육과정 개발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박 • 수학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훈련하는 도구이자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내는 무기이기도 하며, 학생의 미래 꿈과도 깊게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진로와의 연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됐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이 생기면 좋아지죠. 예를 들어 학생의 미래 희망이 마케팅 분야의 스타가 되는 거라면, 그와 유관한 수학의 활용 사례들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시해 주는 거죠. 상거래회사 아마존이 고객의 구매 패턴 빅데이터를 수학의 최적화 이론을 활용해 처리하여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 추천을 하는 등의 사례는 대단히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용되는 수학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내용도 많죠. 바이오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학생이라면, 수학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의료 빅데이터로 질병의 진단을 해내는 내용이 솔깃하겠죠.
각각의 직업과 관련된 수학의 내용을 발굴하고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는 작업이 진지하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학생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학생 개개인이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공교육의
과정에서 얻어나가도록
보장하는 교육의 책무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 이번 교육과정 개정체제는 학생·학부모·교원, 각계각층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문가 위주의 개정체제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도 구축되어 있고요. 이러한 새로운 교육과정 체제를 이끄시는 개정 추진 위원장으로서 각오나 포부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박 • 자신의 자녀가 미래 세상에서 꼭 필요한 교육을 받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세상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 각계 국민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 인재로 커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을 거고요.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육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많은 분야와 개인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지만 다양한 견해가 모이고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한 •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본래 취지대로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KICE에 특별히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또 교육광장은 교사, 교수, 교육전문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교육 관계자들로 독자층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애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박 • 지난 2015 교육과정개정이 문이과 통합교육 시대를 여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선언이고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개별화된 학습 경험의 구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학생 개개인이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공교육의 과정에서 얻어나가도록 보장하는 교육의 책무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중대한 작업의 과정에서 외국의 사례 등 방대한 정보를 참조해야 할 것입니다. KICE에서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주시는 수고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하 한) •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추진 방향으로서 학생의 개별성 및 다양성 존중, 교육의 공공성·책무성 강화,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 디지털 기반 교육 등 네 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방향과 관련하여 특별히 더 강조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이하 박) •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핀란드 교육부가 교육의 슬로건으로 제시한 게 ‘배움의 즐거움(Joy of Learning)’입니다.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을 느낀다면 교과 내용이 많아서 줄이자는 것과는 상당히 결이 다릅니다.
최근 우리 교육의 여러 시도를 뒤돌아보면, 내용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을 때 뻔한 내용의 반복이 늘어나서 학생이 더 괴롭게 될 가능성도 큰 것 같습니다. 핀란드의 경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현상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이한 교과목 간의 연계성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위 현상기반학습이죠.
폭넓은 소양과 역량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되, 학생이 자신의 미래의 꿈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내용까지 자기주도 방식으로 학습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담 중인 박형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장(오른쪽)과 한혜정 KICE 교육과정·교과서본부장 (왼쪽)

한 •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한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도 역량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역량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시도한 바 있고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더욱 강조될 것인데, 이번 개정에서는 역량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지식은 이해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활용의 대상이죠. 역량 교육을 통해 학습을 대하는 긍정적인 인격 형성과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늘려왔던 건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해와 암기 중심의 내신 평가나 대입 제도 등이 견고하게 유지 또는 강화되는 상황에서 학교의 에너지를 역량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체험 학습의 내용이 학생의 진로나 미래 꿈과 유관하게 설계되어야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추가 학습의 동력으로 이전될 수 있는데, ‘단순 체험으로 종료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라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는 사칙연산 등에 익숙해지는 단계이니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을 불허하더라도, 중학교부터는 허용해서 단순 계산에서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부터는 아예 스마트폰 사용도 허용해서 검색에 익숙한 학생들이 인터넷을 학습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검토할만하죠. 검색 결과를 단순 복사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만 내용에 학생의 생각이 담기도록 문제를 설계하는 게 필요하겠죠. 일단 부작용이적은 일부 과목에서라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 소위 디지털 세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학생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동영상 등 디지털 기반 콘텐츠를 통한 학습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요즘 학생들의 교육은 기존의 교육과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중점 사항인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디지털 세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자기주도성이나 협력과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새로운 기회를 디지털 교육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이 도입되면서 채팅 방식의 학생 질문이 늘었다고 하죠.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을 사용하게 했더니 질문에 소극적이던 학생들이 변화한 사례에서 보듯이,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최적화된 교육 방식으로 빠르게 이전해서 온·오프라인 교실에서의 상호작용형 교육을 늘려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온라인으로 학생이 질문을 던지면 다른 학생들이 댓글을 통해서 의견을 내는 방식의 댓글 토론을 통해서 답을 찾아 나가게 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교사는 중재자(moderator) 역할을 수행하고요. 협력과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하게 하는 한 예가 되겠죠.
고교학점제에서는 한 학교가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과목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들이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합종연횡해서 공동으로 과목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텐데요. 이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학습이 혼합되는 블렌디드 러닝의 활용이 늘어날 것입니다. 당연히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기회가 늘 것이고, 요즘 학생들이 익숙한 방식을 사용해서 학생의 관심도도 늘리고 학생 간 협력 및 교사-학생 간 소통의 기회도 크게 늘어나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최적화된
교육 방식으로 빠르게
이전해서 온·오프라인
교실에서의 상호작용형
교육을 늘려야 합니다.

한 •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추진 방향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도 그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은데, 얼핏 보기에 상반된 이 두 가지 방향을 이번 개정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반영할 수 있을까요?

박 •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추진 방향을 들여다보면 다 맞는 방향입니다만, 표현된 방식은 조금 공급자적 시각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은 이러이러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방식으로 서술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죠. 같은 내용이라도 철저하게 학생 중심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서술됐더라면, 개정 추진의 필요가 국민에게 더 효과적으로 납득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해소’라는 표현은, ‘헌법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학생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학생이 그들의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소양을 교육 과정을 통해 얻도록 하겠다.’라고 바꾸어 서술할 수 있겠죠.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도 중요한 가치지만, 일단 어른들의 얘기로 다가옵니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 왜 필요한지라는 관점으로 서술된다면, 상호 충돌하는 듯한 오해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어떤 후속 가치도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 위에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한 • 코로나19로 인하여 온라인 학습이나 수업이 뉴노멀인 시대가 성큼 도래하였습니다.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추어 앞으로 교수학습이나 평가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교수학습과 평가에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급에서도 평균적인 이해를 갖는 학생이 대다수인 데 반해 ‘다 아는데 기다리느라 따분해하는 고성취 학생’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저성취 학생’ 이 혼재하기 마련입니다. 다라인이 혼재된 학습 환경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관리 시스템이 수업 후에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온라인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판단한 뒤에, 이전 내용 또는 이전 학년의 내용을 추가 학습하도록 가이드하고 다시 이해 여부를 측정하는 게 가능합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므로 학생이 2년 전의 내용을 다시 공부하고 있더라도 창피할 이유가 없고요. 이런 학생 맞춤형 수준별 학습 시스템이 국내외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플랫폼은 장기적으로는 교사들을 평가 업무에서 자유롭게 해서 학생 지원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죠. 앞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이 이런 플랫폼의 도입을 통해서 뉴노멀 시대의 교육을 구현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 위원장님께서는 수학 전공이시기 때문에 수학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이번 수학 교육과정 개발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박 • 수학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훈련하는 도구이자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내는 무기이기도 하며, 학생의 미래 꿈과도 깊게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진로와의 연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됐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이 생기면 좋아지죠. 예를 들어 학생의 미래 희망이 마케팅 분야의 스타가 되는 거라면, 그와 유관한 수학의 활용 사례들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시해 주는 거죠. 상거래회사 아마존이 고객의 구매 패턴 빅데이터를 수학의 최적화 이론을 활용해 처리하여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 추천을 하는 등의 사례는 대단히 많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용되는 수학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내용도 많죠. 바이오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학생이라면, 수학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의료 빅데이터로 질병의 진단을 해내는 내용이 솔깃하겠죠.
각각의 직업과 관련된 수학의 내용을 발굴하고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는 작업이 진지하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학생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학생 개개인이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공교육의
과정에서 얻어나가도록
보장하는 교육의 책무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 이번 교육과정 개정체제는 학생·학부모·교원, 각계각층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문가 위주의 개정체제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도 구축되어 있고요. 이러한 새로운 교육과정 체제를 이끄시는 개정 추진 위원장으로서 각오나 포부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박 • 자신의 자녀가 미래 세상에서 꼭 필요한 교육을 받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세상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 각계 국민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 인재로 커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을 거고요.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육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많은 분야와 개인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지만 다양한 견해가 모이고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한 •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본래 취지대로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KICE에 특별히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또 교육광장은 교사, 교수, 교육전문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교육 관계자들로 독자층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애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박 • 지난 2015 교육과정개정이 문이과 통합교육 시대를 여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선언이고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개별화된 학습 경험의 구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학생 개개인이 미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공교육의 과정에서 얻어나가도록 보장하는 교육의 책무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중대한 작업의 과정에서 외국의 사례 등 방대한 정보를 참조해야 할 것입니다. KICE에서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주시는 수고에 미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