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교육 변혁기,
미래 인재양성 위한 독자적인
교육·연구 혁신모델 절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세계적인 교육 변혁기, 미래 인재양성 위한 독자적인 교육·연구 혁신모델 절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세계적으로 교육 전반이 큰 변혁기에 있다. 코로나19 이외에도 국내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등
고등교육 및 대학 교육 전반에서 일대혁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적인 융합교육을 펼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교육·연구 혁신모델을 만드는 것이 존경받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강태중 원장(이하 강) •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시고 이제 2년 반을 넘기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역사를 맨 앞에서 쓰고 있고, 또 우리 학교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총장님께서는 그런 역사와 영향력의 첨단에서 분투해오셨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두고 일해 오셨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와 어려움을 만나셨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담 중인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왼쪽)과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오른쪽)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이하 오) • 취임할 당시 서울대학교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총장 선출 문제, 노무 문제, 학생 소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 급한 일이었고, 학교를 정상화시킨 후에 조금씩 필요한 정책들을 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교육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과정원들이 굉장히 경직돼 있는 상황에, 서울대학교는 급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학생들의 전공 이외의 학습이 필요해 복수 전공, 부전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인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AI 교육이 필요하다면 시행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습 분야를 넓혀주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다가갔다고 생각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에 질적인 부분에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아이디어는 신임 교수일 때 많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신임 교수가 새로운 연구를 실행하고 정착하는데 최소 4~5년 이상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 실행 시간이 길어지면 하고 싶었던 아이디어가 무의미하게 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빠른 정착을 도와 신임 교수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10개 유망 분야의 연구력을 세계 10위권 안에 올려놓자.’는 ‘텐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학과, 학부 등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연구나 교육의 수준이 높아지지 못하는 게 선진국에 비해 재정 상태가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그나마 다른 대학 보다는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계속 요구하기 힘들어 서울대학교만의 자체적인 재원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스탠퍼드대학의 실리콘 밸리, 칭화대학의 중관춘(中關村) 회사와 같은 산업체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만들고 잘 성장시켜 나간다면 학교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 낙성대, 신림동에서 AI밸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년여 진행하면서 아직 눈에 보이는 큰 성과는 없지만 기본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10개 중 1~2개만 성공시킨다면 서울대학교의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 서울대학교를 넘어서, 고등교육 일반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재정 취약이나 사회적인 불신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꽤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타당한지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국제적인 대학평가 결과를 두고도 대학 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루어내고 있는 성과가 결코 미미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이나 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지 말씀해주십시오.

오 •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학교육 전반이 큰 변혁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과 더불어 비대면 수업이 많이 늘었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체제가 따라가지 못할 상황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또 다른 복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위해 대학들이 변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서울대학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여 대학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추세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고, 선진국 대학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우리나라만의 새롭고 고유한 교육 모델, 연구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번에 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040년을 목표로 교육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연구는 어떻게 바꿔야 되고, 재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학교의 지배 구조는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해 8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장기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총괄 분과에서는 ‘이대로 가면 안 되고, 위기다.’라는 의견과 ‘서울대학이 한국의 대학들을 선도하는 노력을 보여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강의 방법, 학생들이 전공을 택하는 방법 등이 너무 옛날 체제에 갇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제도들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또 다른 복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위해 대학들이 변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강 • 아무래도 그런 논의들을 하시다 보면 구조적이거나 제도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보시게 될 듯합니다. 서울대학교에 특정해서, 또는 우리 고등교육 일반에 관련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오 • 우리나라 대학에 관계되는 법령이나 지침은 상당히 옛날 방식에 멈추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인터넷 강의만으로는 수업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인터넷 강의가 전체 강의의 10% 이상을 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이미 증명되어 있기에 과목별 수강 인원을 제한하는 제도도 바뀌어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지역사회와 상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학과 지역이 함께 상생해야 할 부분인데, 관악구에서 볼 때는 ‘서울대학교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에 서울대학교가 산업체와 교류 및 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산학협력이라는 틀에서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넓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울대학교에서는 AI분야에서 산업체와 겸직하는 교수를 채용했습니다. 과거에는 법으로 기업체와 서울대학교의 교수직 겸직이 허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겸직은 창업할 때만 되었으나, 현재는 첨단 분야까지는 허용이 가능해 구글에서 재직하고 계시는 분을 채용했습니다.

강 • 사회나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들을 최전위에서 감지하시게 되는 듯합니다. 그런 변화들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심이 크겠습니다.

오 • 최첨단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되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과 교수님들에게 ‘학생들에게 선택을 많이 받아서 좋겠다.’고 말하면, ‘우리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서 교과서를 새로 써야한다.’며 고충을 털어놓곤 합니다. 산업계가 워낙 빨리 바뀌고, 교육이나 연구 상황도 더불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강 • 총장님께서도 그동안 쭉 관심을 두셨던 것으로 압니다마는, 기초과학 분야에 소홀해지는 문제는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오 • 서울대학교는 인기가 없는 학문도 국가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맡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기초과학분야를 보호 학문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보호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많이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강 • 이야기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미래’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 “지금은 새로운 미래로 전환하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마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시대 전환을 이야기하는 강도가 최근 특히 강한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교육의 측면을 염두에 둘 때,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미래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까요?

오 •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미래 사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빨라지면서 사회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3분의 2는 미래에 직장을 찾을 때 현재 없는 직업에서 찾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회가 많이 변화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교육은 학생의 미래를 대비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직업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필요한 능력을 유추해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었죠.
하지만 현재는 미래 어떤 직업이 생겨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가 유연해져야 하고, 연구에서도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하는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까지 교육은 창의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 입시가 주어진 지식을 잘 익히고 그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사람을 키우는 쪽으로 교육을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생들은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이에 서울대학교에서는 1학년 과정에서 학생의 자율적인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교양과목 부분을 강화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학생 설계 전공’을 만들어 학생 스스로 전공을 설계하고 있고,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자율 세미나’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괜찮다면 연구 과제로도 삼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융합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과거에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굳이 생물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또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인문사회분야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할 때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해 줬다는 것이 핵심이고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에 매몰되지 않고 융합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에서는 융합 과목을 늘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철학자, 사회과학자, 자연과학자가 함께 강의를 합니다. 여러 학자들이 서로 다른 측면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 하나의 강좌에서도 넓게 공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전공분야와 인접한 학문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 학문으로도 넓혀 새로운 개념을 접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 •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마는, 과학과 기술은 빠르고 혁신적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대학이나 학교교육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공학을 이용하는 교육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총장님께서는 이런 변화나 인식의 흐름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수용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고, 또 경계해야 할 점은 또 어떤 것일는지요?

오 • 교육에서는 온라인 강의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면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의 교육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면 수업을 확대하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기술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교육방법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줌 수업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교육에 무엇을 좀 더 반영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우리가 시도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컴퓨터 입문, 경영학 원론, 경제학 등 인기 강의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기 과목은 강의실에서만 수업이 가능했기 때문에 200명 이상 신청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면, 200명은 오프라인으로 수강하고 그 외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강이 가능합니다. 1천여 명의 학생에게 강의 운영이 굉장히 유연해 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인기 강의를 수강신청을 하려면 아침부터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 이제는 그와 같은 상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관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외국의 우수 대학에 보내 학점을 이수하게 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출국이 불가능했고 이 상황이 길어지자 외국의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운영했고,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국내에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의 경우, 수업료가 엄청 나게 비싸지만 대면이 아닌 온라인 강의만으로 진행했습니다.
외국 유명 대학에 가지도 않고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강의를 듣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학생들은 외국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조교나 교수들과의 소통이 빠르게 진행됐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바로 답변도 이루어지고 토론도 가능해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졌던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학생을 외국 대학에 보내지 말고 서울대학교에서 외국의 유명 교수를 초빙해 여름학기, 겨울학기 시즌에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비싼 수업료 대신 초빙된 교수들에게만 강사료를 지불하면 되니 학생들에 더 큰 이득이 아닐까 생각되어 현재 운영 중입니다.

강 • 저희 교육과정평가원의 일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잘 아시듯이,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지금 여러모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국가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교육과정 개정은 내년(2022년) 마치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개정과 연계되어야 할 대입제도는 2024년 확정되어서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일정으로 구안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개정과 대입제도 변화와 관련해서, 정책적인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 • 현재 대입 제도가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고력을 키워주고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오지선다형의 대학수학능력 시험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부에서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만약 정시모집을 늘리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주관식 등으로 형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주관식 채점의 문제점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AI를 이용하거나, 5~10명 정도의 채점 위원을 투입해 진행한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채점 결과에서 너무 차이가 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조정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습득된 지식에 따라 정답을 맞히게 하는 경쟁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서 테스트 할 과목이 다양해질 것입니다. 그 모든 부분을 전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테스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현재와 같이 과목들을 테스트하는 학력고사 방식의 시험이 아니라, 초기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대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시험제도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 • 우리사회가 대학에 대해서 아직도 불신하고 있고,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하여 왜곡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요.

오 • 주관식 평가 자체가 객관성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객관식 문제 출제도 불확실성을 지니고, 또 주관적이며 편향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객관식 시험은 채점만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서울대학교의 입시 결과를 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만으로 학생을 선출하면 강남 3개 구의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지역의 불균형을 생각해 학생부를 바탕으로 종합평가를 하면 좀 더 많은 지역의 학생들이 선출될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과연 ‘공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하게 됩니다. 결과의 공정성만을 따진다면 출발점에서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전형을 현재와 같은 체제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항의 성격을 수정하거나, 출발점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전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은 여론조사를 하면 3분의 2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집을 늘리려고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강 • 서울대학교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이나 관심을 더 받으면서 또한 비판도 많이 받을 텐데요. 어려움과 걱정이 상대적으로 클 거라 짐작됩니다. 특히 국제적인 대학평가 결과 같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는 서울대학교에 더 많은 주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 • 최근에 한 기관에서 시행하는 두 개의 국제 대학평가가 서울대학교의 순위를 발표했는데, 세계 대학평가 순위에서는 한 단계가 상승했고,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는 떨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표도 다르고 배점도 달라 벌어지는 일인데요, 데이터도 이상한 부분이 많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중국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 교환학생이 입국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번 국제화 부문 평가에서 100점을 얻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의심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고, 평가 지표나 배점에서 자의적인 점도 있었습니다.

강 • 대학을 평가하는 에이전트들이 사실상 영업을 하는 것이어서, 그들의 평가에 대학들이 휘말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우리 대학들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고등교육계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오 • 실제로 서울대학교는 몇 개의 평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평가 에이전트들이 대학 순위 향상을 위한 컨설팅도 하는데,서울대학교에서는 이용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영업 행위라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 • 마지막으로, 총장님의 말씀을 읽을 독자들께 맺음 인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교육광장’은 학교와 대학에도 가고, 연구기관이나 정부에도 갑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접근하셔서 읽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 • 세계가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고 우리나라는 학령인구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처하려면 대학뿐 아니라 교육 전체가 빨리 변혁을 하고 그에 적응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직 되어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중·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위해 암기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대학에 와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이런 부분은 미래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까운 일이거든요.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 교육의 전환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과 관계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바뀌지 않으면 미래 세대를 볼모로 우리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상황 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래 세대가 학교를 졸업하고 맞닥뜨릴 사회생활 준비를 잘 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는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대학에서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하여야 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교육부도, 함께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교육 전반이 큰 변혁기에 있다. 코로나19 이외에도 국내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등 고등교육 및 대학 교육 전반에서 일대혁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적인 융합교육을 펼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교육·연구 혁신모델을 만드는 것이 존경받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강태중 원장(이하 강) •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시고 이제 2년 반을 넘기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역사를 맨 앞에서 쓰고 있고, 또 우리 학교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총장님께서는 그런 역사와 영향력의 첨단에서 분투해오셨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두고 일해 오셨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와 어려움을 만나셨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담 중인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왼쪽)과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오른쪽)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이하 오) • 취임할 당시 서울대학교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총장 선출 문제, 노무 문제, 학생 소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 급한 일이었고, 학교를 정상화시킨 후에 조금씩 필요한 정책들을 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교육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과정원들이 굉장히 경직돼 있는 상황에, 서울대학교는 급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학생들의 전공 이외의 학습이 필요해 복수 전공, 부전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인문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AI 교육이 필요하다면 시행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습 분야를 넓혀주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다가갔다고 생각되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에 질적인 부분에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아이디어는 신임 교수일 때 많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신임 교수가 새로운 연구를 실행하고 정착하는데 최소 4~5년 이상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 실행 시간이 길어지면 하고 싶었던 아이디어가 무의미하게 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빠른 정착을 도와 신임 교수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10개 유망 분야의 연구력을 세계 10위권 안에 올려놓자.’는 ‘텐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학과, 학부 등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연구나 교육의 수준이 높아지지 못하는 게 선진국에 비해 재정 상태가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그나마 다른 대학 보다는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계속 요구하기 힘들어 서울대학교만의 자체적인 재원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스탠퍼드대학의 실리콘 밸리, 칭화대학의 중관춘(中關村) 회사와 같은 산업체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만들고 잘 성장시켜 나간다면 학교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 낙성대, 신림동에서 AI밸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년여 진행하면서 아직 눈에 보이는 큰 성과는 없지만 기본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10개 중 1~2개만 성공시킨다면 서울대학교의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 서울대학교를 넘어서, 고등교육 일반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재정 취약이나 사회적인 불신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꽤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타당한지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국제적인 대학평가 결과를 두고도 대학 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루어내고 있는 성과가 결코 미미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이나 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지 말씀해주십시오.

오 •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학교육 전반이 큰 변혁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과 더불어 비대면 수업이 많이 늘었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체제가 따라가지 못할 상황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또 다른 복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위해 대학들이 변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서울대학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여 대학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추세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고, 선진국 대학을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우리나라만의 새롭고 고유한 교육 모델, 연구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번에 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040년을 목표로 교육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연구는 어떻게 바꿔야 되고, 재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학교의 지배 구조는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해 8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장기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총괄 분과에서는 ‘이대로 가면 안 되고, 위기다.’라는 의견과 ‘서울대학이 한국의 대학들을 선도하는 노력을 보여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강의 방법, 학생들이 전공을 택하는 방법 등이 너무 옛날 체제에 갇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제도들이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또 다른 복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위해 대학들이 변신을
꾀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강 • 아무래도 그런 논의들을 하시다 보면 구조적이거나 제도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보시게 될 듯합니다. 서울대학교에 특정해서, 또는 우리 고등교육 일반에 관련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오 • 우리나라 대학에 관계되는 법령이나 지침은 상당히 옛날 방식에 멈추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인터넷 강의만으로는 수업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인터넷 강의가 전체 강의의 10% 이상을 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이미 증명되어 있기에 과목별 수강 인원을 제한하는 제도도 바뀌어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지역사회와 상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학과 지역이 함께 상생해야 할 부분인데, 관악구에서 볼 때는 ‘서울대학교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에 서울대학교가 산업체와 교류 및 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산학협력이라는 틀에서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넓게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울대학교에서는 AI분야에서 산업체와 겸직하는 교수를 채용했습니다. 과거에는 법으로 기업체와 서울대학교의 교수직 겸직이 허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겸직은 창업할 때만 되었으나, 현재는 첨단 분야까지는 허용이 가능해 구글에서 재직하고 계시는 분을 채용했습니다.

강 • 사회나 과학기술의 빠른 변화들을 최전위에서 감지하시게 되는 듯합니다. 그런 변화들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심이 크겠습니다.

오 • 최첨단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되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과 교수님들에게 ‘학생들에게 선택을 많이 받아서 좋겠다.’고 말하면, ‘우리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서 교과서를 새로 써야한다.’며 고충을 털어놓곤 합니다. 산업계가 워낙 빨리 바뀌고, 교육이나 연구 상황도 더불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강 • 총장님께서도 그동안 쭉 관심을 두셨던 것으로 압니다마는, 기초과학 분야에 소홀해지는 문제는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오 • 서울대학교는 인기가 없는 학문도 국가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맡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기초과학분야를 보호 학문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보호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많이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강 • 이야기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미래’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 “지금은 새로운 미래로 전환하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마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시대 전환을 이야기하는 강도가 최근 특히 강한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교육의 측면을 염두에 둘 때,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미래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까요?

오 •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미래 사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빨라지면서 사회가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3분의 2는 미래에 직장을 찾을 때 현재 없는 직업에서 찾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회가 많이 변화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교육은 학생의 미래를 대비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직업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필요한 능력을 유추해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었죠.
하지만 현재는 미래 어떤 직업이 생겨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가 유연해져야 하고, 연구에서도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하는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까지 교육은 창의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 입시가 주어진 지식을 잘 익히고 그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사람을 키우는 쪽으로 교육을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학에 들어와서도 학생들은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이에 서울대학교에서는 1학년 과정에서 학생의 자율적인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교양과목 부분을 강화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학생 설계 전공’을 만들어 학생 스스로 전공을 설계하고 있고,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자율 세미나’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괜찮다면 연구 과제로도 삼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융합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과거에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굳이 생물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또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인문사회분야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할 때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해 줬다는 것이 핵심이고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에 매몰되지 않고 융합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에서는 융합 과목을 늘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철학자, 사회과학자, 자연과학자가 함께 강의를 합니다. 여러 학자들이 서로 다른 측면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 하나의 강좌에서도 넓게 공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전공분야와 인접한 학문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 학문으로도 넓혀 새로운 개념을 접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 •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마는, 과학과 기술은 빠르고 혁신적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대학이나 학교교육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공학을 이용하는 교육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총장님께서는 이런 변화나 인식의 흐름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수용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고, 또 경계해야 할 점은 또 어떤 것일는지요?

오 • 교육에서는 온라인 강의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면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의 교육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면 수업을 확대하려고 애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기술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교육방법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줌 수업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교육에 무엇을 좀 더 반영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우리가 시도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듣고 싶어 하는 컴퓨터 입문, 경영학 원론, 경제학 등 인기 강의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기 과목은 강의실에서만 수업이 가능했기 때문에 200명 이상 신청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면, 200명은 오프라인으로 수강하고 그 외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강이 가능합니다. 1천여 명의 학생에게 강의 운영이 굉장히 유연해 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인기 강의를 수강신청을 하려면 아침부터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 이제는 그와 같은 상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관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외국의 우수 대학에 보내 학점을 이수하게 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출국이 불가능했고 이 상황이 길어지자 외국의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운영했고,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국내에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의 경우, 수업료가 엄청 나게 비싸지만 대면이 아닌 온라인 강의만으로 진행했습니다.
외국 유명 대학에 가지도 않고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강의를 듣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학생들은 외국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조교나 교수들과의 소통이 빠르게 진행됐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바로 답변도 이루어지고 토론도 가능해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졌던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학생을 외국 대학에 보내지 말고 서울대학교에서 외국의 유명 교수를 초빙해 여름학기, 겨울학기 시즌에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비싼 수업료 대신 초빙된 교수들에게만 강사료를 지불하면 되니 학생들에 더 큰 이득이 아닐까 생각되어 현재 운영 중입니다.

강 • 저희 교육과정평가원의 일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잘 아시듯이,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지금 여러모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국가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가 아닐까 합니다. 교육과정 개정은 내년(2022년) 마치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개정과 연계되어야 할 대입제도는 2024년 확정되어서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일정으로 구안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개정과 대입제도 변화와 관련해서, 정책적인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 • 현재 대입 제도가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고력을 키워주고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오지선다형의 대학수학능력 시험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부에서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때, 만약 정시모집을 늘리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주관식 등으로 형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주관식 채점의 문제점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AI를 이용하거나, 5~10명 정도의 채점 위원을 투입해 진행한다면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채점 결과에서 너무 차이가 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조정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습득된 지식에 따라 정답을 맞히게 하는 경쟁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서 테스트 할 과목이 다양해질 것입니다. 그 모든 부분을 전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테스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현재와 같이 과목들을 테스트하는 학력고사 방식의 시험이 아니라, 초기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대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시험제도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 • 우리사회가 대학에 대해서 아직도 불신하고 있고,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이해를 반영하여 왜곡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요.

오 • 주관식 평가 자체가 객관성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객관식 문제 출제도 불확실성을 지니고, 또 주관적이며 편향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객관식 시험은 채점만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서울대학교의 입시 결과를 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만으로 학생을 선출하면 강남 3개 구의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지역의 불균형을 생각해 학생부를 바탕으로 종합평가를 하면 좀 더 많은 지역의 학생들이 선출될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과연 ‘공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하게 됩니다. 결과의 공정성만을 따진다면 출발점에서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전형을 현재와 같은 체제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항의 성격을 수정하거나, 출발점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전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은 여론조사를 하면 3분의 2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집을 늘리려고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강 • 서울대학교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이나 관심을 더 받으면서 또한 비판도 많이 받을 텐데요. 어려움과 걱정이 상대적으로 클 거라 짐작됩니다. 특히 국제적인 대학평가 결과 같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는 서울대학교에 더 많은 주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 • 최근에 한 기관에서 시행하는 두 개의 국제 대학평가가 서울대학교의 순위를 발표했는데, 세계 대학평가 순위에서는 한 단계가 상승했고,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는 떨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표도 다르고 배점도 달라 벌어지는 일인데요, 데이터도 이상한 부분이 많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중국 같은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 교환학생이 입국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번 국제화 부문 평가에서 100점을 얻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의심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고, 평가 지표나 배점에서 자의적인 점도 있었습니다.

강 • 대학을 평가하는 에이전트들이 사실상 영업을 하는 것이어서, 그들의 평가에 대학들이 휘말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우리 대학들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고등교육계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오 • 실제로 서울대학교는 몇 개의 평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평가 에이전트들이 대학 순위 향상을 위한 컨설팅도 하는데,서울대학교에서는 이용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영업 행위라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 • 마지막으로, 총장님의 말씀을 읽을 독자들께 맺음 인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교육광장’은 학교와 대학에도 가고, 연구기관이나 정부에도 갑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접근하셔서 읽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 • 세계가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고 우리나라는 학령인구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처하려면 대학뿐 아니라 교육 전체가 빨리 변혁을 하고 그에 적응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직 되어 있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중·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위해 암기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대학에 와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이런 부분은 미래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까운 일이거든요.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 교육의 전환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과 관계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바뀌지 않으면 미래 세대를 볼모로 우리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상황 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래 세대가 학교를 졸업하고 맞닥뜨릴 사회생활 준비를 잘 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는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대학에서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하여야 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교육부도, 함께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