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 게임’으로 호기심 공략해
어려운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광주광역시 광주운암초등학교 이해중 교사

글. 정혜영 | 사진. 김재이

역사 시간이 되면 광주운암초등학교 이해중 교사와 학생들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제시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방을 탈출하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다양한 힌트를 통해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풀고 방을 탈출하는 ‘방탈출 게임’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역사 수업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주제이거나
학사 일정 운영상 또는
사회적인 인지도가 낮아
교실 수업에서 다루지
못한 역사 문제를
발굴하여 ‘방탈출 게임’
프로그램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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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강역에서 잘못 탄 기차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차를 타면 흥미로운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광주운암초등학교 4학년 2반 학생들 책상 위에는 특이한 문자로 된 힌트 종이가 놓여있다. 학생들 모두 게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1929년 그때로 돌아가 그들처럼 기차를 타고 역사추리 게임을 떠난다. 나주역(전남 나주시 나주역길 56)과 극락강역(광주 광산구 목련로 310-23) 중 떠나고 싶은 역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겠다.’ 버튼을 누르면 ‘방탈출 게임’이 시작된다. 이 게임의 콘셉트는 극락강역 무우장수를 따라 학생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보며 역사 공부를 하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즐긴다

‘방탈출 게임’은 방에서 문제를 풀어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다양한 자물쇠와 장치가 있는 방탈출 카페에서도 즐길 수 있다. 게임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방탈출.COM’으로 접속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방탈출닷컴’으로 검색하면 이용할 수 있다.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게임을 시작하겠다.’ 를 클릭한 후, 게임에 대한 안내문을 확인하여 초등용, 중등용 중 하나를 선택하면 게임이 시작된다. 오프라인에서 이용하려면 ‘현장’ 을 선택하면 야외에서도 ‘방탈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교육용으로 제작된 ‘방탈출 게임’은 ‘바다로 간 플라스틱’, 학생독립운동 역사 추리게임 ‘극락강 무우장수’, 장애공감프로그램 ‘모두가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평화와 통일을 위한 추리게임’, ‘한글날 방탈출 게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난이도에 따라 저학년, 고학년 버전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교사용 페이지에서는 정답과 해설, 활동지가 제공된다.

어려운 학습 내용을 ‘방탈출 게임’으로

광주운암초등학교 이해중 교사가 방탈출게임을 학습프로그램에 접목한 뒤, 방탈출닷컴 크루와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에 의해 개발된 프로그램들이 방탈출닷컴에 소개되어 있다.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주제이거나 학사 일정 운영상 또는 사회적인 인지도가 낮아 교실 수업에서 다루지 못한 역사 문제를 발굴하여 ‘방탈출 게임’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 이해중 교사가 ‘방탈출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지난해 광주실천교사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교육자료를 준비할 때부터이다.
학생들이 교과과정 이외 특정 주제로 이뤄지는 계기교육에 소극적인 자세로 참여하는 것을 고민하던 중에 ‘방탈출 게임’과 접목해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주로 역사 현장이나 기념시설에서, 휴대폰을 들고 오프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학습이 많아져 급하게 온라인 버전이 제작됐다. 이 때문에 전국의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면서 ‘방탈출 게임’은 더욱 인기를 끌게 됐다. ‘방탈출 게임’을 접한 학생들은 ‘공부가 재미 있다.’,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등 수천 개에 달하는 긍정적인 후기를 전해주었고, 학생들의 반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방탈출 게임’이 본격화된 것은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학생들이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찾아 느낄 수 있도록 ‘팔일오닷컴’이 개발되면서 부터다. 그 후 역사 학습과 관련된 ‘방탈출 게임’ 프로그램부터 ‘장애공감프로그램’, ‘독도교육’처럼 전국 학생들이 활용 가능한 수업 프로그램도 다수 제작됐다.


‘방탈출 게임’ 중 장애공감프로그램
행프(모두가 행복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는
전국 8만여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경험했습니다.

자신과 관련된 상황 만들어 흥미와 관심 높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탈출닷컴 크루들이 함께 제작한 장애공감프로그램 행프(모두가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통해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전국에서 8만여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경험했습니다. 장애인분도 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무장애) 프로그램도 제작됐으며, 시각장애인분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특수학급에서 사용됐다는 소식도 듣게 되어 정말 감동했습니다.”
장애공감프로그램 행프(모두가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장애’ 라는 명칭에 집중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의 의미를 조명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테마형 게임과 간접 체험을 결합한 장애공감프로그램 ‘행프’는 총 4개의 테마로 나뉘어 진행되며, 평소 주변 환경에 불만을 가진 주인공에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면 주인공 (플레이어)이 행프 마을에 초대된다.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경험하며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각 테마별로 시각, 지체, 자폐성, 청각장애를 소개하고 있으며, 4개의 테마를 모두 완성하면 행프 명예 시민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공감,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우리는 많이 사용하지만 그들의 입장이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행프’는 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상황을 만들어 흥미와 관심을 끌게 만들었습니다.”

장애공감프로그램
(모두가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움

이 교사가 학사일정 운영도 바쁘지만 프로그램 제작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보내는 후기 때문이다. ‘방탈출 게임’에 참여한 학생들이 적게는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만 건의 리뷰를 보내온다. “학생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문제를 풀어가고, 숨겨 놓은 의도를 살펴보고 감동했다고 보내오는 후기는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방탈출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부모들은 역사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느낀 감정과 변화된 생각을 알게 되면 놀라기도 합니다. 교사로서도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공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방탈출 게임’을 통해 많은 아이들과 만난 것도 성과이지만 교사 스스로 학습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이 더 큰 성과다. 때문에 이 교사는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하고 있으며, 제작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수백 명 선생님들에게 ‘방탈출 게임’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연수에 참여하기도 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전국 단위 방탈출닷컴 크루 활동도 그 일환입니다. 방탈출닷컴 크루 선생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 해서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전국의 모든 학급이 마치 한 학년처럼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해중  광주운암초등학교 교사

광주운암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며,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 방탈출닷컴 크루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교실심리학>, (2020, 푸른칠판), <격려하는 선생님> (2017, 학지사), <용기의 심리학> (2016, 학지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