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학생 · 학부모 공감&소통 콘서트를 마치고

● 글. 민용성 KICE 연구위원

민용성 연구위원
KICE 교육과정·교과서본부

교육과정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교육과정 총론 및 창의적 체험활동 개선 연구, 국가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연구, 농어촌 학교 교육과정 개선 연구 등을 수행해 왔다. 현재는 미래 사회 학교지식 탐색 연구, 고교학점제 부분 도입 방안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들어가며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일은 교육과정 및 교과 교육 전문가들의 몫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는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전문가 외에도 현장 교사를 포함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전에 비해 보다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체제가 마련되었다. 특히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이전보다 많이 참여 하도록 하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교육 주체의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수차례의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교육과정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학생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고 학생들은 국가에서 만들어 준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하고 평가받아 왔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교육 주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설문조사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의견수렴의 방식이나 내용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2021. 4. 20. 교육부 보도자료)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슬로건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이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학생·학부모 공감&소통 콘서트(이하 ‘콘서트’라 함)는 이러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이번 콘서트는 미래 교육의 비전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 학교급별 개선 과제 등 새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주제와 내용으로 학생 및 학부모와 함께 직접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짧은 준비 기간에 이러한 기획 의도에 맞게 콘서트 행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계속 변경되어 현장 중심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전환하여 계획하였다. 이후 다시 전면 온라인 행사로 일정이 바뀌게 되어 행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4개 권역별 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특히 학생 및 학부모 참여자 선정, 토의 주제별 사전 의견조사, 콘서트 전용 홈페이지 제작, 홍보자료 제작(동영상, 리플릿 등) 및 배포, 콘서트 장소 확정 등 매번 권역별 행사 전에 준비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 확인하였다. 실제 진행한 권역별 콘서트에서는 행사장 분과 구성 및 좌석 배치부터 방역 대책, 콘서트 유튜브 생중계까지 이어져서 연구진과 스텝들의 심리적 압박과 긴장감은 매우 컸다. 행사 개최 하루 전에 릴레이토크 참여자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등 행사 진행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이하에서는 콘서트 행사의 진행 과정과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콘서트 행사 개요

전문가 강연

전문가 강연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매주 토요일에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8월 28일(토) 1권역(대전)을 시작으로 9월 4일(토) 2권역(광주), 9월 11일(토) 3권역(부산), 9월 25일(토) 4권역(서울) 순으로 진행되었다. 콘서트의 참여자는 권역별로 학생 90명, 학부모 90명, 교사 20명 등 200명으로, 4개 권역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를 포함하여 총 800명이 참여하였고 콘서트 유튜브 생중계에 교육과정 개정에 관심 있는 다수의 일반인들도 참여하였다. 권역별 콘서트는 3개의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1부에서는 미래 교육의 변화와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강연과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홍보 동영상 시청을 진행하였다. 2부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릴레이 토크가 진행되었다. 토크 주제는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한학교 교육의 방향과 개별 맞춤형 교육’과 ‘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급별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개선’이었다.
3부에서는 학생 및 학부모로 구성된 4개 분과별 주제 토의 및 결과 종합, 토의 결과 발표와 종합 토의가 진행되었다. 여기에서는 분과별로 공통주제와 학교급별 주제에 따라 토의가 이루어졌고, 각 분과의 참여자 중에 대표가 분과 토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후 토의 주요 결과 및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자유발언, 질의 및 응답 등 종합 토의가 진행되었다. 종합 토의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는 분과 토의에서 제안된 의견 및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에 대한 교육부 관계자의 답변과 설명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다.

릴레이 토크 및 분과별 토의 주요 결과

릴레이토크

릴레이토크

콘서트 행사 2부의 릴레이 토크는 5명이 참여하여 대담 방식의 토의로 진행되었는데, 사회자를 포함하여 고등학생 1명, 학부모 1명, 교사 1명, 교육부 관계자 1명이 참여하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권역에 따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학교혁신지원실장, 교육과정정책관 등이 참여하였다. 릴레이 토크는 2개의 주제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부 관계자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4개 권역에서 진행된 주제별 릴레이 토크 결과를 종합적으로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미래사회 변화 대비 학교교육의 방향과 개별 맞춤형 교육’과 관련하여, 자기주도적 역량 함양 교육, 위기 대처 능력 및 자기 이해 능력 향상 교육, 다양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및 진로 체험 기회 제공(학생) / 적극적·창의적·자기주도적 인재 교육, 미래 사회에 등장할 직업에 대한 교육,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형 교육 강화, 학생의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 확대(학부모) / 학생 스스로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과제중심형 및 문제해결형 교육, 학생의 안전·건강·행복 보장, 교사 전문성 함양을 위한 문화 및 시스템 지원,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 지원, 평가 제도의 혁신과 변화(교사) 등이 제안되었다. 다음으로 ‘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급별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개선’과 관련하여, 학생의 자율적 과목 선택 및 이수, 소인수 과목 개설을 위한 타 학교 및 시설과 연계,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디지털 학습기기 사용 환경의 확대(학생) / 학생의 진로 및 진학에 따른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여건 마련, 장기 프로젝트 수업 및 다양한 동아리 활동의 활성화, 학생의 적성 및 진로 맞춤형 학습을 위한 절대평가 및 수행평가 중심의 평가 강화(학부모) /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 및 초등학교 선택과목 개설 등 단위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운영 강화, 디지털 교과서의 활용도 제고, 범교과 주제 학습 및 중학교 스포츠클럽활동 개선, 온라인 수업 및 평가· 가상체험·AI 활용 교육 등의 내실화, 교육활동 중심의 연구 문화 조성 및 지원(교사) 등이 제안되었다.
콘서트 행사 3부의 분과별 토의는 약 60분 동안 진행되었다. 토의 분과는 초·중학교 학생, 초·중학교 학부모, 고등학교 학생, 고등학교 학부모 분과 등 4개로 구성되었다. 분과별 토의는 공통 주제와 학교급별 주제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학생 및 학부모 참여자들은 토의 과정에서 사뭇 진지하면서도 평소 고민하던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구진은 사전에 권역별 콘서트에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각 주제에 대해 의견조사를 실시하여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후 각 권역별 콘서트 행사에서 분과별 토의 시간에 개인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통 주제로 제시된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학교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의하였다. 그리고 학교급별 주제로 초·중학교는 ‘기초 능력에 바탕을 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고등학교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각각의 하위 주제를 중심으로 토의하였다.

분과별 토의

분과별 토의

분과별 토의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하거나 교육과정 개정 시 참조할 만한 내용들이 다양하게 제안되었다. 4개 권역의 분과별 토의 결과의 일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주제인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학교 교육의 방향’에서 미래사회 인재상으로는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사람, 자기주도적 삶을 영위하는 사람, 바른 인성과 품성 및 도덕적 자질을 가진 사람, 디지털 문해력을 갖춘 사람, 융합적 역량을 갖춘 사람 등이 제안되었다. 미래사회에 강조해야 할 교육으로는 다양한 체험을 강조하는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 교육, 지식의 융합 및 창의력 신장 교육 등이 제안되었다. 또한 미래사회 대비 수업 및 평가 방법으로는 학생의 삶에 기반한 개인별 맞춤형 수업, 체험과 연계된 수업, 과정 중심 수업과 평가, 학생 주도성을 강조하는 수업과 평가 등이 강조되었다. 초·중학교 분과의 ‘기초능력에 바탕을 둔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토의 결과, 개별 학생의 능력에 따른 맞춤형 수업의 필요,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공부의 즐거움을 통한 놀이와 학습의 접목, 실생활과의 연계 및 교육형 게임에 대한 연구 필요, 자유학기 시기의 학업 소홀 방지를 위한 학습 보완 방안 마련,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다양화 및 운영 시기 변경 필요 등이 제안되었다.
또한 고등학교 분과의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에 대한 토의 결과, 학생의 진로 탐색 및 설계를 위한 체계적인 진로 교육, 이수 과목 간의 연계성 및 순차성 안내, 학생의 흥미 및 적성 파악을 위해 자기 이해 교육에 대한 지원 필요, 지역 및 학교 간 개설 과목의 격차 완화를 위해 공동교육과정 및 학교 밖 교육 확대 필요, 학생 성장 중심 평가 및 개별 맞춤형 평가 강조, 절대평가 교과목 확대, 대입 사정 시 학생의 선택 과목 및 학습 이력 반영 등이 제안되었다.
연구진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과 토의 과정에서 실제 발언한 내용을 중심으로 각 권역 분과 토의 결과를 종합하여 권역별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이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하여 학생과 학부모들의 토의 결과 및 내용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부는 권역별 결과 보고서를 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등에 전달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나오며

총 4회에 걸쳐 개최된 콘서트 행사는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토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교육과정 개정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선구적 시도였다. 그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과 직접적이지만 멀게만 느꼈던 교육과정 문제를 콘서트를 통해 실제로 직접 접하면서 내가 ‘배우는’ 교육과정을 내가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콘서트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 수요자를 넘어 교육과정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한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콘서트에서 제안된 다양한 의견들이 새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국민과 함께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완성되기를 바란다.
이번 콘서트 행사는 연구진의 열정과 노력뿐만 아니라, 17개 시도교육청과 초, 중, 고 학교 현장의 지원과 도움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4개 권역에서 진행된 콘서트는 늘 긴장감의 연속이었지만, 학교 현장 교사, 교육청 담당 장학관(사), 강연을 맡은 전문가, 교육부 담당관 등 모든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였기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제시로 이 콘서트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의미 있는 개정 절차의 중요한 과정으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4개 권역 콘서트 행사를 위해 각 권역에서 참여해 주신 학생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