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방향

• 글·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초중등교육에서 고등·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형식교육과 비형식·무형식 교육을 포함한 교육 분야 전반의 큰 화두 중 하나다.
고등·평생교육과 비형식·무형식교육이 가지는 상대적인 교수학습체제의 유연성은 이러한 영역과 범주에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위한 자발적이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토양이 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 특히 국가 수준 교육과정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형식교육 차원에서의 초중등교육에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더욱 특별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공교육과 초중등교육이라는 학교 교육에서의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방향을 논하고자 한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은 학생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시작은 학생에 대한 ‘이해’에 있다. 학생에게는 ‘자기 이해’이며 교사에게는 ‘학생 이해’,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자녀 이해’를 의미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서 개별 학생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배경이다.
여기서 학생에 대한 이해는 학생의 학습 관련 ‘데이터’의 분석으로 가능해진다. 학습 관련 데이터(이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여 교수학습의 질을 높이려는 접근은 오래전부터 나타났으나, 최근 여러 디지털 교육의 과정과 결과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과 유형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위한 학습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에 의한 학습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대가 크다. AI에 의한 학습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에 대한 이해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는 자신도 몰랐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 교사와 학부모 역시 그만큼 자신의 학생 혹은 자녀 한명 한명을 보다 정확하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 경험, 그리고 직관에 의존한 맞춤형 교육은 상중하 등 그룹별 수준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학생 개별 수준에까지 이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이해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맞춤형 인지적·정서적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학생 ‘이해’와
교수학습 활동의 디지털화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시작이 학생에 대한 이해이며, 이것이 AI에 의한 학습 데이터 분석의 결과라면, 분석의 대상이 되는 학습 데이터는 언제 어떻게 수집될 수 있을까? 사실 기존 우리의 교수학습 환경에서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데이터 수집을 기대하기 어렵다.

AI가 필요로 하는 학습 데이터는 ‘디지털’ 데이터를 의미하는데, 이는 학생의 전반적인 학습 과정과 결과를 디지털화하여 저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범주와 맥락을 학교 교육으로 본다면, 기존 학교 교육에서 디지털화된 학습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저장할 수 있는 장면이 잘 연상되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의 생성과 수집은 학교 교육에서 교수학습 활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제(mechanism)가 필요한 이유이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사교육 혹은 온라인 교육에 한정된 것이 아닌, 공교육과 학교 교육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 말이다.

교수학습 활동의 디지털화 공간과 환경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우리는 이미 학교 교육에서 교수학습 활동의 디지털화를 위한 여러 기제를 경험한 바 있다. ‘디지털교과서’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 스마트교육 추진에 따라 본격적으로 등장한 디지털교과서는 학교 교육에서 교수학습의 디지털화를 매개하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존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용 도서’라기보다 주로 교수학습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는 한계를 보였다. 교사가 학습 내용을 전달하는 용도로 효용성이 있었지만, 학생의 직접적인 학습 활동이 일어나는 디지털 환경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는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데이터의 생성과 수집의 한계와 이를 토대로 하는 학생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위해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를 생각해 보자. AIDT는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 주도의 학습 활동에 초점을 두고, 맞춤형 교육을 위한 시작으로 ‘학생 이해’와 이의 토대가 되는 학습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AIDT가 기존 디지털교과서와 비교하여 실제로 어떻게 얼마나 다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디지털 교수학습을 위한 도구를 넘어 교수학습이 일어나는 공간과 환경이자 교수학습 디지털화의 매개체로서 AIDT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수(teaching)보다 학습(learning)에
초점을 둔 자기주도학습

AIDT를 포함한 디지털 교수학습 공간과 환경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일차적 주체는 학생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사의 교수(teaching) 활동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learning) 활동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OECD PISA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의 활용 정도는 높았으나, 주로 교사에 의한 활용으로 학생이 활용하는 정도는 매우 낮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에서 제한된 수업 시간에 교수 활동이 많다는 것은 학습 활동의 상대적 축소를 의미하고, 이는 여전히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이 일어남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으로 ‘학생 이해’와 이를 위한 학습 데이터 생성과 수집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추구하는 학생이 주도권을 가지는 자기주도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주도학습은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수 방법 및 전략으로서 가치를 가지며, 그 자체로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 역량은 가르쳐서 키울 수 있는 역량이라기보다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기평가와 성찰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메타 역량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과정 중에 자기주도학습을 스스로 경험하면서 자기주도학습 역량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함양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의 디지털 기술 및 기기 사용에 대한
신뢰와 오너쉽(ownership)

AI 기반 맞춤형 교육에서 ‘맞춤’은 학생 개별 맞춤에 있으며, 이는 학생 1인 1디바이스 환경을 전제로 한다. 학교 교육에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 역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오남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과 기기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되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에서 학생의 디지털 기술과 기기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학생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지털 기술과 기기 사용을 제약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학생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의 주체성과 주도권을 강조하는 자기주도학습을 고민하면서, 정작 디지털 기술과 기기 사용에 대해서 학생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기기 사용의 모니터링과 통제는 교사에게 또 하나의 업무 부담이 된다.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교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 디지털 기술과 기기 사용은 그만큼 번거롭고 불편해진다. 이와 같은 번거로움과 불편함은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학생의 동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과감하게 학생에게 디지털 기기에 대한 소유권을 줄 필요가 있다. 학생 1인 1디바이스 환경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수 학생의 디지털 기술과 기기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대다수 학생의 건전하고 생산적인 사용을 제약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학생 ‘이해’와 맞춤형 교육을 위한
학습 데이터 수집과 활용

학생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 수집되고 분석되어야 하는 학습 데이터는 학생의 성적, 성취도 등 학습 결과 차원의 단편적인 데이터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학생 이해를 위한 유용한 학습 데이터는 학생의 학습 과정에 대한 궤적, 교사와 동료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양상, 디지털 콘텐츠와의 상호작용 양상은 물론, 학생의 심리 정서적인 상태(state)와 특성(trait)에 대한 데이터를 포괄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의 학습 데이터는 학교와 교실을 넘어 학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관 간의 연계·협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데이터의 연계와 통합은 AI·빅데이터 시대의 당위로 이를 위한 여러 정책과 협의기구가 마련되었으나, 실제 데이터의 연계·통합의 가시적인 성과, 특히 학생의 학습 차원, 즉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 관련 데이터의 연계·통합 접근은 발견하기 어렵다.
맞춤형 교육을 위한 학습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은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관 간의 협의 중심의 접근보다, 학생에게 혹은 보호자에게 학생 자신의 학습을 위해 자신의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교육 분야 마이데이터(MyData) 제도의 실질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효과성 분석과 검증

끝으로, 학교 교육에서 AI 기반 맞춤형 교육이 또 하나의 트렌드와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AI 기반 맞춤형 교육의 효과성 분석과 검증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technology’의 교육적 활용 양상을 보면,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학교 교육에 있어 큰 자취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교육적 효과성을 제대로 밝히고 보여주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주요국에서 AI·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효과성 분석과 검증에 노력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추진하면 AI·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효과성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학교 교육 전반에의 영향(impact)을 분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교육적 효과성과 영향에 대한 분석은 교육현장에서 AI·디지털 기술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편, 교육적 효과성과 영향 분석은 교육 현장과 괴리되어 외부 연구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참여가 전제될 때 그 의미가 커질 것이다. AI·디지털 기술의 수용 여부는 결국 교육 주체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이며 교육부가 위탁지정한 ‘디지털교육지원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저서로 ‘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탄생’이 있으며, ‘온라인 학습분석 기반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 ‘맞춤형 교육을 위한 스마트 데이터 구축 및 활용 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