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함께

‘써사모’ 서핑동아리 우리의 바다
우리의 환경,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

글·안세진 양양중학교 교사

양양중학교의 서핑동아리 ‘써사모(서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양양의 학교와 마을의 선생님들이 오로지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여 탄생하였다. 매주 금요일 바다로 가 파도를 타는 서퍼(surfer)로, 서핑 후 바다의 쓰레기를 줍는 환경 지킴이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써사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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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의 고장 양양, 그리고 탄생한 중학교 서핑동아리 ‘써사모’

양양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작은 도시였지만, 이제 ‘서핑’하면 ‘양양!’ 할 만큼 서핑의 고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연히 지역 청소년들도 제집 앞마당에 바로 바다가 있는 만큼 서핑을 자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서핑은 상대적으로 1회 체험 비용 및 장비 구매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학생들이 접하기엔 쉬운 스포츠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더 다양한 교육과정을 꾸릴 수 있단 생각에 함께 서핑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같은 지역에 있는 ‘낙산 서핑학교’의 김나리 선생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이에 학교와 지역 마을 선생님이 의기투합하여 학생들을 위해 매주 동아리 활동을 서핑학교의 활동과 연계시키는 노력을 했다. 노력의 결과 ‘써사모’ 즉,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양양중학교만의 지역특화 동아리가 탄생했다. ‘써사모’ 동아리 운영은 올해 2년 차로, 지금은 현재 14명의 동아리원이 활동하고 있다. 3학년 4명, 2학년 4명, 1학년 6명으로 구성된 우리 동아리는 현재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금요일에 바다로 갑니다!” 매주, 바다로 향하는 학생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시간인 매주 금요일 6교시. 다른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서로 각기 다른 동아리 수업을 받을 때, ‘써사모’ 학생들은 에듀버스를 타고 낙산 해변으로 향한다. 서핑은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지만, ‘써사모’의 학생들은 파도가 있으나, 없으나 맹훈련이다. 파도가 없는 날에는 서프보드 위에 엎드려서 양팔로 노를 젓는 기술인 ‘패들링’ 연습을 한다. 패들링은 파도와 내가 타고 있는 서프보드의 속도를 맞춰 파도를 잡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술로, 서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어떤 날에는 패들링을 누가 제일 빨리하는지 경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파도가 없는 것보다 더 힘든 날은 집채만 한 파도가 오는 날이다. 아직 서핑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 많아 파도가 너무 큰 날에 서핑을 하는 것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이런 날에는 먼바다가 아닌 해안가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서프보드 없이 맨몸으로 타고 노는 ‘바디 서핑’을 즐기기도 하며, 낙산 해변과 양양의 남대천이 만나는 지점인 내수면 쪽에서 둥둥 떠다니며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실력과 파도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서핑 방법을 배우면서 지역의 서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바다는 우리가 지킨다.” 서핑 그리고 환경교육

‘써사모’ 서핑동아리는 서핑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에도 큰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서핑동아리의 첫 번째 시간은 ‘Take 3 challenge(3개 가져가기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Take 3 challenge’는 서퍼들의 환경 운동으로, 서핑 후 해변의 쓰레기 3개를 주워 환경을 보호하고 바다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전 세계의 서퍼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흡수력 빠른 ‘써사모’ 동아리 친구들은 낙산 해변에서 신나는 서핑을 즐긴 후,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스스로 줍는 환경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서핑의 문화, 로컬리즘(Localism)과 진로 교육

서핑은 오랫동안 스포츠로 사랑받아 온 만큼,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로컬리즘(Localism)이다. 로컬리즘은 바다와 해변을 자신의 집처럼 여기며, 그 지역 주민들이 바다의 주인이 되고, 방문객들은 지역 서퍼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규칙을 따르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런 로컬리즘 문화와 달리, 서핑의 고장인 양양의 청소년들은 서핑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매주 주말마다 양질의 파도가 있는 양양으로 여러 지역의 서퍼들은 몰려오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서핑 체험 비용 때문에 이를 쉽게 즐기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학교의 동아리 개설로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내에서 서핑을 즐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도 로컬 서퍼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양양은 최근 서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경험하고 있다.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외부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며, 기존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써사모’ 서핑동아리와 같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지역을 지키고, 그곳에서 풍요롭게 살아갈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미래에는 양양의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동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된 제1회 속초·양양 청소년 서핑축제

지난 10월 5일 지역 인프라 활성과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한 지역 연계 교육과정 활성화의 목적으로 ‘제1회 속초·양양 교육장배 청소년 서핑축제’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 서핑교육을 제공하고, 서핑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 부스를 운영하여 학생들에게 서핑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지역 서퍼 청소년을 위한 대회도 함께 개최되었는데 ‘써사모’ 동아리원이 모두 참가하였다. 그동안 매주 지역을 대표하는 서퍼로 훈련을 해 온 덕인지 써사모 학생들이 중등 여자 부문 1, 2, 3위 그리고 남자 부문 2, 3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축제에 참여하다, 특별한 축제 부스 운영

작년 2022년 써사모 1기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축제 부스를 운영하였다. 서핑을 접하지 못한 본교의 학생들을 위해 서핑에 흥미를 갖게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준비하였다.

서프보드 전시

서프보드를 가까이서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에 9.4피트(약 286cm)의 롱보드와 짧은 숏보드 한 장씩을 체육관에 전시하여 학생들이 눈앞에서 서프보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밸런스 게임 부스

학생들이 균형 보드 위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밸런스 게임을 진행하였다. 또한 서핑 애호가들이 롱보드 위에서 걷는 ‘로깅’이라는 기술을 훈련할 때 사용하는 폼롤러를 바닥에 눕혀 놓고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한 걸음씩 걸어서 도달하도록 하여 서핑의 기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서핑 VR 체험 운영

VR 기기 두 대를 설치하여 보드를 타고 파도가 원통형으로 깨져서 생기는 파도 터널을 직접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VR 서핑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핑의 매력을 전파하는 계기를 가졌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서핑

“바다로 향하는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져요!”라고 써사모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기상 상태로 인해 실내에서 이론 수업만 해야 하는 날에는 언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냐고 야단법석이다. 학생들은 학교 정규 동아리 시간 속에서, 써사모를 통해 지역의 바다를 누리는 방법을 배우고,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누구보다 몸소 느끼고 있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써사모 1기 졸업생인 장찬휘 학생(양양고등학교 1학년 재학)은 서핑롱보드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양양에서 서핑하며 멋진 서퍼로 성장 중이다. 이처럼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지역을 사랑하는 학생들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안세진
양양중학교 교사

강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2016)하여 강원도 양양중학교에서 5년 차 영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활동 및 마을 교육 공동체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이러한 목적으로 2022년부터 학생 서핑동아리 써사모(서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운영하며, 2년째 지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