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학교, 학습자 주도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1)

• 글·유은정 KICE 부연구위원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로의 전환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ICT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인류 사회 전반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교육을 위한 다양한 담론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핵심역량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이다. OECD(2019)에서도 ‘학습자 주도성’을 미래형 교육의 핵심자질로 제시하였으며, 2022년 12월에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도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인간상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여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설정하고 있다(교육부, 2022). 학습자 주도성에 기반한 거시적인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학습자 주도성 함양을 위한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적 맥락에 적절한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고자 ‘학습자 주도성’을 보다 명료하게 개념화하고,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을 분석하였다. 이렇게 분석한 내용을 종합하여 학습자 주도성 함양 및 발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1) 본 연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원 25주년 기념 세미나’(연구자료 ORM 2023-56)의 일부분을 요약 및 재구성한 것임.

학습자 주도성의 재개념화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을 ‘구성 요소’, ‘발현 수준’, 그리고 학습자 주도성 함양 및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전문가를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학습자 주도성의 정의를 재개념화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도식화하였다. 최종적으로 재개념화한 ‘학습자 주도성의 정의, 구성 요소, 발현 수준’을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그림 1]과 [그림 2]는 각각 ‘학습자 주도성 개념 모형’과 ‘학습자 주도성 영향 요인’을 최종적으로 도식화하여 나타낸 것이다.

<표 1> 학습자 주도성의 정의(구성 요소, 발현 수준)

[그림 1] 학습자 주도성 개념 모형

[그림 2] 학습자 주도성 영향 요인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 실태 분석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전국의 중학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2022년 7월 10일~7월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전국적인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소재지를 중심으로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의 학교 수에 비례하여 3%를 층화표집해 325개의 중학교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선정된 학교별로 1, 2, 3학년 각 1개 학급의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설문에 응답하도록 설계하여 각 학년의 학생과 교사가 골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다. 온라인 설문 조사 링크를 통해 설문을 요청한 결과 총 172개 중학교 교사 345명, 학생 7,571명이 응답하였다. 중학생들이 스스로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에 대해 응답한 결과를 학년과 성별, 주관적 성취도에 따라 비교하기 위하여 두 집단에 대해서는 평균비교 분석을, 세 집단에 대해서는 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먼저,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학생의 배경변인에 따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학년별로 비교해보면, 1학년이 2, 3학년에 비해 의도성 및 자기조절 평균이 유의하게 높고, 자기성찰의 경우 학년 간 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성별에 따라 비교해보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의도성과 자기조절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자기성찰의 경우 성별 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주관적 성취도에 따라 비교해보면, 자신의 학업성취 수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높은 집단일수록 의도성, 자기조절, 자기성찰 모두에서 유의미하게 더 높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다음으로,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학생의 배경변인에 따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학년별로 비교해보면, 개인적 수준과 마찬가지로 1학년이 2, 3학년에 비해 의도성 및 자기조절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고, 자기성찰의 경우 1학년이 2학년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둘째,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성별에 따라 비교해보면, 개인적 수준과는 달리 공동체 수준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의도성, 자기조절, 자기성찰 모두에서 더 높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셋째,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주관적 성취도에 따라 비교해보면, 개인적 수준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수준에서도 자신의 학업성취 수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높은 집단의 평균이 모든 구성 요소에서 더 높았다.

<표 2> 학년, 성별 및 주관적 성취도에 따른 학습자 주도성 수준 차이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 지원 방안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바와 같이 학습자 주도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의 모습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핵심 역량이자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하는 인간상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학습자 주도성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과 교사 모두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이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보다 높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발달 단계상 또래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인 중학생들의 경우, 개인적 과업보다는 또래와 협업하는 과업에서 보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고, 또래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학습 참여와 학습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중학생들이 학습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함양된 공동체 수준에서의 학습자 주도성이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으로 전이될 방안과 전략을 면밀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에 대한 학년별 인식을 비교한 결과, 개인적 수준과 공동체 수준 모두에서 1학년이 2, 3학년 보다 자신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자 주도성의 발달이 점점 퇴행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개인외적 요인들의 변화가 학습자 주도성을 위축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환기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변화의 시점이며, 사회적 지지와 학업성취 등 학교적응과 관련된 다양한 차원의 영향 요인들이 점차 부각되는 시기이다. 또한 중학교 시기는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자아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성인기를 준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제를 습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학년이 증가함에 따라 중학생들의 학습자 주도성 함양 및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개인내적 요인은 물론, 학교급의 전환 혹은 학년의 변화가 수반하는 개인외적 영향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셋째, 성별에 따른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을 비교한 결과, 남학생은 개인적 수준에서, 여학생은 공동체 수준에서 자신의 학습자 주도성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중학교 여학생이 중학교 남학생보다 또래들에게 더 동조적이며, 따라서 여학생들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서로 협업하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학생의 경우에 대해서는 이와 상반된 해석을 할 수도 있다. 본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미루어 볼 때, 중학교 남학생에게는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적 처방이, 그리고 중학교 여학생에게는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적 처방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성별에 따른 평균적인 경향일 뿐, 동일한 성 내에서도 유의미한 개인차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개인적 수준의 학습자 주도성보다는 공동체 수준의 학습자 수준이 더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성별에 따른 일반적인 경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중학생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다차원적인 전략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중학생의 학습자 주도성을 주관적 성취도에 따라 비교한 결과, 개인적 수준과 공동체 수준 모두 학업성취 수준이 상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하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학생보다 스스로의 학습자 주도성 수준을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자기효능감이 학습 과정에서 주도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 학업성취 수준에 대한 학생의 주관적인 인식이 자기효능감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교사는 높은 수준의 동기 부여와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변화와 성장이라는 격동적이고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생들에게 학교를 비롯한 가정 및 사회의 관심과 이해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유은정
KICE 부연구위원

지구과학교육을 전공하였으며, 대수능,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과학과 기초 탐구 자료 개발 등을 수행해 왔다. 현재는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실천 지향 교수학습 지원 방안 연구, AI·디지털 기반 과학과 교수학습 자료 개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과 평가기준 및 최소한의 성취기준 개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