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공정교육 체제를 구축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오승걸
미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공정교육 체제를 구축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오승걸
지난 8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제13대 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그간 평가원을 이끄시면서 느낀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하 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간 대한민국 초·중등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교육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기관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 4개월은 저에게 공정한 교육기회 제공과 앞으로 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에 있어 평가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평가원은 더 나은 미래 교육을 위하여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정부의 교육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평가원의 기관장으로서 제게 주어진 책임감의 무게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파부침주(破釜沈舟)’1)의 각오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개혁을 부단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1)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사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평가원장으로서 생각하는 교육의 미래와 그에 걸맞은 평가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 평가원장 취임 후 일선 학교와 교육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가원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지 않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는 평가원의 연구결과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며, 일선 학교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교육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실천 역량을 배가해야 합니다. 이처럼 연구, 정책, 교육 실천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나라 교육이 미래형 인재를 위한 교육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통·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것입니다. 평가원은 앞으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통합, 융합 교육 모델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저는 평가원장으로서 그간 교육부 등에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평가원의 연구결과들이 원활하게 실행,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 등 관련 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교육현장의 변화를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공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골자인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 시행됩니다. 학생 맞춤형 교육, 진로 역량 강화 등 학교에 찾아올 변화가 벌써 기대되는데요, 평가원의 새 교육과정 실행 지원 및 고교학점제 현장 안착 지원 방안이 궁금합니다.
오 • 지난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시행 방안이 발표되었고, 이듬해인 2022년 12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새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기주도성, 창의력과 인성을 키워주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교육과정 실행 지원을 위하여 평가원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주요 사항에 대한 홍보 강화, 교사 연수를 통한 전문성 신장, 자료 개발·보급, 컨설팅 실시 및 의견 수렴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쉽게 말해 대학 수업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입니다. 3년 동안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어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가원은 그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고,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제언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 속에서도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원 국가교육과정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과의 네트워크 운영 및 유기적인 협력체계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교육부는 3대 교육개혁 과제 중 디지털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 했습니다. 앞으로 정규 수업시간에 AI 프로그램, 디지털교과서 등 에듀테크가 도입될 예정인데 이에 앞서 평가원에서는 교과용도서 검정과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체제 발전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오 • 교육부에서는 지난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 브리핑을 통해 수학과 영어 그리고 정보 과목을 우선 2025학년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로 개발, 적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 과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AI가 아이들 각각의 이해도 수준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화함으로써 수준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쉽게 말하면 AI 디지털교과서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평가원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함께 시작될 디지털 기반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공동관리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 특성을 반영한 검정 심사체제와 절차를 마련하고 검정 심사 결과 및 개선 요구 분석 등을 통하여 검정 심사 개선 방안도 모색할 예정입니다.
올해 6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초3·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여, 학력 진단을 강화하고 진단 결과를 토대로 맞춤 학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평가원이 작년부터 시행하고있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 • 평가원에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 왔습니다. 2022년부터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컴퓨터 기반 평가로 전환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 기반의 준거참조평가로 중3, 고2 학생의 일부를 표집하여 특정일에 시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교육과정 개정이나 학교 교육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를 도입해 희망하는 학교는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영역의 평가를 학교 또는 학급 단위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가원은 교수·학습 환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시행 후 일주일 내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인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학력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가원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 평가의 대상 학년을 확대하고,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시행의 안정성 및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별 학생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인 단계적 적응형 평가를 도입하여 더욱 정밀한 수준의 진단 지원 체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원장님께서 취임 일성에서부터 강조하신 부분이 공정하고 엄정한 수능 출제, 특히 소위 ‘킬러 문항’ 배제 방침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앞으로의 수능 출제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오 • 교육부에서는 지난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1~2023학년도 수능 및 모의평가 중 총 22건의 소위 킬러 문항 사례를 분석 발표하였습니다. 이런 문항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공정한 수능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원에서는 킬러 문항이 빠진 자리에는 공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보상받을 수 있는 평가 문항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적절한 변별력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모의평가부터는 소위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 배제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습니다. 현직 고교교사 25명으로 ‘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구성하여 출제 전 문항에 걸쳐검토과정을 거쳤고, 출제 전후 수능 평가 자문위원회를 통해 수능을 평가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또한 매년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통해 수험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적정 난이도와 변별도를 모두 확보하는 공정수능의 출제 및 관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지난 10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8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안이 국가교육위원회의 대국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확정될 예정입니다. 미래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포함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오 • 지난 10월에 발표된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골자는 통·융합형 수능 과목체계로의 개편입니다. 이는 그간 제기되어 왔던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와 수능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학년별 평가방식을 5등급으로 나눠 절대평가하고 상대평가 등급을 병기하는 방식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평가원에서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 확정에 발맞추어 예시 문항 개발 등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의 성공적 정착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능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 시안 발표에서 미래형 수능, 고교내신 개편뿐만 아니라 교사 평가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교육계와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에 쏠리고 있는데요. 국가교육과정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평가원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 • IB는 정답이 있는 교육이 아닙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함께 토론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 자체도 논·서술형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개발한 교육 과정으로 2023년 현재 전 세계 160여개국이 도입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국내에서는 대구광역시교육청 등 여러 교육청에서 이미 도입했고, 도입을 추진 중인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B는 그 자체가 우리 교육의 목표라기보다는 국내 교육을 변화시킬 바람직한 기재로 사용될 수 있고,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원에서는 이러한 교육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원내 연구조직(“IB연구실”)을 신설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미래 수업 혁신 연구를 선도해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KB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지난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정책 수립 및 교육 현안 대응 강화를 위하여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의와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및 활성화 방안이 궁금합니다.
오 • 평가원은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등 국가 교육부처와 시·도교육청, 지원청, 학교, 교육유관기관, 산·학·연 관계 전문가와 같은 여러 기관과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상시 협의하며 교육정책 지원과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한 교육정책 수립, 실행, 적용을 위해 기관별 역할을 분담하고, 각 기관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등 협력적 거버넌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시·도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미래 교육은 물론 다양한 교육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겠습니다.
최근 공공기관의 ESG 경영 전환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평가원의 사회적 책무 이행 및 윤리경영 노력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오 • 평가원은 올해 ESG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T/F팀을 조직했습니다. T/F팀은 내·외부 의견을 수렴한 중장기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7일 개최된 ESG 경영 선포식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평가원의 확고한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내년에는 ESG경영위원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ESG 경영을 펼칠 것입니다. 정기적인 성과 분석과 점검 등 부족한 부분은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인권경영 위원회와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통해 근무 환경 개선에도 힘쓰겠습니다.
앞으로의 평가원 운영 방향과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 •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에 당면해 있습니다. 이 위기가 교육 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평가원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적 교육 어젠다와 정책 수행 그리고 과제 개발과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교육광장은 초·중·고등학교 교사, 교수, 교육 전문가 등 교육 현장에 계신 다양한 관계자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맺음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 • 교육광장 독자 여러분, 평가원에 대해 항상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평가원은 앞으로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연구기관이 될 수 있도록 개혁하고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잘할 때는 칭찬으로, 부족할 때는 쓴 소리로 평가원의 발전을 위한 많은 의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