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또 다른 예술 산책>
도예가로서의 피카소
전시 정보
• 전시명 : MMCA 소장품전 《피카소 도예》
• 전시장소 :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 전시기간 : 2023년 9월 1일~ 2024년 1월 7일
1881년 태어나 1973년 아흔두 살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는 화가, 조각가, 도예가, 의상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1만 3,500여 점의 그림과 700여 점의 조각품을 창작했다. 이외 그가 창작한 모든 작품 수를 헤아려 보면 그 수만해도 3만여 점이 넘는다고 하니, 평생을 예술가로서 살아왔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기획 전시(2023년 9월 1일~2024년 1월 7일)하고 있는 《피카소 도예》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중 피카소의 도예 작품 107점을 공개했다고 한다. 대중들은 ‘회화 작가인 피카소가 도예를?’이라고 먼저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신만의 규칙으로 스스로가 하나의 화풍이 된 입체파의 대표 화가 ‘피카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예술가로서의 피카소
피카소는 어릴 적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으며, 회화실력은 20세가 채 되기도 전에 고전주의를 마스터한 수준이었다. 10세때 그린 소묘는 명암 표현이 완벽에 가까웠고, 15세 무렵에는 대가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1900~1914년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회화 혁명으로 지칭되는 미술혁신 운동인 입체주의 운동이 발발하며 피카소도 이 운동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세잔을 비롯해 인상주의 화가들이 형태와 빛의 분해를 수용하고 본격화하면서 입체주의 미술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게 되었다.
이때 발표한 작품이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에서는 원근감과 명암을 통한 입체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운데 두 인물은 기하학적 변형의 초기 단계로, 신체의 특징이 아직 남아있지만, 좌우의 인물을 보면 사각형, 삼각형 등의 도형 요소가 크게 강화된 것이 확인된다.
이후 피카소는 동판에 삽화를 그리며 동판화 제작에 열중,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석판화와 도기에 관심을 보이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스페인 출신의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와 그의 소개로 폴 고갱(Paul Gauguin)의 도예 작품을 접하게된 것이 원인으로 도자가 가진 흙과 불의 특성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예를 시작한 나이가 무려 80세였다고 하는데, 이미 화가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나이임에도 왕성한 의욕을 불태우며 ‘도예가 피카소’로 후세에 수많은 작품까지 남겼으니, 참으로 예술가다운 예술가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겠다.
“입체파는 기존의 미술과 다르지 않다. 기존의 미술과 같은 원칙과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입체파는 이해되지 않았기에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이를 볼 수 없었고, 없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다.
나는 영어를 읽을 수 없다. 그러므로, 영어책은 내게는 백지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가 모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탓할 수 있겠는가?”
-1923년 출간된 마리우스 데 자야스의 《피카소 어록》
(Picasso Speaks) 中
도예가로서의 피카소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입구에도 설치된 피카소의 대표적인 도예 작품 <큰 새와 검은 얼굴>(1951)은 올빼미로 추측되는 새의 모습과 사람의 웃는 얼굴을 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한 작품이다. 새의 날개이자 사람의 팔과 같은 화병의 손잡이는 인물과 동물을 혼합해 새로운 이미지로 혼종시키는 것을 즐겨했던 피카소 특유의 도예 스타일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피카소의 도예 작품에는 입체주의적인 특징도 두루 나타난다. 인물의 얼굴을 정면과 측면을 음·양각 나이트 각인으로 장식하거나, 백토 및 적토 접시 그리고 화병 등 재료와 기법에 따라 무한하게 주제를 확장해 나가며 피카소는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도기라는 재료로 표현해냈다.
사실 초기에는 도자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접시 위에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나 점차 도자의 모양을 변형하면서 피카소는 2차원 평면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3차원적 조형미를 도예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피카소의 도예품에서는 회화와 조각, 판화 등의 요소를 두루 발견할 수 있다. 평소 즐겨 다루었던 주제와 표현 방식을 도예에 마음껏 응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20세기 도자 역사에서 피카소의 작품은 유희적 도예로 분류된다. 피카소는 일상의 기물을 도예 작업을 통해 예술로 전환하여 창작의 자유를 느꼈으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기에 작품 곳곳에서 유희적인 해방감이 발견되곤 한다.
“내가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그 생각은 곧 또 다른 형태의 사물로 변화한다.”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명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