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EduTech)가 이끄는
수업으로의 초대
글·윤용근 구리고등학교 교사
에듀테크(EduTech)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결합한 것을 의미한다. 교육은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에서 온라인 교육을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5년부터 교과서에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접목한 AI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구리고등학교는 한발 앞서 교실에서 에듀테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듀테크 수업의 계기와 수업 방식에 대해 보다 자세히 소개한다.
교사의 무게와 오래된 고민
1993년 어느 날, 이쑤시개 2,000여 개와 수예점에서 주문한 2,000여 개의 구슬을 가지고 하나하나 자르고 구멍을 뚫어 완성했던 DNA 모형 만들기 작업. 2022년 8월 11일 한국생물과학협회 정기학술대회에서 4D 프레임으로 만든 DNA 모형을 전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사로서 또 하나의 오래된 도전이 있다. 바로 교사의 무게를 극복하는 것이다. 26년을 교사로 보냈지만,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한 도전이다.
“내가 살아온 길은 하나인데, 백만 가지 다른 삶을 살아갈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교사로서 마음속에 오래 품어온 질문이다. 30명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교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때로는 무리 지어 때로는 독립된 섬으로 어우러져 있다. 어느 하나 값지지 않은 세계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다채로운 세상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가장 편안한 공간인 칠판과 마주하는 순간 다채로운 세상은 사라져버린다.
교실에서 교사의 무게감은 한 학생도 버릴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2019년 코로나라는 ‘벽’을 통한 새로운 길, ‘에듀테크’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any road will get you there.
목표나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어떤 길을 택하든 결국 원하는 결과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다루고 있는 곳에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끊임없이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사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했다.
2019년 2월, 코로나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벽을 만났다. 학생들을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변화가 균열을 만들어냈다. ‘벽’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벽’에 균열이 생기고, 30개의 서로 다른 세계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었다. 바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전에도 학생들과 함께 에듀테크로 수업을 진행하고, 유전학회 등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에듀테크로 뭘 할래?
“좋은 질문을 받으면 뇌는 자동으로 자기 안에 있는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 결과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 혁신적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그동안 느꼈던 막막함을 해소할 힘을 갖게 된다.”
– 카와다 신세이-
“왜 그렇게 새로운 에듀테크를 배우려고 노력하세요?” 동료 교사가 질문을 건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건 바로 ‘모든 이를 위한 과학’, 잘하는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기회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며 성취도를 높여나가고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수업에서 패들렛이나 메타버스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학생 활동 결과물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 학생 결과물에 대한 동료 평가에 적용하기 용이하다. 특히 다양한 학습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 수업 환경에서 패들렛과 같은 실시간 자료 업로드가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에듀테크는 효율성을 넘어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교사에게 선물한다. 학생들은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고 어른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통해 성장한다. 차가운 기술인 에듀테크 기술은 한 명의 아이를 오롯이 그 학생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함을 품고 있다.
- – 상 수준 학생 : 자기 주도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 수행 결과를 먼저 올리며, 자발적인 성취동기에 의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칭찬을 통해 강한 동기가 유지됨
- – 중 수준 학생 : 처음에는 접근하기 어려워하지만, 상 수준의 학생 결과물을 참고하여 과제 수행의 방향을 잡고 자기 주도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음. 그에 따른 칭찬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음
- – 하 수준 학생 : 상 수준 학생과 중 수준 학생의 자기 주도적 과제 수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는 하 수준의 학생들을 위한 근접 지도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수업으로 이끌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되어 수업 참여도가 높아짐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과학을 만나는 아이들
인공지능(AI) 기술은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킨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류의 문화에 대한 빅데이터를 통해 성장한다. 직접적인 답을 요구하면 요구에 맞는 답을 바로 내놓는다. 학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을 그대로 만나게 한다면 머리로 답을 찾는 대신 손가락으로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다. 그리고 그 답의 실마리를 창의성에서 찾았다.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창의성의 부족이 아니다. 바로 창의성을 만들어 낼 때 필요한 생각거리와 경험의 부족이다. 정답을 넘어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학생들은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정보를 만날 기회로 이끌 것이다. 인류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특유의 창의성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에 가면 돌담을 볼 수 있다. 돌담을 쌓는 사람들을 돌쟁이라고 부른다.
돌쟁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돌 하나하나의 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혼자서는 잘 세워지지도 않는 커다란 돌덩어리와 작은 돌 하나를 이용해 서로 어우러지게 한다. 엉성해 보이는 것 같지만 잘 만들어진 콘크리트 벽을 무너뜨리는 태풍에도 끄떡없이 견딘다. 돌쟁이들은 돌 하나의 개성을 일방적으로 도려내지 않고 서로 함께 어우러지는데, 방해되는 모난 부분만 딱 그만큼만 깎아낸다. 교사인 우리에게 주어진 ‘에듀테크’는 돌쟁이 손에 들려진 망치가 아닐까?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늘 노력하고자 한다.
윤용근
구리고등학교 교사
제주대학교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구리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다. 교실 속 소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연구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인천 과학사랑 교사모임(KOSTAIN)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인공지능 현미경 만들기’와 ‘인공지능 기반 생물정보학 기초와 활용’이라는 교과서 집필 등 에듀테크 기반 수업을 주제로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