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 성공하려면

• 글·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2022년 10월 6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위원회)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People with Disabilities: CRPD) 한국 정부 2차 및 3차 국가보고서 심사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한국의 특수학교 수가 증가하고 있고, 분리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아동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통합교육을 운영하기 위한 교사 훈련의 부족 문제 등도 함께 지적하면서 통합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1994년 「특수교육 진흥법」 전부 개정 후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이후 30여년 간 지속된 그간의 통합교육 촉진에 대한 국가의 노력은 통합교육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통합교육의 현실

장애학생에 대한 통합교육은 배제와 격리의 대상이었던 장애학생의 교육을 비장애학생과 동등한 교육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하면서 제안된 개념이었다. 통합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학생 개개인의 교육권을 보장하며, 학교구성원과의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참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교 졸업 후 미래의 사회통합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던 것이다. 장애나 기타 불이익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한 사회의 일반적인 환경 및 생활방식과 유사하거나 실제로 동일한 삶의 형태와 일상생활의 조건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정상화의 원리가 교육 현장에서 동일하게 구현된 형태가 초기 통합교육의 의도였다. 1960년대 탈시설 운동이 일어나면서 장애인의 삶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듯이, 교육 현장 역시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분리된 교육 환경이 아닌 일반학생과 통합된 교육 환경에서 일반학생과 동등한 교육의 목적과 수단을 제공받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Wolfensberger, 1972).
최초로 제안된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동등한 교육 조건에서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개념으로 이해되었고, 많은 국가들은 장애학생의 일반교육에 대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을 설치하거나 특수교사를 배치하는 등 분리된 특수학교에서 제공해 왔던 특수교육을 일반학교라는 장소로 옮겨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일반학교의 학교관리자, 일반교사, 일반학생 등 주류 교육 주체들의 주도적 노력보다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교육의 장소를 옮겨보자는 특수교육 주체들의 노력이 더 크게 작동되었다. 통합교육은 일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기 때문에 일반학교 내 기존 교사와 학생들이 장애학생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함께 교육받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일반교육 체제 내에서 충분히 검토되었어야 했으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 그러한 논의가 부족했다. 따라서 초기 통합교육 현장은 장애학생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고, 분리된 특수교육 현장에서 실행되어왔던 교육 방식을 일반교육 현장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대안적 체제로 특수학급이라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수학급은 통합교육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일반교육 현장에서 가장 쉽고 편리하게 통합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타협안 또는 모델이 되었다.
일반학교 특수학급 중심의 통합교육은 특정 교과목에 한하여 일반학급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일반학급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과목이 발견되었을 때 주어지는 제한된 기회였다. 제한된 기회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더욱 더 제한되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특수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수학급에 소속된 학생의 83.8%가 일부교과에 한 해 통합학급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은 특수학급 중심의 통합교육의 특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교육부, 2021).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일정 시간 동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통합교육 역시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 상의 어려움, 다양한 교육방법 개발 및 적용의 어려움, 특수교육 지원인력 등 연계되고 집중적인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의 부족 문제,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업 운영 노하우와 경험의 부족 문제 등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로 인해 장애학생의 실질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합교육이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단순히 배치하는 물리적, 형식적 측면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에게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적응행동 및 학업성적 향상 등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일반학생에게도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증진 및 학업 성적 향상 등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수업의 내용과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모두의 참여가 가능한 교육 환경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장애학생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 진정한 통합교육으로의 길은 30여년 전이나 현재나 여전히 힘겹고 지난한 과정이 되고 있다.

통합교육의 국제적 기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은 포용적 교육만이 장애인에게 양질의 교육과 사회적 개발을 모두 제공할 수 있으며, 교육의 권리에 있어 보편성과 비차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은 이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이며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유경민, 민진홍, 2022). 1994년 발표된 살라만카 선언과 행동계획(The Salamanca Statement and Framework for Action on Special Needs Education)에서는 학교가 “아동의 신체적, 지적, 사회적, 정서적, 언어적, 기타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을 받아들여야 하고, 여기에는 장애아동 등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포용적 교육은 인간의 교육받을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념에서 도출된 개념이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교육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아우르며 타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갖는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개념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개성과 배경, 문화를 지닌 사람들 사이에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게 될 경우 갈등과 분열, 소외와 배제가 일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가 포용적 교육을 지향함으로써 “차별의 근절, 우호적 분위기의 형성, 포용적 사회의 건설,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의 성취”(살라만카 선언 제2조)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4번 역시 포용적인 양질의 평등한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때 포용적인 교육은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습자를 위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실현하여야 하고, 포용적이고 평화적이며 공정한 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용적 교육은 “누구도 소외(배제)되지 않고, 다양한 개인의 요구와 특성(차이)을 고려한 유연한 교육과정을 통해 성, 민족(인종), 경제력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웰빙에 기여할 수 있는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김지혜, 2016). 포용적 교육은 장애학생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하는 등 특수교육 서비스 전달 모델 중 하나로 고려되었던 통합교육에 대한 기존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포용적 교육의 개념으로 통합교육을 접근하게 되었을 때 통합교육은 일반교육 교실의 모든 학생이 통합교육의 대상이 되며 이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하여 기존 학교의 프로그램과 자원을 통합하여 모두의 참여가 실현되는 통합학교를 구축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다.

통합교육 성공하려면…

통합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역시 통합교육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통합교육의 활성화와 통합교육 현장에서의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통합교육을 제공받고 있는 장애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통합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물적, 인적 서비스가 확충되고 있다. 이제는 전체 특수교육대상 학생(109,703명) 중 73.3%(80,467명)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고, 이 중 23.0%(18,474명)가 일반학급에서 전일제로 교육을 받고 있으며(교육부, 2023), 통합교육 수혜율은 점차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원회의 권고에서도 확인했듯이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지난 30여 년간 특수학급 중심의 양적 확대에 치중된 측면이 있으며, 포용적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이 현재와 같이 물리적 통합을 중심으로 고려된다면 장애학생과 일반학생 모두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통합교육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고 현행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교육의 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현행 통합교육 체계보다 더 큰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행 통합교육의 현실과 이를 둘러싼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통합교육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통합교육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통합교육은 포용적 교육의 개념으로 접근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교육의 주체가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통합교육의 실행 주체 역시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을 담당하는 일반교사의 역할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통합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적, 물적 지원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통합교육의 대상과 주체가 모든 학생으로 확대되려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교실 환경, 학급당 학생수, 배치된 교사 수,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지원 등 다양한 자원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통합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개개인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한 교사 역량을 높이고,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간 협력 역할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교육을 실시하게 되는 공간과 통합교육을 실행하는 주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

한편, 통합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공적인 통합교육에 대한 경험적 근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이 주요 대상으로 고려되어 왔던 기존 통합교육 현장에서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교육과정적 통합까지 구현해 내는 성공적 통합교육의 사례는 쉽게 찾기 어렵다. 장애유형, 장애정도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지닌 장애학생들이 일반교육 현장에서 일반학생과 함께 공통의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보다 효과적인 지원 방안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범적, 실험적 수준에서 추진, 고려되어 왔던 다양한 형태의 통합교육 내용과 방법이 일선 학교에서 기획, 추진될 수 있도록 성공적인 통합교육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발굴, 수집 및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통합교육의 성공을 위한 이와 같은 노력 이외에도 통합교육 지원과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 체계 및 법적·제도적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고, 학교구성원의 인식을 제고하여야 하며,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또한 통합교육이 학령기 장애학생만을 위한 교육적 접근이 아닌 장애인의 전생애에 걸친 교육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영유아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교육이 포용적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합교육 실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이 물리적 통합에만 머무르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교육 주도의 통합교육 체제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교육 혁신이 요구된다. 통합교육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일반교육 내에서의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일반교육 구성원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일반교육 현장이 통합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현장으로 재구조화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통합교육을 특수교육 분야의 전문가, 교사, 학부모 등이 제안하고 주도해 왔다면, 앞으로의 통합교육은 일반교육 분야의 전문가, 교사,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하고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 일반교육 영역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주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합교육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교육부(2023). 2023 특수교육통계. 세종: 저자.
교육부(2021). 2020 특수교육실태조사. 세종: 저자.
김지혜(2016). 성소수자 아동청소년을 위한 포용적 교육. 동향과 전망, 96, 153-178
유경민, 민진홍(2022).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3,4호) 안내서. 서울: 한국장애인개발원.
Wolfensberger, W. P. (1972). The Principle of Normalization In Human Services. Toronto, Ont.: National Institute on Mental Retardation. ISBN 9780969043843.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발달장애 및 중도중복장애 분야를 전공하였고, 장애학생 인권 보호 및 증진, 특수교육 정책 및 법률,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교육 관련 단체에서 교육 정책 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